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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벨업 하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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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나
작품등록일 :
2019.05.07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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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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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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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클리셰와 표절 사이 (2)

DUMMY

“수고하셨습니다.”


8시가 되자 작가들이 한 명 한 명 일어서기 시작했다. 편일호 작가가 제일 먼저 퇴근했고, 한승주 작가가 그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채현지 작가가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도 야근이에요?”


채현지는 가방을 메며 반대편에 앉아있던 현우에게 물었다. 10초, 20초가 지나도 답이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까치발을 들었다.


살짝 보이는 현우의 얼굴에서 그림자가 보였다. 뭘 보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고있던 그는 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채였다.


“무슨 일 있어요?”


동료로서, 걱정이 든 채현지가 그리 물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말이 닿았는지, 현우는 퍽 놀란 눈을 하며 그녀를 돌아봤다. 현우는 대답 대신 멋쩍은 미소를 지어 봤지만, 그러한 표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음. 아무래도 표절 시비가 걸린 것 같아서요.”

“네? 표절?”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현우의 말에 채현지가 놀라 답했다. 눈앞에 있는 작가 ‘이현우’가 의도적으로 표절을 저지를 사람인가?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은 빠르게 나왔다. 아니라고.


단순히 ‘친분’으로만 그런 생각이 든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채현지가 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는 현우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금 확인한 거예요?”

“예, 문자 자체는 점심 무렵에 왔는데. 확인을 지금 해버렸네요. 하은 씨가 일단 확인 중이라고는 하는데.”

“하은 씨?”

“아, 편집자분이에요. 제 담당.”


현우는 그렇게 대답하며 컴퓨터 쪽으로 의자를 끌어당겼다. 그러고서 ‘블랙 페이지’ 사이트에 접속했다. 우연일까, 메인 페이지에 걸린 배너에서 바로 그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미래 재벌? 2주 전에 시작한 작품이네요.”


모니터를 같이 보고 있던 채현지가 그리 말했다. 현우는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 미래 예지보다 2주 빨리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었다.


성적도 좋았다. 같이 보기 수가 대략 30만을 넘어서고 있었으니까. 연재를 시작한 지 2주 정도 되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상위권이라 할 수 있었다.


딸깍.


마우스를 움직이며 현우가 미래 재벌 1화를 눌렀다. 그리고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유사하기에, 댓글 창에서 다수 의혹을 제기할까.


1화에 해당하는 편은 1분 만에 전부 읽었다. 잠깐 모니터에서 멀어진 현우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우는 무료 분량의 끝인 25화 분량까지 모두 읽었다.


30분이면 충분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채현지의 표정이 굳었다. 현우도 피차 마찬가지였다. 굳이 유사성을 찾을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읽으면 <나 혼자 미래 예지>와 똑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현재 웹피아에 10화 분량을 올려놓은 작품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리메이크 전, 그러니까 몇 년 전에 썼던 ‘나 혼자 미래 예지’.


현우는 지금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몇 년 전에 썼던 나 혼자 미래 예지라는 작품은 문체가 엉망이다. 주인공의 조형도 잘못되었다. 하지만, 전개와 줄거리 자체는 또렷하게 잡힌 작품이다.


현우가 제일 먼저 그 작품을 리메이크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또렷한 줄거리, 이미 뼈대가 잡힌 전개.


그리고, 지금 블랙 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미래 재벌은 그 또렷한 줄거리와 뼈대가 잡힌 전개를 그대로 빼다 박았다. 유사성을 논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언급이 있을 만도 한데.”


채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클리셰, 그리고 표절 사이를 넘나드는 논란이 있긴 했지만, 눈앞에 연재 중인 작품은 누가 봐도 ‘표절’이었다.


비교적 최근에 ‘나 혼자 미래 예지’의 완결판을 본 적이 있기에 그리 확신 할 수 있었다. 입 밖으로 안타까움이 새어 나왔다. 대체, 왜 언급이 없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정말 간단했다. 현우가 입을 열었다.


“나 혼자 미래 예지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나름 잘 나간 작품이긴 한데. 최근 화 독자 수가 10명을 못 넘었을걸요.”


현우가 씁쓸한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박을 터트린 이후에도 최근화 독자 수가 50을 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암담한 말에 채현지는 선뜻 무어라 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건 표절이에요.”

“···으음, 알고 있어요. 일단 출판사 쪽에 이야기를 넣어 놨으니. 우선 기다려보긴 해야겠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기다리는 것뿐이라니. 현우는 답답함이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무력감이 느껴졌다.


만약, 조금만 더 빠르게 연재를 시작했다면···, 같은 아쉬움도 수면으로 떠 올랐다. 하지만, 이후 현우는 허탈한 숨을 내쉬며 그러한 후회를 매듭지었다.


“일단 댓글이라도 적어 놔 보죠. 만약, 작가가 양심이 있다면. 답을 해줄 테니.”

“그래야겠네요.”


현우는 채현지의 말에 곧장 로그인하고 댓글을 적기 시작했다. 1화의 무수한 추천 댓글을 뚫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천천히 글을 적기 시작했다.


[언제나작가 : 안녕하세요, 작가 이현우라고 합니다. 현재 제가 리메이크 작업중에 있는 나 혼자 미래 예지와 이 미래 재벌의 다수 유사성이 발견되어 말씀 좀 나누고 싶습니다. 제 메일 주소 남기겠습니다. 이쪽으로 연락을······]




2.


답을 기다린 지 이틀이 지났다. 당연하게도, 메일은 오지 않았고 댓글 자체가 크게 논란이 되지도 않았다. 독자층이 두꺼운 탓인지, 몇몇은 아예 댓글을 비난하기도 했다.


“씁쓸하네.”


음.


뭐라 형용할 수가 없는 감정이 몰아닥쳤다. 솔직하게, 표절이 아니었으면 했다. 단순히 장르 소설로써 이용되는 요소들이 그저 겹쳤을 뿐이라고 그러길 바랐었다.


애석하게도 그게 아니었다.


명백한 표절 행위다. 적어도 자신이 보기엔 그랬다. 심지어 맥거핀으로 던져 놓은 ‘동전’을 등장시키는 장면 또한 빼다 박았다. 독자의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마저도 비슷했다.


지이잉.


문득, 스마트폰이 진동을 뱉어냈다. 아직 작업시간이었기에 현우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섰다. 발신인을 확인해 보니 하은이었다.


“네 하은 씨.”

-아, 작가님. 다름이 아니라 이전에 말씀드렸던 표절 건에 대해서인데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하은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한층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블랙 페이지 측에 말을 전해 놓았다는 것을 시작으로 해당 출판사에 대한 항의. 그리고 증거자료 수집. 끝으로 하은은 현우를 격려했다.


-습작도 아닌, 완결 작품이 버젓이 있어서 별다른 말은 못 할 거예요. 무엇보다 독자분들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조는 상냥했으며, 확고했다. 현우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그리며 긍정의 답을 보냈다.


전화가 끊어진 뒤, 현우는 자리로 돌아와 웹피아의 작품 페이지를 펼쳤다. 20화까지 올라간 나 혼자 미래 예지의 최근 화 댓글 창은 여전히 뜨거웠다.


대부분이 표절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마당에, 분개하고 있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이 일 덕분에, 원래 완결 작품의 구매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양철통 : 보니까, 미래 재벌이 먼저 베꼈네. 나 혼자 미래 예지 보고 오니까 전개 그대로 빼다 박았음.]

[SF마니아 : 처음에는 이게 표절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원작이 있었음.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일단 잘못은 무조건 미래 재벌 작가 쪽이지]

[더푸른 : 거 쪽 독자들은 이렇게 확실한데 작가 싸고돌더라. 양심이 있는 건가?]

[Pa022 : 잘 보고 있습니다. 건필요]

.

.

.

든든한 아군이 있었다. 현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작품 페이지를 닫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군이 있으면 적군이 있는 법이다. 근래 늘어난 악플에 현우는 그런 이치를 여실히 느꼈다.


악플과 동시에 열렬히 미래 재벌을 옹호하는 댓글에 현우는 황당함마저 느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하는 것일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문득, 한승주 작가가 그리 말했다. 현우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치자 한승주 작가는 미소를 그렸다. 그런 그가 말을 덧붙였다.


“진실이 이미 드러났는데. 굳이 이현우 작가님이 마음을 쓸 필요는 없죠. 앓지 마세요. 글을 쓰다 보면 해결되어 있을 겁니다.”


그렇게 툭 던지듯 말한 그가 다시금 작업을 이어나갔다. 현우는 눈을 깜빡이다가도 미소를 그리며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다가 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조금 비현실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논란을 빠르게 잠재울 방법이.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현재, 미래 재벌이 올린 화 수는 80화를 넘지 못했다. 아직 런칭 2주 차밖에 되지 않은 탓이었다.


블랙 페이지 특성상, 런칭을 위해 50화 분량의 연재분이 한꺼번에 올라간 것을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연재 주기는 1일에 1편, 많으면 2편이 한계일 터.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그 연재 편 수를 따라잡으면 되는 일이 아닌가?”


하루에 5편. 평소보다 조금 무리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따라잡고 추월한다. 현우는 손가락 마디를 풀며 키보드 위로 손을 올렸다.


‘글을 쓰다 보면 해결되어 있을 겁니다.’


현우는 한승주의 말을 곱씹었다. 생각해보니, 작가는 글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단순 무식한 방법이지만,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힘을 입어 현우가 작업을 시작했다. 조금 마음이 편해져서일까, 어째 손가락의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머리의 회전도 빨라졌다.


문법과 전개, 줄거리를 확인하는 시선이 더욱 또렷해졌다. 그렇게 현우는 3시간 반 만에 2만 7천 자 분량의 글을 완성했다. 5화 분량의 글이 단 3시간 반 만에 완성된 것이었다.


완성본을 확인한 현우의 얼굴 위로 웃음이 그려졌다. 하지만, 곧 그는 작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남았다. 휴식은 1분으로도 족했다.


그렇게 2시간쯤 흘렀을 때.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마침, 휴식을 취하려고도 했기에 현우가 스마트폰을 잡아 들었다. 하은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아, 작가님.

“예, 하은 씨.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그 미래 재벌의 작가와 연락이 닿아서요. 그쪽에서 작가님을 한 번 뵙고 싶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아, 대화요.”


현우가 표정을 찌푸리며 말을 받아쳤다. 댓글에 적어 놓은 자신의 메일함은 여전히 비어 있었는데. 상대측에서 이렇게 요청해오니 고까운 마음이 솟아났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거절할까 생각이 일순 들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억누른 채. 현우가 대답했다.


“좋아요. 한 번 만나죠. 사과라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진심이었다.


하지만, 마음 어렴풋이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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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클리셰와 표절 사이 (4) +17 19.06.15 5,497 238 12쪽
40 클리셰와 표절 사이 (3) +19 19.06.14 5,534 230 13쪽
» 클리셰와 표절 사이 (2) +18 19.06.13 5,748 230 11쪽
38 클리셰와 표절 사이 (1) +12 19.06.12 5,956 217 12쪽
37 새로운 지식 (6) +17 19.06.11 6,519 244 11쪽
36 새로운 지식 (5) +13 19.06.09 6,612 261 12쪽
35 새로운 지식 (4) +16 19.06.09 7,171 247 12쪽
34 새로운 지식 (3) +15 19.06.07 7,317 253 13쪽
33 새로운 지식 (2) +9 19.06.06 7,471 259 13쪽
32 새로운 지식 (1) +22 19.06.05 7,743 254 12쪽
31 더 나아가 (7) +13 19.06.04 7,810 286 12쪽
30 더 나아가 (6) +14 19.06.03 7,906 264 12쪽
29 더 나아가 (5) +7 19.06.02 8,091 253 13쪽
28 더 나아가 (4) +21 19.06.01 8,299 250 11쪽
27 더 나아가 (3) +20 19.05.31 8,381 249 9쪽
26 더 나아가 (2) +10 19.05.30 8,773 263 9쪽
25 더 나아가 (1) +15 19.05.29 9,435 255 10쪽
24 삼켜라, 마셔라. 축배를 (5) +10 19.05.28 9,843 255 8쪽
23 삼켜라, 마셔라. 축배를 (4) +12 19.05.27 9,880 266 7쪽
22 삼켜라, 마셔라. 축배를 (3) +11 19.05.26 10,486 277 8쪽
21 삼켜라, 마셔라. 축배를 (2) +16 19.05.25 10,646 283 9쪽
20 삼켜라, 마셔라. 축배를 (1) +13 19.05.25 10,668 285 10쪽
19 판타지, 커피와 제안 (5) +14 19.05.24 10,858 269 9쪽
18 판타지, 커피와 제안 (4) +14 19.05.23 10,940 285 9쪽
17 판타지, 커피와 제안 (3) +20 19.05.22 11,177 266 8쪽
16 판타지, 커피와 제안 (2) +10 19.05.21 11,497 278 9쪽
15 판타지, 커피와 제안 (1) +6 19.05.20 11,729 282 8쪽
14 변화의 시작 (5) +10 19.05.19 11,692 28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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