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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눈을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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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피치로갈
작품등록일 :
2019.04.13 14:21
최근연재일 :
2019.09.20 08:52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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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82
글자수 :
54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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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9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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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 1

언젠가 이런 상상을 해봤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사람의 눈을 보고 '날 좀 좋아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면 바로 이루어진다는 그런 상상. 그 열망이 만든 소설입니다.




DUMMY

***



[ 분명 대리님 볼 때마다 예쁘다고 했었는데... ]


너무 열 받아 다음 날 꼬맹이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이 사건의 전말을 아는 건 이 아이밖에 없다. 굳이 내가 말 안 해줘도 다 알고 있더라.



[ 그건... 내 주문이야... ]


이런 말을 하기도 부끄럽지만 그건 다 내 능력이다. 팀장님의 관심이 목말라 황소 동상 앞에서 주문을 걸었다. 딱 내 주문대로다. 예쁘게 보여라.

그 사람 진심이 아닌 거다.



[ 분명 날 죽이려고 했었는데... ]


그건 아마 조유리 때문일 거다.

자고로 사람이란 자기를 좋아하던 사람이 다른 이성과 마주해도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이기적인 존재다.

조유리를 좋아한다고 그렇게 광고하고 다녔으니 나라도 꼬맹이는 경계대상 1호였을 거다.



[ 그건 네 착각이고. 아마 내 주문 때문에 억지로 그런 생각이 난 걸 거야. 여기에 진심이 있을 리가 없지. ]


시키는 대로만 하는 꼭두각시에게 진심이란 게 있을 리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손이 뭐야, 포옹에 그 이상의 진도도 나갈 수 있었을 거다.



[ 그럼 어떻게 하실 거에요? ]


꼬맹이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글쎄다.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 일단 저질렀으나 일이 이렇게 흘러갈지 몰랐기에 대비책도 세워두지 않았다.

뭐 어떻게 할까.



[ 그냥 내버려두지 뭐. ]


굳이 뭘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주문을 걸어도 진짜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척하는 껍데기일 뿐인데.

AI는 발전이라도 하지 이 기계적인 관계에 미래란 없다. 그냥 집어치우는 게 이득이겠다.



[ 그럼 팀장님은 어쩌고요? 계속 대리님 좋아하는 상태로 둘 거에요? ]

[ 나 안 좋아한다니깐. ]


이런 걸 쓸 데 없는 걱정이라 하는 거다. 누가 날 좋아하면 고마운 일이지 왜 걱정을 하고 앉아있나.

내 인생에서 짝사랑이 문제였지, 선망의 대상이 되는 건 그리 나쁘지 않았다.



[ 아니요. 그래도 결론적으론 대리님을 좋아한다고 생각할 거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 못 만나면 어쩌려고요? ]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않았다.

이 사랑이 진심이 아니라면 진심인 사랑도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다. 저주라는 거짓의 베일에 싸여 숨겨져 있을 거다.

이걸 풀려면 팀장님께 진짜 사랑을 찾으라는 축복을 주문을 걸어야 하는데.



‘ 내가 왜? ’


괘씸해서 그러고 싶지 않다. 혹시 저 진짜 사랑이 조유리라면, 이거 원수에게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되는 거다.



[ 알아서 하겠지. 어차피 둘이 잘만 만나는구만... ]


굳이 저주를 풀지 않아도 둘이 데이트 비슷한 건 다 하고 다니는 거 같다. 같이 출퇴근 해, 같이 밥 먹어.

또 같이 뭘 했을지 내가 아나. 나도 둘의 애정관계에 대해 안 지가 얼마 안 돼 거기까진 모르겠다.



[ 둘이요? ]

[ 아니야. 미지의 누군가가 있을 거란 뜻이지... ]


꼬맹이가 조유리의 마음을 아는지는 모르겠다. 그 눈을 봤으면 대충 눈치 챘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미리 알려주고 싶진 않다.

왜냐. 나보다 조유리가 더 인기쟁이로 보일 거니깐.



[ 근데 대리님은 어때요? 계속 팀장님과 만나고 싶은 거에요? ]


꼬맹이가 새로운 화제를 던졌다. 나의 진심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 생각은 못 읽어 궁금한 모양이다.



[ 난... ]


당연 팀장님과 사귀면 좋을 거라 생각했었다. 저런 능력 있는 훈남과 만나는 일이 이 지구에선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 횡재와 같은 거다.


근데 선뜻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로 난 그와 사랑을 하고 싶은 걸까.



[ 난...? ]


꼬맹이가 침을 꼴딱 삼키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허나 그 기다림의 곱절이 지나도 내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당연히 그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 모르겠어... 너 사람의 생각을 읽을 줄 알잖아. 그럼 내 진심도 알 수 있겠지? ]

[ 아마도요...? ]


그렇다면 꼬맹이는 나도 모르는 내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다. 마음을 들키는 게 창피하지만 이럴 땐 아는 자의 지식을 빌리는 게 상책이다.



[ 너 내 눈... ]

[ 싫어요! 대리님 눈 안 볼 거에요! ]


꼬맹이가 의도를 알아차리고 황급히 눈을 피했다.

평소엔 그렇게 내 생각을 읽고 싶다고 도돌이 노래를 불렀으면서 판을 깔아주니 싫단다.

사람이 왜 그렇게 변덕이 심할까. 그래서 내 생각을 읽고 싶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 좀 돕고 살자! 내 진심만 보고 다시 거둬줄게! ]


평생 내 생각을 읽으며 살라는 제안이 아니다. 아주 잠깐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후엔 다시 천막으로 가려버릴 거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다.

사람이 쉽게쉽게 가야지. 왜 그렇게 모나게 반응하나.



[ 이런 골치 아픈 일에 저 끼우지 마세요! 전 사랑 문제가 가장 싫어요! ]

[ 왜! 사랑 잘 하고 있잖아! ]


은하씨랑 아주 잘 만나고 있으면서 뭐가 어렵다고. 다 귀찮아서 하는 변명이다.

이게 뭐가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그 정도 능력이면 누워서 침도 뱉을 수 있으면서.



[ 잘 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은하 선배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고요! 무슨 여자가 그렇게 갈대 같아요? ]

[ 그건... 은하씨가 특이 케이스고! 나의 진심이 갈대 같은 건 아니잖아! ]


내 은하씨 변덕은 익히 알고 있어 변명은 못 하겠다.

그러나 사람은 각자의 성격이 있고, 모든 사람을 일관된 시선으로 볼 수 없는 법이다. 고로 난 은하씨와 달리 변덕스럽지 않으니 걱정마시고 내 눈을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 대리님이 제일 심했어! 무슨 눈만 보면 이상한 드라마를 쓰던데! ]


재밌었다는 나의 생각이 아무래도 저 드라마인 거 같다.

너무 심심해서 과대망상으로 드라마 좀 만들어 봤다. 그 드라마에서 우리 회사의 최고 인기녀도 되고 참 좋았다.

그게 이상하다니. 내 취미이자 특기를 모독하지 말아주길 간곡히 협박하겠다.




***



결국 꼬맹이는 내 눈을 바라보지 않았고, 일단은 팀장님에게 걸린 사랑의 주문은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두 사람이 내 안에 쌓인 원한을 풀어준다면 생각해보겠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날로 먹으려 해.


그럴수록 조유리의 스토킹은 날로 심해졌다.

이젠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와 아는 척을 해대는데 준규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저렇게 따라다니면 무섭다고.

지금 난 저 아이가 무섭다.



[ 왜. 왜 그렇게 따라다니는데! ]


하다못해 화장실 앞까지 따라온 건 너무하다 싶어 한 마디 했다. 이렇게 은밀한 공간에선 사생활 좀 지켜주자. 어디 겁나서 거사를 치루겠냐고.



[ 어머. 언니, 제가 언제 따라다녔다고 그러세요? ]


조유리가 원래 화장실에 오려던 사람마냥 거울을 보며 미모 체크에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이 너무도 예뻐 성질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예뻐보이는 건 반칙이지.

이제야 팀장님 눈에 내가 예쁜 게 아니라 조유리가 예쁠 거란 주제파악이 됐다. 이런 투샷은 비교체험 극과 극이었다.



[ 그래요? 그럼 먼저 볼 일 보세요. ]


난 한 걸음 물러나 조유리를 위한 길을 터주었다. 이런 호의도 이번이 마지막이니 얼른 볼 일 보시던가요.

날 따라온 게 아니면 뭔가 할 일이 있을 거다. 지켜본다.



[ 저 거울 보러 온 거에요. 무슨 생각 하시는 거에요. ]


조유리가 당황하며 삐져나온 옆머리를 괜히 만지작거렸다.

거울 하나를 보기 위해서 나와 함께 이 기다란 화장실 줄을 섰다는 말이 참 놀라웠다. 게다가 여긴 인사부가 있는 13층인데. 24층에서 화장실을 여기까지 오셨다. 마케팅 부서는 일이 널널해서 이렇게 땡땡이를 쳐도 무리가 없는가 보다.



[ 그럼 난 가야겠다. 볼 일을 다 봐서. ]


화장실은 나중에 가면 되고 일단 저 거머리같은 조유리 좀 치우려 돌아섰다. 난 보시다시피 그리 널널한 스케줄이 아니라 먼저 가봐야 할 거 같다.



[ 어머, 언니!! ]


조유리가 황급히 나를 따라 나왔다. 이래도 안 따라 다닌다 우기겠지.

그저 한숨만 나온다. 아마 준규도 이랬을 거다.



[ 왜요. ]


오늘은 딱 여기까지만 끝내기로.

내일 다시 따라다녀도 뭐라 안 할 테니 이번엔 여기서 서로 작별인사 하고 헤어지자.



[ 지훈 오빠랑 얘기 해봤어요? ]

[ 네. 했습니다. 조유리씨께서 팀장님을 좋아한 이력이 있으시다고요. ]


난 모든 걸 알고 있으니 친한 척 들러붙지 말라는 뜻에서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쯤하면 우리가 얼마나 앙숙인지 다 알거다.

제발 평균적으로 반응하자. 이건 창의적 발상을 요하는 마케팅 업무가 아니라 상도덕의 문제다.



[ 오빠가 그래요? ]

[ 네. 그쪽 오빠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 그럼 준규 오빠는요? ]


아는 오빠 많아서 좋겠다.

근데 그 오빠들 소식을 왜 내가 알고 있어야 하냐고. 내가 뭐 사랑의 뻐꾸기라도 되는 거야.

졸지에 연애 매니저로 취업했다. 고맙다, 이렇게 투잡을 뛸 수 있게 해줘서.



[ 준규는... 010-XXXX-XXXX로 연락해보시고요. ]


몰라서 묻는 거 같아 친히 준규의 번호를 알려줬다. 어쩌면 이미 차단당했을지도 모르지만 노력이라도 더 해보고 왔으면 한다.



[ 언니 못 됐다. 두 남자를 손에 쥐고 뭐하는 거에요? ]


이러다 화병이 돋겠다.

내가 뭘. 난 그 두 사람과 별 일이 없었다니깐.


팀장님이랑 썸은 탔어도 썸만 탔지, 스킨쉽 이런 아찔한 장면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 순결함을 지켜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준규는 입이 아프니 패스. 그냥 알아서 오해해라.



[ 반사합니다. ]


님이 하신 그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순리대로 처리하는 거니 너무 유치해 하지 말길 바란다.



[ 하. 언니 진짜 웃긴다. 이렇게 뻔뻔하니깐 두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거지! ]


조유리의 기똥 찬 목청에 점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다들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힐끗 보며 어떤 소문을 내야 직성에 풀릴까 궁리하는 얼굴이었다.

내일 또 어마어마한 속보가 뜨겠다.



[ 분명히 말씀드리겠지만 전 아닙니다. 그 두 분은 조유리씨가 만난 거잖아요. ]


사람들 들으라고 공손한 말투로 공개 발표했다. 이렇게 딱 찝어주지 않으면 해석이 여러 개가 나와 가장 자극적인 말이 유행하더라.



[ 언니 이제 보니 완전 여우네!! 오빠들이 언니 이러는 거 다 아나?! ]


내가 님의 말처럼 여우인지는 모를 거다. 다만 님이 이러는 건 왠지 알 거 같다.

뭐 안 친한 나도 뻔히 알겠는데, 사랑으로 엮인 그들은 얼마나 염증을 느낄까.


[ 저도 모릅니다. 이제 그만하시고 들어가시죠. 많이 흥분하신 거 같습니다. ]


취업 면접을 준비하면서 온갖 위기 상황을 시뮬레이션 했을 때 다 이렇게 하더라. 아무리 당황스러워도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하고 공손한 태도로 문제를 지적해준다.


난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의 모습대로 했을 뿐이다.

그게 오히려 상대를 더 열 받게 하는 거라면 그건 우리 인사과에 따지길 요하는 바이다.




다들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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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되돌리다 19.09.20 40 2 11쪽
107 철천지 술친구 19.09.20 37 2 12쪽
106 전설의 시작 19.09.20 44 2 13쪽
105 유배 5 19.09.19 39 2 13쪽
104 유배 4 19.09.19 40 1 12쪽
103 유배 3 19.09.19 36 1 11쪽
102 유배 2 19.09.19 41 1 12쪽
» 유배 1 19.09.19 37 1 12쪽
100 이게 같아? 19.09.18 37 1 12쪽
99 나는 바람펴도 19.09.18 41 1 11쪽
98 최후의 만찬 19.09.17 36 1 12쪽
97 그 여자의 박력 3 19.09.16 43 1 12쪽
96 그 여자의 박력 2 19.09.16 40 1 12쪽
95 그 여자의 박력 1 19.09.15 44 1 12쪽
94 훈남의 여사친 5 19.09.14 45 1 12쪽
93 훈남의 여사친 4 19.09.14 50 1 11쪽
92 훈남의 여사친 3 19.09.13 49 1 12쪽
91 훈남의 여사친 2 19.09.12 52 1 13쪽
90 훈남의 여사친 1 19.09.11 4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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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용서해줘 2 19.09.09 47 1 11쪽
87 용서해줘 1 19.09.08 39 1 12쪽
86 손도 댈 수 없는 19.09.06 44 1 12쪽
85 안부 확인 19.09.06 46 1 11쪽
84 찬바람 쌩쌩 19.09.04 43 1 12쪽
83 눈엣가시 19.09.03 43 2 12쪽
82 인간이라는 막막함 19.09.02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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