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탄환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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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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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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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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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그리펠로 vs 스크리드 ②.

DUMMY

베테랑이다. 한, 두 번 싸워본 놈이 아니야.

만약 그리펠로가 샴바나에서 호우로와의 실전 같은 대련을 통해 기본기와 실력을 다지지 않았더라면, 결코 이렇게 제대로 반격해보지도 못했을 터였다. 페이크를 써볼까...? 생각과 동시에 이번엔 그리펠로가 먼저 움직였다.


그대로 앞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슥- 가볍게 피한 상대는 굳이 곧바로 공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빙글 돌아 그리펠로의 뒤를 점했다.


퍽- 둔탁한 소음과 함께 신음을 흘린 그리펠로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상대가 일부러 내보인 빈틈에 당해줄 만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애초에 호우로가 지적했듯 그의 공격은 직선적이었다.


그로 인해 속임수임이 너무 뻔해 보였다. 이후 자세를 가다듬기도 전에 스크리드가 재차 달려들었다.


퍽- 퍼벅- 탁- 타탁-

그래도 호우로에 비하면 실력이 낮다. 상대의 주먹을 보고 피한다? 웃기는 소리였다. 근육의 움직임을 읽고 움직임을 예측하여 피해야 했다.


스크리드의 공격을 제법 능숙하게 막아낸 그리펠로가 이어지는 스크리드의 팔꿈치를 빙그르- 피하면서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반대편 옆구리도 가격당한 스크리드가 신음을 흘렸다.


"크으..."


하지만, 텁- 가격 당하자마자 바로 그리펠로의 발목을 잡은 스크리드가 그대로 양손으로 잡고 들어 올려 바닥에 내팽개쳤다. 상대의 힘에 따라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반대편 바닥에 등부터 쳐 박힌 그리펠로의 입에서 커헉- 신음이 흘러나왔다.


"컥!"


바로 그리펠로의 복부를 발로 밟음에 따라 재차 신음을 흘린 그리펠로에게 스크리드는 멱살을 잡고 일으켜 그대로 벽을 향해 돌진했다. 쿵! 등부터 벽에 박힌 그리펠로가 끄윽! 다시금 신음을 흘렸다. 스크리드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웠다.


겉보기엔 그리펠로가 당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화가 난 것이었다. 그는 화가 날수록 웃는 이였으니까. 여하튼 곧 그리펠로의 머리채를 잡고 벽에 수차례 찧으면서 입을 달싹였다.


"너같이!"


쿵!


"건방진!"


쿵!


"새끼는!"


"좀 쳐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머리채를 잡아당겼다가 도로 벽에 박을 때마다 연신 그리펠로가 비명이나 신음을 흘렸다. 피가 튀었다. 벽에는 그리펠로의 머리에서 나온 피가 묻어 바닥으로 빠르게 흘러내렸고, 그의 머리카락 일부가 피에 젖었다.


스크리드는 도로 멱살을 잡은 채 그리펠로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당해 기죽고 두려워할 법함에도 불구하고 그리펠로의 눈빛은 여전히 스크리드에 대한 적의가 가득했다. 눈이 살아 있었다. 이에 스크리드는 잠깐 고민하다 힘이 빠진 그리펠로를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치며 입을 달싹였다.


"아무래도 네놈에겐 다른 방식이 더 효과를 보는 것 같군."


그러면서 스크리드는 입가의 웃음을 지우곤 홀스터에서 총을 꺼내 네이슨을 겨누었다. 몇몇 광부가 부축해주어 일어나 있던 네이슨은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손을 머리 위로 올렸고, 광부들은 언제 곁에 있었냐는 듯 흩어져 네이슨에게서 떨어졌다. 탕! 총성이 울렸다.


"악!"


비명을 지른 네이슨이 제 옆구리로 손을 가져갔다. 스크리드가 겨눈 총구 끝에서 옅게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일은 해야 하니 팔, 다리는 굳이 노리지 않았다. 고마운 줄 알도록."


"무, 무슨 짓이야!"


그리펠로가 소리쳤다. 흘러내린 피가 반쯤 감긴 한쪽 눈을 지나 턱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연이어 벽에 머리가 박히면서 생긴 상처와 통증이 한쪽 눈을 온전히 뜨는 것조차 힘들게 만든 상태였다. 스크리드가 여전히 총구는 네이슨에게로 유지한 채, 그런 그리펠로를 보면서 입을 달싹인다.


"그래도 아직 소리 칠 기운은 남아있나 보군. 다행이야. 일은 계속할 수 있겠어. 그렇지?"


"큭..."


분한 듯 이를 간 그리펠로가 매섭게 스크리드를 쏘아보기만 하자, 그는 웃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대답."


탕! 말과 동시에 다시금 울린 총성. 이번엔 보지 않고 쐈기 때문일까? 다행히 총알이 빗나갔지만 네이슨이나 광부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덧붙여 그리펠로에게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지."


그제 서야 총을 내린 스크리드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리펠로에게 던졌다. 약이었다.


"상처 때문에 실수라도 하면 그만큼 늦어지니까 말이야. 나나 하이만 그 돼지 새끼나. 나름 효율을 중시하거든."


결국 바르라고 준 약 같았지만, 스크리드가 정작 걱정하는 것은 다친 사람이 아닌, 효율이 나빠지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곤 툽- 거의 다 태운 담배를 바닥에 내뱉곤 발로 비벼 불씨를 꺼트렸다. 그 뒤, 휙- 몸을 돌려 어디론가 향하면서 스크리드가 말을 내뱉었다.


"식사하도록. 휴식 시간도 조금 길게 주지. 그 대신 저놈에겐 그 무엇도 주지 말도록."


"예."


광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점점 스크리드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더는 발소리가 들리지도, 모습이 보이지도 않게 되자마자 네이슨이 급히 그리펠로에게 다가갔다. 소보로가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렇게 뛰면 안된다는 등의 말을 꺼냈으나 무시했다. 곧 가까이 다가온 네이슨이 그리펠로를 부축해 일으키면서 물음을 건넸다.


"괜찮아?"


"너야말로 괜찮은 거냐?"


"어...어. 출혈은 대충 막았어..."


다행이라고 말한 그리펠로에게 울컥한 네이슨이 입을 열었다.


"뭐하는 짓이야! 왜 쓸데없이 나서서!"


"됐고. 너부터 약이나 발라. 난 괜찮으니까."


"괜찮긴 뭐가! 그렇게 피가 많이 나는데!"


"그래도 총상에 비하면 덜 아프지."


하며 그리펠로는 실실 웃었다. 광부들이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나마 꼬박꼬박 대꾸해주고 많이 말을 해준 소보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빨리 끝낸 자에겐 급여를 올려준다던지, 혹은 휴식 권을 더 준다던지 아니면 하루 쉴 수 있는 일 면제 권을 준다던지 등. 효율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하이만은 광부들끼리의 경쟁을 부추기곤 했다.


또는 반대로 피곤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나 먹고 싶은 욕구 등을 이용해 서로 협력하도록 만들기도 했고 말이다. 아니면 네가 빠지면 그만큼 다른 놈들이 힘들어진다고 그렇게 되면 그놈들은 결국 널 원망하게 된다고. 사람들의 원망과 미움, 분노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용할 것을 철저하게 이용할 줄 아는 교활한 인간이 바로 하이만이었다. 그러나 보통은 경쟁을 많이 부추겼다. 그리펠로와 네이슨을 잡아오는 광부에겐 휴식 권을 주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래서일까? 그들은 서로 챙겨주려는 두 사람의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신기했다. 한편으론 묘한 그리움을 자아냈다.


"우리도 저렇게 서로 걱정하고 서로 도우려 할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잠시 후, 누군가 광부들이 먹을 식량을 가져왔다. 낯익은 얼굴을 확인한 네이슨이 이름을 불렀다.


"셀릭 형?"


그에 그리펠로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머리카락 끝이 가시처럼 뾰족한 특유의 회색 머리칼. 강아지상의 검은 눈과 코 옆의 점까지. 틀림없이 자신이 아는 셀릭이었다. 옆에 함께 온 광부는 누군지 몰랐지만...


"무사했구나! 셀릭 형!"


"그, 그리펠로! 어, 얼굴이 왜 그래?"


약을 바르긴 했으나, 그렇다고 상처가 숨겨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셀릭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약을 발랐기에 돋보이는 듯한 상처를 보며 셀릭이 걱정했다.


"무, 무슨 일 있었어?"


"그게..."


하며 그리펠로 대신 네이슨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었다.


"그, 그랬...구나..."


셀릭의 표정이 착잡해졌다.


"그나저나 형은 괜찮아? 꽤 피곤해 보이는데..."


"그, 그러는 너희야말로 피곤해 보이는걸... 식사 시간은 휴, 휴식 시간이기도 하다니까 잘 쉬어둬."


"쉼없이 일하고 있는 건 이 젊은이도 마찬가지거든."


마찬가지로 다소 피곤한 기색인, 셀릭과 함께 온 중년인 광부가 꺼낸 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네이슨이 묻자, 중년인 광부가 대꾸한다.


"말 그대로지 뭐. 이 젊은이는 기술자이지 않나? 어디 그들이 가만히 냅두겠어? 계속 명령에 따라 총알 만들고 그밖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주고 있지. 대부분이 총이랑 총알이긴 하지만..."


"젠킨스 아, 아저씨도 참... 그, 그런 얘길 뭐 하러 꺼내요..."


"세, 셀릭 형... 미안... 우리가 셀릭 형을 괜히 놔두고 가서..."


그리펠로가 미안한 얼굴로 그렇게 얘기하자, 셀릭이 손사래를 치며 얘기한다.


"아, 아니야. 미, 미안해할 것 없어. 소, 솔직히 나도 내심 밖에서 기다리길 바랬고... 너, 너희가 밖에서 기다리라고 얘기 안했어도... 난 가, 같이 들어가진 않았을 거야..."


"셀릭 형..."


셀릭이 얘기하는 말에 괜히 더 미안해진 듯 그리펠로가 작게 그를 불렀고, 이에 셀릭이 살짝 웃으며 잠시 가져온 도시락 통들을 내려놓고 그의 손을 잡으며 얘기한다.


"히, 힘내 그리펠로. 그리고 너, 너무 나서지 마. 다, 다치기만 하고 너만 더 히, 힘들어질 거야..."


"고생하는 것 같구먼..."


젠킨스가 힐끗- 그리펠로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린 말에 소보로가 다가와 대꾸한다.


"이곳에 있는 이상 어차피 앞으로가 더 고생일 걸세."


그러면서 젠킨스가 건네주는 도시락 통들을 받아 소보로가 직접 광부들 한 명 한 명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셀릭 역시 그럼... 하고 말을 줄이며 도시락 통들을 광부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네이슨에게 통을 준 셀릭이 풀죽은 얼굴로 얘기했다.


"미, 미안... 한 통 덜 가져가라고 한 게 왜 그런 건가 했더니... 너한테 주, 주지 말라고 해서였구나..."


"뭐... 괜찮아. 정 배고프면 네이슨이나 다른 광부들에게 조금씩 얻어먹지 뭐. 그렇지 네이슨?"


그러나 그때까지도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던 듯 답이 없었던 네이슨은 그리펠로가 재차 부르고서야 상념에서 벗어났다.


"네이슨?"


"어? 어어... 그, 그래. 내 걸 좀 나눠주면 되지."


"온 김에 셀릭 형도 여기서 같이 먹고 가."


"그, 그럴...까? 어, 어차피 시간만 제대로 지키면...뭐, 뭐라 안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이미 광부들은 식사를 먼저 시작하고 있었다. 곧 그들 역시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셀릭에게서 이들이 어떻게 인력을 운용하는 지 들을 수 있었다.


남은 20명이 조금 안 되는 광부들은 각각 퍼넌 일행과 비센이 관리하고 있으며 셀릭 본인은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면서 동시에 눈에 보이는 곳에서 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


더불어 휴니와 브렛이라는 기이한 총잡이들이 광부들을 장난감인 양 강제로 웃게 하거나 울게 만들어 일하는 속도가 지체된 일 등을 얘기했다. 굉장히 무서웠다고 덧붙인 것은 덤이었다.


"그, 그래서 걔네들 지금은 어디 있는데?"


"지, 지금은... 비, 비센이라는 용병이 조금 더 놀다 오라는 식으로... 얘길 해서 어디로 갔는지는 자, 잘 몰라... 다, 다만 아마 카트를 타고 있지 않을까 싶어..."


거기까지 말하곤, 셀릭은 우물쭈물 거리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그...리펠로... 네이슨... 광부들이 일하는 곳은 죄다... 내, 내가 바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두라고 했어. 그, 그래서 아마 당분간 나도 여기에 있을 것 같아..."


"그래? 잘 됐네? 이왕이면 서로 가까이 있는 편이 좋잖아."


"으, 응... 그래서 말인데... 이, 이따 식사 끝나고 너, 너희가 어디서 자는 지 알려줄 수 있을까?"


"그거야 어렵지 않지."


하며 그리펠로가 웃었다. 이후 식사를 마친 그들은 잠깐 광부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셀릭을 안내했다가 바로 돌아와 일애햐만 했다. 스크리드가 다시 돌아와 감독을 시작한 탓이다.


그러나 그리펠로는 금세 지쳐갔다. 네이슨과 셀릭이 조금 나눠주긴 했으나 그것으론 부족한 감이 있었다. 나눠주었던 네이슨과 셀릭 역시 힘들어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 광부들도 조금씩이라도 나눠주었더라면 괜찮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던 탓이다.


더구나 문제는 또 있었다. 스크리드가 폭행을 하며 빨리 빨리 움직이라고 뭐라 하는 것은 그리펠로와 네이슨 뿐이었다. 이제는 서서히 그들의 눈에도 광부들이 대충 하는 것이 눈에 보임에도, 일부 광부는 쉬엄쉬엄 하는 것이 눈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이 열심히 일하는 모양새였다.


이에 네이슨이 용기를 내 따졌다. 지금 차별하는 거냐고. 왜 자신들에게만 뭐라 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냐고 말이다. 그에 대한 스크리드의 답변은 실로 간단했다.


"너희는 침입자니까."


"...!"


"정 궁금하다면 알려주지. 이곳은 원래 80명의 인원이 일을 하는 장소였다. 그 중 절반은 노예였고, 가장 힘든 일이나 오래 일하는 것은 그 노예들이었지. 하지만, 노예들은 지금은 죽고 대부분 노에가 아닌 자들만이 남게 되었다. 멍청한 어떤 도시의 도적 토벌대가 도적들을 놓쳐서 그 도적들이 여기로 도망쳐 왔거든. 그 도적들의 게릴라전 때문에 고용했던 용병들도 대부분 죽고 노예들은 아예 다 죽어버렸지. 일은 계속해야 하는데 당분간 인력이 보충될 수가 없어. 그럼 어떻게 될까? 당연히 살아남은 이들이 힘들게 굴러야 하는 거야. 그런 상태에서 너희 침입자들이 왔다."


스크리드의 말이 이어질수록 그리펠로와 네이슨의 눈이 천천히 파문이 일듯 커져갔다.


"즉, 너희는 평생 여기서 노예처럼 가장 힘든 일을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말을 끝맺으며 스크리드는 비웃음을 머금었다. 이 시각, 그리펠로와 네이슨이 알려주었던 광부들이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에선 젠킨스가 광부들의 옷을 뒤적이고 있었다.


"차, 찾았어요?"


젠킨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빛나는 탄환 같은 건 어디에도 없어."


"그, 그런..."


셀릭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기를 만들기 시작하고 광부들이 일하는 광경을 보면서 셀릭은 생각했다. 자신이 이렇듯 무기를 만들고 할 수 있는 것도, 광물을 캐주는 사람, 가져다주는 사람이 다 있기에 가능한 것들인데...


어째서 광부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해야만 하는 걸까? 오늘 젠킨스가 꺼냈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물론 셀릭 역시 거의 쉼없이 일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무기라는 것도 결국 광물이 없으면 만들어내지 못하는 법.


실제로 셀릭이 하는 일은 총 모양 무기 틀을 따로 만든 후, 고장이 나거나 못 쓰게 된 불량품을 도로 녹인 뒤에 틀에 따라내 굳히고 식히고, 혹은 총알 제조 틀에 따라내 총알을 만들어내는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외로는 요구에 따라 단검을 만든다거나 하는 일 정도. 용병들도 다른 총잡이들도 요구를 하기 때문에 수리 요구도 있었고, 새로 만들어달란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기술자의 소중함을 아예 모르진 않는 듯 특정 할당량을 정해 내주어 딱 할당량만 해놓는다면 뭐라 하지 않았다. 셀릭이 멋대로 열심히 하는 거였다. 그 와중에 덜렁거려 자잘한 실수들을 저질러 결국 할당량과 비슷하게 맞추고 있는 실정이지만 말이다.


조심스럽게 왜 이렇게 열악하게 일하는 거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대들어선 안된다는 답변이었다. 급여를 깎거나 아니면 하루, 이틀 정도 밥을 굶기는 것도 있지만, 끔찍한 것은 해고되면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죽어야 한다는 점에 있었다.


설령 돌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그간 받았던 급여를 모조리 회수하러 간다고 했다. 게다가 인원이 줄면 주는 대로 남은 사람이 그만큼 더 많이 일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진단 말에 셀릭은 부들부들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들었다간 자기 자신만 손해란 말을 당장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대들지 않았기에 결과가 어찌 되는지 몰랐던 탓이다. 그러나 오늘, 그리펠로의 모습을 보며 어찌 된 일인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대들면 안 된다고 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쁜 놈들... 그런데... 그런 나쁜 놈들인데... 내가 그런 놈들을 도와줘도 되는 걸까...?

많이 어두워진 표정을 본 젠킨스가 입을 열었다.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셀릭. 넌 훔치는 게 아니야. 광부들을 위해 힘써주는 거지."


"그, 그렇...죠? 그렇...겠죠?"


살짝 웃으며 대꾸하는 셀릭의 입이 파르르- 떨렸다.


작가의말

저녁에 한 편 더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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