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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랭킹을 씹어먹는 지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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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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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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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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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그날이후 (1)

DUMMY

집게에 잡힌 분홍빛 삼겹살이 불판에 고이 올려졌다.


치이이이-


“캬아~ 이거지! 내가 이것 때문에 고향으로 못 돌아갔다니깐.”


선영이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감탄사를 표했다.

옆에서 고기가 익기만을 기다리던 명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기에도 고기는 있을 거 아니에요.”

“야, 거긴... 달라. 육즙이.”

“고기가 거기서 거기지, 뭘.”

“너, 가. 아니면 네가 먹은 값은 내고 먹던가.”

“아, 죄송.”


명재는 바로 코를 처박고 부추절임을 입에 쑤셔 넣었다. 고기를 포기할 순 없었다.


“자, 오다 주웠습니다.”


그때, 화사한 꽃다발이 명재와 선영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선영이 뒤를 돌아봤다. 아크로가 부끄러운 듯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웩... 언제 적 멘트야.”


명재가 구역질하는 시늉을 했다. 이를 목격한 아크로가 시뻘게진 귀를 붙잡으며 소리를 빽 질렀다.


“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 수잔나와 진배없는 놈!”


그는 나오는 대로 욕을 지껄였다. 방금 그가 뱉은 멘트는 일주일간의 철저한 조사 끝에 정한 대사였다. 그의 일주일이 박살났다.


“자자, 진정들 하시고. 아크로 씨도 앉아요. 오늘 선영 씨가 산다니까.”


선우가 선영을 힐끗 바라봤다. 선영은 꽃다발의 냄새를 맡느라 여념이 없었다. 선우로서는 의외의 모습이었다.


‘선영 씨도 저런 면이 있네.’


이내 아크로까지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이들의 모임은 한층 더 시끌벅적해졌다.


“아크로 씨, WS는 지낼 만 해요?”


선우가 고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물었다.


“나쁘지 않아. 리처드가 치매 걸린 회장의 뒤를 이었다는 게 좀 눈꼴시지만.”

“그래요?”


선우는 조금 놀랐다. 리처드가 회장의 외아들이긴 하다만, 회장의 눈 밖에 난 자식이었다.


“근데 그러고 보니 그 남자, 리처드는 누가 구했죠? 제가 미르바에게 잡혀갔을 때, 그 남자도 거기 붙들려 있었는데.”


대선이 물었다.


“몰라. 선영 씨가 자네를 구하려고 난동을 부리는 사이 빠져나왔다나 뭐라나. 그 뒤로 쭉 벌벌 떨면서 안전가옥에 박혀 있었다. 1년 전 마지막 전투 때도 마찬가지고. 다 끝나니까 기어 나오더만.”

“...WS도 앞으로 힘들겠네요.”


선우의 말에, 아크로가 깊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배술사, 당신은 왜 한국지사장 그만둔 거야? 그 자리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자리 알아봐준다는 것도 마다했다며.”

“WS면 좋은 직장인데. 왜 그랬어요, 선우 씨.”


대선이 거들었다.


“형님, 좋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거예요. 우리가 한 때 적으로 지내서 그렇지, WS면 초거대기업인데. 완전 땡큐죠.”


명재도 밥풀을 튀겨가며 역설했다.

선우는 눈을 내리깔고 미소를 지었다.


“그냥... 왠지 답답할 것 같아서. 내가 배가 부른 건가.”

“배가 불렀어? 내 주먹 한 방이면 다시 꺼질 텐데. 도와줄까?”


선영이 주먹만 한 쌈을 입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1년 쉬다보니까 현실감을 잃었나 봐요. 아니면 그전에 겪은 경험들이 너무 커서 그런가.”


선우가 허한 웃음을 지었다.

조금 처진 분위기를 읽은 명재가 주제를 돌렸다.


“아, 근데 다들 그 소문 들었어요?”

“무슨 소문?”


대선이 남은 생고기를 모조리 불판에 올리며 물었다.


“아직도 스킬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데요. 인터넷에 가끔씩 올라오던데.”

“뭐?”


모두의 눈이 명재에게 쏠렸다. 이어서 그들의 눈동자는 자연스레 선우에게로 향했다. 그가 서바이벌프로젝트를 끝낸 장본인이다.


“말이 안 되는데. 내가 확실히 부숴놨거든. 모든 스킬의 근간이 되는 구슬을.”


시선을 느낀 선우가 말했다.


“맞아. 그래서 선우 씨 죽을 뻔 했잖아. 그거 확실한 정보야?”


대선이 신중하게 고기를 뒤집으며 거들었다.


“야, 가짜 뉴스. 꺼져.”


선영이 명재의 눈앞에 대고 손을 내저었다.


“아, 저도 그냥 주워들은 거예요...... 근데 형님, 정신 차리고 나서 구슬 확인해보셨어요?”


명재가 선우의 안색을 살피며 슬그머니 물었다.

그의 물음에, 선우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봤다.


“검은 빛이 휘몰아치고, 난 정신을 잃고... 그 다음 눈을 떠보니 온몸이 새까맣게 타있었고. 맞아, 수지랑 브라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타버렸었어. 나는 수트르인의 피 덕분에 살아남았고.”


선우가 펼친 양손을 내려다봤다.

그는 스킬은 잃었지만 무한회복이 가능한 체질은 그대로였다. 전신이 탔을 때도 그는 두 시간 정도 만에 몸을 일으킬 기력을 회복했었다.


“그리고 쇠구슬은....”


선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구슬의 행방을 떠올리려 애썼다. 당시에 장면들이 머릿속을 휙휙- 지나갔다.


“쇠구슬은 못 봤어. 정신이 없었거든. 얼마 안가 페드로 씨가 구조하러 오기도 했고. 확인할 여력이 없었지.”

“됐어. 그때 기억을 뭐하러 해.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정 궁금하면 직접 해보면 될 거 아냐.”


선영이 젓가락 하나를 집어 명재에게 건넸다.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켰다.


“......”


이에 명재는 젓가락을 받아들고는 젓가락을 쥔 손을 뒤로 당겼다. 그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며 예전의 감각을 떠올리려 애썼다. 이윽고 벽을 향해 힘껏 던졌다.


팅-


심각한 분위기가 무색하게도 젓가락은 벽에 닿자마자 힘없이 튕겨나갔다.


“에라이, 빙충아.”


선영이 명재의 팔뚝을 찰싹 때리고는 다시 고기에 집중했다.


“그래, 만약 진짜였으면 벌써 세상이 떠들썩했겠지.”


선우가 빙긋 웃으며 명재의 어깨를 툭툭 쳤다.

뻘쭘한 명재는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얼른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암튼 그래서 형님은 이제 어쩌시게요? 돈도 거의 다 떨어지지 않으셨어요? 어디 들어갈 데라도 찾아놓으셨어요?”

“찾아놓은 건 아니고. 다른 데서도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긴 했어.”

“그래요? 어쩐지.”


대선이 한시름 놓았다는 듯 활짝 웃었다. 은근히 선우의 앞날이 걱정됐던 모양이다.


“거기가 어딘데요?”


대선의 물음에, 선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제르비아예요.”

“예에?! 거기는...”


대선이 입을 쩍 벌렸다. 제르비아는 이세계의 나라였다.


“그래서 인사도 할 겸 들러 보려고요.”


선우가 고기를 한 점 집어 들며 말했다.

그의 옆에서 아크로가 별로 안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언제 가는데? 또 어떻게 가고.”


선우는 무심하게 고기를 소스에 찍으며 말했다.


“내일요. 벌써 WS의 연구소장에게 부탁해놨어요.”


/


“으으, 머리야.”


오랜만에 동료들과의 술자리라 들뜬 탓에 술을 들이 부은 게 문제였다. 선우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연구소장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다 숙지하셨죠?”

“아, 네, 뭐.”


선우는 어영부영 답하며 이동장치의 시동을 걸었다. 이동장치는 겉모양도, 내부도, 심지어 조작법도 자동차와 판박이였다. 해서, 별로 낯설지가 않았다.


“그럼 다녀올게요.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요.”


선우가 핸들에 있는 버튼을 눌러, 계기판에 떠있는 이동위치를 조작했다. 그리고는 연구소장을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아, 맞다. 그-”


뭔가가 떠오른 연구소장이 입을 여는 순간, 선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말해줄게 있었는데. 뭐, 갔다 와서 전해도 될라나.”


연구소장이 흰 가운에 달린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으며 뒤돌아 연구실로 향했다.


/


“욱... 숙취가 더 심해진 것 같은데.”


선우는 울렁거리는 배와 지끈거리는 이마를 쥐며 이동장치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익숙한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제르비아 왕국의 도시, 제노였다.

일전에는 웨이브를 수행하기 위해 왔던 곳이다.


“어어?!”

“어머머?!”


지나가던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춰 섰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로 선우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하하, 안녕들 하셨어요?”


선우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이런 굼벵이 같은 자식. 왜 이제 와! 부하들은 얻다 버리고.”

“아, 어쩌다보니... 그리고 부하들 아니고 동료인데.”


선우가 소심한 반박을 하는 사이, 어느새 그의 발길은 동네주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사정도 묻지 않고, 호탕하게 웃으며 그를 끌고 갔다.


“여기, 시원한 맥주에다가 훈제 소시지 한 접시 내오라고!

“아, 저 술은 좀.”

“엉? 이런 허약한 자식. 저번에도 내빼더니, 이번에도 그러네. 다른 녀석들 데려와. 그 여자, 어디 있어. 팔씨름 복수해야하는데.”


시민이 짓궂게 웃으며 선우를 놀렸다. 그 여자란 선영을 말하는 듯하다. 선우가 자세히 보니, 저번에 선영에게 팔씨름을 패배한 그 남자였다.


딸랑-


왁자지껄한 주점의 분위기 속에서 문에 달린 종소리가 딸랑딸랑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주점내부는 순식간에 침묵이 흘렀다.


“폐, 폐하!”

“폐하가 여긴 어쩐 일로...”


모두들 양옆으로 갈라지며 국왕에게 예의를 갖췄다.

예전 반란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형!”


국왕이 한걸음에 달려와 폭 안기려다가 멈춰서더니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국왕의 체면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이윽고 그는 무척 아쉬운 눈길로 악수를 청했다.


“잘 지냈... 셨습니까.”


선우도 덩달아 주변 이들의 눈치를 봤다.


“그럴 필욘 없어. 이미 의형제를 맺은 사실을 다 알거든.”


국왕이 맞지 않냐는 눈빛으로 시민들을 돌아봤다.


“네, 네! 삼백년 전부터 알고 있었습죠!”

“멍청아, 삼백년 전에 네가 살아 있었냐? 그땐 네 할아버지도 안 계셨겠다!”

“뭣?! 네놈이 감히 우리 할아버님을 무시해? 뒤지고 싶어?”


시민들이 멱살을 쥐며 분탕질을 하는 사이, 국왕이 선우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왜?”

“근데 그건 어쩌고 여기까지 왔어?”


선우는 어리둥절했고, 국왕은 국왕대로 의아했다.

서로가 서로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스킬 쓰는 자가 나타났다며. 얼마 전에 방문했던 WS 사람이 그러던데.”

“뭐?!”


선우는 크게 놀랐다. 명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아니, WS쪽에서 국왕에게 정보를 전달했으니 세 번째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믿기 힘든 정보임에는 틀림없었다.


“어디서 나타났는데?”

“응? 당연히 형네 세계지. 형네 세계 사람이 말해줬으니까. ...근데 별일 없겠지?”

“...미안한데 나, 가봐야겠다. 다음에 정식으로 인사 나누자.”


선우는 당혹스러워하는 국왕을 뒤로 하고, 서둘러 주점을 빠져나갔다.


‘스킬을 쓸 수 있다고?!’


그는 복잡한 심경을 안고, 이세계 이동장치를 향해 달려갔다. 선우는 현재 자신이 정확히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어찌 보면 불안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설레는 것 같기도 했다.


‘내친 김에 한번 써볼까?’


이동장치에 올라탄 선우는 자신의 오른손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심장이 요동쳤다. ‘그날’ 이후로 그는 이제까지 손가락을 튕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튕길 일이 없었을 뿐더러 스킬을 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설마.’


선우는 침을 꼴깍 삼키며 중지와 엄지를 맞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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