금탄환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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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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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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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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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탄환의 전설 00.(pr)

DUMMY

금탄환의 전설. 00


쉬쉬쉭- 슈악! 칼질을 많이 해본 듯 빠른 손놀림이었다. 피하는 것도 두, 세 번 가량만 이어졌을 뿐, 다음 칼놀림에서 왼팔부터 가슴까지 호선으로 크게 베인 그리펠로의 몸에서 츄악- 피가 터져 나왔다. '역시 별 볼 일 없는 애송이였어.' 속으로 비웃는 빅터의 입가에 역시 잔혹한 미소가 걸렸다.


"으, 아악!"


비명을 지른 그리펠로의 시야가 일순 흐릿해졌다. 죽는다? 속으로 자문하는 그리펠로의 눈에 마지막이란 듯이 제게 휘둘러지는 칼이 보였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라도 하는 것인지, 똑똑히 제 목을 가르기 위해 오는 칼이 눈앞에 보였건만, 몸은 뜻대로 빠르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쥐고 있던 총을 더욱 꽉 쥔 그리펠로의 눈에서 불똥이 일었다. 죽을 수 없어. 생각과 거의 동시에 몸을 틀자, 슈악- 제 목이 아닌 옆구리부터 등을 가르고 지나가는 칼.


"쥐새끼 같은 놈"


짜증이 난 빅터가 중얼거리며 재차 칼을 휘둘러왔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상처를 입고, 제 몸에서 나온 피를 보고서야 그 말이 실감이 났다.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 마음을 먹는 순간, 다시금 칼질을 가까스로 피한 그리펠로에게 빅터가 그대로 무릎치기를 날린다. 거의 그와 동시에 그리펠로가 빅터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탕!




타박이는 발굽소리만이 사막의 침묵을 깨트렸다.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나귀를 탄 남자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나아감에 따라 끝없이 펼쳐진 황야엔 나귀의 발굽자국만이 남겨졌다. 커다랗던 물주머니도 작금에 와서는 홀쭉해져 얼마 남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내주었고, 이히힝- 거리는 나귀의 울음소리 역시 상당히 힘겨워하고 있음을 증명하듯 힘이 없었다.


열기와 갈증이 더는 버티지 못할 정도로 심해질 즈음 남자가 물을 마시고, 나귀에게도 물을 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먹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언덕 부근에서부터 간간히 불었던 바람은 어느 덧 다시금 멎어 사막의 열기를 더해주었지만, 나귀를 탄 남자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석양이 진다. 금빛을 띄던 광활한 사막은 노을에 비춰져 차츰 붉게 물들어갔다. 남자가 그 석양에 시선을 준 것도 잠깐이었다. 연이어 나귀의 걸음을 재촉했다. 완연한 어둠이 찾아든 밤이 되었을 즈음에야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뜨거웠던 낮과는 달리 급작스레 찾아오는 한기를 느낀 남자가 입고 있던 제 망토를 여몄다. 잠시 후, 가져온 배낭끈의 단추를 당겨 배낭을 연 남자는 불을 붙일 나무 조각과 성냥을 꺼내 불을 지폈다. 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을 잠시간 응시하다가, 연이어 취침을 준비하고는, 남은 빵 조각을 꺼내 먹었다. 물을 조금 마시는 것을 끝으로 늦은 식사를 해결한 남자는 망토를 여미면서 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을 다시금 응시했다.


"힘겨운가? 칸타."


칸타라 불린 나귀에게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힐끗- 눈을 들어 남자가 나귀를 바라보았다. 많이 지쳤던 것인지 먼저 잠들어 있는 모습에 남자는 고개를 주억였다.


"하긴, 무의미한 물음이었군."


당연한 질문은 무의미할 뿐이다. 타닥. 타닥. 타오르는 모닥불 속 아지랑이처럼 또 다른 작은 불꽃이 아른거렸다. 그래봤자 동일한 하나의 불꽃일 뿐이었지만, 남자는 한 동안 그것을 응시하다가, 이내 침낭에 누웠다. 반짝이는 밤하늘을 수놓은 별무리가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


"벌써 15년인가..."


남자는 문득 그리 중얼거렸다. 15년 전 일어난 대폭발. 그리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 빛 무리들. 아니, 조각들일까 어떤 것의 파편일까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것들은 하나, 하나가 특별한 힘을 담고 있다는 것. 아주 작은 조각인 그것은 총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카트리지가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온, 화약과 탄두가 하나로 이어진 형태인 총알이었기에 어찌 보면 획기적인 물건이었다. 작금에 와서는 다른 이들도 금속제 카트리지. 쉽게 말해 '총알'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 발 앞섰던 물건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붉은 빛을 내는 것은 불의 속성을 지녀, 맞히면 화상을 추가로 입히거나, 불꽃을 만들어내는 총이 되었고, 연 푸른 빛을 내는 것은 얼음의 속성을 지녀 맞히면 동상을 추가로 입히거나, 얼음을 만들어내는 총이 되었다. 일반적인 총알과 구분을 하기 위해 이러한 특별한 힘을 가진 총알들을 통칭 '빛의 탄환'이라 하였다. 그 총알들이 스스로 색깔별로 빛을 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비단 속성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저마다의 힘이 담겨져 있는 총알의 존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 힘을 갖기 위해 총잡이가 되었다. 현재는 총잡이들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은 총잡이들이 있었다. 아니, 총잡이가 아니라 무법자의 시대였다. 힘을 가진 이들은 대개 좋은 일에 쓰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남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총잡이이지만, 무법자 중 한 사람이었다. 빛의 탄환이 나타나 무법자의 시대가 개막된 지도 이제는 15년. 그 동안 벌여온 결투도, 죽은 사람의 수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변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 변한 것이 없다. 아무것도. 남자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갈등과 결투만 있었을 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을 끝으로. 남자는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금탄환의 전설을 쓰고 있는 글쟁이입니다...

현재 쓰고 있는 글은 웹소설보단 종이책으로 읽었을 때의 느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 점 때문에 빡빡하고 읽기 버겁다, 좀만 문장을 간결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들었고 실제로 간결화를 시도해보긴 했으나, 이 역시 웹소설에 내가 맞춰가야하는 느낌이 들어 그만두었습니다.


욕심이 많은 거겠지만, 가능한 세세히 자세히 전해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자세한 전달을 포기하고 싶지 않달까요...? 지루한 영화가 느릿느릿 상영되는 느낌이더라도 분명 재밌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이런 스타일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라 믿으며 연재를 재개합니다.


끝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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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27화. 진행되는 계획 ②. 21.04.30 14 0 16쪽
133 126화. 진행되는 계획 ①. 21.04.17 19 0 16쪽
132 125화. 셀릭의 용기. 21.03.30 16 0 20쪽
131 124화. 뭐라도 해 봐야지 ④. 21.03.28 14 0 16쪽
130 123화. 뭐라도 해 봐야지 ③. 21.03.05 13 0 17쪽
129 122화. 뭐라도 해 봐야지 ②. 21.03.04 26 0 16쪽
128 121화. 뭐라도 해 봐야지. 21.03.04 16 0 23쪽
127 120화. 식량 구하기 ②. 21.03.02 19 0 16쪽
126 119화. 식량 구하기 ⓛ. 21.02.28 29 0 16쪽
125 118화. 어리니까. +1 21.02.26 22 1 15쪽
124 117화. 물의 도시 아쿠아 로드 ③. 21.02.25 20 0 16쪽
123 116화. 물의 도시 아쿠아 로드 ②. 21.02.24 18 0 16쪽
122 115화. 물의 도시 아쿠아로드. 21.02.24 24 0 16쪽
121 114화. 물의 도시를 향하여. 21.02.22 46 0 15쪽
120 113화. 춤추는 탄환과 뿔 거북이 택시 ④. 21.02.20 36 0 16쪽
119 112화. 춤추는 탄환과 뿔 거북이 택시 ③. 21.02.19 30 0 16쪽
118 111화. 춤추는 탄환과 뿔거북이 택시 ②. 21.02.18 41 0 15쪽
117 110화. 춤추는 탄환과 뿔거북이 택시. 21.02.18 18 0 15쪽
116 109화. 퍼넌의 한 수 ②. 21.02.17 32 0 13쪽
115 108화. 퍼넌의 한 수 ①. 21.02.17 18 0 17쪽
114 107화 탈출 시도 ④. +1 21.02.13 22 1 16쪽
113 106화. 탈출 시도 ③. 21.02.12 20 1 17쪽
112 105화. 탈출 시도 ②. 21.02.12 21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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