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양왕 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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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데나]
작품등록일 :
2019.05.0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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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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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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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DUMMY

엄복동은 껄끄러운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최형욱은 요새 낮 동안에는 틀어박혀 있다가 밤이 되면 가끔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고, 해가 뜨면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엄복동은 그에게 어디를 갔다오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의 얇은 입술, 맹금 같은 얼굴을 볼 적마다 오금이 저려오는 것이다. 엄복동이 본시 무지렁이가 아니라 함길도 도절제사 양정 밑에서 나름대로 민활하다고 한 군관이었다. 그런데도 한양에서 내려온 종사관 최형욱이라는 이는 그가 이제껏 본 것과는 다른 물건이었다.


“에휴.”


애당초 야인 땅으로 넘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변경에서 적당히 술이나 축내다가 양정 영감께 돌아가서 보고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어쩌다보니 한양에서 내려온 이 군관과 엮이게 되면서 일이 틀어진 것이다.


물론 좋은 점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같이 다닐 때면 절로 등골이 오싹해지게 되는 최형욱이었지만 물욕이 강한 엄복동에게 있어 그와 더불어 다닐 경우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재물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가 돌아올 때면 어디서 났는지 모를 재물을 그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안겨 주었다. 물론 엄복동은 그것을 고맙게 받았지만, 출처만큼은 절대로 물어보지 않았다. 알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었다. 그렇지만 엄복동도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화살 통에 담긴 담비 가죽을 확인하다 뚜껑에 묻어 있는 핏자국을 본 적도 있었다. 다만 얼른 닦아내 버리고 모른 척 할 뿐이다. 몇 달 간 이런 식으로 숨겨 둔 재물이 적지 않게 되었다.


‘슬슬 떠나야 할 텐데.’


하지만 재물도 써야 할 것이 아닌가? 야인들은 가난하기 짝이 없는 이들이라 이를 바꿔 올 길이 막연했다. 또한 출처가 걱정되어 함부로 바꿔 오지도 못했다. 조선 땅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거추장스럽고, 도적의 습격을 당할까 봐 걱정해야 할 짐일 뿐이다. 엄복동은 이제 틈만 나면 몸을 빼내어 재물을 가지고 조선 땅으로 달음박질할 생각밖에 없었다. 그 때 최형욱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엄 군관 있나.”


감정이 조금도 담겨 있지 않은 그 목소리에 엄복동은 자신도 모르게 소스라치고 말았다. 그가 돌아보니 야인들 풍습대로 옷을 갖추어 입은 최형욱이 바깥으로 나오고 있었다. 엄복동이 물었다.


“오늘은 일찍 나가시는구려.”


“자네 도움을 구해야 할 일이 있네.”


그 바람에 엄복동은 겨울 냉기가 약간 때 이르게 일시에 찾아오기라도 한 듯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같이 가야 하는 일이오?”


최형욱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엄복동은 머뭇거리다가 이내 알았다고 대답헀다. 그는 최형욱과 같이 다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하는 짓에 직접 끼어들 마음은 더욱 없었지만, 그렇다고 최형욱의 부탁이란 것을 거절할 용기는 더더군다나 없었다. 최형욱이 그런 엄복동을 차갑게 응시했다.


“며칠 떠나야 하니 길양식을 준비해두어.”


“며칠 동안이란 말이오?”


엄복동은 그렇게 되물었지만 이내 최형욱의 눈길을 정통으로 받고 시선을 돌렸다.


“알겠소.”


최형욱은 비칠비칠 물러나는 엄복동을 흘겨보았다. 그는 엄복동이 그렇게 미덥게 여겨지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 당장 그가 부릴 수 있는 자가 없었다. 그는 어째서 자신이 보냈던 비밀 장계에 조정이 여지껏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한양에서 내금위 군관 직책을 맡아 왔던 그로서는 야인들의 사정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그의 상식으로도 야인들이 철기를 다룬다는 것은 쉽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 일이 폐왕의 행적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는데 어째서.’


최형욱은 눈살을 찌푸렸다. 발단은 엄복동이라는 자를 우연히 만나서 야인들의 대장간에 대해 우연히 전해 들은 것이었지만 그의 육감은 이것을 캐다 보면 뭔가가 나올 것이라 말해 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의 육감이 거짓을 고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꼭 폐왕이 관여된 일이 아니더라도 이만한 정도의 일은 조정에서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 그런데 조정에서는 무슨 일인지 몰라도 꾸물거리고 있었다. 아니, 최형욱이 요청한 응원 부대까지 보내올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무엇을 꾸민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지.’


최형욱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자신이 꽤 깊숙이까지 정보를 캐 들어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전에 그가 올랑가목야라는 야인 녀석 하나를 고문한 끝에 얻은 정보로는 부씨 부락과 대장간이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이며, 대장간은 조선인 출신 몇 사람이 관여하고 있었다. 그 정도는 예상했던 대로였지만, 부씨 부락이라는 뚜렷한 줄을 얻어낸 것이다. 여기까지 혼자 힘으로 캐들어간 공로를 헛되이 할 마음은 없었다. 물론 그는 자신이 기껏 알아낸 정보는 이미 이만주의 입으로 조선 조정에서도 대략 알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지 못했다.


마침 세간에 들리는 정보로는 장대인이라는 자가 부씨 부락을 며칠 내로 방문한다는 데 있었다. 최형욱으로서는 자신의 의혹을 확인하기 좋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었다. 최형욱과 엄복동은 뜨내기 행상으로 변장했다. 근래 들어 장손돌의 상단 위주로 야인 땅 상로가 재편되고 있었지만 하루 벌어 하루 근근히 먹고 살기 위한 행상들은 늘 있는 법이었다. 짐을 꾸려 부씨 부락에 도착한 최형욱과 엄복동은 하룻밤 묵어 갈 것을 청했다. 최형욱은 아직도 야인 말에 능하지 못했으므로 통역은 거의 엄복동이 맡아서 했다.


“들어가시오.”


짐 검사를 마친 보초병이 두 사람으로부터 무기를 거둬갔다. 엄복동이 잠시 불안하게 최형욱을 돌아보았지만 최형욱도 이런 정도쯤은 예상했으므로 순순히 자신의 환도를 풀어서 건네 주었다. 어차피 그가 잘 쓰는 창포검은 짚고 있는 물미장 지팡이 안에 숨겨져 있었다. 조선 사람의 기준으로 보자면 야만 족속에 불과한 땅에서 살아가자면 이만한 경계심은 당연하겠지······ 최형욱은 그런 것보다도 보초병들이 비록 서툴게나마 조선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보았다.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곧 숙소를 안내받았다. 대접은 나쁘지 않았다. 족장이 와병중이라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부족민들은 전통대로 찾아온 손님에 대해서는 극진했다.


“소문대로 부씨 부락은 외지인들 맞이함이 나쁘지 않군.”


식사를 대접받은 최형욱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야인놈들이 먹는 음식 같지도 않은 거친 음식은 아무리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최형욱에게도 익숙치 않은 것이었다. 소금에 절인 맑은 생선국을 젓가락으로 휘젓고 있던 엄복동이 대답했다.


“듣자니 부씨 부락은 번호 부족이고, 야인족 안에서는 그런대로 교화된 족속이라 합니다.”


“그런가.”


최형욱은 별달리 토를 달지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나름대로 사람 흉내를 내려는 모양이지. 그래봐야 야만족속일 뿐이지만.’


최형욱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의 눈으로 보자면 야인들은 어차피 교화되지 못하고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 같지 않는 족속들에 불과했다. 밥사발을 내려놓은 최형욱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엄복동에게 말했다.


“잠시 둘러보고 오겠네.”


최형욱은 숙련된 몸놀림으로 주위 시선을 피해 가며 조심스럽게 부락을 둘러보았다. 장손돌이라는 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문득 최형욱은 야인 말을 익혀 두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인놈들이 하찮은 오랑캐 족속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었지만. 그 때 그의 눈에 매여져 있는 짐말들 여러 마리가 보였다. 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스쳤다.


‘이만한 짐말을 부리고 다니는 자가 흔치는 아니하겠지.’


최형욱은 잠시 우두커니 서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이곳은 적지 한복판이나 다름없으니, 장손돌을 알아보았다 한들 당장 손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적 드문 곳에서 뜨내기 상인들 몇 명을 참살하는 것과는 난이도가 다른 일이다. 하지만······ 최형욱은 살금살금 소리를 죽여 가면서 발길을 옮겨 갔다. 왁자지껄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고, 그 목소리들은 술이 얼큰하게 올라 있었다.


‘저놈들이 장손돌이 부하렷다.’


커다란 움막 안쪽에는 야인들 여럿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의 행색을 보아하니 먼 길을 여행해온 듯해 보였다. 틀림없는 장손돌의 부하들이리라.


지금 바로 칠 것인가. 최형욱은 물미장 지팡이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술 취해 있는 야인 몇 놈쯤 죽이는 것은 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들키지 않고 모조리 죽이는 것은 쉽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또한 장손돌을 따로 심문하기도 해야 했다. 그러려면 장손돌을 몰래 붙잡아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반 시진 정도라면 그는 장손돌의 입을 열게 할 수 있다. 좀 독종이라면 한 시진 정도겠지만, 장사꾼이 그 정도로 뻗대지는 않을 것이다.


그 때 장손돌로 생각되는 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다른 자들이 일제히 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장손돌이 손을 내저으며 그럴 필요 없다는 손짓을 했다. 아마도 소피를 보러 갈 모양이지······? 최형욱은 소리없이 웃었다. 좋아, 혼자서 움직이겠다니 고마운 일이군. 하지만 그 소변이 아마 생애 마지막으로 누는 소변일 것이다.


최형욱은 소리 없이 장손돌을 뒤따랐다. 취기가 얼근하게 올랐는지 장손돌은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며 점점 으슥한 곳으로 들어갔다. 녀석이 제 무덤 자리를 찾아 가는군, 최형욱은 씩 웃었다. 그에게는 바라 마지않았던 것이다. 앞장 서서 가는 장손돌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최형욱은 주위를 살펴 인적 없음을 확인했다. 자 이제는······.


“자네가 따라온다는 것쯤 알고 있었어.”


장손돌이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야인 말이 아니라 조선어였다. 물미장 지팡이로 그의 뒤통수에 일격을 가하기 위해 살금살금 접근하려던 최형욱의 몸이 일순 굳었다. 장손돌이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올랑가목야의 연락이 끊기자 직감했지. 아 미안, 혹시나 야인 말로도 말해 줄 걸 그랬나.”


최형욱을 바라보면서 장손돌은 씩 웃어 보였다.


“난 자네가 아직 누구인지도 모르거든.”


최형욱은 적지 않게 당황해 있었으나 숙련된 무사인 그는 본능적으로 장손돌 주위의 무사들을 확인했다. 장손돌이라 생각되는 자의 옆에는 기골이 장대한 야인족 장수 하나가 있었다. 최형욱은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상대를 가늠해 보고는 그자가 만만한 자는 아니다 싶었다. 무술을 배운 자 특유의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말이로군.”


“그렇지.”


장손돌이 서슴없이 대답했다. 비로소 자신이 장손돌이 쳐 둔 함정에 빠졌음을 알아차린 최형욱이 히쭉 웃었다.


“일개 장사치치고는 대단한 배짱이군.”


“궁금한 게 있었거든. 자네가 누굴 위해 일하느냐는 것이지.”


장손돌은 최형욱을 노려보았다. 그가 야인 말을 모르는 조선인이라고 하나 그게 꼭 야인들과 관련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만주 정도쯤 되면 조선 검객 정도는 끌어들일 수 있었다. 최형욱은 싱긋 웃었다.


“그건 자네가 저승에 가면 알려주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짐짓 여유롭게 말하면서도 최형욱은 자신이 퍽 난처한 위치에 처해 있음을 알았다. 부씨 부락은 여지껏 그가 와본 적이 없었으니 지형을 잘 알지 못했다. 장대인이라는 자가 허술한 자가 아니라면 함정을 파 놓고 사냥감이 함정을 걷어차고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어수룩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장손돌과 그 옆에 있는 거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 최형욱이 나지막히 말했다.


“곧 네놈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걱정해야 할 게다. 응원군이 들이닥칠 테니까 말이다. 내가 혼자서 왔다고는 생각지 않겠지.”


“그래?”


장손돌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고 생각한 최형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내디뎠다. 오랜 왈짜 생활에서 그는 이런 때일수록 먼저 공격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놈들의 예상대로 행동해서는 될 일이 없다.


“응원군이라, 그렇다면 자네는 조선 군관이겠군. 이만주의 밑에 있는 자는 아니야.”


당황한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이 침착한 말에 최형욱의 발길이 딱 멎었다. 그의 생각이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안됐지만 자네를 기다린다는 응원 부대는 없지 않나. 밀수꾼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강 건너 조선군의 동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네. 그들이 움직일 기미는 전혀 없더군.”


“좋은 지적이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형욱은 몸을 날렸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고 들어가는 공격이었고, 그 중심에는 장손돌이 있었다. 그러나 그 옆에 있던 야인 무사의 움직임도 민첩하기 짝이 없었다. 쇠 갈리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고, 최형욱은 퍼뜩 물러서서 자세를 취했다. 최형욱의 검격을 쳐낸 퉁주동은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창포검이군.”


짧은 순간이었지만 퉁주동이 상대방의 무기를 알아보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팡이 속에 숨겨져 있는, 찌르기에 특화된 창포검. 그의 스승도 즐겨 썼던 무기였기에 퉁주동도 잘 알아볼 수 있었다.


“내 일격을 막아낸 자가 여지껏 없었는데, 경의를 표하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퉁주동이 유창한 조선어로 대꾸했다. 여유로움을 가장한 최형욱이었으나 등줄기에는 땀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검객들의 대결에서 찌르기와 베기 중 오직 찌르기만에 특화된 창포검은 장기전에는 한계가 있었다. 허술한 상대라면 모를까 상대가 어느 정도 가락이 있다면 그가 방심한 틈을 노려 일격에 참살할 용도로 쓰이는 것이 창포검이다. 최형욱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야인 녀석 주제에.’


최형욱도 조선 땅에서는 칼 쓰기로 이름난 무사였다. 무술깨나 익힌 내금위 검사들 중에서도 검술 사범 노릇을 한 그였다. 전문적인 무예를 익혔을 턱이 없는 야인 떨거지에게 뒤진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고, 실제로도 지금껏 그의 칼을 피해간 녀석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 녀석은 다르다.’


최형욱은 긴장했다. 한편 퉁주동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 그가 최형욱의 일격을 걷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러리라고 진작부터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의 동작을 한 발짝 먼저 내다볼 수 있다면 대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수가 고수를 이길 수 없는 것은 하수는 고수의 동작을 내다볼 수 없는데 비해 고수는 하수의 동작을 몇 수 앞까지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전 함정에 빠진 형국인 최형욱이 취할 수 있는 동작은 제한이 되어 있었기에 퉁주동은 실력에 관계없이 그의 동작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두 사람은 자세를 취한 채로 서서히 거리를 떨어뜨렸다.


창포검을 틀어쥔 채 최형욱은 시선은 퉁주동에게서 떼지 않은 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여기서 물러서는 편이 맞았다. 야인들을 하찮게 여기는 그였지만 그런 녀석들이라도 작정하고 파 둔 함정이니 경거망동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생과 사를 가르는 갈림길에서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은 곧 자멸하는 길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역시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 땅을 통틀어 검으로는 대적할 상대가 없던 그였다. 그런데 함정에 걸렸다고는 하나 하찮은 야인 녀석 앞에서 등을 보이고 달아나야 하다니! 그런 굴욕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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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형욱 +5 19.08.13 655 1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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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이고납합 +9 19.08.02 699 1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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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다가오는 위난 (2) +3 19.07.28 726 19 17쪽
39 다가오는 위난 +9 19.07.27 789 27 10쪽
38 전령 (2) +4 19.06.13 930 3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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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몰려오는 먹구름 (5) +3 19.06.05 912 26 17쪽
35 몰려오는 먹구름 (4) +12 19.06.03 863 2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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