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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금탄환의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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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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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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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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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떠날 준비.

DUMMY

다음날, 다행히 그리펠로는 호우로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호우로를 만나자마자 대뜸 꺼낸 말은 다시금 사격 대결을 하자는 말이었다.


"망신당하고 싶은 건가?"


"망신 안 당해요. 더는."


그러자, 호우로가 두 검은 눈을 빛냈다. 그리펠로가 알아듣지도 못할 거라 내심 여겼거늘, 말뜻을 알아들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더는 총 가지고 뭐라 하지 않을 거야. 그저께 처럼 장비 탓을 하는 바보 짓은 안해요."


그리펠로의 굳은 눈을 본 호우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의 의미였다. 이후 짧으면 20초~ 길면 30초 간격으로 서로 사격하는 총성이 울렸다. 한 대결 당 4발씩. 총 세 번의 대결을 펼치고, 사전 연습은 두 번까지만 허용하는 것으로 했다. 그렇게 해서 두 번의 대결을 펼쳤을 때, 결과만 말하자면 그리펠로가 패했다.


괴물 같은 인간 같으니... 그리펠로가 속으로 중얼거린 말이었다. 나름 사격도 잘하고 잘하는 만큼이나 자신도 있었던 그였지만, 연이은 빗나감과 패배는 내심 자신만만했던 마음을 산산히 부숴주었다. 이 때서야 그리펠로는 깨달았다.


은근히 자만하고 있었구나. 다른 총잡이들도 사격한다고 해서 다 맞추는 것이 아니었다. 베테랑 총잡이들 중엔 백발백중하는 이도 있긴 했으나, 드물었다. 자신은 다른 총잡이들도 쉽게 맞추지 못하는 거리에서조차 명중시키면서 알게 모르게 자만하고 있었다.


마냥 혼자서 죽어라 연습할 때는 그저 지고 싶지 않다는, 이럴 리 없다는 마음과 될 때까지 해보겠다는 마음만이 앞섰을 뿐이었다. 말 그대로 오기였다. 이런 것을 느끼지 못했고, 깨닫지 못했다. 내심 자만했었다는 걸. 실제 대결에서조차 사격은 연습이 된다.


실제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싸우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습이 되는 느낌. 동시에 자신과는 다르게 호우로의 연이은 명중을 보면서 그 자신이 얼마나 자만했었는지 절절히 깨닫게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 깨달은 건 좋아... 그럼... 대체 어떻게 이겨야 하지?

호우로의 기분을 풀어줄 방법. 쿠얼은 네가 잘난 자부심을 건드렸으니 똑같은 총으로 사격해서 이기라고만 얘기했다. 딸랑 그것이 방법이라고 던져준 말이었다.


"사과는 그 뒤에 해도 안 늦어"


라고 덧붙였던 말을 떠올리며 그리펠로는 한숨을 쉬었다. 마지막 세 번째 대결. 이번엔 호우로가 먼저 시작했다. 과녁의 중간 지점에 한 발이 명중하고, 다음 번 총알은 빗나간 듯했다. 그리펠로는 총을 쏘는 호우로의 자세와 총의 위치를 눈여겨보았다. 어쩌면 자세 때문일지도 몰라.


보다 명중률을 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자세나 동작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격투술에도 가장 빠르게 접근하거나 빠르게 막아내기 쉬운 자세나 동작이 있는 것처럼. 이런 생각이 든 후였다. 그리펠로가 총을 쏘는 자세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은.


"호오."


호우로가 감탄했다. 굳이 자세나 각도라던가 동작까지 신경 쓰는 자는 흔치 않다. 대부분 총? 그거 그냥 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하고 넘기기 일쑤지. 자고로 무기는 잘 다루기 위해선 연습도 연습이지만, 필연적으로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했다.


손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들었을 때, 비로소 해당 무기에 통달했다고 할 정도로 숙련했단 의미. 그게 총이라고 다르지 않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총이더라도 다 구경이 다르고, 어떤 소재를 썼는가에 따라서 무게도 감촉도 다 다르다. 심지어 총알의 무게도 완전히 똑같지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총과 총알은 셋트라고 생각해야 한다. 구경에 맞지 않는 총알은 총에 장전조차 불가능할 수 있고, 반대로 작으면 들어가고 쏴지는 것까지도 문제가 없지만, 명중률을 보장할 수 없다.


총열이 짧은 권총의 경우 무작정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미세하게 잘 쏘게 되는 각도, 방향, 위치를 본능적으로 감을 잡고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라며 본인의 늘어난 사격 실력에 만족하는 법.


하지만 총열이 긴 장총의 경우, 따로 직접 이렇게도 쏴보고 저렇게도 쏴보고 위치도 바꿔줘가면서 가장 자신에게 편하면서도 잘 맞출 수 있을 자세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바로 지금 그리펠로가 자신의 자세를 몇 번 따라했다가 조금 변형을 주어 쏴보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샌가 불쾌했던 감정이 조금 누그러진 것을 호우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결과를 바라봤다.


그리펠로가 사전 연습도 끝마치고 4발의 총알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었다. 한 발. 마지막에 쏜 총알이 과녁 정 중앙에 명중했다. 호우로는 3발이 과녁에 명중했으나, 단 한 발도 정 중앙에 명중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가선 잘 한 것같지만, 앞선 두 대결에서 이미 진 바가 있기에 설령 그리펠로가 4발 다 맞췄다 하더라도 이번 사격 대결은 그리펠로가 패한 것이다.


에라,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그리펠로가 털썩-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버렸다.


"흐아... 겨우 고작 하나... 호우로... 아저씨가 이겼네요."


순간 호우로 하고 이름만 말할 뻔했다가 크게 쿠얼에게 혼났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아저씨를 덧붙여 얘기했다.


"유익한 대결이었다."


항상 무익하단 말만 많이 나오던 호우로의 입에서 유익하다는 말이 나오자, 그리펠로가 호우로를 응시했다.


"...죄송해요. 함부로 말해서... 그냥... 그냥 억울하고 분했던 것같아요. 사격엔 항상 자신이 있었고, 사람들도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칭찬을 받으니, 애써 총을 두려워하던 것을 그래 뭐가 두렵냐며 속은 아직 두려워함에도 불구하고 더는 두렵지 않다고 착각했던 일이 떠올랐다. 쓴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도 명중률 하나만큼은 아무도 날 따라올 수 없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했었는데... 자만이었단 걸 아저씨랑 대결을 하고서야 깨달았어요. 아니... 스스로 인정한 것같네요 이건... 죽어라 혼자서 연습했을 땐... 그냥...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오기 부린 거 같거든요."


그렇게 말을 끝맺으며 그리펠로는 눈을 감았다. 생각해 보니, 진짜 호우로가 그 때 화가 났던 건 당연한 거였구나. 싶었다. 나같아도 내가 최고라고 여기던 것을 무시 받으면 화나는데, 상대라고 안 그럴 리 없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싶었는데, 이제 서야 사과하네요."


끝까지 그리펠로의 말을 들은 호우로가 잠깐 하늘을 응시하다가 말을 꺼냈다.


"유익하다. 그리고 무익해. 나야말로 무익하게 민감하게 군 걸지도 모르겠어. 애도 아니고."


"음?"


덧붙인 호우로의 말에 그리펠로가 무심코 흘린 외마디.


"왜 그러지?"


"아..."


호우로가 묻자, 그리펠로는 자연스럽게 쿠얼이 했었던 다른 말을 떠올렸다.


"흥, 하여간, 고놈의 호 깽깽이나 요 깽깽이나 웃기는 짬뽕이야. 경험도 한참 부족한 뭣모르는 꼬맹이가 지껄이는 말따위에 흥분하기나 하고 말이야 지들이 애도 아니고 참나."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냥 아무 말도 안하는 게 낫겠다 싶어 그리펠로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아무것도 아니에요."


싱겁긴. 하고 중얼거린 호우로가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사과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나야말로 미안하다."


호우로의 기분은 이제 완전히 풀어진 듯했다. 이렇게 둘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동안, 대장간에서는 셀릭의 일 역시 마무리가 되었다.


"좋아. 이 정도면 그럭저럭 봐 줄만하군."


셀릭이 만든 그리펠로의 연발총 전용 총알 제조틀을 확인해본 쿠얼이 고갤 끄덕였다. 조마조마하던 셀릭의 표정이 눈에 띄게 확 밝아졌다. 그러나 이어진 쿠얼의 말에 단번에 웃는 얼굴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셀릭. 아이언 마그넷으로 가라."


"가, 갑자기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할아버.. .아니, 스승님."


떨리는 음성으로 울상까지 짓는 셀릭을 보면서 쿠얼이 말을 이었다.


"말 그대로다. 물론, 너 혼자 가라는 게 아냐. 미쳤다고 너 혼자 보내겠느냐? 이번에 마을에 온 여행자들 있지? 그들이랑 함께 가라."


셀릭의 표정이 멍-해졌다가, 이내 일그러졌다.


"시, 싫어요. 아니, 싫습니다! 저, 전... 스승님의 곁에서 배우고 싶고, 또 스승님의 하나뿐인... 하나뿐인 후계자란 말입니다! 그런 제가 왜...! 왜 굳이 그곳까지 가야 합니까?!"


제법 단호하면서 똑부러지게 말하는 셀릭의 말에 쿠얼이 흠. 하고 짧은 외마디를 내뱉었다.


"나한테 배우는 것보단, 그곳에서 배우는 편이 이로워. 또..."


"뭐, 뭐가 이롭다는 거죠? 저, 저한텐 스승님에게 배우는 게 최고이고 가장 이롭습니다! 왜 머, 멋대로 그런 걸 스승님이 정하시는 거죠? 저는...!"


말을 이으려던 셀릭은 순간 말을 잃었다. 쿠얼의 두 회색 눈이 심상치 않게 가라앉아 있었을 뿐더러, 스산한 느낌을 풍겼던 탓이었다.


"셀릭 힐튼. 언제부터 내가 하는 말에 토를 달았지? 또 내가 어르신이 말하는데 중간에 말 끊으라고 가르치디?"


묻는 부분에 있어선 빡쳤음을 증명하듯 이마에 십자 혈관이 올라와 있었다.


"아, 아니... 그게... 그, 그러니까..."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는 셀릭의 두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내 셀릭이 고개를 푹- 떨구었다. 쿠얼은 다시금 작게 혀를 찼다. 내심 대들길 바랬는데 역시 대들지는 않았다. 이전부터 느끼고 있던 점이지만 역시 셀릭은 소심했다. 하다 못해 저 말더듬는 거라도 좀 고쳤으면 하고 바랬던 것이 한, 두 번 생각해본 것이 아니었다.


"이전부터 생각해두고 있었다."


"네, 네?"


전부터 생각해두고 있었단 말이 더 믿기 어려웠던 듯 셀릭이 무심코 되물었고, 쿠얼이 한 차례 고개를 젓고는 말을 건넸다.


"네가 이 마을에 남아서 내 제자로 계속 있는 것 말이다. 네가 마을을 좋아한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하지만 간혹 이곳에만 머물게 하는 게 족쇄가 되게 하는 것 같더구나."


"조, 족쇄라니요! 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확실히 기술은 좋아지고 있긴 하지. 하지만 그 외 다른 건?"


일순 말문이 막힌 듯 대답하지 못하던 셀릭이 재차 말을 더듬었다.


"다, 다른 거라니요...? 마, 만드는 기술만 있으면 추, 충분하지 않..."


그는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이어갈수록 쿠얼의 눈매가 사나워진 탓이었다. 그가 꿀꺽- 침을 삼키며 몸을 떨었지만, 쿠얼은 개의치 않고 말을 내뱉었다.


"이제 보니 정신 머리 자체부터가 아주 썩어 있었구만?"


입이 험해졌다! 셀릭의 눈이 떨렸다. 쿠얼의 말이 이어졌다.


"듣자 듣자 하니까 뭐? 기술만 있으면 장땡인 줄 알어? 흔한 사람 응대조차 안 해? 다른 대장장이들과 정보 교류도 없는 줄 알아?"


다시 셀릭이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위축되어 눈도 쳐다보지 못하는 셀릭을 보면서 흐휴- 하고 한숨을 쉰 쿠얼이 푸념하듯 얘기한다.


"하긴, 죄다 떠나서 기술자도 얼마 없으니 그럴 수도 있나 보구나."


그제 서야 셀릭은 왜 자신더러 아이언 마그넷으로 가라 하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곧 쿠얼의 입에서 그 이유가 흘러나왔다.


"이 마을이 전처럼 풍족하고 살기 좋은 곳이면 또 모를까, 현재로썬 이곳에서 네가 성장하는 데엔 한계가 있어. 나나 다른 녀석들이야 최소 중년인 이상이야. 과거 겪은 것들도 있어. 하지만 셀릭 힐튼. 너는 그렇지 않다. 겪은 것이 적고 이곳에 계속 머문다면 당연히 더욱 경험할 기회가 없어져. 알다시피 여긴 기술자 수조차 너, 나, 테이언 고 깽깽이를 포함해도 다섯 밖에 되지 않는다. 젊고 재능도 있는데, 나나 다른 녀석들이 가지 말라고 널 묶어두면 결국 그게 너에겐 독이 되고 말 거다."


다들... 오히려 떠난다고 하면 말리고 싶어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으로 셀릭의 눈이 재차 떨렸다.


"만약... 제가 끝까지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요...?"


"정 그렇게 가기 싫다고 한다면... 좋다. 가지 않아도 된다."


"...!"


선선히 안 가도 된다고 할 줄은 몰랐던지 셀릭의 눈이 놀란 토끼 눈처럼 동그래졌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의사이니까. 정 가기 싫다면 안 가되, 그 책임은 결국 그 스스로가 지게 되겠지."


그렇게 말을 끝맺으며 흐휴- 하고 쿠얼이 한숨을 쉬었다. 일그러진 미간이, 도리어 안 가도 된다고 얘기하는 것이 마치 더 죄를 짓는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쿠얼이 눈을 감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미 다른 녀석들도 동의한 사항이지만... 네가 정 싫으면 굳이 가지 않아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저 안타깝게 여길 뿐이지."


"....갈게요."


"정말이냐?"


셀릭이 얼마나 마을을 좋아하는 지 알기에 실제로 내심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며 꺼낸 말이었는데, 뜻밖의 대답이었다. 셀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못 보내는 걸 그렇게 죄 짓는 거같은 표정 지으시면 싫어도 갈 수밖에 없잖아요. 에헤헤... 그, 그리고... 정말로 경험이 부족한 건 확실한 사실이니까... 스승님은 아무 이유 없이 뭐, 뭔가를 시킬 분은 아니시죠."


"녀석, 그걸 잘 아는 놈이 가기 싫다고 땡깡을 부려?"


딸꾹.


"...방금 건 겁내라고 한 말이 아닌데..."


"에헤헤... 그, 그런가요?"


배시시 웃으며 표정을 푸는 셀릭. 고작 쿠얼이 말한 거가지고 딸꾹질한 것이 본인도 무안하긴 했던 듯 고개를 숙였다. 흐휴- 하고 쿠얼이 재차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고개 숙여대지 마라. 그럴수록 만만해보인다는 거 몰라?"


"하, 하지만 스승님이 나보다 어른인 사람들에겐 깍듯이 대하고 고개 뻣뻣이 들고 눈 똑바로 마주치지 말라고 하셨..."


"내가 그렇게 말한 건 많은 놈들이 나같은 노인네들을 공경할 줄 모르니까 했던 말이야 이놈아! 후우... 아무래도 어느 정도 나 때문도 있는 거 같기도 하구나..."


비록 광산 도시까지만이라고는 하나, 그때까진 데리고 다녀야 하는 그리펠로와 네이슨이 떠난 지 얼마 안 있어 제 욕을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쿠얼이었다. 그 시각, 네이슨은 헤레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네이슨. 네 그림 실력은 형편 없어."


정정하자. 헤레아가 네이슨을 까고 있었다. 네이슨은 설마 하니 헤레아마저 그런 얘길 꺼낼 줄 몰랐다는 듯,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헤레아가 말을 이었다.


"오해하지 마 네이슨. 넌 풍경은 무척 무척 잘 그려! 하지만 동물 그림은... 솔직히 말해서 너무 못 그리는 것 같아."


"하, 하지만 어제는! 어제는 그럭저럭 봐 줄만했다고 했잖아 누나!"


"음... 그거야 너무 사실대로만 알려주면 심하게 상처 받을까봐 그랬던 거지..."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네이슨에게 더욱 상처가 되고 있다는 것을 헤레아는 알까? 헤레아가 말을 이었다.


"또, 그렇게 얘기 안하면 계속 그릴 것같아서..."


확실히 사실대로만 말했으면 지금까지도 네이슨은 록 하이렉스를 다시 그리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인정 받을 때까지 그리는 건 당연한 거에요!"


아니, 내 생각엔 그건 그냥 삽질 같아. 갈수록 더 못 그리는 걸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이 정도면 종이가 아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헤레아는 굳이 이 말까지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다르게 말을 건넸다.


"꼭 같은 것만을 그린다고 인정 받는 건 아니야. 네이슨. 이미 그림은 많이 그렸으니까, 다른 그림을 그려보는 게 좋지 않을까? 아, 그렇다고 꼭 마을에 있는 것을 그릴 필요는 없어. 이를테면... 그래. 다른 마을이나 도시의 풍경을 그려보는 건 어때?"


돌려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 말이었다. 종이 아까우니까 삽질 좀 그만하고 여기서 그림 그리는 짓 좀 그만해! 특히 동물 그림은! 이라는 소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네이슨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지 않으면서 성공적으로 돌린 것이었던 듯 네이슨이 환-하게 웃었다.


"아! 누나 말이 맞는 것같아. 그래. 꼭 록 하이렉스를 그릴 필요는 없지! 다른 그림을 그릴 종이도 아껴두긴 해야 하고 말이야!"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네이슨을 보며 헤레아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한편으론 테이언이 연발총 총알을 넉넉히 제조해두었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곤 말을 꺼냈다.


"그리펠로의 총알이 다 만들어지는 대로 총과 총알을 받고 바로 떠날 거라고 했지?"


"네...? 아, 아니 응 맞아.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버지에게 들었거든. 그리펠로가 대장간에 왔을 때 아버지랑 드와이트 할아버지에게 얘기했던 모양이야. 다 완성되는 대로 가겠다고. 뭔가 호우로 아저씨랑 문제가 생긴 모양인데, 거기까진 얘길 안해주더라."


그러면서 헤레아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헤레아의 아버지는 테이언을 말하는 거겠고, 드와이트는 쿠얼을 말하는 것일 터. 그 녀석은 대장간엔 또 언제 가서 얘길 해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한편으론, 생각해 보니 지나가면서 얼핏 대장간에 있는 모습을 봤던 것도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뭐 들은 얘기 없니?"


눈을 반짝이며 묻자, 네이슨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아니, 몰라... 그리펠로가 사고쳤다. 는 것밖에는."


무심코 존댓말을 썼다가 급히 바꾸는 네이슨이었다.


"그래? 휴우. 친구니까 당연히 알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요새 따로 떨어져 있었으니까요"


네이슨은 네이슨대로 그림 그리느라 뽈뽈 돌아다녔었고, 그림 그리지 않을 때는 칙칙 나무를 구경하거나 마을을 둘러봤었다. 헤레아와 함께 한 번 둘러본 뒤로는 항상 봤던 길만 본 것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네이슨은 애써 그 사실을 무시했다. 그 뒤, 이어진 헤레아의 말에 네이슨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워야만 했다.


"뭐, 그럼 모를 수도 있겠네. 그럼... 내일 바로 떠나려나...?"


"네...?"


무심코, 다시 존칭으로 말을 꺼냈음을 네이슨은 인지하지 못했다.


작가의말
오랜만입니다. 느리게나마 이렇게 시간 내 꾸준히 완결까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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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86화. 셀릭 힐튼 ②. 19.10.27 7 0 17쪽
92 85화. 셀릭 힐튼. 19.09.18 9 0 17쪽
91 [외전] 지난 날의 후회. 19.08.30 12 0 13쪽
90 84화, 떠날 준비 ②. 19.08.27 18 0 23쪽
» 83화. 떠날 준비. 19.08.25 21 0 18쪽
88 82화. 뚜렷한 목표를 정하다 ②. 19.08.07 22 0 16쪽
87 81화. 뚜렷한 목표를 정하다. 19.08.05 18 0 14쪽
86 80화. 단 한 발의 무게! ②. 19.08.02 23 0 15쪽
85 79화. 엘랑의 사과. 19.08.02 22 0 19쪽
84 78화. 총기 바꿔치기 사건 ②. 19.07.31 19 0 16쪽
83 77화. 총기 바꿔치기 사건. 19.07.29 20 0 18쪽
82 76화. 록 하이렉스 사냥. 19.07.26 24 0 15쪽
81 75화. 헤레아 요하니스. 19.07.25 24 0 15쪽
80 74화. 해맞이 나무. 19.07.24 28 0 16쪽
79 73화. 단 한 발의 무게! 19.07.22 24 0 15쪽
78 72화. 가려진 마을 샴바나 ③. 19.07.19 28 0 15쪽
77 71화. 가려진 마을 샴바나 ②. 19.07.18 27 0 17쪽
76 70화. 가려진 마을 샴바나. 19.07.17 26 0 16쪽
75 69화. 소용돌이 폭풍 ③. 19.07.15 27 0 14쪽
74 68화. 소용돌이 폭풍 ②. 19.07.14 30 0 21쪽
73 67화. 소용돌이 폭풍 ①. 19.07.07 29 0 16쪽
72 [외전] 테이놀리 도적단의 비밀 ②. 19.07.05 27 0 12쪽
71 [외전] 테이놀리 도적단의 비밀 ①. 19.07.03 27 0 12쪽
70 66화. 현상금 사냥꾼 레이본 제퍼슨 ③. 19.07.01 27 0 18쪽
69 65화. 현상금 사냥꾼 레이본 제퍼슨 ②. 19.06.28 21 0 15쪽
68 64화. 현상금 사냥꾼 레이본 제퍼슨. 19.06.27 23 0 20쪽
67 63화. 에단의 사연 ②. 19.06.26 2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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