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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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텐
작품등록일 :
2019.05.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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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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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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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천둥 (4월 16일)

DUMMY

== Date 04.16 ==


......너무 기분이 안 좋다. 랄까, 조금 아직도 꿈 속에 있는 것만 같아서 조금 비몽사몽하다.

막 머리가 어질어질한게 또 감기기운이 있는걸까나...? 으으... 편의점에 내려가서 먹을 거 라던가 감기약 같은게 있나 한 번 내려갔다와야겠다.


흐으, 갔다왔다. 노란색 종이상자에 들어있는 진통제를 두 알정도 까먹었더니 어느정도 기분이 나아지는 듯 했다.

근데 왜 이렇게 마음이 심란하냐고? 사실 아까 너무 마음이 심란해서 일기장에 제대로 뭔가를 적진 못했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심란해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어젯밤에 꾸었던 꿈 때문이었다.

어젯밤 꿈에서 나는 우연찮게 토트를 보았는데 그 토트가 나에게 15일후면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죽는다는 소리인지 아니면 내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건지 잘은 모르겠다만... 아무튼 그 꿈이 정말 내가 내 자신에게 경고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들려서 꽤나 심란하다, 마음이.

이것도 이건데... 사실 정말 심란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내 왼쪽 팔이 다시 쥐도 새도 모르게 자라있던 것이었다.

솔직히 편의점, 그러니까 1층으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없이 편의점으로 내려갔는데, 편의점 안에서 무심결에 진통제 박스를 왼손으로 집은 그 순간 깨달은 것이었다. 팔이 자라있었다는 걸 말이다.

정말 다행인 일이긴 하지만... 이것도 왜 지금 내가 심란해 하냐면, 토트놈이 그 꿈에서 15일 후 내가 소멸된다는 그 얘기를 꺼내고 난 후에 나에게 뭐 하나 선물이라고 말하면서 준 것이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팔. 그것도 잘려버린 내 왼쪽 팔을 주는 것이었다.

이게 정말 꿈에서 토트놈이 나에게 준 선물인걸까? 아니면 생명선의 능력이 발동해서 그런것일까? ......뭐, 이런 이유로 인하여 심란해진 것이었다.


으으... 안되겠다.


아무래도 뭐라도 하지않으면 정말 골골 앓아 누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뭐라도 하기로 했다. 근데 막상 뭔가를 하려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음... 운동같은거라도 할까?

발에 아직 상처가 그대로 있어서 아파 죽겠는데 무슨 운동은 얼어죽을 운동이래.

그럼 일기 쓰는건?

어제 일기 다 써서 쓸 거 없어~

밥 해먹는건 어떨까?

응~ 재료 없어~


그렇게 뭐 할까 뭐 할까하며 내 자신1과 내 자신2가 서로 피 튀기며 토론하는 와중에, 나는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 차라리 오랫동안 안 씻었으니까 씻기라도 할까. 그러고보니 여기 화장실은 물이 나오려나? 물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하며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조심스럽게 틀기 시작했다. 그러자 줄기차게 흘러나오는 물. 그것도 아주 깨끗한 물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옥탑방 옆에 물탱크가 있어서 이렇게 깨끗한 물이 흘러나오는 건가? 아니면 다른 데에서 흘러나오는 수돗물인건가? 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깨끗한 물도 나오겠다, 얼른 씻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푸아, 아으. 개운하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샴푸 린스해서 머리도 감고 했더니 기분이 어느정도 조금이나마 괜찮아지는 듯 했다. 심란해진 내 마음도, 머리 아픈 것도 말이다.

그렇게 머리를 털며 화장실을 나오던 도중, 밖에서 뭔가 천둥소리같은게 들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밖을 보았지만, 다행히도 그건 진짜 천둥소리였다. 먹구름도 하늘에 잔뜩 낀 것을 보니 아무래도 곧 비가 오려는 모양이다.

어쩐지 밖에가 엄청 어둡더라니 비가 오는 모양이었구나 싶었다. 뭐, 물론 항상 하늘은 어둡지만.

그러면 이제 슬슬 비가 쏟아져 내리기 전까지 편의점에 먹을만한 것들을 가지고 와야겠다.


편의점에 갔다가 오는 길이다. 옥탑방에 딱 들어오자마자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까지도 밖에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이 오면 집 안으로 빗물이 새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이 옥탑방 밖의 인조잔디? 초록색의 매트? 밑으로 이게 파이프가 뚫려있나본지 빗물이 고이거나 집안으로 들어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음? 그나저나 편의점에서 무엇을 갖고 왔냐고? 그야 뭐 먹을만한게 남아있겠냐만은... 믹스 너츠랑 소주 2병, 냄새 고약한 치즈쪼가리와 흔히 부대찌개에 넣어먹는 토마토 소스 콩 통조림이었다. 소주 2병은 마시려고 산게 아니라, 왜, 그... 흔히 돼지고기라던가 그런 것들의 비린내를 잡는데 없애니까... 혹시 치즈의 고약한 냄새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산 것이다. 절대로 마시려고 산 것이 아니다.

에... 솔직히 뭐 지금 내 주변에 토트놈도 없고 아무도 없어서 말하는 건데 사실 담배와 라이터도 한 개씩 가지고 왔다.

원래의 법대로라면 미성년자, 즉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절대로 살 수가 없다고 나와있어서 사거나 손에 쥘 일은 길거리 봉사활동 할 때 빼고는 없다만... 그래도 궁금해서 가져왔다.

뭐... 물론 이런 행위 하나하나가 일탈행위같이 느껴져서 조금 무섭긴한데, 아무렴 뭐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그 꿈에서 토트놈이 한 말이 영 시원찮다. 만약에 걔가 말했듯이 내가 15일후에 소멸한다는 말이 정말로 내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그런 뜻이라면 이런 거 하나하나, 뭐... 도덕적인 것들이든 비도덕적인 것들이든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물론 내가 남에게 상처주고 피해주고 그런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지금 나, 열 아홉살이라고? 만으로는 열 여덟살이고. 솔직히 1년정도 차이나는 것쯤은 봐주었으면 한다.

근데 담배는 해도 술은 먹지 않을 생각이다. 담배는 제 정신에 하는거지만 술은 아니잖아? 무엇보다 술 먹으면 나 엄청나게 우울해져서 일기장에다가 무슨 얘기를 적을지도 모르고, 다음 날에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개고생하니까... 진짜 술은 안 먹을거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일탈? 행위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지금 너무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 쪽에는 설레이는 듯한, 기대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막, 나 정말 하는거야? 진짜? 나... 한다? 이런 느낌이랄까.

근데 지금, 그러니까 일기를 쓰는 지금은 저녁 11시이고 편의점을 갔다온 시간은 아침 11시였는데도 아직 뭐 한 개비도 피지 못했다. 그야... 당연하잖아? 무섭다구, 아직까지는.

내일, 내일 해볼거야. 응. 내일 해봐야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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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일 쾰른 왔습니다 (~7/16까지 휴재) 19.07.12 32 0 -
55 외전 5. 누군가의 기억 IV 19.07.08 35 0 7쪽
54 49화. (4월 20일) 19.07.06 32 0 7쪽
53 48화. 쳇바퀴 (4월 18일) 19.07.05 35 0 7쪽
52 47화. 19.07.03 33 0 7쪽
51 46화. 의미 (4월 17일) 19.07.02 37 0 7쪽
50 45화. 개비 (4월 17일) 19.06.30 69 0 7쪽
» 44화. 천둥 (4월 16일) 19.06.28 66 0 7쪽
48 43화. 19.06.27 114 0 7쪽
47 42화. 옥탑방 (4월 15일) 19.06.26 42 0 7쪽
46 41화. 상가 (4월 15일) 19.06.24 47 0 8쪽
45 40화. 어제 (4월 15일) 19.06.22 56 0 7쪽
44 외전 4. 누군가의 기억 III 19.06.21 56 0 7쪽
43 39화. 유리파편 (4월 15일) 19.06.20 60 0 7쪽
42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19.06.19 57 0 7쪽
41 37화. 허공 (4월 14일) 19.06.18 73 0 7쪽
40 36화. 생명선 (4월 14일) 19.06.15 58 0 7쪽
39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19.06.15 55 0 7쪽
38 34화. 꿀 (4월 14일) 19.06.14 125 0 7쪽
37 33화. 라면 (4월 14일) 19.06.13 59 0 7쪽
36 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19.06.11 58 0 7쪽
35 31화. 날붙이 (4월 13일) 19.06.10 27 0 7쪽
34 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19.06.08 96 0 7쪽
33 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19.06.07 70 0 7쪽
32 29화. 동거 (4월 11일) 19.06.06 88 0 7쪽
31 28화. 토트 (4월 11일) 19.06.05 75 0 7쪽
30 27화. 첫 경험 (4월 11일) 19.06.04 103 0 7쪽
29 26화. 빛먼지 (4월 10일) 19.06.04 70 0 7쪽
28 25화. 진동 (4월 10일) 19.05.30 56 0 7쪽
27 24화. 꽃구경 (4월 9일) 19.05.29 5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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