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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금탄환의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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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7 21:32
최근연재일 :
2019.11.30 11:41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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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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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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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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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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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7화. 총잡이들의 세계 ⑤.

DUMMY

눈앞을 보아라. 눈앞을 보아라.

저 앞을 지나는 낯선 이 누구뇨

말을 타고 달리는 저 낯선 이 누구뇨.

요란한 총소리가 울리네.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이 다음 구절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어떤 곳은 이 다음 구절부터 달라지기도 하고, 끝 부분만이 다르기도 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부분의 내용은 총잡이의 결투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약속 장소로 향하면서 잠시 옛 노랫가락의 앞 구절을 떠올린 슬레슈는 이제는 저 앞에 보이는 철도와 원형으로 둘러싸듯이 모여 있는 총잡이들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베쉬, 오늘 열차가 몇 시에 온다고 했지?"


"히시시, 아마... 두 시쯤?"


"딱이군."


잘하면 결투가 끝나는 대로 바로 열차에 탈 수 있겠어. 하고 작게 중얼거린 슬레슈가 마침내 지정했던 장소에 도착했을 때, 흡사 땅이 갈라지듯 주르륵- 양쪽으로 물러나는 총잡이들을 볼 수 있었다. 오자마자 곧바로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벽 담장으로 장식된 길이 아닌, 마치 인간 담장으로 장식된 길을 슬레슈가 당연하다는 듯 걸어갔다.


그리고 그가 지나가자마자 길을 열어주었던 총잡이들이 곧바로 길을 막았다. 뒤따라오던 베쉬와 트라이벨 또한 이 이상 들어가는 것은 룰 위반임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포위하듯이 둘러싼 총잡이들의 대열을 따라 슬레슈가 있는 중앙을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라글리는 곧 슬레슈가 제 앞에 서자,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냈다.


"명예가 실추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


"그 말을 왜 네가 하지? 이쪽이 해야 할 소리인 것 같은데?"


정말 의아하다는 듯 고개까지 기울이며 그렇게 대꾸한 슬레슈가 분노를 주체 못해 눈썹을 꿈틀 꿈틀 움직이는 상대의 반응을 한껏 즐긴다. 슬쩍 웃음 짓는 슬레슈를 보며 팍- 인상을 구긴 라글리가 씹어뱉듯이 말을 내뱉었다.


"조건은 생략한다. 빨리 시작하지."


조건. 이는 결투에서 이겼을 시 승자가 갖게 되는 권한과도 같다. 이를테면 결투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조건을 거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긴다면, 너는 ~한 일을 해라. 하고 조건을 먼저 걸고 결투를 시작하는 것이다. 본래 결투에서의 승자는 패자의 운명까지 마음대로 할 권한이 있다. 자연히 패자는 승자의 말을 따라야만 한다.


이는 승부에서 졌다는 것을 육신적으로만 시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시인해야 한다는 사상에 기반한 것으로써 만약 이를 어길 시 그 총잡이는 총잡이 세계에서 생매장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총잡이는 그냥 살 가치조차 없다며 죽여 버리지만, 설령 산다 할지라도 얼굴을 떳떳이 들고 다니지 못함은 물론이며 총잡이들에게 가축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이 경우엔 승리한 자에게 죽일 가치도 없는 놈이라 판정받았다 생각하고 오히려 죽이지 조차 않는다.


"좋아. 기준선은 어디지?"


슬레슈가 그렇게 묻자, 라글리가 여기다, 라며 엄지를 들어 아래로 내렸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자 자신과 라글리 사이에 난 굵직한 선이 보였다. 곧 라글리의 부하 중 한 명이 나와 각자 뒤로 돌라고 말을 꺼냈고, 슬레슈와 라글리가 뒤돌아 서로의 등을 맞대고 섰다. 손에는 각각 총을 집어든 채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부하는 자신의 홀스터에서 총을 꺼내들더니 탕! 하고 하늘을 향해 쏘았다.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었다. 한 걸음. 슬레슈와 라글리가 동시에 발을 움직였다.


슬레슈는 조용히 총잡이들 간의 불문율을 마저 떠올렸다. 패자의 취급도 취급이지만,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총잡이들은 승자의 말을 따르지 못하는 것 자체로도 크나큰 불명예로 여긴다. 이는 육신으론 패했으나 마음만은 패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한없이 아이 같고 그만큼 모자란 총잡이. 한심하기 그지없는 총잡이라 여기기 때문인데, 단순히 스스로 모자란 놈이요 하고 홍보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는 다른 총잡이들에게도 '모독'으로 인식되는 것이기에 그들에게는 크나큰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두 걸음, 세 걸음. 슬레슈가 뒤는 돌아보지 않은 채 앞으로 발을 옮겼다. 조건을 생략한다는 것은 자동으로 결투의 룰은 '기본 룰'을 따르며, 승자로서의 권한을 승리한 이후에 사용하겠다는 말과도 같다. 즉 자신이 승리한 이후에 승자의 권한으로 요구 사항을 얘기한다는 소리다.


네 걸음, 다섯 걸음. 발을 옮기며 슬레슈는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조건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차이는 명백하다. 조건이 있을 경우엔 승리한 이후 미리 제시했던 조건만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패자는 그 무엇도 요구할 수 없다는 점이 각기 장, 단점이고 조건이 없을 경우엔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말 그대로 자기 마음대로 부려먹는 것이 가능하다.


단, 이 경우에 존재하는 단점은 패자 또한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의미의 딱 한 가지 요구를 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자신의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는 패자에게 한 번의 자비를 먼저 보여줘야 하는 것이 룰이다. 이를 어길 시 룰 위반으로 도리어 패자에게 당당하게 될 기회를 마련해주는 미련한 짓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여섯, 일곱, 여덟 걸음.

슬레슈로서는 내심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불리한 줄도 모르고 설정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미리 조건을 제시했더라면...


아홉 걸음, 열 걸음.

딱 열 걸음을 채웠을 때, 슬레슈와 라글리는 거의 동시에 휙- 뒤돌아 총을 쏘았다. 탕 탕! 두 발의 총성 음이 울렸다. 꿀꺽. 누군가는 침을 삼키고, 누군가는 흔들리는 눈으로 결과를 응시했으며 또 누군가는 속으로 좋았어,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를 지은 자는 다름 아닌 라글리의 오른팔로 새로 뽑힌 부하였다.


그는 방문자인 슬레슈의 속도보다 라글리의 속도가 더 빨랐음을 알았다. 제 아무리 손이 빠르다고 해도, 발사하는 속도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부하는 라글리의 승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뜻밖의 결과가 펼쳐졌다.


"크윽"


라글리가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경악하여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은 부하의 눈에 곧 라글리의 왼쪽 겨드랑이 부근이 피로 번져있음이 보였다. 그러나 정작 슬레슈는 아무렇지도 않고 멀쩡한 모습이었다. 슬레슈가 들고 있는 총구에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는 이내 남은 한 쪽 무릎마저 꿇는 라글리를 보며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 차라리 미리 조건을 제시했더라면, 네가 조금 더 편했을 텐데.


모여 있던 총잡이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어났다. 일부 믿을 수 없다는 듯 보는 총잡이가 있는가 하면, 얼떨떨한 얼굴로 보는 총잡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술렁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승자다!!!"


베쉬가 주먹 쥔 양손을 하늘로 쭉 뻗으면서 크게 외쳤던 탓이다. 그러자, 언제 술렁였냐는 듯 좌중이 침묵에 휩싸였다. 그리고 하나, 둘 씩 드디어 실감이 나기 시작하는지 커다란 환호 소리가 일대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새로운 지도자라는 등, 라글리의 시대는 끝났다는 등의 말도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어도 내심 라글리에게 불만을 가졌거나, 라글리가 채 흡수하지 못한 잔존 세력은 마치 슬레슈의 승리가 자신의 일인 양 무척 기뻐했다. 아무렴 펄쩍 뛰고 있기까지 하는 베쉬만큼 기뻐하는 놈이 과연 있을까 싶겠냐만은... 평소였다면 절대로 볼 수 없었을 그런 베쉬의 모습을 보면서 트라이벨은 경악을 넘어 아예 벙쪄 있었다.


본래 이 바닥이 이러했다. 뭐든 승자만이 옳고, 승자만이 인정받으며 오로지 승자만이 대우받는다. 총잡이들 간 암묵적인 규칙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과정이야 어쨌건 상관하지 않는다. 패자는 옳지 않고 절대 인정받지 못하며 대우받지 못하는, 패자는 무조건 틀린 거고 오직 승자만이 무조건 옳은 세상. 이것이 바로 이 바닥이며 총잡이들의 세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바닥 뒤집듯 패자는 거들떠도 안보고 승자만을 바라봐주는 모습은 총잡이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다. 물론, 빛의 탄환이 등장한 이후부턴 결투의 횟수가 상당히 낮아졌지만, 그 적은 수 나마 여전히 결투는 이어지고 있었다. 바로 방금 벌어진 슬레슈와 라글리의 결투처럼.


결투에서 가볍게 승리한 슬레슈는 저벅저벅 라글리에게 다가갔다. 두 무릎을 꿇고 두 손마저 땅바닥을 짚은 채인 라글리는, 고개조차 들고 있지 않았지만 떨궈진 고개의 표정이 어떨지는 능히 예상이 가능했다. 절망하고 있으리라. 실제로 라글리는 절망하고 있었다. 환호 소리가 마치 자신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기에 처참하고 치욕스럽기 그지없었다. 곧 슬레슈가 라글리의 앞에 섰다. 자신의 바로 눈앞에 선 슬레슈의 발을 본 라글리가 절로 신음소릴 내뱉는다.


"크으윽."


분노와 증오 그리고 말로 형용 못할 처참한 기분이 그 신음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미래를 예견해본 라글리는 참을 수 없는 불명예에 주먹을 꽉- 쥐었다. 결투에서 패한 자는 불명예를, 승리한 자는 명예를 얻고 간다는 것은 기본 상식 중의 상식. 패자에 대한 취급 또한 불명예스럽기에 그는 그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생각은 곧바로 주먹 쥔 손을 위로 올렸다가 바닥으로 내리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죽여라!"


이어서 씹어뱉듯이 내뱉어진 짤막한 말. 불명예를 겪느니, 차라리 죽음을! 이는 실제로도 수많은 총잡이들이 결투에서 패했을 때 선택하는 길이기도 했다. 게다가 라글리는 당당히 이길 것이라 부하들에게 선언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런 걸 하지 않아도 일단 지면 불명예를 안고 갈진대 하물며 그런 선언을 했을 때의 그 치욕스러움은, 그 불명예는 얼마나 큰 것인가? 또한 조건 없는 결투에서 진 이런 상황에서는 승자의 요구가 나오기 전에 할 수 있는 패자의 요구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했다. 쾅!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슬레슈 앞에 납작 엎드린 라글리가 큰 소리로 내뱉었다.


"차라리 죽여라! 그게 내 요구다!"


이 말을 하며 라글리는 조건 없는 결투로 선정한 것을 후회했다. 하다못해 조건이 있도록 선정했더라면 해당 조건만 수행하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설령 그 조건이 상대의 신발을 핥는 것일지라도, 조건 없는 결투에서 승리한 총잡이가 어떤 일을 시킬지 모르는 패자로서는 그저 승리한 자가 자비를 베풀어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것이 패자의 요구가 아니던가? 그리고 그러한 요구에서 패자들은 대부분의 총잡이들이 당연하다는 듯 죽음을 선택했다. 라글리라고 해서 그건 다르지 않았다. 라글리의 행동에 다시금 쥐죽은 듯 조용해진 좌중을 슬레슈가 대충 훑어보았다가, 다시 라글리를 내려다봤다.


다시금 가그 내의 모든 총잡이들이 숨죽이며 슬레슈의 다음 행동을 지켜보는 가운데, 슬레슈가 입을 달싹였다. 그리고 당연히 대부분이 라글리를 죽일 것이라 예상했던 그들은 경악하게 되었다.


"싫다."


이해할 수 없는 슬레슈의 행동에 베쉬 또한 깜짝 놀라 제일 먼저 물었다.


"혀, 형씨 대, 대체 그게 무슨..."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던 베쉬는 이어진 슬레슈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럼 승자의 요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슬레슈의 행동에 베쉬 보다 한 발 늦게 술렁이던 총잡이들도 재차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맞는 말이었다. 애초에 결투의 결과는 승자가 명예를 얻는 만큼, 승자의 요구가 우선적으로 되어 있는 형태였고, 일부 선을 넘어선 행태를 벌이는 총잡이가 존재함에 따라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의미로 세워진 규율이 '패자의 요구'다.


그렇기 떄문에 설령 패자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승자도 패자에게 무언가를 요구해야만 한다. 그런데 패자의 요구로 자신을 '죽여 달라'라고 한다면 승자의 요구는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슬레슈가 재차 입을 떼었다.


"내가 왜 '승자의 요구'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패자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지? 그럼 난 네게 뭘 시키라는 건데."


정확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러한 말을 꺼낸 총잡이는 없었다. 그 이유는 승리한 총잡이도 패한 총잡이가 어떠한 길을 걷게 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패자의 요구대로 패자를 죽이는 것에서 그치기만 하기 때문이었다. 슬레슈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다들 정신 못 차리나 본데, 원래 결투에서 승리한자의 요구를 패자가 들어주게 되어있는 것이 기본적인 결투의 룰이다. 거기서 승자인 총잡이들이 자비를 베풀어 생겨난 것이 패자의 요구인데, 정작 승자가 요구를 못하도록 하는 같잖지도 않은 요구를 내가 왜 들어줘야 하나?"


다 맞는 말이었기에 총잡이들이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즉, 죽여 달라는 패자의 요구를 무시하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일은 전혀 아니라는 말과도 같았다. 라글리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그러나 패자의 요구마저 거부한다면 이 또한 엄연히 룰 위반. 더불어 도리어 패자라도 당당해질 기회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점을 떠올린 라글리는 금세 침착함을 되찾고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렇다고 패자의 요구도 무시할 수는 없을 텐데?"


침묵에 잠긴 좌중을 다시금 훑어보던 슬레슈는 그런 라글리의 말에 씨익- 웃었다. 보는 이가 절로 섬뜩해질 만큼 싸늘한 미소였다.


"승자의 요구다."


곧 승자의 요구를 말하는 슬레슈의 모습에 라글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슬레슈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침묵에 지배되던 일대에서 유일하게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지나간 이후 곧바로 슬레슈가 요구를 꺼냈다.


"앞으로 죽이란 요구를 하지 마라."


그 발언에 라글리는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꽂히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그것은 지켜보던 총잡이들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죽이란 요구를 하지 말라는 말은 즉, 그의 허락 없이는 죽고 싶어도 절대 죽지 못한다는 말이나 진배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라고 했다. 이는 행여나 앞으로도 결투를 벌이면 상대에게 죽이라는 요구를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불명예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자살하거나 죽이란 요구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총잡이들에게 있어선 매우 잔인하기 그지없는 요구였다. 상상 이상의 잔인함에 총잡이들이 술렁이던 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다시금 좌중은 환호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뭐가 됐든 승자는 결국 슬레슈이고, 패자는 라글리이며 무엇보다도 패자가 자신들이 아닌 이상 자신들이 알 바 아니었다. 물론 일부 잔인하다고 라글리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새로이 떠오른 강자를 환대해주고 어떻게든 잘 보이려 애쓸 뿐이었다.


베쉬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니, 전율로 인해 저절로 몸이 떨리는 거였다. 자신이 그토록 슬레슈를 존경해마지 않던 이유. 그것은 조직원 모두가 혀를 내두른다는 잔악함. 심지어 인간성마저 결여된 듯한 그 잔인함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라 손가락 질 해도 손색이 없을듯하다고 했다. 그 말은 정확했다.


지금도 슬레슈의 입가에 그려져 있는 싸늘한 미소를 보며 베쉬는 절로 경외감과 황홀감이 들었다. 아예 앞으로도 영원히 죽지도 못하게 만듦으로써 평생을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상대의 절망을 즐기는 미소라니! 상상 이상의 모습에 그는 전율했다. 지금 이 시간, 베쉬의 슬레슈에 대한 경외심은 더욱 깊어졌다.



   ‡   ‡   ‡   ‡   ‡



그 뒤로 라글리는 어디론가 모습을 감췄다. 만약 하루라도 더 시간이 있었다면 가그 마을 총잡이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서 하루를 보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얼마 안 가 타고 떠날 열차가 왔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대신 라글리의 부하였던 총잡이 한 명이 사투리로 덕분에 라글리에게서 해방이라고, 고맙다고 얘기하면서 소량의 식량과 술을 싸주었을 뿐이었다.


눈앞을 보아라. 눈앞을 보아라.

저 앞을 지나는 낯선 이 누구뇨

말을 타고 달리는 저 낯선 이 누구뇨.

요란한 총소리가 울리네.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이 다음 구절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눈앞을 보아라. 눈앞을 보아라.

흥분되는 황야의 결투를 보아라.

쏘는 자는 누구뇨. 맞는 자는 누구뇨.

요란한 총소리가 울리네~


그 모자는 그림자를 가리고~♪

그 부츠는 소릴 내지 못하지.

아아- 무법자구나 무법자구나. 어서 빨리 떠나라~


이것이 그, 슬레슈가 알고 있는 다음 구절과 끝마무리였다. 어떠한가? 정말 딱 황야의 결투를 보여주는 가사이지 않은가? 오늘 있었던 그와 라글리의 결투처럼. 열차에 올라 붉은 고급 좌석에 앉은 슬레슈가 옛 시절의 노랫가락을 끝까지 떠올리며 크큭- 웃었다.


작가의말

그렇습니다. 베쉬는 ㄸㄹㅇ입니다.

이것으로 맛보기 회차가 끝났습니다. 이 글은 ’소년 모험 성장물‘이기에 이 이후론 슬레슈가 등장하지 않고 따로 소년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슬레슈는 이후 나중에 가서야 등장하거나 혹은 외전에서나 등장하게 됩니다. 적어도 1부에서는 말이지요.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바로 뒤로가기 눌러주셔도 됩니다...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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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6화. 프림 로젠으로 가는 길 ①. 19.05.10 23 1 20쪽
38 35화. 신문지 영웅 ③. 19.05.09 33 0 16쪽
37 [외전] 전갈 변태. 19.05.09 17 1 17쪽
36 34화. 신문지 영웅 ②. 19.05.08 16 1 13쪽
35 33화. 신문지 영웅. 19.05.07 21 1 21쪽
34 32화. 반격. 그리고 해방 ②. 19.05.06 19 1 20쪽
33 31화. 반격, 그리고 해방. 19.05.03 38 1 18쪽
32 30화. 달려라 제니! 19.05.02 21 1 13쪽
31 29화. 무기를 훔쳐라! ②. 19.05.01 11 1 20쪽
30 28화. 무기를 훔쳐라! 19.04.30 20 1 15쪽
29 27화. 반격을 위해 ②. 19.04.29 12 1 16쪽
28 26화. 반격을 위해. 19.04.28 15 1 17쪽
27 25화. 오드와 제니&플린&더크 3인방 ②. 19.04.26 10 1 16쪽
26 24화. 오드와 제니&플린&더크 3인방. 19.04.25 18 1 17쪽
25 23화. 억압받는 브레본 ③. 19.04.24 15 1 15쪽
24 22화. 억압받는 브레본 ②. 19.04.23 15 1 13쪽
23 21화. 억압받는 브레본. 19.04.23 29 1 14쪽
22 20화. 여행의 시작 ③. 19.04.22 14 1 13쪽
21 19화. 여행의 시작 ②. 19.04.19 16 1 13쪽
20 18화. 여행의 시작. 19.04.18 30 1 15쪽
» 17화. 총잡이들의 세계 ⑤. 19.04.17 27 2 17쪽
18 16화. 총잡이들의 세계 ④. 19.04.17 25 2 17쪽
17 15화. 총잡이들의 세계 ③. 19.04.16 31 2 19쪽
16 14화. 총잡이들의 세계 ②. 19.04.15 37 2 14쪽
15 13화. 총잡이들의 세계 ①. +2 19.04.15 34 2 15쪽
14 12화. 슬레슈 vs 트라이벨 ②. 19.04.14 37 1 16쪽
13 11화. 슬레슈 vs 트라이벨. 19.04.12 37 2 10쪽
12 10화. 격렬한 환영인사. 19.04.12 43 2 21쪽
11 09화. 가그 마을. 19.04.11 46 2 17쪽
10 [외전] 두 사람의 일상. 19.04.11 47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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