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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금탄환의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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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7 21:32
최근연재일 :
2019.10.2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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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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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68화. 소용돌이 폭풍 ②.

DUMMY

주변이 온통 바람 소리 투성이었고 먼지 구름 투성이었다. 이제 보니 그 모든 게 토네이도로 인해 곳곳에 바람이 휘몰아쳤던 건가? 그리펠로의 축소된 두 눈이 차츰 두려움으로 젖어 들어갔다. 그 감정에 맞추기라도 하듯 쿠릉! 하는 우뢰가 귓전을 강타했다. 미처 뭘 해보기도 전에 그는 토네이도에 휘말려 들어갔다.


"크아아아아악!"


날려가지 않기 위해 최대한 두 발을 땅에 딛고 버텼으나, 무리였다. 발을 딛고 있는 감각이 사라졌다. 세상이 빠르게 지나쳐가기 시작했다. 귀, 얼굴, 몸까지 따갑다 못해 아프단 느낌이 들었다.


어느 순간 청각이 마비라도 된 듯, 폭풍 소리 또한 들려오지 않았다. 어지럼증과 더불어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뒤늦게 자신이 토네이도에 휘말려 휘휘휘휙- 빠르게 바람 따라 회전하고 있음을 인지했지만, 두려움이 더 컸다.


선풍 지대 때 느꼈었던 회오리바람과는 또 다른 느낌. 귀에 더는 감각이 없었다. 때리다 못해 짓눌리기까지 하는 듯 온몸이 아팠다. 간간히 들려오는 우뢰 음 역시 귓전을 강타해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닐까? 죽고 싶지 않다. 아직, 아직 죽어서는 안 되었다. 복수도 하지 못했는데, 복수는커녕 그 탄환이 어떤 탄환인지 조차 알아내지 못했는데! 이를 악물었다. 피가 배어나왔다.


두려움을 애써 통증으로 이겨내고자 했다. 머리 한 쪽이 화끈거리면서 그림물감 흘러내리듯 뜨뜻한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시야가 붉어졌다. 온 세상이 붉어진 것 같았다. 흘러내린 물줄기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피임을 직감했다.


그러고 보면 선풍 지대를 돌파했을 땐 어떻게 했더라? 몰라. 모른다. 기억나지 않았다. 머리 속이 하얗다 못해 자꾸 아득해지려 하고 있었다. 다만 이토록 짓눌리는 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렇듯 감각이 없어질 정도까진 아니었다. 머리가 멍했다.


모래 바람 속에 자잘한 돌멩이가 섞여 몸 뿐 아니라 머리가 아팠다. 생각을 해보려 해도 통증이 먼저 앞섰다. 호흡기까지 모래가 침입한 것만 같았다. 그제 서야 어느 순간부터인가 콜록콜록 자신이 기침을 하고 있음을 인지했다. 시야가 서서히 암전되었다.


죽고 싶지 않다. 고작 이런 모래 폭풍에... 아니, 고작이 아니었다. 고작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는 자연재해였다. 고작 한 명의 인간이 자연재해를 이겨낸다? 오히려 재해가 인간을 휩쓸면 휩쓸었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는.


점점 숨을 쉬기조차 힘들어져 가며 통증도 먼 나라 일인 듯 멀어져만 갔다. 우뢰 음 역시 멀어져가고 그렇게 의식이 끊겼을 때, 변화가 일었다. 그리펠로의 홀스터에서 회녹색 빛이 일며 그의 몸을 감싸주듯 홀스터에서부터 시작해 전신에 원을 그리며 또 다른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일각 정도가 흘렀을 즈음, 스륵- 눈을 뜬 그리펠로의 눈에 기이하게 흐르는 바람의 흐름이 보였다.


이게 뭐지? 흐름?

멍-하니 그것을 응시하다가 처음으로 든 생각이 이것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퍼뜩 차렸을 때, 크윽! 신음을 흘렸다. 곧바로 다시금 토네이도에 휘말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전보다 토네이도의 세기가 많이 약해져 있다는 것을. 더불어 그는 그제 서야 자신이 조금 전까지 어지럽지도 않고, 숨 막히지도 않았단 것을 깨달았다. 대체 왜?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바람이 약해졌어. 먼지 구름도 적어진 것 같고. 아니, 토네이도 자체가 약해져서 덩달아 주변의 바람도 약해진 거야.

통증이 어느 정도 가셨다. 숨 막히던 것도 진정이 되자, 그제 서야 생각할 여유라는 것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눈을 떴을 때 기이하게 흘러가던 바람의 흐름을 기억했다. 그 흐름 때문에 바람이 약해진 건가?


아니 잠깐만 흐름? 흐름이라고? 순간 그리펠로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왜 생각을 미처 못 했을까? 선풍 지대를 돌파하였을 때에도 바람의 흐름을 이용했건만. 또 무엇보다도, 그곳에서 얻은 빛 탄환 역시 가지고 있지 않던가? 그것도 회오리 탄환을 말이다.


토네이도 역시 회오리의 일종. 더구나 한 차례 토네이도가 약해지기까지 한 상태였다. 또한 끼르르 라는 그 괴 생물은 분명 단순히 회오리를 형성시키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주변의 바람을 모아 회오리로 만들기까지 했었다. 그렇다면 자신도 그런 식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급히 그리펠로는 홀스터로 손을 가져갔다. 바람의 저항이 느껴졌지만, 그 자신이 힘을 주니 어렵지 않게 홀스터에서 총을 꺼낼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총을 집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손을 뻗으려는 순간, 바람의 저항력에 막혀 뻗는 것이 쉽지 않았다.


"크윽!"


신음이 절로 입가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지금 이렇듯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휘리리릭- 바람결을 따라 원을 그리며 돌아가면서도 손을 뻗으려니까 곧바로 바람의 저항이 느껴졌다. 분명 모래 폭풍. 아니, 소용돌이 폭풍이라 해야 할 지도.


여하튼 그 소용돌이 폭풍이 확실히 약해진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생각을 바꿔야겠다. 당장 그 때 끼르르처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감도 잘 안 잡히니 우선은 새로운 회오리를 만들어 보자.


어차피 토네이도는 이미 약해진 상태. 회오리 탄환으로 지금 눈앞의 토네이도보다도 더 큰 회오리를 만들어내면... 상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도 결국엔 우선 총을 쏴야 가능한 일이었다. 당장 손을 뻗는 것조차 힘에 겨워 속도가 느릿느릿한 상태. 아니, 이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람은 자유롭기 때문일까? 자꾸만 팔이 흔들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저항도, 팔의 흔들림도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으윽!"


바람의 저항에 맞서 저항할수록 도리어 저항은 더 거세지는 느낌이었다. 순간, 휘익- 팔이 바람을 못 이겨 옆으로 움직여졌다. 문득 왜 그렇게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야 계속 저항하니까... 어느 덧...


잠깐... 저항해? 내가 왜 저항해야 하지? 문득 생긴 의문이었다. 선풍 지대에선 어떻게 했었지? 그 땐 이렇게까지 저항이 심하지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바람의 저항력.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을 반대로 밀어내려는 '반대의 저항력'을 일컬어 바람의 저항력이라고 한다. 문득 떠오르는 사막의 상식 중 하나. 이는 카우보이 캠프에서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의 경우엔 오제론에 머물던 총잡이 중 한 명인 자나토에게서 들은 내용이었다.


"가끔 바람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내 행동을 반대로 밀어내려 하지. 그게 바람의 저항력이다."


"그래봤자 바람이잖아요. 뚫고 가면 그만 아니에요?"


그게 뭐 어렵냐는 듯 어린 그리펠로가 물었다.


"끄끅, 역시 애들이란..."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라는 뒷말을 생략한 채, 자나토가 말을 이었다.


"사막에선 바람이 강할수록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어 지지. 더더구나 막상 강제로 바람에 맞서 나아가려 하면 도리어 금세 바람에 날아가거나 밀려나거나. 그도 아님..."


주먹 쥔 손에서 검지부터 손가락을 하나씩 펴가면서 얘기하던 자나토는 마지막에 말끝을 흐리고는, 그리펠로가 답답함에 질문을 재촉하려 할 즈음에서야 말을 이었다.


"압사된다."


과정과 이유는 일체 생략한 채 결과만을 알려주는 행동에 그리펠로가 왜 그런 거냐고 소리치듯 물었지만, 자나토는


"안 알려줌."


하고 불친절하게 응대했을 뿐이었다. 그랬기에 그리펠로가 한 행동은 끈덕지게 달라붙어 끝까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화장실에 갈 때마저도 불쑥 튀어나와 물을 정도가 되어서야 자나토는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내가 졌다. 하나만 알려주지. 바람은 저항하면 할수록 그만큼 응집되는 경향이 있어. 물론 전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런 유의 바람은 보통 저항할수록 바람이 더욱 거세지지. 마치 상대의 저항을 받아먹고 더 크게 저항하는 것처럼 말이야"


당시에는 대체 무슨 소리인지를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의미인지 알 것도 같았다. 저항할수록 쌔지면... 그냥 저항하지 않으면 되잖아? 너무나 간단한 거였다. 그래, 그냥 바람에 몸을 맡기자. 그렇게 마음먹고 저항하던 몸의 힘을 풀어냈다.


그러자, 놀랍게도 정말로 바람의 저항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졌다. 대신 더욱 빠르게 바람을 따라 회전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펠로는 눈을 감았다. 모자가 이미 바람에 날려가 버린 지 오래였기 때문에 날아오는 모래에서 눈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고, 집중을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


선풍 지대. 선풍 지대에선 어떻게 했었지? 그래, 기류. 도리어 바람을 탔어. 어떻게 바람을 탔었지? 생각해. 생각해내는 거야. 몸을 비틀어? 생각과 동시에 몸을 비틀어보지만, 바람에 섞인 모래가 정통으로 얼굴을 때리기만 할 뿐이었다.


"크윽"


신음을 흘린 그리펠로가 이번엔 다른 방향으로 몸을 뒤틀었다. 그러자 도리어 바람의 저항이 거세진 느낌. 그렇다면, 반대구나. 스윽- 바람결을 따라 총을 다시 조준해보았다. 분명 바람의 저항을 못 이겨 손을 뻗는 것조차 힘들었었건만, 지금은 너무나 손쉽게 손이, 팔이 뻗어졌다.


굳이 큰 회오리를 통해 상쇄시킬 필요는 없다. 지금 보니 참 한심한 생각을 했었다. 빛 탄환을 쓰는 것은 체력 소모가 심하단 것을 이미 한 차례 느껴보기까지 했으면서 생각 없이 큰 힘을 쓰려고 하다니. 모래 폭풍은 이미 한 차례 약해진 상태. 그렇다면 아주 작은 바람이 이는 것만으로도 분명 틈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번쩍 눈을 뜬 그리펠로가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회녹색의 빛이 일순 번쩍였다. 그리펠로 본인은 당장 눈앞의 모래 바람과 회오리에 지금까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그가 얻은 회녹색 빛깔의 회오리 탄환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끊임없이 밝은 회녹색 빛깔을 뿜어내고 있었다.


곧 총구에서 나간 회녹색 빛 탄환에서부터 작은 회오리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

.

.


한편, 그리펠로가 먼지 구름 사이로 토네이도에 집어삼켜지는 모습을 확인한 네이슨은 크게 그리펠로를 불렀다.


"그리펠로! 헙"


후욱- 끼쳐오는 바람 섞인 먼지에 급히 쓰고 있던 베레모로 코와 입 주위를 가렸다. 남은 손은 여전히 낙타의 줄을 꽉 쥔 채였다. 곧 이어서 쿠릉! 우뢰 음이 동반되자 네이슨 역시 절로 두려움이 일면서도 한편으론 어서 빨리 피해야 한단 생각이 절로 일었다.


그리펠로가 휘말렸다고 해서 자신이랑 짐을 실은 낙타까지 휘말리게 할 순 없었다. 하지만, 발걸음을 떼기 무섭게 훅- 먼지와 함께 거센 바람의 저항이 네이슨을 덮쳤다. 심지어 토네이도의 영향인지 작은 돌멩이들 또한 섞여져 날아왔다. 그 때문에 어떻게든 토네이도를 피하기 위해 낙타를 이끌고 가긴 가지만, 그 속도는 더뎠다.


제길! 이대론 늦어!

눈이 메웠다. 코와 입을 가리느라 정작 눈까지 채 가리지 못한 탓에 눈이 모래에 들어간 탓이었다. 따가운 통증과 더불어 시야가 흐릿해져갔다. 쿠르릉! 하고 간혹 울려 퍼지는 우뢰에 낙타도 네이슨도 깜짝 놀랐다. 네이슨의 뺨을 타고 뭔가 흘러내렸지만 그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두려움이 몸을 잠식했다.


절로 몸이 덜덜 떨렸다. 낙타 역시 무어라 우는 것 같았지만, 잘 들려오지 않았다. 큰 모래 폭풍이었다. 저런 곳에 휩쓸렸다가 살아나온 사람이 있단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괜히 따라왔나? 차라리 따라오지 말고 그냥 안전하게 오제론에서 그림 그리면서 살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발은 어떻게든 회오리를 동반한 모래 폭풍... 아니, 소용돌이 폭풍의 범위에서 벗어나고자 낙타를 이끌고 움직였다.


그러나 바람의 저항에 의해 상상과 현실의 속도는 상당히 차이가 났다. 상상 속에선 낙타를 이끌고 빠르게 뛰어갔지만, 말 그대로 상상으로만 끝날 뿐 실제론 한 걸음씩 바람의 저항에 맞서가며 느리게 이동할 뿐이었다.


반면 소용돌이 폭풍의 범위 내에 들어온 상태에서 토네이도나 마찬가지인 소용돌이 바람은 바람의 저항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펠로는 어떻게 되었을까? 저런 곳에 휩쓸렸다간 살아 있다 해도 몸이 과연 성할까?


성하다 하더라도 모래 폭풍이 끝난 뒤에는? 휘말렸으니 당연히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애초에 폭풍이란 것 자체가 자연 재해이지 않은가?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연 재해를 만났다. 결과야 뻔하지 않은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든 끝에 절망감이 엄습했을 때, 바람의 저항이 옅어졌다. 이에 따라 네이슨은 낙타를 이끌고 빠르게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어?"


몇 초 후에서야 쉽게 걸음이 옮겨지는 것을 인지한 네이슨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발견했다. 회녹색 빛이 반짝이는 것을. 소용돌이 폭풍으로 일어난 먼지 구름과 모래 바람으로 인해 잘 보이지 않는 시야임에도 불구하고 빛을 내기 때문인지 확연히 빛났다. 그 회녹색 빛 덕분에 너무 강렬해 먼지 구름 속에서도 확연히 보이던 토네이도의 윤곽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빛 탄환...?"


네이슨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린 것은 낙타의 울음을 들어서였다.


"이크, 이럴 때가 아니지! 그래, 우선 벗어나자."


그렇게 얘기하고 겁먹은 낙타를 달래면서 네이슨은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방금 빛난 회녹색 빛이 빛 탄환의 빛이 맞다면 아마도 그리펠로는 살아 있을 것이다. 역시 쉽게 죽지는 않는구나. 다행이다. 끝까지 무사하길. 하고 안도하고 내심 속으로 그를 걱정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네이슨은 일순 어이가 없어졌다.


내 목숨이 더 중요한 건데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걸까? 한편으론 다시금 두려움도 일었다. 만약 휘말린 것이 그리펠로가 아닌 자신이었다면 틀림없이 죽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얼마 후, 소용돌이가 약해지면서 지나가다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소용돌이를 중심으로 발생했던 모래 폭풍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일대를 가득 메웠던 먼지 구름 역시 사라졌다. 네이슨은 불과 조금 전 눈앞을 가득 메웠던 먼지 구름이, 모래 바람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뿌리 째 뽑힌 조각목과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진 풀 가닥 하나하나. 더불어 아직까지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지고 있는 자잘한 돌멩이와 토네이도에 휩쓸려 날아갔던 풀 쪼가리들 등이 조금 전 있었던 토네이도가 결코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눈을 돌려보면, 아직도 토네이도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문득 게르오님 역시 건너기 만만치 않은 사막이라는 정보가 떠올랐다. 간혹 부는 토네이도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고, 길을 잃고 방황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여 길 잃은 자들도 평생을 헤매다가 해골만 남기고 죽게 된 이들이 태반이라고 말이다.


하긴, 어떤 사막이 쉬운 사막이겠나? 그래서 이름 있는 상단들은 실력 좋은 템퓨니스트를 반드시 한 명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하던데 문득 그 상단들이 부러워지는 네이슨이었다.


"하아, 그래도 어떻게든 산 것 같다... 너도 우리 따라다니느라 고생이 많다."


베레모를 도로 머리 위에 쓰고는, 문득 낙타를 보며 고생이 많다고 얘기한 네이슨. 곧 슥슥- 낙타의 흐트러진 털을 나름대로 다듬어주었다. 별로 티는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후, 식량을 포함한 짐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후에서야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았다.


중간 중간 떨어지는 돌멩이에 맞지 않도록 팔을 위로 들어 올려야 했다. 다행히 금세 더는 떨어지는 것이 없게 되었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니까. 몇 분여를 조금 더 팔을 위로 들어 올려 머리를 보호했음에도 더는 떨어지는 것이 없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그리펠로를 찾아야겠..."


무심코 말을 흘렸던 네이슨은 그만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만? 돌이랑 모래가 섞여서 떨어진다는 것은... 그럼 그리펠로도 어딘가에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


거기까지 인지하자마자 곧장 그리펠로를 부르며 낙타를 이끌고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그리펠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뚝, 걸음을 멈춘 네이슨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가,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았다. 뿌리 째 뽑혀나간 나무는 분명히 또 봤었던 것 같은데 어째 또 보였다. 직감적으로 길을 잃었음을 인지한 네이슨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황망히 중얼거렸다.


"망했다."



  ‡  ‡  ‡  ‡  ‡



부모님이랑 같이 가다가 부모님 손을 놓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땐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길 잃었다는 것을 자각하면 다시 부모님이 찾아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 그 자리에서 기다려야 한다. 물론 도시나 마을 안에서라면 이게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그 길 잃은 것이 사막 한가운데라면 어떨까? 마냥 다시 찾아와주길 기다려봤자 영영 돌아오지 않고 만나지 못할 확률이 컸다. 그곳이 유동 사막이라면 더더욱. 슬프게도 이것이 진실이었다.


물론 네이슨의 경우 부모와 길을 잃은 것이 아닌 때 아닌 소용돌이 폭풍으로 인해 일행과 떨어진 거였지만... 일단 네이슨 본인은 길치였다. 길치가 아닌 이들조차 길을 잃기 십상인 곳이 바로 사막인데, 그런 사막에서 떨어진 일행을, 그것도 길치가 찾는다? 도리어 일행과 더욱 엇갈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미 네이슨은 한 번 직접 그리펠로를 찾으면서 발을 옮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낙타와 짐이 모두 자신에게 있다는 점일까?


"그, 그래... 아직 낙타랑 짐은 나한테 있잖아? 며칠 정도는 버틸 수 있는데다가... 나침반도 나한테 있잖아? 남쪽 정도는 확인할 수 있어..."


네이슨이 뒷짐을 진 채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주변을 왔다갔다 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무어라 중얼중얼. 입을 쉴 새 없이 놀렸다.


"그러니까 동쪽이나 서쪽 중 아무 방향만 알면... 아니지. 나침반 보고 가도 날 길 잃었었잖아? 그럼 어떡... 아, 그래! 나한테 짐이 다 있는 이상, 그리펠로도 분명 날 찾으러 와야할 거야. 아니, 반드시 올 수밖에 없어. 짐이 다 여기 있으니까! 그러니 내가 이 자리에서 기다리면... 기다리긴 개뿔! 하루만 지나도 일행이 안 오면 내가 직접 찾으러 다녀야 하는 상황인데! 게다가 난 이미 그 녀석 찾는답시고 이동해버렸고!"


마지막 말을 하며 네이슨은 쥐어뜯을 듯이 제 머릴 양손으로 움켜잡았다가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후우, 진정하자 진정해. 겁먹을 거 없어. 불안에 떨 필요도 없고. 그 녀석 의리 하난 끝내주니까 그 녀석도 분명 날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거야. 살아... 있다면..."


솔직히 혼자가 된 작금의 상황이 두렵고 불안해서 조금이라도 더 뭐라 떠들고 싶었는데, 그것도 가능한 긍정적인 쪽으로 말을 하고 생각을 하고 싶었건만, 기이하게도 부정적인 생각과 불길한 말까지 말이 나가고 있었다. 곧 네이슨은 꿀꺽, 침을 삼켰다.


"설마 이런 말 꺼냈다고 진짜로 죽은 채로 발견되는 건 아니겠지? 그 녀석..."


곧 아냐, 아냐! 하고 고개를 저어 애써 불길한 생각을 털어낸 네이슨이 짐 중에서 다시 지도를 꺼내들었다.


"지도 역시 나한테 있어. 그러니까 지도를 통해 내 위치를 확인해 보면..."


된다는 생각에, 희망을 가지고서 지도를 펼쳐본 것까진 좋았으나... 주변을 둘러봐도 모래 평야뿐이고 지도를 펼친다고 해서 해당 지도 위에 자신의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소용돌이 폭풍에 의해 무작정 범위에서 벗어나느라 방향도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은 채 급히 낙타를 이끌고 왔던 네이슨이었다. 그 순간 이미 길은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전혀 모르겠어!"


멘탈붕괴 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하는 말이 아닐까?

네이슨은 순간 머리 한 쪽이 쾅- 하고 폭발하는 것만 같은 환상을 보았다. 마음속에서.


"아니! 애초에 소용돌이 폭풍을 나 혼자만 가까스로 피해 갔는데 길을 잃어버린 상태가 당연하지! 그리고 애초에 그 녀석이 찾아올 수 있긴 할까? 내가 살아있지 않고 죽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는데?!"


다시금 주변을 왔다갔다 하면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낸 네이슨이 연이어 말을 이어갔다.


"섣불리 내가 찾으러 나섰다가 또 길 잃어버렸는데 그럼 난 오히려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그 녀석이 살아 있다고 해도 내가 움직이면 오히려 더 엇갈릴 가능성도 있는데? 아니, 근데 원래 사막 한 가운데에선 마냥 일행을 기다리기만 하는 짓도 미친 짓이고 으아아아아 나더러 어떡하라고오오오오오오!"


끝에 가선 다시금 실제 머릴 쥐어뜯으며 절규하듯 소리쳤다.


작가의말

휴재 끝! 건강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흑흑 얼마나 쓰고 싶던지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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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78화. 총기 바꿔치기 사건 ②. 19.07.31 18 0 16쪽
83 77화. 총기 바꿔치기 사건. 19.07.29 18 0 18쪽
82 76화. 록 하이렉스 사냥. 19.07.26 23 0 15쪽
81 75화. 헤레아 요하니스. 19.07.25 23 0 15쪽
80 74화. 해맞이 나무. 19.07.24 26 0 16쪽
79 73화. 단 한 발의 무게! 19.07.22 23 0 15쪽
78 72화. 가려진 마을 샴바나 ③. 19.07.19 27 0 15쪽
77 71화. 가려진 마을 샴바나 ②. 19.07.18 26 0 17쪽
76 70화. 가려진 마을 샴바나. 19.07.17 26 0 16쪽
75 69화. 소용돌이 폭풍 ③. 19.07.15 26 0 14쪽
» 68화. 소용돌이 폭풍 ②. 19.07.14 30 0 21쪽
73 67화. 소용돌이 폭풍 ①. 19.07.07 29 0 16쪽
72 [외전] 테이놀리 도적단의 비밀 ②. 19.07.05 27 0 12쪽
71 [외전] 테이놀리 도적단의 비밀 ①. 19.07.03 27 0 12쪽
70 66화. 현상금 사냥꾼 레이본 제퍼슨 ③. 19.07.01 26 0 18쪽
69 65화. 현상금 사냥꾼 레이본 제퍼슨 ②. 19.06.28 21 0 15쪽
68 64화. 현상금 사냥꾼 레이본 제퍼슨. 19.06.27 23 0 20쪽
67 63화. 에단의 사연 ②. 19.06.26 2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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