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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랭킹을 씹어먹는 지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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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9 16:10
최근연재일 :
2019.08.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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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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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 WS (4)

DUMMY

선우는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입술만 우물거리다가 간신히 운을 뗐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서바이벌프로젝트가 WS와 칼리토의 합작이라뇨?”

“놀랐나? 이거, 내가 오늘 여러 번 놀라게 하는군. 자자, 내가 천천히 설명해주지. 선우 군에겐 부탁할 것도 있거든. 자네 이름이 김선우 맞지?”


선우는 그가 말한 ‘부탁’에 대한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토록 궁금했던 서바이벌프로젝트의 비밀이 바로 지금 밝혀지려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할까.

그는 손을 꽉 쥐며 어서 설명해주기만을 기다렸다.


“우리 WS는 전 역사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머신을 개발해내는데 성공했다네. 여러 이세계를 자유자재로 건너다닐 수 있는 이동머신. 그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결과물 앞에 도리어 우리가 경악했지.”


선우도 이미 아는 사실이었다.

이곳에 올 때도 자동차처럼 생긴 이동머신을 타고 왔다.


“하지만 우린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어. 심지어는 본부의 몇몇 빼고는, WS 직원들에게마저 비밀로 했지. 밝히기에는 검증되지 않았거든. 급하게 먹으려다가 체할 순 없지, 암. 대신 그날 이후로 기술을 보완하기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네. 그런데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정신 사납게 울렸어. 번호가 무척 특이했지. 아예 우리가 쓰던 문자자체가 아니었다네. 왜 그땐 별다른 의심을 안했는지, 참. 그것도 웬만한 사람들은 알 턱이 없는 내 직통 전화로 걸려왔는데 말이야.”


회장은 선우에게 설명한다기보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선우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혼자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었다.

그러던 그는 이제부터가 하이라이트라는 듯 진지한 얼굴로 상체를 선우 쪽으로 숙였다.


“받았더니, 뭐라는 줄 아나?”

“...아뇨.”

“자신과 함께 모든 이세계들을 발아래 두자더군. 자네가 듣기에도 진짜 대중없는 소리 아닌가? 근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설레고 말았다고 하면 믿겠나? 무려 20여년 만에 느끼는 감정이었지. 그때부터 WS와 칼리토는 손을 잡았어. 그리고 마침내 서바이벌프로젝트라는 걸작을 완성시키기에 이르렀지.”


선우의 눈이 점차 벌어졌다. 흥분을 주체 못하고 목청까지 벌게지는 회장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우리는 웨이브 난이도를 점점 높이며 채로 거르듯 플레이어들을 선별했어. 끝까지 살아남는 자들은 이세계 점령을 시작할 때 앞장설 전사들로 뽑을 예정이었네. 선우 군은 그 중 가장 큰 돌이었어. 절대 채 밖으로 빠져나갈 것 같지 않은 돌말일세! 이 점은 자네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


선우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무안해진 회장은 금세 풀이 죽었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더니, 그 모습이 꼭 사춘기소년 같았다.

회장은 어두워진 낯빛으로 우중충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일이 터졌지. 내 손으로 내 하나뿐인 손녀딸을 위험하게 만들었어.”

“왜죠? 칼리토가 배신이라도 했습니까?”

“똑똑하군. 정확해. 데메우드가 갑자기 독자노선을 선언했네. 우리의 기술을 야금야금 훔치고 있던 게지. 처음부터 그럴 속셈이었던 게 분명해. 나도 이제 늙은 게지...”

“......”


선우는 가늘게 떨리는 눈꺼풀을 질끈 감았다.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몸을 맡겼다.


‘눈앞에 이 노인이 나를 지난한 삶에서 벗어나게 해준 구원자이자,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고통 받게 한 학살자로군. 그렇다면 나는 어떤 태도로 회장을 대해야하는 거지? 고맙다고 손을 꼭 붙잡고 흔들기라도 해야 하나? ...아니면 당장에라도 목을 베어서 죽은 이들의 넋을 기려줘야 할까?’


평생 처음 겪어보는 감정 앞에 그는 몸까지 살짝 휘청거렸다.


딱!


결국 그는 정신지배에 기대어 무너지려는 정신을 다잡았다.


“오호,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야. 자네가 간간히 하던, 자기 자신을 지배한 거 맞지?”

“저랑 약속 하나 하시죠.”


선우가 뺐던 죽은 라프카스 마녀의 반지를 살포시 끼며 나지막이 말을 잘랐다.


“뭔가?”


의외로 회장은 말을 가로챈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현재 WS에 붙들려 있는 모든 사람들을 풀어주세요. 앞으로도 그들에게 일절 접근하지마시고요.”


선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약속이란 말은 취소하죠. 경고입니다. 만약 제 말대로 하지 않는다면-”


철컥


뒤에서 총 장전소리가 들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수행비서가 권총을 겨눴다. 익숙한 일인 양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든 WS를 괴멸시킬 겁니다. 데메우드보다 먼저요.”


선우는 총 따윈 개의치 않고,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을 밝혔다.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순 없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은 구해낼 수 있다.

이것이 그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첫 번째 웨이브에서 몬스터 화된 사람들, 웨이브에서 죽어나간 플레이어들, 그리고 연구소에서 실험을 당한 사람들. 또 희생된 사람들이 누가 있지?'


그동안 선우의 시야에 이들은 없었다.

가끔 마음에 걸릴 때만 그들을 도왔다.

대부분을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 살피는 데에 집중했다. 감옥 같던 회사생활을 청산하고, 마음껏 능력을 펼치게 된 것을 즐기기 바빴다.


‘어쩌면 나는 그런 사람들을 일부러 외면했는지도 몰라. 나만 살아남기에도 빠듯하다는 이유로.’


감정이 격해진 선우는 휠체어 손잡이에 달린 전진버튼을 눌렀다. 휠체어가 고요히 회장에게 굴러갔다.




그때, 선우는 뒤통수에 알싸한 감각이 느껴졌다.


“스톱. 거기 그대로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 손톱만큼이라도 더 움직이면 아무리 지사장님이라도 뒷일은 책임 못 집니다. 입만 움직여서 회장님께 무례한 발언을 한 것을 사죄하십시오.”


상징적으로든, 실제로든 총 자체가 지닌 차가움이 뒤통수에 닿으니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과열됐던 머리통이 약간은 식었다.


게다가 총은 선우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다. 비록 현재 다리를 못 쓴다곤 해도, 그보다 더욱 빠르고 강력한 무기들에게서도 살아남은 그다. 바짝 겨눈 총 정도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도 피할 수 있다. 그간 쌓아온 전투경험이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우선 정신지배는 불가하고. ...빌어먹을 멘탈 등급. 괜찮아, 방법은 또 있어. 휠체어를 급속회전 시키면서 [천도 금접룡의 비늘]을 소환. 이 두 가지만 거의 동시에 해내면 된다.'


이내 마음을 굳힌 선우가 실행하려는 순간,


위이잉- 철컥


사방에서 기계의 작동음이 들렸다.

선우가 눈동자를 굴렸다. 곳곳에서 나온 총구들 아래로 붉은 레이저 포인트가 뿜어져 나왔고, 모두 그의 이마를 향해 몰려있었다.


“나에게 경고를 하기 전에, 머리에 구멍이 나는 것부터 막아야할 듯싶군. 참고로 저 괴상망측하게 생긴 총들은, 적이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자동사격 하도록 입력돼있네.”


회장이 껄껄 웃으며 엉덩이를 책상 깊숙이 넣어 앉았다. 야구경기를 관람이라도 하듯 흥미로운 눈길로 선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실력 좀 보자, 이건가.’


선우는 입술을 짓씹으며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어떡한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타개책을 찾았다.


“뭐하나? 천하의 미완의 지배술사가 겨우 총구를 두려워해? 그저 운이 좋아서 이룬 거였나!”


회장이 허공에 뜬 다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만약 선우의 눈에 거슬리게 할 생각이었다면 성공이었다.


‘그 앙상한 다리를 흔들거리는 걸 멈추게 해주지.’


꾸욱


총구가 더욱 억세게 선우의 뒤통수를 짓눌렀다.


“고민할 시간은 드릴만큼 드렸습니다. 카운트 세겠습니다.”


수행비서가 로봇 같은,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어투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10, 9, 8.”

“어? 위에 저거 뭡니까?”


선우가 천장을 향해 눈동자만 올리며 말했다.


“...푸흐흡, 푸하하하! 선우 군, 지금 웃기려고 한 말 맞지? 그게 언제 적 수법인데. 하하하.”


회장이 배를 부여잡고 크게 웃었다.

반면 수행비서는 미동도 없었다. 그저 호탕하게 웃는 회장을 힐끗 보기만 했다.


‘지금이다.’


선우는 그 잠깐의 틈을 노렸다.


딱!


“응?”


돌연 들리는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에 회장이 웃음을 그치고 선우를 바라봤다.

수행비서는 체념한 얼굴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묵직한 반동에 총구가 흔들리고, 매캐한 연기가 뿜어졌다. 총알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선우의 뒤통수에 닿았다.


팍!

덜그럭-


회장의 시선이 힘없이 떨어진 총알로 향했다.

뒤이어 그는 목에 깁스라도 한 듯 딱딱하게 고개를 들었다.


“서, 선우 군. 몸이...”


회장의 눈꺼풀이 덜덜 떨렸다. 흔들리던 다리는 책상에 붙은 것처럼 움직임을 그쳤다.


“크르르... 쿠와아악!”


선우의 입에서 오크의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사방에서 격발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타다다당-

탕! 탕!


총격을 미리 예상한 수행비서는 곧바로 몸을 던졌다.

그 덕에 총알세례에 말려들지 않았다. 허벅지 옆 부분에 스치는 것에 그쳤다.

그러나 그의 다리는 총에 직격이라도 당한 것 마냥 힘을 쓰지 못했다. 가만히 있어도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사정없이 총을 갈겨댄 탓에 생긴 연기에, 신체전반이 가려진 선우를 멍하니 바라봤다.

선우의 강건한 녹색피부가 날아드는 총알 족족을 튕겨내는 광경을 목도했다.


“괴물...?”


콰직!


오크로 변하느라 발생한 압력을 어떻게든 버티던 휠체어가 결국 산산조각이 났다. 바닥에 나자빠진 선우는 야만스러운 움직임으로 회장과 수행 비서를 번갈아 훑었다.


“크르르르.”

“으, 으윽... 으아아!”


수행비서가 미친 듯이 권총을 쏴댔다. 눈코입 전부 확장된 채로 절규인지, 뭔지 모를 소리를 질렀다.


“크와악!”


이윽고 선우가 양팔로 바닥을 짚으며 고릴라처럼 수행비서에게로 기어갔다. 빠른 속도로 덮쳐오는 괴물의 위용에, 수행비서는 숨 쉬는 것마저 잊었다. 머리털이 곤두서다 못해 하얗게 셀 정도였다.


“크왁!”


그의 코앞까지 당도한 녹색괴물이 적안(赤顔)을 빛내며 우악스럽게 손을 뻗었다. 짓이겨버릴 기세로 수행비서의 머리통을 잡으려했다.


“그, 그만!”


책상에서 부리나케 일어난 회장이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수행비서의 바로 앞에서 멈춰선 손이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크르르르.”


선우가 옹골찬 아래어금니를 들썩이며 회장을 노려봤다. 회장은 불타는 듯한 그의 눈빛에 오금이 저렸다.


‘조금... 지렸나. 나도 진짜 늙었군.'


울적하게 자신의 아랫도리를 슬쩍 보던 회장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경고 잊지 마십시오.”


그때, 선우는 이미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으어어...”


흐느끼는 소리에 선우가 고개를 돌렸다.

넋이 나가다못해 혼절할 듯한 얼굴의 수행비서가 문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그의 뒤통수에 희끗희끗 난 흰머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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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16. WS (5) +1 19.07.12 528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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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16. WS (3) 19.07.09 501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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