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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압도적인 연기 천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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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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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편견은 깨져야 제맛 (2)

DUMMY

말을 마친 폴킴은 자신이 건넨 것을 받는 강서아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폴킴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깔끔한 동작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순간 멋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폴킴도 대단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원 엔터 간판 배우이자, 톱배우인 강서아였다. 그 자체가 주는 기세가 있을 터였다.

그런 강서아에게 촬영을 접겠다고 말하는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일련의 과정에 감정을 1g도 끼워 넣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금 폴킴이 강서아를 대하는 스탠스는 오직 사진작가와 모델 딱 그뿐이었다.


촬영장을 제일 먼저 떠난 건 강서아였다.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행동할 법한 사람이 강서아였으나, 어쩐 일인지 그녀 역시 감정적 대응은 하지 않았다.

그저 손에 쥔 그것을 꼭 움켜쥐며, 바들거리는 입술을 티 나지 않게 갈무리하고선 현장을 빠져나갔을 뿐.


그렇게 촬영이 엎어지고 나는 곧바로 미리 김정석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해두었던 트레이닝 센터를 찾았다.

새벽부터 촬영 준비를 해야 했던 탓에 오늘 해야 할 운동을 하지 못했으니까.

트레이너를 객실로 부르는 쪽을 고민하는 김정석에게 그냥 센터를 가겠다고 했다.

대신에 저녁을 내 방에서 같이 먹기로 했다.


“다른 스태프들이랑 맛있는 거 먹으라니까.”


관리 때문에 풀떼기 위주로 준비한 식사를 부득불 함께하겠다던 김정석을 말리지 못한 채 마주 앉았다.


“신소정이는 벌써 문희선 편집장과 소울메이트가 된 것 같네.”


본의 아니게 붕 떠버린 시간 동안 문희선 편집장과 신소정은 도깨비 투어를 나섰다.

그래. 신소정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솔직히 문희선 편집장은 굉장히 의외였다.


첫날부터 엎어진 촬영이었다.

이 한 줄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

그런데 촬영이 강제종료된 이유가 강서아의 촬영에 흡족하지 못해서라는 실로 엄청난 사태를 맞닥뜨린 것이었다.

폴킴의 개인 스태프들은 폴킴이 촬영을 접겠다고 말한 순간부터 조용히 정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일순 당황한 다른 스태프들을 지휘한 게 문희선 편집장이었다.

폴킴의 생각을 충분히 납득했다는 얼굴로, 문희선은 촬영장을 정리했다.


“촬영 일정은 괜찮은 거야?”


김정석에게 물었다.


“애초에 A&A랑 폴킴이 계약할 때 이미 나왔던 얘기래. 촉박하게 촬영은 하지 않겠다고. 그래서 원래 예상했던 5일에서 열흘로 일정이 늘어났던 거고. 뭐, 오늘 같은 상황을 예상한 건 아니었겠지만 이런저런 변수를 생각했던 거겠지?”

“강서아 쪽은? 회사도 오늘 일 알 거 아냐.”


김정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잠잠해. 모르긴 몰라도 그 자존심에 엄청 상처였겠지. 그래도 생각 외로 침착하게 대응하더라. 놀랐어. 물론, 이 실장님 얼굴은 다 죽어가는 것 같지만.”


그리고 그날 밤, 촬영이 하루 더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


다음 날, 오전 운동을 마치고 객실로 돌아온 내게 김정석은 오늘 뭘 할 거냐고 물었다.

객실 창문으로 보이는 세인트 로렌스강을 보며 나는 대답했다.


“촬영지 좀 둘러볼까 해.”

“촬영지?”

“응. 한번 다녀오고 싶어서.”

“그래, 그럼. 근데 진형아. 혼자 다녀도 되겠어? 나는 이 실장님하고 점심을 할까 하거든. 아무래도 마음이 좀 쓰이네.”


김정석으로서는 이 실장에게 마음 쓰이는 것이 당연했다.

같은 회사 소속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가는 이곳에서 가장 마음이 요동치고 있을 두 사람 중 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폴킴이 강서아의 촬영을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에, 내가 들어가 있었으니까.


“난 신경 쓰지 말고 형 일해. 한국도 아니고,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뭘.”

“그래도 관광지니까 한국인들이 없지는 않을 거야. 조심히 다니고.”


그렇게 호텔을 나온 내가 제일 먼저 들린 곳은 화보의 첫 번째 촬영지이자 유일하게 다녀왔던 곳인 프레스코 벽화 앞이었다.

두 남녀가 처음 서로를 인식하는 바로 그곳.

시안을 보면서도 들었던 의문이지만, 왜 폴킴은 이곳에서 두 남녀를 만나게 했을까.

두 사람의 감정선 서사를 따라 촬영 순서까지 맞춘 그녀였다.

그런 폴킴이라면, 촬영지 역시 그냥 아무렇게나 정한 게 아니지 않았을까.

그저 예쁜 장소, 촬영하기에 좋은 장소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촬영지를 둘러볼 생각을 한 이유 역시 이 때문이었다.

시간이 없었다면 모를까, 이왕 시간의 여유가 생겼으니까.


벽화는 화려했다. 이곳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는 했는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나는 그저 궁금함에 벽화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때, 어디선가 은은하게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는 피아노인지 오르간이나 건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폴킴이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집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즈음.


“윤진형 씨?”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피아노 소리에 귀 기울이다 말고, 나는 뒤를 돌아봤다.


“어? 어떻게 여기서?”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윤진형 씨가 여긴 웬일이에요?”


나를 부른 사람은 폴킴이었다.

포토그래퍼로 만났을 당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막대사탕 하나를 손에 꼭 쥔 모습으로.


“하나 먹을래요?”


폴킴이 봉투에서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메이플 태피라는 건데, 메이플 시럽을 얼려서 만든 거래요. 엄청 달아서 맛있어요.”


***


“오···.”


나와 폴킴은 프레스코 벽화 뒤쪽으로 걸음을 옮겨, 세인트 로렌스강이 보이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촬영지를 찾은 이유를 들은 폴킴이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다 말고 동그랗게 뜬 눈을 하고선 똑같은 입 모양으로 나를 쳐다보는 중이었고.


“윤진형 씨.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진지한 사람이었구나.”

“보이는 것보다?”


나는 아직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하며 되물었다.


“아. 나쁜 뜻은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생각할 줄 몰랐단 뜻이지. 여태껏 함께 일했던 사람 중에서 촬영지를 둘러본다거나 거기에 담긴 의미 같은 거 찾아보려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럼 내가 생각한 그 의미가 맞는 거예요?”


프레스코 벽화를 첫 번째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를 말하는 거였다.

폴킴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촬영지를 캐나다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아직은 처음 보냈던 러프한 시안만 나온 상태였거든요. 두 사람의 직업 같은 그런 설정은 아직 없었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벽화 앞에 가게 됐어요. 나도 그때 그 소리를 들었고. 왠지 거기서부터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작거리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두 사람만 보이는 지점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남자는 화가, 여자는 피아니스트가 된 거고요.”


말을 마친 폴킴이 다시 아이스크림을 크게 베어 문다.


“진지한 건 내가 아니라 폴킴인 것 같은데요?”

“응?”

“이번 화보 컨셉하고 시안도 그렇고. 보통 이렇게까지는 안 하지 않나? 아, 좋은 의미로 얘기하는 거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요.”


폴킴과 대화를 나누면서, 혹시 은연중에 폴킴의 어린 나이에 관한 무례가 있지는 않았는지를 가늠했다.


“알아요. 오해도 안 하고.”


폴킴의 반응을 보니, 다행히 그런 건 없어 보였다.


“어제도 말했지만, 이번 화보 꼭 찍고 싶었어요. 윤진형 씨하고 강서아 씨를 꼭 이 프레임 안에 담아보고 싶었거든. 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두 사람 작품을 보고는, 진짜 두 사람을 꼭 찍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제 촬영하면서 어렴풋이 느낀 게 있어요.”

“촬영하면서?”

“그리고 지금, 확실히 알 것 같아요.”


폴킴의 눈이 반짝였다.


“윤진형 씨. 이번 화보 컷마다 자기만의 대본을 준비해뒀죠?”

“......!”


어느새 폴킴은, 사진작가의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윤진형이 폴킴을 만났을 무렵.

샤토 프롱트낙 호텔 1039호실.


얼굴 한가득 초조한 표정의 강서아가 습관처럼 엄지손톱을 입으로 가져가다가 멈칫하고는 다시 손을 내려놓는다.


“역할이 피아니스트인데··· 손톱을 깨물면 안 되지.”


의자 위로 무릎을 세워 얼굴을 묻으면서, 강서아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하아. 진짜 미치겠네.”


짙은 한숨을 토해냈다.


어제 일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짓밟힌 자존심도 자존심이었지만.

이번 화보 촬영을 위해 자신이 준비했던 것들이 부정당했단 사실이 강서아를 더욱 괴롭혔다.

그리고 강서아를 가장 힘들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윤진형.


폴킴이 한 말은, 화보 촬영을 하면서 윤진형은 폴킴을 만족시켰지만 강서아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말은 다시 말해서, 자신이 윤진형보다 못하다는 의미.


폴킴의 말에 처음엔 어이가 없었다.

‘그’ 윤진형보다 자신을 아래로 보다니··· 말이 안 됐다.

하지만 폴킴의 표정과 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걸 보면 윤진형과 저의 차이를 알 수 있을 거라는 말까지 했었고.


폴킴이 건넨 건 작은 USB.


강서아는 테이블 위의 노트북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세차게 내젓고는 다시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USB를 확인하기 전으로 돌리고 싶었다.

그랬다면 이런 비참함은 느끼지 않았을 테니까.


윤진형이 A&A 화보 촬영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강서아는 펄쩍 뛰었었다.

그러다가 이내 윤진형의 의중을 깨닫고는 자신도 하겠다고 나섰다.


― 언젠간 네가 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날이 올 테니까. 그때가 되면 싹싹 빌어야 할 거야. 네가 지금 내뱉은 그 말에 대해서.


과거에 윤진형이 했던 말이 떠오른 탓이었다.

그리고.


― 인정? 너를? 내가? 그래 좋아. 그날이 언제가 될지, 진짜 그런 날이 있기나 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깔끔하게 인정할게. 그리고 네 말처럼 제대로 사과할게. 됐지?


독기에 차올라 바득바득 이를 갈던 윤진형을 향해 자신이 받아쳤던 말 또한 떠올랐다.


윤진형의 A&A 화보 수락은, 바로 이것에 대한 선전포고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도 흔쾌히 받아들인 거고.


물론, 데뷔작 이후 달라진 윤진형의 연기를 강서아 또한 모르지는 않았다.

그의 작품을 면면히 살피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조각 영상으로 윤진형의 연기를 보기는 했었다.


아마 그때 이미 지금 같은 상황이 올 거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애써서 피하고 있었지.


“아, 진짜!”


폴킴이 건넨 USB에는 영상 몇 개가 담겨 있었다.

사전에 화보 촬영 스케치 영상을 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던 폴킴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보는 순간,

강서아는 폴킴이 했던 말의 의미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깨달을 수 있었다.


확연히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화보 촬영 풍경이 담긴 영상 속에서 강서아는 너무나도 희미했고, 그에 반해 윤진형은 강렬했다.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가 아닌 한 남자와 흐릿한 누군가로 보일 정도로.

준비된 감정선이 달랐다.

어떻게 다른지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다르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이게 ‘감정의 연속성’을 계속 이어가고 아니고 의 차이인가?‘


그러나 강서아는 도통 ‘감정의 연속성’이란 말의 의미를 해석할 수가 없었다.


강서아는 ‘시선을 뗄 수 없다’ ‘사랑에 빠졌다’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등 화보 컷에 원하는 감정을 촬영이 끝날 때까지 가져가라는 의미로 해석했지만, 카메라 렌즈로 자신을 본 폴킴은 그게 아니라고 했다.


이대로는 내일 있을 촬영에 합류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상태를 눈치 챈 이용범이 촬영을 하루 더 연기했다.

이 정도는 여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을 달래면서.

모르긴 몰라도 이 실장이 꽤 애를 썼을 거다.

강서아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강서아는 더더욱 밤을 지새워서 영상을 돌려봤다.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달았다.

자신과 윤진형의 감정선이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음을.


인정하기는 싫었으나 자신이 보기에도 윤진형의 흐름이 옳았다.

그렇다면 맞춰야 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문제는, 어긋난 감정선을 어떻게 맞춰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다는 것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한가지 해결책은 있었다.

그러나.

선뜻 붙잡을 수는 없는 그것이었다.

다시 엄지손톱을 깨물려다 멈칫하고는, 강서아는 그대로 양쪽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그 과정을 몇 번을 반복하고 난 후.


뒤엉킨 머리칼을 말끔하게 정리한 강서아는 잔뜩 굳은 얼굴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작가의말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저는 내일 오후 5시 2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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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윤진형이 진리를 줄여서 +25 19.09.26 11,763 43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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