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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금탄환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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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7 21:32
최근연재일 :
2019.10.2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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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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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84화, 떠날 준비 ②.

DUMMY

"자, 잠깐만요 누나..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녀석 총알 아직 다 완성 안 된 거 아니었어?"


"아니? 넉넉히 만들어두었던 걸?"


"하지만 내가 대장간을 봤을 땐 제조틀 조차 아직 못 만든 것 같던데..."


이상하다는 듯 그렇게 얘기하자, 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린 헤레아가 대꾸한다.


"셀릭 오빠가 만들고 있는 건 따로 드와이트 할아버지가 주신 과제고. 오빠더러 만들라고 했지만, 할아버진 본인이 직접 만들어보지도 않고 남에게 만들어보라 시키지 않으시거든."


"뭐야. 그런 거였어?"


그런 거였다고 대꾸하는 헤레아의 말을 들으며 네이슨은 생각에 잠겼다. 그 녀석은 호우로를 이기기 전까진 직접 받으러 찾아가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그럼 이길 때까진 이곳에 머무는 건가? 그 녀석? 아니, 애초에 이 사실 그 녀석도 알고는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네이슨은 곧바로 헤레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리펠로에게 향했다. 그새 서로 이야기가 잘 풀린 것인지 다시금 권각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겠는데?"


따라온 헤레아가 얘기하는 말에 네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네."


그냥 기다리기도 뭐하니 기다리는 동안 저 둘이 싸우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이내 네이슨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기엔 너무 치고받는 속도가 빠를 뿐더러, 종이도 슬슬 아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그래도 얼핏 막상막하의 모습을 보여주던 그리펠로였지만, 결국 호우로를 이기지는 못했다. 딱, 자신의 목에 맞닿아 있는 호우로의 주먹에 꿀꺽, 침을 삼켰다. 호우로가 손을 거두고서도 한동안 멍-하니 호우로를 응시하다가 뒤늦게 미간을 찡그렸다.


"진짜 가차 없네."


"고마운 줄 알아라. 멍들었다고 해서 봐주고 있는 거다."


그 말이 더 분한지 그리펠로가 으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이어진 호우로의 말에 두 눈을 끔뻑였다.


"재능도 괜찮은데, 왜 여태 안 배웠지? 총기 조립, 분해 알려주던 녀석이 그런 기본적인 것도 알려주지 않았던 건가?"


"...나도 몰라요. 오제론에 머물던 용병 스승은 그런 것까진 안 알려줬는걸요."


"보다 일찍 배웠으면 더 좋았을 것을..."


쯧, 하고 혀를 차는 호우로를 보며 그리펠로는 꿍한 얼굴이 되어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언제 배우든 댁이 무슨 상관이야... 저건 분...


"야, 그맆."


생각을 잇던 그리펠로의 정신을 현실로 돌려놓는 음성이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네이슨과 헤레아가 함께 자신에게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호우로 아저씨!"


"헤레아도 왔구나."


헤레아가 반갑게 웃으며 호우로를 부르자, 호우로 역시 미소 지으며 맞아주었다. 이후 서로 대화를 나눌 동안 그리펠로와 네이슨 역시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아저씨에게 사과는 했냐? 언제 다시 친해진 거야?"


"친해지긴 무슨! 자고로 내가 지기만 한 상태에선 친해졌다고 볼 수 없는 거야."


"그건 무슨 개똥 논리야?"


어이없다는 듯이 묻는 네이슨에게 그리펠로는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하고 억지를 부렸다. 그리펠로의 수준은 역시 그리펠로 수준인가 보구나... 라는, 그리펠로가 들었다면 그게 무슨 뜻이냐며 단박에 발끈할 생각을 하며 네이슨이 입을 열었다.


"겉보기엔 잘 풀린 것 같았는데?"


"잘 풀리기야 했지. 문젠 아직도 내가 호우로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지."


그러자, 네이슨이 그리펠로를 한심하게 보며 말을 잇는다.


"야, 그리펠로. 상식적으로도 생각을 해 봐라. 호우로 아저씨는 너보다 최소 30년 이상 험한 사막 곳곳에서 구르고 구른 베테랑 총잡이야. 그에 비해 넌 여행 떠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초.보 총잡이고 말이지. 네가 이길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라고."


"그래도 역시 지는 건 기분이 엿같아서 싫어."


솔직히 난 부분 부분적이나마 막상막하의 모습을 보여주는 지금도 대단한 거같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런 네이슨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 지 정작 그리펠로는 본인이 싸움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아, 난 언제쯤 강해질 수 있을까? 따위의 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말을 호우로가 만약 들었다면, 상대가 자신이어서 그렇지, 기본기에 응용, 거기에 감각이 뛰어나서 웬만한 어중이떠중이들은 근접전에서 그냥 쳐 발라버릴 수 있을 거라고 정정을 해주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호우로는 그리펠로의 말을 듣지 못했다.


"뭐, 아무튼 아저씨랑 대결은 슬슬 그 쯤 해둬."


"그건 왜?"


"헤레아 누나가 그러는데, 이미 네 그 연발총 총알은 넉넉히 준비해두었다더라."


그에 그리펠로가 헤에- 하는 감탄사를 흘리며 말을 잇는다.


"헤에... 언제 다 준비했대?"


그리펠로의 물음에 네이슨은 본인도 잘 모른단 의미로 어깨만 으쓱여 보였다.


"그래서, 어쩔 거야? 난 분명 네가 호우로 아저씨를 이긴 뒤에서야 총과 총알 받으러 갈 거라고 들었거든."


그에 으음... 하고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기는 그리펠로. 얼마 안 있어 간단하게 대꾸한다.


"좋아. 그럼 내일 오후에 바로 떠나자!"


"뭐...? 너, 그래도 되는 거냐? 호우로 아저씨와의 대결은?"


"얘가 뭔 소리래? 당연히 대결에서도 이길 거야! 늦어도 내일 오전엔 반드시 이기고 점심 먹고 바로 출발하는 거지!"


퍽이나 이기겠다 야. 하고 말했으나, 네이슨의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단 것을 증명하듯 그리펠로는 혼자 반드시 이기고 말겠어! 라며 타오르듯 이글거리는 눈으로 호우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러다 아저씨 부담 갖는 거 아닐까? 하고 네이슨은 일순 생각했다. 더불어 정말 그리펠로가 얘기한 대로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리라.


시간은 흘러 다음날 오전, 다시금 호우로와 대결을 벌였을 때 모두가 놀랐다. 모두라고 해봤자, 지켜본 이는 요하니스 일가를 포함한 네 명 뿐이었지만... 아무튼 처음엔 대련 혹은 대결을 빙자한 일방적인 구타만 당했던 그리펠로가 이번엔 제법 긴 시간 동안 호우로와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쳐 보인 것이다.


하지만 결국, 끝에 가서는 지고 말았다. 그것도 어제와 똑같은 호우로의 수법에 당함으로 말이다.


"우키엑?"


우스꽝스러운 비명을 내뱉으며 바닥을 나뒹군 그리펠로가 "아, 아저씨 방금 그거 감정 실었지?!" 하고 소리쳤다.


"네 승리를 향한 광기가 무익하게도 너무 엿같아서 나도 모르게 힘을 좀 과하게 싣기는 했다."


놀랍게도 호우로는 순순히 긍정했다. 하지만 바로 덧붙여진 말에 그리펠로는 입을 꾹- 다물어야만 했다.


"빈틈을 일부러 드러낸 빈틈인지 아닌지 정돈 읽어라."


말이 없는 그리펠로를 보며 호우로가 말을 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 욕심 좀 접어라. 그런 욕심은 무익하다 못해 독이다. 심지어 어제 거랑 기술도 위치도 완전히 똑같은 페이크였는데 그 욕심을 못 참고 덤벼드니 원... 싸움에 바보인 건지 천재인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군!"


"싸우는 것에서조차 성급함이 드러나나 보군..."


네이슨이 작게 중얼거린 말이었지만, 제법 정확한 지적이기도 했다. 더불어 경험의 차이 때문에라도 그리펠로는 질 수밖에 없었다. 경험은 쉽게 메꿔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끙... 하고 앓는 소리를 흘리는 그리펠로를 보며 이번엔 테이언과 헤레아가 순서대로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하군. 저 호우로와 막상막하에, 잠깐이나마 몰아붙이다니..."


"와아, 저도 호우로 아저씨와 막상막하로 격투를 벌이는 사람은 거의 처음 본 것같아요."


호우로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헤레아와 테이언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고, 둘은 호우로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어떻게 된 거냐, 혹시 봐줘가면서 한 것은 아니냐 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처음만 해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던 그리펠로가 어째서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성장한 것인지 까지. 그리곤 헤레아는 그리펠로에게도 다가가려 했으나, 그것을 호우로가 막았다.


"쓸데없이 굉장하다는 등 대단하다는 등 칭찬하지 마라. 무익하다. 저 놈에겐."


"네? 하, 하지만..."


"흥, 잘한다고 해서 주변에서 띄워주고 치켜세워주면 쓸데없는 자존심만 늘어나고 오만해지기 십상이지. 그렇게 될 바엔 차라리 지금처럼 본인이 약하다고 느끼고 있게 하는 편이 더 나아."


그거... 그거대로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이내 헤레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듯 마을 주민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리펠로와 네이슨 역시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네가 이기는 게 더 이상한 거라니까?"


"윽, 내, 내가 방심하지만 않았어도 분명 이겼을 거야!"


"어련하겠어. 그래서 못 이겼으니까 또 도전하게?"


왠지 지기 싫어하는 이 녀석이라면 그러지 않을까 싶어 반쯤 조금 더 마을에 머물다가 갈 것을 각오하고 꺼낸 말이었는데,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니, 난 한 입으로 두 말은 안 해. 오늘 오후 떠난다고 했으니까. 결과야 어찌 됐든 간에 오늘 떠날 거야."


"의외네. 이길 때까지 쭉 할 줄 알았더니..."


"내가 욕심 부리면, 그만큼 지체하게 되고. 그럼 너도 덩달아 지체하게 될 거 아니야. 내가 이미 어제 늦어도 오늘 오후엔 떠날 거라고 했는데 말이야. 그건 안 돼지."


그렇게 말하며 씩- 웃어 보이는 그리펠로.


"그리펠로..."


조그맣게 그를 부르다, 네이슨 역시 작게 미소 지었다.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으나, 이미 기본기와 연계 동작 등 배울 것은 다 배웠다고 호우로도 얘기했다. 남은 것은 자신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밤마다 호우로와의 대결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면서 연습을 하자고 그리펠로는 다짐했다. 더불어 그런 그리펠로에게 뜻밖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뭐라고...?"


점심 식사 직후, 후식으로 녹고구마 파이를 먹던 그리펠로가 먹던 것을 뚝- 멈춘 채 눈앞에 들이민 허수아비를 바라봤다.


"격투술 연습용 형씨! 이름은 팔자야!"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자랑스레 말하는 엘랑. 엘랑이 들이민 허수아비는 실제로 옷처럼 연두색 천까지 두르고 있었고, 쭉 뻗은 팔의 끝에는 각각 파랑색과 초록색 작은 장갑까지 끼워져 있었으며, 뭔가 걸레로 장식한 듯한 머리카락 위로는 낡디 낡은 밀짚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덧붙여 표정의 눈썹이 세워져 있어서 화가 나 있는 것 같은 눈이었지만, 정작 입은 웃고 있어서 마치 자신만만하게 상대를 바라보는 표정 같았다.


"그냥 주기엔 뭔가 너무 밋밋한 것 같아서, 내가 친구들이랑 좀 꾸며봤지!"


그러면서 제 코밑을 슥- 손으로 훔치는 엘랑이었다.


"아, 아니... 그, 마음은 고마운데... 그 허수아비... 가지고 다니기엔 좀 크다는 생각 안 드냐...?"


그리펠로가 진지하게 얘기했다. 실제로 부담스러운 것이, 허수아비가 자신의 키 만했다. 허수아비 키가 165cm는 된다는 소리다.


"그게 무슨 소리야 형? 형과 비슷한 키로 맞춰야 연습 상대로 적당하지!"


그리펠로의 표정이 난감해졌다. 한편, 비슷하게 난처한 일을 겪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 떠난다고 했지? 암벽 위에서 그렸다는 석양이 지는 진풍경 그려준 이 그림. 정말 고마워! 보답으로 이곳에 있는 태엽시계 중 한 가지 골라 봐. 돈은 안 내도 되니까. 말이야."


네이슨이 석양이 지는 진풍경을 그린 것을 보여주었을 때, 헤레아가 가지고 싶어 하는 눈치이자, 선선히 헤레아에게 주었었다. 물론, 네이슨은 따로 한 번 더 그렸고 말이다. 헤레아는 해당 그림을 손으로 들면서 다시 한 번 멋진 그림을 주어 고맙다며 원하는 태엽시계 중 한 가지를 골라가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 총도 총알도 빌려 쓰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다며 거절한 것이 설마 하니 떠나는 날 당일 이런 식으로 되돌아올 줄이야!


사실, 이는 좋은 일이었다. 실제로 그리펠로나 자신이나 휴대용 시계가 없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모양의 태엽 시계가 있다 보니, 다른 의미로 고민되었다. 동시에 헤레아 역시 평범한 모양의 태엽 시계를 가져가는 것은 원치 않아 하는 모양이었기 때문에 난감했다. 잠시 고민하던 네이슨은 이내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누나, 저... 는 일단 친구와 여행하는 몸이니 시계는 친구도 함께 쓰게 될 거에요. 아니, 될 거야. 그러니까 친구의 의견도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아! 그렇구나."


자신이 미처 그 생각은 못했다는 듯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헤레아에게 빙긋- 웃어주며 네이슨이 그럼 빨리 바로 그리펠로를 데려오겠다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리펠로도 식사 다 마칠 때까지 기다릴 걸 그랬다는 생각을 내심 하면서... 다시 그리펠로 쪽으로 돌아가서, 그리펠로는 고민하다가 다른 말을 건넸다.


"이거 말고... 혹시 다른 건 없을까? 조금 더 작은 선물로... 선물이 꼭 이렇게 클 필요는 없잖아?"


"뭐야 형. 지금 내 선물은 받기 싫다 이거야?"


"그걸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 건데?!"


역시 이 녀석 성격이 꼬여 있거나, 아니면 천성이 선하지는 않은 게 분명하다. 자신이 다른 말을 꺼냈다고 해서 곧바로 저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게 그러니까... 안 그래도 나나 네이슨 그 녀석의 짐을 낙타가 옮기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 이것까지 짊어지면 좀 그렇지 않냐?"


"형이 선물 받은 건데 이걸 왜 낙타한테 넘기려 해?"


그리펠로는 한 손을 제 이마로 가져갔다. 네이슨이 온 것은 이 즈음이었다.


"그리펠로!"


부름에 그리펠로도, 엘랑도 네이슨을 응시했다. 무슨 일이냐고 그리펠로가 묻자마자 곧바로 네이슨이 자신이 겪은 난감한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거 그냥 네가 좋아 보이는 걸로 알아서 고르면 되지 않아?"


이야기를 다 들은 그리펠로가 대꾸한 말이었다. 엘랑도 그에 동의했다.


"그러게.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모양을 고르면 되지."


"...솔직히 난 평범한 거 고르고 싶단 말이야!"


"그런데?"


그리펠로와 엘랑이 동시에 그렇게 대꾸하자, 어쩐지 묘하게 열이 받는 것을 느끼며 네이슨이 입을 열었다.


"근데 평범한 모양의 시계를 고르려고 하면 여지없이 누나가 실망한단 말이지..."


"그게 신경 쓰이면 평범하지 않은 걸 고르면 되잖아."


그리펠로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얘기했고, 그에 엘랑이 동의했다.


"맞아. 맞아! 아니, 우리 헤레아 누나가 실망하면 오히려 더욱 더 누나가 원하는 걸 가져가야지!"


"확실히 유독 평범해 보이는 시계를 집으려 했을 때만 그렇지, 다른 건 반응이 다 좋았긴 했는데..."


"그럼 그 중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거로 고르면 되겠네."


그에 네이슨이 거기서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다. 네이슨 본인은 그냥 무난한 모양의 시계나 굳이 평범하지 않은 걸 고르라면 풍경 같은 시계를 원한다고 말이다. 전자는 그렇다 쳐도 확실히 후자는 문제일 수 있겠다 싶어 그리펠로 역시 고민할 때, 네이슨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다 잘 만들어서 고민되는 것도 있어. 난 못 고르겠더라. 그러니까 네가 한 번 골라 봐라. 이상한 것만 고르지 않으면 난 뭐든 오케이야. 어차피 시계가 없기도 했고, 같이 여행하는 만큼 나 뿐 아니라 너도 함께 쓰게 될 거 아냐."


"그...렇긴 하지."


고갤 끄덕이는 그리펠로에게 네이슨이 결정타를 먹였다.


"그러니 너에게도 원하는 시계를 고를 권한이 있다는 말이야!"


"아! 그게 그렇게도 되는 건가? 좋아!"


"잠깐만 기다려 형들."


바로 남은 녹 고구마 파이를 입에 물은 그리펠로가 곧장 네이슨을 따라갈 기세이자, 급히 엘랑이 둘을 불렀다.


"그리펠로 형.... 이거. 팔자 가져가야지!"


그러면서 엘랑은 허수아비 자칭 '팔자'를 그리펠로를 향해 던졌고, 깜짝 놀란 그리펠로가 반사적으로 양손을 앞에 들었다. 텁- 제대로 못 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정확히 잘 캐치한 듯했다. 후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엘랑과 네이슨의 말이 이어졌다.


"받아줘서 고마워 형!"


"받아줘서 고맙다니! 야, 그리펠로 그 큰 건 어디다 쓰려고 가져가려는 건데? 너, 제정신이야?"


그리펠로가 욕지거릴 내뱉으려던 찰나, 엘랑이 대신 네이슨의 말에 대꾸했다.


"어디다 쓰기는! 연습할 때 쓰라는 거지! 나도 혼자 격투 술 연습할 땐 자주 허수아비 형씨를 이용했어. 팔자 형씨는 내가 그리펠로 형을 생각해서 특.별.히 정성들여서 새롭게 만든 허수아비라고."


마음은 고맙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왜 저녁 내내 잘 안보이나 했더니 그딴 거 만드느라 안 보인 거였냐?

각각 순서대로 그리펠로와 네이슨의 속마음이었다. 엘랑의 말이 이어졌다.


"허수아비가 모양새도 딱 사람 형태라서 연습한 기술 시험해보기도 딱 좋고."


연습한 기술을 시험해본다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 사진이나 그림을 허수아비에 붙이고 그 허수아비를 공격하면 스트레스 풀이도 되고!"


때려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연습이라는 말에 그리펠로가, 스트레스를 푼다는 말에 네이슨이 각각 귀가 솔깃해졌다.


"난 잘 안 되는 동작이나 기술도 요 허수아비 형씨에게 많이 연습..."


"이거 우리가 가져갈게!"


엘랑의 말을 끊고 그리펠로와 네이슨이 동시에 소리친 말이었다.


"어어...?"


"안 그래도 대결에서 내 돌려차기 기술을 정작 시험해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거기에 이런 저런 연습까지...!"


"애초에 때린다는 것 자체가 내 신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곤 했지. 하지만 무생물이라면!"


"참 잘 됐어!"


결국 끝에 가선 둘이 동시에 잘 됐다 말하며 기뻐하는 둘이었다.


"어어...?"


엘랑이 멍청하게 중얼거리는 말이 있었으나, 둘은 깔끔하게 무시한 채, 함께 허수아비를 갖고 헤레아의 집이자 가게인 시계태엽 전문점으로 향했다. 둘은 허수아비의 크기 문제를 새까맣게 잊어버린 듯했다.


"좋았어. 이거로 결정!"


그리펠로가 결정한 태엽시계는 네이슨에게도 제법 만족스러웠다. 검은 신사 모자를 쓴 고양이 탁상시계였는데, 겉만 모자일 뿐 모자 안에 시계 숫자와 초침이 있는 형태의 탁상시계였다. 노란 눈의 검은 고양이는 마치 시계를 보는 것처럼 눈동자가 위를 향하고 있었고, 시계의 크기 역시 적당했다.


헤레아 역시 무척 기뻐했고 말이다. 이후 너무 짐을 많이 가져가려 하는 셀릭에게 쿠얼이 잔소리를 하는 해프닝이 있는 동안, 두 사람도 허수아비를 가져가는 것에 문제가 생겼다. 짐이 이미 가득해서 낙타에겐 실을 수 없고, 직접 등에 이고 가는 것...을 좋아할 리는 없었다.


결국 셀릭이 제대로 준비를 맞춰 올 때까지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짜증난 쿠얼이 허수아비의 긴 막대 부분을 절반으로 뚝- 부러뜨린 뒤, 그 부러뜨린 막대와 함께 나귀의 등 위에 싣게 했다.


그러자, 길이가 적당해져 나귀의 등 위에 싣고 가까이 붙어서 가도 될 법했다. 막대기의 길이가 긴 탓에 뒤나 옆에서 함께 가는 일행이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 외로도 나귀 세 마리를 더 얻을 수 있었는데, 타고 가라고 쿠얼이 배려해준 것이었다. 아니, 정정하겠다. 셀릭이 간절히 쿠얼에게 타고 갈 나귀라도 내어달라 부탁하였고, 그에 따라 나귀들을 더 내어주게 된 거였다.


"주는 게 많은 만큼 받아가는 것도 있어야지! 가는 도시나 마을마다 우리 마을 홍보 좀 해라. 대놓고 오라고 할 필욘 없고, 너희가 지나쳐 온 마을 중에 이곳. 샴바나도 있다고 얘기만 꺼내줘도 된다."


이것이 그리펠로와 네이슨에게 나귀를 내어주는 대가였다. 그리고...


"네이슨이라고 했던가? 자, 받아라."


테이언이 작은 주머니를 던짐에 따라, 네이슨이 얼결에 그것을 받았다. 제법 묵직해 뭔가 싶어 슬쩍 주머니 안을 확인해본 네이슨의 눈이 동그래졌다. 내용물이 총알이었기 때문이었다.


"파하하, 뭐냐 그 표정은? 그리펠로 것만 준비해줄 줄 알았나 보지? 뭐, 사실 그 녀석 총알보단 갯수가 적긴 하지.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거다."


"제, 제게도 총이 있는 건 어떻게 아시고...?"


"네 친구가 보여주던데? 그거 보고 만들었으니 구경도 얼추 맞을 거야."


네이슨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그.리.펠.로?"


다분히 화가 난듯한 음성으로 한자 한자 끊어서 네이슨이 얘기하자, 그리펠로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키하...하...하... 사실 내 총을 둘 다 맡겨서 한동안 이곳 총만 만지다 보니까... 원래 총 만지던 감각이 그리워지더라고... 그래서 슬쩍 네 총으로도 같이 연습했었..."


"그.리.펠.로!! 변명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던가! 넌 지금 한 말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감각이라면 사실일 거다."


끼어든 테이언의 말에 네이슨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테이언을 응시했다. 테이언이 어깰 으쓱이며 말을 잇는다.


"원래 무기라는 게, 항상 쓰던 것만 쓰다가 갑자기 다른 거로 바꾸면 실제로 그런 것도 있거든. 원래 쓰던 무기가 그리워지고 그 감각이 그리워지는?"


"무익하다."


호우로가 짤막히 끼어들며 쯧- 하고 혀를 찼지만, 테이언은 뭐 어떠냐며 파하하- 하고 웃어보일 뿐이었다. 설마 하니 자신이 틀릴 거라곤 생각 치 못 했던 네이슨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빡이자, 그리펠로가 실실 웃으며 짖궂게 물었다.


"키흐흐흐, 그래서. 안 가질 거야?"


"아, 아니...가, 가질 거야. 고맙습니다. 테이언 씨."


뒤늦게 감동받은 얼굴로 예의바르게 감사 인사를 하자, 테이언이 입을 달싹였다.


"사실 그렇게 고마워할 것 없어. 실은 이건 우리 딸내미랑 잘 지내준 보답이거든. 서비스라고 생각해도 좋아."


덧붙여서, 연발총만 쓸 것이 아니라면 그리펠로에게도 필요하겠지.

그런 말은 굳이 내뱉지 않고 테이언은 씩- 웃어보였다.


"그래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펠로 역시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는 슬쩍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이왕 주시는 거 그냥 나귀까지 공짜로 주...읍."


"아하하... 그냥 우리들에게도 나귀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려던 겁니다. 이 녀석은. 여러 모로 신세 정말 많이 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급히 그리펠로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빠르게 얘기한 네이슨이 쿠얼과 호우로, 요하니스 일가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새로 합류한 셀릭과 함께 여정에 올랐다.


작가의말

긴 탓에 퇴고에도 좀 시간이 걸렸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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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탄환의 전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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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86화. 셀릭 힐튼 ②. 19.10.27 7 0 17쪽
92 85화. 셀릭 힐튼. 19.09.18 10 0 17쪽
91 [외전] 지난 날의 후회. 19.08.30 12 0 13쪽
» 84화, 떠날 준비 ②. 19.08.27 19 0 23쪽
89 83화. 떠날 준비. 19.08.25 21 0 18쪽
88 82화. 뚜렷한 목표를 정하다 ②. 19.08.07 23 0 16쪽
87 81화. 뚜렷한 목표를 정하다. 19.08.05 18 0 14쪽
86 80화. 단 한 발의 무게! ②. 19.08.02 23 0 15쪽
85 79화. 엘랑의 사과. 19.08.02 22 0 19쪽
84 78화. 총기 바꿔치기 사건 ②. 19.07.31 19 0 16쪽
83 77화. 총기 바꿔치기 사건. 19.07.29 20 0 18쪽
82 76화. 록 하이렉스 사냥. 19.07.26 24 0 15쪽
81 75화. 헤레아 요하니스. 19.07.25 24 0 15쪽
80 74화. 해맞이 나무. 19.07.24 28 0 16쪽
79 73화. 단 한 발의 무게! 19.07.22 24 0 15쪽
78 72화. 가려진 마을 샴바나 ③. 19.07.19 28 0 15쪽
77 71화. 가려진 마을 샴바나 ②. 19.07.18 28 0 17쪽
76 70화. 가려진 마을 샴바나. 19.07.17 26 0 16쪽
75 69화. 소용돌이 폭풍 ③. 19.07.15 27 0 14쪽
74 68화. 소용돌이 폭풍 ②. 19.07.14 30 0 21쪽
73 67화. 소용돌이 폭풍 ①. 19.07.07 29 0 16쪽
72 [외전] 테이놀리 도적단의 비밀 ②. 19.07.05 27 0 12쪽
71 [외전] 테이놀리 도적단의 비밀 ①. 19.07.03 27 0 12쪽
70 66화. 현상금 사냥꾼 레이본 제퍼슨 ③. 19.07.01 27 0 18쪽
69 65화. 현상금 사냥꾼 레이본 제퍼슨 ②. 19.06.28 21 0 15쪽
68 64화. 현상금 사냥꾼 레이본 제퍼슨. 19.06.27 24 0 20쪽
67 63화. 에단의 사연 ②. 19.06.26 2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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