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북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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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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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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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의문 4

DUMMY

75. 비밀과 의문 4




수다쟁이 노인은 나머지 노인들과 뭔가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 짬을 이용하여 영우는 길버트와 밥의 의견을 물었다.



‘길버트, 밥! 어떻게 생각해요?’



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로드! 제 생각에는 벽에 박힌 조상의 유물들을 너무 많이 빼내면 안 될 것 같아요.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는 이 섬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초월인 전체가 혜택을 보거든요. 그걸 개별적으로 줘 버리면···’




‘저도 그걸 걱정하고 있었어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영적으로 연결이 되어야 하는 것 같은데, 짝짓기 한다고 몇만 명이 들락날락하는 것도 그렇고, 모두가 탐낼 테니까 너무 소문이 나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고요.’


‘길버트는 어떻게 생각하죠?’



‘동감입니다. 로드만 돌도끼를 받는 것으로 하죠. 그러면 마니토 초월인과 생존자 전체가 계속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로드도 저 영감님의 도움을 받으니까요.’



‘좋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리죠.’



영우는 마침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선 수다쟁이 노인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아무래도 지금은 저만 할아버지의 유물을 넘겨 받는 것으로 하지요. 저 유물의 힘은 지금 이자리에서 생존자 전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거든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 아이들도 모두 그게 좋겠다는구나. 다들 여기서 나가기 싫은가 봐. 껄껄껄···’


‘이제 너의 능력에 관해 말해주마. 그 능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저기 박혀있는 내 수정 돌도끼를 떼낼 수 있을뿐만 아니라, 나의 지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야.’



그 얼마나 기다렸던 정보였던가! 영우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네가 가진 주술력은 매우 드문 것으로, 가장 강하고 순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빛, 그리고 어두움으로부터 나온다. 우주에서 이 두가지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없어.’


‘빛과 어두움은 서로 상응하면서 대립한다. 항상 하나로 이루어져 있지만 절대 만나지 않지.’



차근차근 설명하는 수다쟁이 노인의 말에 영우는 착한 손자처럼 귀를 기울이다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럼,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건가요? 한 몸이지만 영원히 만나지 않는···’



‘동전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한 몸이면서 영원히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정확한 얘기다. 함께 존재하지만 섞이지 않는다는 것이란다. 궁극적으로는 그 이치가 세상 만물에 적용되지.’



제대로 된 동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천 년 전의 이야기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네가 빛을 빨아들이는 능력을 먼저 깨달은 것은 빛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두움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네 눈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지만···’


‘지금은 보이는 것만 보고 있어. 어서 그 습관을 버려야 한다.’



여기까지 말한 노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영우가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 깨달음은 연습이나 훈련으로 얻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 번 깨달으면 절대 잊어버릴 수 없다. 네 몸과 마음의 일부분이 되기 때문이지. 그래서, 네 마음이 흔들리면 검은 안개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야.’



영우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술사는 그 재질을 타고 나야 하는 것이지만, 강하고 훌륭한 주술사가 되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방금 말한대로 노력은 연습이나 훈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주의 만상을 이해하려는 자세다.’


‘깨달음보다 더 큰 노력은 없지만, 노력이 없는 깨달음도 없다.’



노인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닫았고, 이제는 영우에게 달렸다는 듯 넌지시 바라볼 뿐이었다.




영우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노인이 던진 마지막 말은 마치 선답 같기도 했고, 불교의 가르침 같기도 했다. 노력이 없는 깨달음이 없다는 이야기는 이해가 갔지만, 깨달음보다 더 큰 노력이 없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전심으로 노인의 말을 전해들은 길버트와 밥은 영우와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은 노인의 말이 비단 영우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아니 모든 초월자에 해당하는 말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드! 죄송하지만, 제 고찰의 능력으로 답을 먼저 얻은 것 같은데··· 공유할까요?’



영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건 시험이 아니다. 하지만···’


‘답을 남에게 전해 들으면 깨닫게 될까?’


‘전해 들어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처음부터 선문답 놀이를 하지 않고, 노인이 직접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영우는 길버트의 제안을 거절했다.




‘잠깐만 좀 기다려 주세요. 저도 생각 좀 해보고요.’




길버트가 이미 답을 깨달았다는 말에 영우는 갑자기 초조해졌다.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결국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깨달음을 얻으면 그것이 노력했다는 증거라는 건가?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영우가 정신을 집중하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눈동자에서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걸 흥미롭게 바라보던 수다쟁이 노인은 영우의 검은 안개 주위를 기웃거리며 살펴보았다.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집중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노력하고 있는 지 조차도 알아차릴 수 없겠지. 마치 지금 저 수다쟁이 노인처럼 말이야.’



영우는 집중하고 있는 노인을 바라보면서 노인이 던진 지혜의 조언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노인의 모습만 비치고 있었지, 노인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자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방금까지 전방 1미터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노인이 갑자기 고개를 쳐들더니, 영우의 얼굴을 마주보며 싱긋 웃어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때, 영우의 뇌리에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래! 맞아!’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까지도 항상 놓치지 않고 성찰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면,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항상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사람에게는 그 노력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고···’


‘결국은 동전의 앞뒤, 빛과 어두움···’


‘아! 노력과 깨달음은 결국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머리처럼 한 몸이구나···’




그 순간!



방금까지 영우의 눈앞에서 얼쩡거리던 수다쟁이 노인의 하얀 안개가 영우의 오른쪽 눈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노인이 검은 안개로 뛰어들었다고 해야 맞았다.


그러자, 영우의 몸은 흠칫 놀랐지만, 머리속은 맑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영우의 오른쪽 눈동자에서 나오던 검은 안개가 점점 사라지면서 노인의 새하얀 안개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영우의 오른쪽 눈동자에서는 새하얗게 빛나는 안개가 뿜어나오고 있었고, 왼쪽 눈동자에서는 이에 질새라 검은 안개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두 가지 상반되는 안개는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당겨대는 희한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동굴 밖의 길버트와 밥은 영우의 눈을 통해 모든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안개를 직접 볼 수 없었다. 아마,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았다면 달랐으리라···


그들은 영우가 깊은 명상에 빠진 상태로 움직이지 않는 것과, 노인의 모습이 가까이 다가와서는 사라져버린 것만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몇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 침묵을 지키며 영우가 명상에서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점심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갑자기 영우의 전심 메시지가 두 사람의 뇌를 울렸다.



‘그 노인이 자신이 가진 모든 지혜를 전해주었습니다. 이제 자기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지만, 조금 더 나와 함께 머물며 도와달라고 붙잡았지요.’


‘지혜를 물려받은 것과는 별개로 나중에 의견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한동안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길버트와 밥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반 빙의가 된 건가요?’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어요. 나를 감싸는 영혼의 입자라고 할까? 에너지와는 다른 건데요··· 뭐 그런 상태로 머물 겁니다. 내 영혼과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으니 이 전심 메시지도 들여다 볼 수는 없어요.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은요.’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답니다. 제가 원해도요. 그러니 귀신에 씌운 거 아니냐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나머지는 나가서 얘기하죠.’




영우는 동굴 벽으로 다가가 수다쟁이 노인의 수정 돌도끼를 파낸 후, 자신을 둘러싸고 바라보는 노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동굴 입구로 향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노인들의 가슴은 듬직한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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