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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백 투 더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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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느린손
작품등록일 :
2019.05.07 08:10
최근연재일 :
2019.07.0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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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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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사생아로 돌아오다 (2)

DUMMY

‘어떤 질문을 받아도 당황하지 말자.’


김진아는 ‘대응 매뉴얼’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저에 대해서요?”

“일단 프로필 위주로요.”


김진아는 즉시 지시에 따랐다.


이름 : 김진아

나이 : 26세(1970년생)

학력 : Y대 경영학과 수석 졸업

경력 : 상성그룹 구조본 3년차

직급 : 대리.

업무 : 이지훈의 수행비서

외국어 : 영어. 중국어. 일본어

취미 : 요가


이지훈은 속으로 감탄했다.


‘예상대로야. 외모와 실력을 두루 갖춘 인재군. 과연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는 일단 떠보기로 했다.


“나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듣고 싶군요.”


예상을 벗어난 질문에 김진아의 머릿속에 복잡해졌다.


‘나를 시험하는 걸까?’


그녀가 숙지한 매뉴얼은 이지훈이 저지른 사건사고의 대응책 위주였다.


가장 먼저 연락해야 할 경찰, 검찰, 언론사의 관계자들.


“죄송하지만,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지훈이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죽다가 살아난 사람 소원 들어준다고 생각하고 말해봐요. 여자 연예인 킬러에, 개망나니라고 해도 괜찮아요.

“그건 좀...”


김진아가 경계심을 늦추지 않자, 이지훈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엉망진창이었어요.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어요. 나를 돌아보고 새출발하고 싶어요.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의 솔직한 의견이 필요해요.”


이지훈의 진솔함에 김진아의 마음이 움직였다.


“불쌍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생아라서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른 이유는 뭐죠?”


김진아는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뜨리며 주저했다.


“사적인 대화를 금지하는 규정을 어기면, 해고될 수도 있습니다.”


그말에 이지훈이 손바닥을 펴보이며 말했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맹세할게요. 이 방에서 나눈 대화는 무덤까지 가져갈게요.”


그러자 김진아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그이유는, 아무도 믿으실 수 없으니까요. 아니, 믿으시면 안되니까요.”

“왜죠?”

“이사님의 일거수일투족은 도청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김진아의 설명은 이지훈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구조본은 오래 전부터 이지훈을 위험요인으로 규정하고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다른 오너 일가의 자료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문득 전생의 기억이 소환됐다.


상성그룹의 전담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된 사실들.


-구조본의 정보력은 국정원보다 낫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국정원보다 먼저 알았을 정도.

-실제로 전직 국정원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심각해진 이지훈의 얼굴을 보고 김진아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이방은 안전합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사생아로 태어나서 24시간 감시당하는 인생이라... <트루먼쇼>도 아니고...”

“<트루먼쇼>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에 이지훈이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진아씨는 누구의 사람인가요?”

“네?”

“무슨 뜻인지 알잖아요.”


폐부를 꿰뚫는 것 같은 이지훈의 눈빛.


“난 아무도 믿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면서요. 당신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알아야겠어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김진아의 고민이 깊어졌다.


‘뻔한 대답은 통하지 않는다.’


김진아의 결론은 정공법이었다.


“소속은 구조본이지만, 저는 이사님의 사람입니다.”

“나 같은 개망나니와 일하는 게 좋아요?”

“이사님은 한 번도 제게 실수하신 적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사님은 좋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고를 쳤는데도요?”

“소문은 부풀려지게 마련이죠. 언론은 가십거리가 필요했고요. 덕분에 후계구도가 빨리 구축될 수 있었죠.”


김진아의 대답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지훈이 수많은 사건사고를 저지른 이유는...


‘설마...?’


김진아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의 기일에 절 붙들고 눈물을 쏟으며 말씀하셨죠. 형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지도 모른다고요. 전 그날 이후로 이사님의 사람이 됐습니다.”


이지훈은 이 순간부터 김진아를 믿기로 했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새삼 이용재에 대한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꼭 그렇게 다 가져야만 속이 후련했냐?!’


순간, 계시처럼 전생 회계사의 직감이 발동했다.


“승계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죠?”


승계작업은 장남 이용재에게 상성그룹을 물려주기 위한 편법의 시작.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용재의 재산은 순식간에 엄청난 속도로 불어난다!’


이지훈의 머릿속에 승계작업과 관련된 숫자가 연달아 떠올랐다.


20년에 15만 퍼센트.


연 13,333퍼센트의 경이적인 수익률!


참고로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연 평균 수익률은 20퍼센트.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지훈은 그녀가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승계작업에 관한 사항은 구조본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정보였으니까.


이지훈은 테스트를 통과한 김진아를 확실히 포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상으로 휴가를 줄까 하는데...”

“아닙니다, 이사님.”


말과는 달리 그녀의 다크서클은 휴식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일주일간 휴가를 주겠어요. 물론 휴가비도 지급할게요.”

“정말 괜찮습니다.”


이지훈은 난처해하는 김진아를 몰아붙였다.


“이건 명령이에요. 돌아올 땐 보고서를 가져오세요.”

“보고서요?”

“상성그룹에 대해서요. 특히 오너가의 관계사 주식 보유 상황을 집중적으로 파악해주세요.”


김진아는 다이어리에 지시사항을 꼼꼼하게 메모했다.


“더 지시하실 사항은요?”

“일단 거기까지 하죠. 휴가 잘 다녀와요.”

“그럼 일주일 후에 뵙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던 김진아가 문가에서 돌아섰다.


“박도경 선생님과 얘기해보세요. 제가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실 수도 있어요.”

“그게 누구죠?”

“이사님의 주치의요.”


아이폰을 모르냐고 물었을 때, 황당해하던 담당의의 얼굴이 떠올랐다.



***



새벽 3시.


이지훈은 담당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어서였다.


“제가 진짜로 자살을 시도한 게 맞습니까?”


박도경은 이지훈의 진지한 눈빛에서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함구할 것을 지시받았지만 의사로서의 양심이 움직였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번은 달랐다는 겁니다.”

“뭐가 다르다는 거죠?”

“그동안은 상처가 깊지 않았습니다. 자살할 의도가 없었다고 봐야겠죠.”


김진아의 설명과도 일치하는 결과.


“그런데 이번엔 동맥이 거의 절단됐습니다. 봉합수술을 담당한 집도의 소견으로는...”


이지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


“타인에 의해서 난 상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



다음날.


이지훈은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자다가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가정부가 조금만 늦게 왔다면 지금쯤 영안실에 있었겠지. 아니, 쥐도 새도 모르게 화장해서 버렸을 거야.’


그는 찬물 세수로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했다.


‘이용재는 승계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날 죽일 거다.“


이지훈은 혹시나 하고 문밖을 살펴봤지만 요원들의 숫자는 그대로였다.


‘도주는 불가능하다.’


초조하게 왔다갔다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검은 양복의 사내가 아침식사를 들고 들어왔다.


“이봐요.”


사내는 그를 무시하고 아침식사를 담은 쟁반을 내려놓고 나갔다.

말을 섞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게 분명했다.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하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는 건가?’


뜨거운 커피를 들이키자 정신이 맑아졌다.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달력의 ‘1995년. 1월’이란 숫자를 보는 순간, 두 가지 대안이 떠올랐다.


1.이용재를 밀어내고 상성그룹의 총수에 오른다.

2.이용재가 건드릴 수 없을 만큼 큰힘을 갖는다.


첫 번째 대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상성가는 철저하게 장자 상속의 원칙을 고수했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그동안 사고를 너무 많이 쳤어. 하지만...’


두 번째 대안은, 1995년이라면 가능할수도 있다.

1995년은 편법으로 얼룩진 승계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다.


‘이용재는 상속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서 그룹을 물려받았다. 그리고 난 그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


역사를 안다는 건,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는 뜻.


이지훈은 노트를 펼치고 펜으로 기억을 더듬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손끝에서 미래를 바꿀 숫자들이 생겨났다.



***



상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실.


위스키를 홀짝이며 석양을 바라보던 청년의 말꼬리가 올라갔다.


“그자식이 아직도 살아있다고요?”


구조본의 황창석 실장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사죄했다.

부회장인 그가 머리를 조아리는 대상은, 세상에 단 두 명뿐이었다.


첫 번째는 상성그룹의 총수 이건휘 회장.

그리고 차기 총수로 지목된 이용재 상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변수요?”

“가정부가 평소보다 1시간이나 일찍 출근했습니다.”


이재용의 미간을 찌푸리며 유리창에 비친 황실장을 쏘아봤다.


“혹시... 일부러 변수를 만드신 건 아니겠죠?

“그, 그럴리가요.”

“아버지 대신 양아버지 노릇을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노골적인 추궁에도 황 실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저는 회장님 지시로 최선을 다해서 업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20년 전, 황실장은 이 회장의 지시로 이지훈과 처음 만났다.

생모가 사망한 직후였기에 각별히 보살피라는 특명을 받았던 것.

그후로도 인연은 계속 이어져오고 있었다.


“부디 공과 사를 구별하시길 바랍니다.”

“조만간 확실히 처리...”

“아뇨.”


이용재가 손을 들어 말허리를 자르고 말했다.


“지시가 있을 때까지 놔두세요.”

“예?”


이용재가 몸을 돌려 황 실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사고가 너무 자주 일어나면, 아버지가 의심하지 않겠어요?”


이 회장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이지훈을 특별히 아꼈다.

하지만 그에겐 승계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제거돼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승계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요즘 이용재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화두였다.

상성그룹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물려받는 것.


“상속법 전문가들이 법의 허점을 공략하는 완벽한 플랜을 준비중입니다.”

“확실하게 처리하세요. 또 실수했다가는...”


이용재가 글라스를 뒤집어 황 실장의 구두를 적셨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명심하겠습니다.”


이용재는 귀찮다는 듯 손짓으로 황실장을 물렸다.


사무실을 나온 황실장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최대한 빨리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었다.



***



1시간 후.

강북 상성병원 특실.


이지훈은 이용재의 편법승계에 대해서 기억하는 모든 정보를 기록했다.

하지만 적을 상대할 무기가 생겼음에도 이지훈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걸로 뭔가를 해보려면 조력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누가 개망나니를 돕겠다고 나설까?’


그때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황 실장이 들어왔다.


“지훈아!”


그는 만면에 화색이 가득한 얼굴로 이지훈을 끌어 안았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 날뻔했다!”


이지훈은 그의 행동과 말투를 근거로 추리했다.


‘나보다 직급이 높고, 평소 나를 아끼던 사람이다.’


황 실장이 이지훈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몸은 좀 어떠냐?”

“...멀쩡합니다. 일단 좀 앉으시죠.”


이지훈은 그를 소파로 안내하고 손을 내밀었다.


“명함 하나만 주십쇼.”

“갑자기 명함은 왜?”

“심심해서 전화번호라도 외우려고요. 가만히 있으면 답답해서 미쳐버릴 거 같거든요.”


명함을 받아든 이지훈의 동공이 커졌다.


-구조조정본부 실장 황창석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의 수장이 직접 오다니... 무슨 꿍꿍이지?“


황실장은 이지훈이 자신을 경계한다는 걸 눈치챘다.


“긴장할 필요없다. 난 언제나 네 편이니까.”


이지훈은 김진아에게 들은 정보를 떠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구조본에서 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도청까지 하는데도요?”


그말에 황실장이 의아해하며 반박했다.


“새삼스럽게 왜 그 얘기를 다시 꺼내는지 모르겠구나. 네 생명을 지켜주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이지훈은 황실장의 눈빛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김진아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무도 믿으실 수 없으니까요. 아니, 믿으시면 안되니까요.


이지훈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런데 왜 날 죽이려고 했습니까?”


순간, 황실장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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