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t13w
작품등록일 :
2019.05.03 16:48
최근연재일 :
2020.02.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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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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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1장.

DUMMY

콰콰콰쾅!


다시 한번 쏟아져 내린 날카로운 검기에 주변에 있던 강시들의 몸이 수십 갈래로 쪼개졌다.


탁-


엄청난 신위를 선보인 당일정이 곽공의 앞으로 내려섰다.


"태상장로....님."


놀란 곽공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도 당일정의 고개는 돌아가지 않았다. 저 멀리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보이고 있는 괴물이 눈에 들어온 탓이다.


"길차룡..?"


당일정의 시선이 한껏 어려진 길차룡에게 꽂혀 있었다. 분위기 같은 것으로 짐작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당일정의 기억 속에 분명히 각인되어 있는 얼굴이었다.


"일정이로군."


길차룡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천강시라도 된 것이냐?"


"그 비슷한 거라고 해두지."


길차룡의 상태를 단번에 알아챈 당일정의 물음에 길차룡이 에둘러 대답했다. 사실 길차룡 본인으로서도 현재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당일정의 말대로 전설의 천 년 강시와 가장 유사한 형태 정도가 아닐까 하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무력하게 암천에 먹히는 것보다야 낫지 않나? 그리고 결과가 이리 성공적이라니, 자네는 느껴지지 않는가? 본좌의 몸에서 꿈틀대는 이 위대한 힘이 말일세."


양팔을 벌리고 만족해하는 길차룡의 모습에 당일정의 표정이 구겨졌다. 지금 길차룡이 보이는 행동은 수십 년 전의 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육체가 젊어지면서, 정신까지 어려진 것인가?"


"하하, 그렇게 보였나? 그럴지도 모르겠군."


길차룡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게 기뻤는지 고개까지 끄덕이며 대답했다.


"다행이군. 그 시절의 자네는 단 한 번도 노부를 이겨본 적이 없으니."


미소를 짓고 있던 길차룡의 얼굴이 굳어졌다.


"말조심하게. 오랜 친우를 강시로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


낮게 읊조리렸지만 길차룡의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당일정의 귀에는 똑똑히 들려왔다.


"내가 자네의 계획을 무엇 때문에 반대했는지 아는가?"


"네놈도 곽공 그 녀석처럼 알량한 양심 같은 것을 말하고 싶은 건가?"


길차룡의 말이 거칠어 졌다. 그러나 길차룡을 보는 당일정의 두 눈에는 연민이 묻어나왔다.


"노부 같은 마두가 그런 것을 입에 올릴 자격이나 있을까, 다만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마두라 하여도 자네 같은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였네."


"겁쟁이의 변명일 뿐."


"인간은 모두 겁쟁이라네."


차분히 대답하는 당일정의 두 눈에 담긴 감정을 읽어낸 길차룡의 온몸이 분노로 인해 부들부들 떨려왔다.

'자네도 암천이 두려워 괴물이 되는 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며 당일정의 눈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갈! 본좌에게 두려움 따위는 없다."


길차룡의 강한 부정에 당일정이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화는 끝났다. 이제는 말이 아닌, 검으로 부딪혀야 할 차례였다.

잠시 서로를 쳐다보던 길차룡과 당일정이 동시에 뛰어올랐다. 삼십여 장 이상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무천의 고수들에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공중에서 맞붙은 두 고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여 합을 주고받았다.


쾅!


커다란 충돌음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떨어지더니 각자 처음 서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역시 당일정이군. 감각이라는 거시 없어진 줄 알았더니, 손끝이 찌릿찌릿해 오고 있어."


"그런가? 노부는 잘 모르겠군. 그대가 강해진 것을 말이야."


말은 그리했지만 당일정도 속으로는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생전 길차룡의 무공수위가 중천에 있었다면, 당장 한 수 한 수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힘은 마치 극천의 고수가 펼쳐내는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움직임에 불편함이 있는지 중간 중간 동작이 끈기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낭패를 볼뻔했다.

실제로 길차룡은 강시가 된 이후 커다란 힘을 끌어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제대로 움직여본 적 자체가 없다. 그렇기에 아직은 새로운 신체에 완벽하게는 적응이 되질 않은 것이다.


'속전속결.'


길차룡의 상태를 대충 파악한 당일정이 결단을 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길차룡은 변화된 몸에 적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일정으로서는 승산이 점점 줄어든다.


결정을 내린 당일정이 길차룡을 향해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당일정이 기운을 잔뜩 머금은 검으로 길차룡을 베어 갔다.


쾅!


당일정의 검을 막아내는 길차룡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몸 안에서 꿈틀대는 기운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을 정도로 거대했다. 감각 자체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머지않아 완벽하게 제 기능을 할 것이다. 문제는 상대가 무천의 고수 당일정이라는 것인데, 당장 밀리기는 하지만 솔직히 이보다 더 큰 낭패를 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당일정 정도는 되어야 싸움에 필요한 감각을 빠르게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여차하면 강시 부대를 투입해도 된다.

붙어보니 당일정의 공격은 예상대로 매서웠고 날카로웠으며 버거웠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기운 자체는 무천의 그것이 맞는데, 검에서 느껴지는 힘이 부족하다.

길차룡의 입가로 사악한 미소가 그려졌다.


"자네도, 몸에 문제가 있군."


"갈!"


길차룡의 물음에 당일정이 소리 지르며 공격을 이어갔다.


쾅쾅쾅쾅!


검과 적수공권의 부딪힘인데 터져 나오는 소리는 화탄이 폭발하는 소리와 같았다.

소리만큼이나 두 고수의 싸움은 주위를 초토화시켰고, 멋모르고 근처에 있던 강시들이 흘러나오는 충격에 이리저리 튕겨나갔다.


"제길, 물러서!"


누군가의 외침에 독천문의 무사들이 서둘러 움직였다. 다행이 길차룡이 움직이는 순간 왜인지 모르게 강시들의 움직임이 둔화되었고, 덕분에 무사들은 어렵지 않게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이것을 보면 길차룡이 아직은 본신의 무공을 쓰며 강시들까지 통제하는 것에는 불편함이 있는듯했다.


"괜찮나?"


조창이 다가와 곽공을 부축했다.


"움직일만하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지? 당일정.. 태상장로는 이 안에서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 어떻게 하늘에서 떨어질 수가 있는 거지?"


곽공의 물음에 조창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처음부터 이상하기는 했다. 숲으로 들어가는 당일정을 확인했고, 경계도 확실히 했다. 그럼에도 목책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자 결국 자신들이 당일정의 흔적을 놓쳐서 빠져나간 것으로 생각하고 움직인 것이다. 그런데 다 죽어가던 당일정이 멀쩡해져서 돌아왔다. 아마도 천독환의 효과를 본 것이리라. 그 위험한 천독환을 녹여낸 것이나, 목책의 폭발까지, 어딘가에 당일정을 돕는 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조력자가 있다!'


생각을 정리한 조창의표정이 복잡해졌다.


-----------------------------------------------------------------------------------------------------


"형님, 어쩔 거요? 그냥 가기에는 찝찝하고, 끼어들자니 개죽음당할 거 같고."


나극의 인상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수천의 강시도 강시지만 당장 당일정과 싸우고 있는 괴물은 일행이 다 같이 덤벼든다 해도 어찌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실제로 처음에는 살짝 우위를 지키던 당일정이 어느 순간부터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도망치려면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직 일섬의 위치를 모른다. 마냥 가기에는 찝찝함이 남아있던 것이다.


"잠시만 더 지켜보세. 일섬대협이 향하신 곳이 저 금지 안일세. 어디가 되었건 근방에 계신 건 확실하니 이 소란을 대협께서도 모르실 리가 없네. 당대협까지 나섰으니 아마도 우리의 위치 또한 금세 파악하실 걸세."


혈사의 대답에 나극의 인상은 펴질 줄 몰랐다.

아무래도 불안한 기운이 엄습하는 것이 곧 재앙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이번 사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직감이 나극의 신경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아무래도, 더 큰 위험이 다가오는 거 같은데.. 이 인간은 이런 때에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결국 나극이 일섬을 향해 분통을 터뜨릴 때,


쾅!


지금까지와는 다른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뭐야?"


놀란 나극이 얼른 전장을 보니 당일정이 저만치 밀려나 한쪽 무릎을 꿇은 체 검으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당일정이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피를 억지로 삼키며 자신의 앞에 오연하게 서 있는 길차룡을 올려다봤다.


"이런, 자네의 계획이 실패한 거 같군. 이제는 작은 신경 하나까지도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 같아. 물론 신경이라는 것들이 살아있다면 말이지. 크하하!"


주르륵-


내공이 실린 길차룡의 웃음에 당일정의 입에서 억지로 삼키던 피가 흘러나왔다. 결국, 당일정의 공세보다 길차룡의 적응이 빨랐던 것이다.


"이제 끝을 봐야겠군."


길차룡이 팔을 옆으로 뻗자 땅에 떨어져 있던 검 하나가 날아와 손에 잡혔다. 당일정만큼은 강시로 만들고 싶지 않았는지 직접 목을 베어버리려는 것이었다.


"고맙군."


길차룡의 속내를 읽은 것인지 당일정의 입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이 만족스러운 길차룡이 살며시 웃음 지었다.


"잘 가게."


마지막 인사와 함께 길차룡이 검이 당일정의 목을 베어 갈 때,


슈아악-


어디선가 가공할만한 파공성이 들려왔다.


펑!


급하게 검 끝의 방형을 바꿔 날아온 공격을 막아낸 길차룡의 눈에 살짝 놀람이 비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에 세 걸음이나 밀려난 것이다. 고개를 돌리자 땅에 떨어져 있는 붉은 화살이 보였다.


"네놈들은 또 누구냐?"


길차룡이 고개를 들어 절벽 위를 올려다보자, 화살을 시위에 매기고 있는 남자와 그 주위에서 무기를 뽑아드는 세 명의 사내들이 보였다.


"혈사, 자네..."


당일정의 입에서 걱정이 담긴 소리가 흘러나올 때,


팅-


혈사의 손에서 다시 한번 화살이 쏘아졌다. 그 가공할 기세에 길차룡도 감히 우습게 보지 못하고 몸을 뒤로 훌쩍 날려 피했다.


휘익-


그러자 놀랍게도 화살이 방향을 바꿔 길차룡을 따라갔다.


"이놈!"


분노한 길차룡이 일장을 휘둘러 화살을 맞받아쳤다.


콰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길차룡이 다시 한번 서너 걸음 뒤로 밀려났다. 그 모습을 보는 나극의 표정이 더욱 찡그려졌다.


"이럴 거였으면 영감님 당하시기 전에 같이 싸울걸."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을 툭 하고 뱉어낸 나극이 창을 고쳐잡고는 그대로 절벽 밑을 향해 뛰어내렸다.


"이 인간! 시간 맞춰 안나 타 나면 정말 저주할 거야!"


진심이 가득 담긴 소리를 지르면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60 takingst..
    작성일
    19.07.03 09:41
    No. 1

    세포 얘기는 빼죠.몰입감 떨어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t1**
    작성일
    19.07.03 15:52
    No. 2

    감사합니다.
    세포라는 단어는 신경으로 바꿔놨습니다.
    다른 부분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go*****
    작성일
    19.07.03 15:19
    No. 3

    그렇긴하죠.
    근데 연재가 느려요. 몇일만에 보는것 같은데.
    오타도 있었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t1**
    작성일
    19.07.03 16:17
    No. 4

    죄송합니다. 일하며 글을 쓰다 보니 저의 욕심만큼도 연재 속도가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저도 너무 속상합니다. 더 분발하겠습니다.
    위에서 지적해주신 부분이나 오타 등은, 서너 번 확인했음에도 잡아내질 못했습니다.
    제가 제정신이 아니니 여러 번 봐도 틀린 부분을 못 봤겠지요.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en****
    작성일
    19.07.04 00:08
    No. 5

    정말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일하며 올리기 힘드시겠지만 기다리고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 조금더 자주 올려주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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