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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백 투 더 재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느린손
작품등록일 :
2019.05.07 08:10
최근연재일 :
2019.07.02 12:19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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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292
추천수 :
8,007
글자수 :
30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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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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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글자
20쪽

할리우드 출장 (10)

DUMMY

상성그룹 본사.

황 실장의 사무실.


비서를 일찍 퇴근시킨 황 실장은 적막한 사무실에 홀로 남아 있었다.


어젯밤 이지훈에게 닥친 위험천만한 사건 때문이었다.


그는 여러 대의 TV로 국내외의 뉴스를 모니터링하며 통화중이었다.


“그 지역에서 워낙에 총격사건이 흔하다 보니, 언론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쪽에서 손을 쓸 필요조차 없을 정도였습니다.”


통화의 상대는 상성전자 LA 지사의 이동영 부지사장 .


이용재의 사람인 지사장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그가 심어놓은 심복이었다.


“컴튼으로 이지훈 이사님을 추격한 자들은 현지에서 유명한 크립스라는 흑인 갱단에게 사살당했습니다.”


황 실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게.”


이동영은 사건의 순간을 목격한 콧수염에게 브리핑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놈들이 모종의 주소지를 알아내어 습격하려는 순간에 갱단의 차량이 나타나서 무차별 사격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흑인 갱단이 지훈이를 지켜줬다는 건가?”

“그것이...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게 된 셈입니다.”

“허어... 참 이상한 일이구만.”


혼란스럽기는 이 부지사장쪽도 마찬가지였다.

이지훈과 크립스 갱단 사이의 어떠한 연결고리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계속 알아보겠다고 설명하고 화제를 전환했다.


“CNN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황 실장의 시선이 CNN 뉴스가 방송되는 TV로 향했다.


여성 앵커가 간밤에 컴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었다.


사망자와 사건의 개요를 간단하게 전달할 뿐이었다.


-오늘 새벽 2시 경. 컴튼의 주택가에서 4명이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희생자는 한국인 1명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평소 갱단끼리의 충돌이 빈번한 지역의 특성상, 구역 다툼으로 인한 총격전으로 파악하고 용의자를 쫓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화단 하단에 뜬 희생자의 사진을 살펴보던 황 실장이 눈빛이 번뜩였다.


얼굴에 칼자국이 선명한 한국인.


“낯익은 얼굴이 보이는구만.”


이 부지사장이 재빨리 그 말을 받았다.


“에스윈 소속 김대영 과장입니다. 담당 형사에게 얻은 정보로는 김 과장은 선불폰을 썼고, 한 사람하고만 통화했다고 합니다.”

“지사장이겠군.”

“그렇습니다.”


황 실장의 머릿속에 범죄의 명령체계가 그려졌다.


이용재(보스) --> 칼자국(행동대장) --> LA 지사장(지원팀).


머리가 맑아진 황 실장은 턱을 어루만지며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


‘내가 비밀을 알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용재놈 얼굴이 볼만하겠군.’


황 실장은 사건과 관련된 증거의 수집을 지시하고 이지훈을 언급했다.


“최우선 과제는 이지훈 이사의 안전이야. 귀국할 때까지 철저하게 보안유지하면서 각별히 신경써야 하네.”

“최고의 요원을 붙여놨으니 염려 놓으셔도 될 겁니다.”

“그리고 말 안 해도 잘 알겠지만, 이번 일은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야 하네.”

“물론입니다. 앞으로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딸깍-


통화를 마친 황 실장은 비로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지훈이 녀석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군. 이번에도 운이 좋았지만, 언제까지 행운이 따라줄지.... 이참에 용재를 확실히 눌러놔야겠어.’


황 실장은 그렇게 다짐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



웨스트 할리우드.

비버리힐즈 로데오 거리.


비버리힐즈는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들과 영화관계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걸로 유명하다.


이곳의 메인 쇼핑가 로데오 거리는 화려한 LA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로 유럽풍의 화이트 건물과 길가의 야자수가 그림 같은 풍광을 자아낸다.


끼이익-


영화 <귀여운 여인>(1990)의 촬영장으로 유명한 로데오 거리의 교차로에 화이트 리무진이 멈춰섰다.


“도착했습니다.”


도착을 알린 드라이버가 재빨리 뒷좌석 문을 열러주었다.


덜컥-


문이 열리고 매끈한 수트핏과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남녀가 내렸다.


이지훈과 김진아였다.


이지훈은 선글라스를 벗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버버리, 펜디, 구찌, 에르메스 등등 명품샵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각각의 브랜드마다 독특한 건물 외관과 디스플레이의 수준이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었다.


이지훈은 고개를 돌려 김진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포멀한 투피스의 비서룩 대신 편안한 청바지와 흰색 시스루 티셔츠 차림이었다.


편하게 입으라는 이지훈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김진아는 기본 아이템을 창착했음에도 도보를 점령한 백인 미녀들과 비교해도 꿀릴 것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들에게는 부족한 청순함과 은근한 섹시함까지 품고 있었다.


이지훈은 속으로 김진아의 미모에 감탄하며 생각했다.


‘오늘따라 미모가 빛을 발하는군. 보상을 제대로 해줘야겠어.’


이지훈은 에르메스 쇼윈도를 힐끔거리는 김진아에게 물었다.


“마음에 들어요?”

“아, 네. 근데 너무 비싸서...”

“사줄게요.”

“네?”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방금 김진아가 보고 있던 버킨백은 1만 달러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왜 그렇게 놀라요? 내가 시간이 남아돌아서 여기 오자고 했는줄 알아요?”

“혹시 저 때문에 오자고 하신 거라면 괜찮...”

“그만.”


이지훈은 손을 들어 난감해하는 김진아의 입을 막았다.


“한 가지 물어볼게요. 그동안 나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죠?”

“아...”


김진아는 습관처럼 죄없는 머리카락을 꼬며 망설였다.


“솔직히 말해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아까 나한테 쇼핑할 때 가장 행복하고 했죠?”


김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쩐지 궁지에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난 진아씨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쇼핑의 천국에 온 거예요. 이제 내 의도를 알겠죠?”

“아, 네.”


김진아가 대답하자마자 이지훈이 지갑에서 검정색 신용카드를 꺼냈다.


“이게 뭔지 알아요?”

“처음 보는 카드네요.”

“맞아요. 특별한 카드에요.”


이지훈의 카드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센츄리온 '블랙카드’였다.


1995년에 처음 출시되어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홍콩, 러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 세계 최고 갑부들이 가장 애용하는 신용카드.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이클 잭슨 , 제이-지 등등 헐리우드 톱스타들과 유명 팝가수들이 공개적으로 사용하면서 대중에게 그 존재가 노출됐다.


당연하게도 신청한다고 발급되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초대장을 받아야 가능하다.


“기본적인 가입조건은 순자산 2000만불 보유. 연봉 100만불 이상. 일년에 최소 25만불 이상을 긁어야 해요.”


이지훈은 블랙카드의 주요 혜택을 빠르게 설명했다.


전생에 이용재의 개인카드지출 내역을 관리하면서 얻게 된 지식 대방출 뿜뿜!


“365일 24시간 개인 컨시어지 서비스와 쇼핑 도우미. 세계 최고급 호텔 무료 업그레이드와 조식. 프리미엄 자동차 렌탈 업그레이드. 비행기 예약 시 자동으로 퍼스트 클래스로 승급. 세계 유명 레스토랑에 예약 없이 바로 이용. 필요시 상점 전체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죠.”


참고로 화이트 리무진도 블랙카드의 혜택 가운데 하나였다.


김진아는 어느새 이지훈의 잘난척에 빠져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혜택이 뭔지 알아요?

“아뇨.”


이지훈은 잠시 숨을 고르고 화룡점정을 찍었다.


“무제한 한도 사용. 짜잔-”


이지훈은 블랙카드를 다시 지갑에 넣고 말했다.


“계산은 나한테 맡기고, 스필버그를 만나기 전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어봐요. 이건 명령이에요.”

“...정말 그래도 되나요?”


김진아는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이지훈은 곧바로 행동으로 선수를 쳤다.


그녀의 손을 끌고 에르메스 매장으로 들어섰던 것이다.


“어서오십...”


그들이 들어서자 느끼하게 생긴 이태리인 매니저가 그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동양에서 온 촌뜨기들이라고 넘겨짚었던 것.


매니저는 금발의 여직원을 불러 귓속말로 지시했다.


“저 두 사람 보이죠? 조용히 내보내세요.”


지시를 받은 여직원이 접대용 미소를 머금은 채 이지훈에게 다가왔다.


“손님, 죄송하지만...”


상황을 파악한 이지훈의 손은 이미 지갑을 더듬고 있었다.


“조용히 나가주셨으면...”

“이게 뭔지 알죠?”


이지훈이 직원의 면상에 카드를 들이밀자, 직원의 표정이 180도 변했다.


“아.. 그럼요.”


그녀는 VIP 고객을 상대해본 경험이 많기에 블랙카드를 잘 알고 있었다.


이지훈이 카드를 까딱까딱- 흔들며 태연하게 말했다.


“가서 매니저에게 그대로 전하세요.”

“뭐라고 전해드릴까요?”

“손님들 다 내보내라고요. 앞으로 최소한 1시간 동안은 방해받고 싶지 않거든요.”



***



3시간 후.


귀여운 여인과 돈 많은 남자의 로데오거리 명품샵 투어가 끝났다.


“어때요? 스트레스가 좀 풀렸어요?”

“완전히요. 당분간은 스트레스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김진아는 LA의 햇살보다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정도에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이 귀요미들을 보면 풀릴 것 같아요.”


김진아가 쇼핑백에 가득한 아이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심해주세요.”


그들은 리무진 기사에게 쇼핑백을 건네고 뒷좌석에 올랐다.


리무진 트렁크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브랜드의 아이템들로 가득했다.


이미 쇼핑백으로 가득찬 트렁크의 빈 공간을 찾느라 애를 먹을 지경이었다.


“건배합시다.”


이지훈은 샴페인으로 목을 축이며 김진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캐주얼한 청바지와 흰티셔츠에서 브라운 계열의 폴카 도트 드레스로 바뀌어 있었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김진아가 넓은 챙이 달린 모자를 벗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어때요? 줄리아 로버츠와 비교하면?”

“훨~씬 나아요.”

“정말요?”

“나 거짓말 못하는 거 알잖아요. 그동안 진아씨의 미모를 몰라봐서 미안해요.”


이지훈이 너스레를 떨자 김진아가 받아치며 웃었다.


“과찬이십니다. 저도 앞으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아씨, 보기보다 유머감각이 있네요.”

“이사님과 있으니 제가 모르던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나도 진아씨와 있으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행복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이지훈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재벌로 환생한 후 오늘만큼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5억 달러를 받았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지... 어차피 평생 다 못 쓰고 죽을만큼 부자인데, 나 때문에 고생한 부하직원을 위해서 이 정도 썼다고 벌 받진 않겠지.’


김진아는 환하게 웃는 이지훈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사님.”

“네?”


김진아가 웃음기를 지우고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해요. 속물이라고 생각하셔도 할 말은 없지만, 평생 한 번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아보고 싶었거든요.


덩달아 이지훈도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내가 고마워요. 생각해보니 오늘처럼 보람있게 돈을 쓴 적은 없었거든요.”


이지훈의 흥청망청한 과거를 잘 아는 김진아에게 그말은 더욱 감동이었다.


“이사님 덕분에 줄리아 로버츠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나도 진아씨 덕분에 리처드 기어가 된 것 같아요.”


서로의 시선이 부딪히자 분위기가 묘해졌다.


샴페인이 섞인 달달한 호흡이 느껴질만큼 가까운 거리.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키스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


그때였다.


“이제 어디로 모실까요?”


쇼핑백을 싣고 돌아온 기사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순간의 마법이 사라졌다.


이지훈이 어색함을 모면하듯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유니버설 시티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



“와우!”


앰블린 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 나와 있던 제니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화이트 리무진의 썬루프를 열고 손을 흔드는 이지훈과 김진아.


제니퍼는 부러움 반 질투 반의 감정을 느끼며 그들을 맞이했다.


“늦어서 미안해요. 오다가 급하게 들를 데가 있었어요.”


이지훈의 변명에 매의 눈으로 눈부시게 달라진 김진아를 전신 스캔하는 제니퍼.


“두 분이 로데오 거리에서 좋은 시간이라도 보내셨나 봐요?”


김진아가 보란 듯이 드레스를 펄럭이며 끼어들었다.


“어쩔 수가 없었어. 이사님의 블랙카드 의무 사용 한도가 많이 남아있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제니퍼의 물음에 김진아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1년에 반드시 25만 달러를 써줘야 하거든.”

“그럼 25만 달러를 긁었단 말이야?”


김진아가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말에 제니퍼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이지훈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저도 미스터 리를 위해서 일하고 싶어지네요.”


이지훈이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나보다 훨씬 훌륭한 보스와 일하고 있잖아요. 안 그래요?”


그말에 제니퍼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스필버그 감독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똑똑-


“들어와요.”


이지훈을 맞이한 스필버그는 반갑게 손을 내밀며 소파를 권했다.


“멋지게 차려 입었군요. 화보 촬영이라도 있었나요?”

“로데오 거리에서 배우 흉내를 좀 내봤습니다.”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운 이지훈이 사과를 전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중요한 볼 일이 생겨서 늦었습니다.”

“아니에요. 당일에 연락을 했는데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이렇게 빨리 연락을 주실 거라고는 예상을 못 했어요.”


스필버그가 소파 옆에 놓여진 감독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난 신속하게 결정하는 걸 좋아합니다. 영화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빠른 결정이 예산을 아끼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스필버그는 제작자로서도 오랜 기간 활동했기에 경영자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이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영화현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니까요.”

“물론이죠. 1분 1초를 아껴서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내 일이죠. ”


이지훈은 스필버그의 마인드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역시 세계 최고의 흥행감독은 다르다.’


스필버그가 야구모자를 벗어놓고 이지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말은 꼭 해야겠어요.”

“뭔가요?”

“어제 처음 만났는데도 당신을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실은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감독님은 제가 영화를 보며 생각한 이미지와 똑같으세요.”


그말에 스필버그의 눈이 개구쟁이처럼 빛났다.


“오, 그래요? 어떤 이미지였나요?”

“지금 그 모습이죠. 청바지에 티셔츠, 야구모자. 나이가 들어도 소년 같은 미소.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냉철한 판단력.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경영자의 모습입니다.”


스필버그가 환하게 웃으며 양손을 모았다.


“대단한 칭찬이군요. 그럼 나도 당신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줘야겠군요.”


이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스필버그가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드림웍스는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예상한 대답이었지만 실제로 듣고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되었을 때가 이런 기분일까?

이지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국의 영화산업은 180도 달라질 겁니다.”

“그럼 세부사항을 논의해볼까요?”


잠시 후, 큰 틀에서 조건을 합의한 이지훈이 옵션을 언급했다.


“몇 가지 추가하고 싶은 조건들이 있습니다.”

“뭔가요?”

“제가 투자할 4억불을 집행하기 전에, 반드시 제 의견을 물어봐주셨으면 합니다.”


최종결정권을 달라는 뜻.

스필버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당연합니다. 당신은 우리의 대주주니까요. 투자금의 집행은 당신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지훈이 손가락을 치켜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돌아다니는 좋은 시나리오를 선별해서 보내주십쇼. 꼭 드림웍스의 시나리오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스필버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이지훈은 드림웍스가 첫 번째로 제작한 조지 클루니, 니콜 키드먼 주연의 <피스메이커>(1997)의 흥행실패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드림웍스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 거라는 사실도.


‘아무리 스필버그라고 해도 모든 영화를 흥행시킬 순 없다. 난 그 중에서 흥행한 영화를 알고 있으니 옥석만 가려내면 된다.’


이지훈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일종의 리스크 매니지먼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드림웍스에서 제작할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요.”


잠시 그말을 곱씹은 스필버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군요. 그 조건도 받아들이죠. 또 있나요?”


스필버그가 옵션을 모두 수락하자 한결 마음이 편해진 이지훈.


“마지막으로, 투자계약 발표는 한국에서 진행하고 싶습니다.”

“좋아요. 내 파트너들도 한국을 꼭 가보고 싶어하더군요.”


이지훈의 표정이 편해지는 걸 확인한 스필버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결정적인 이유가 뭔지 알아요?”


이지훈은 순진한 얼굴로 능청을 떨었다.


“설마 메모 때문은 아니겠죠?”


투자 수익의 5%를 스필버그가 설립한 쇼아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내용.


스필버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내가 쇼아 재단을 통해서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보존하는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어요. 우리에게는 자금의 출처도 중요했거든요.”


그말 속엔 이 회장의 자금이라면 받지 않겠다는 함의가 숨겨져 있었다.


‘난 아버지와 무관한 자금이라고 분명히 밝혔는데... 출처를 어떻게 확인했다는 걸까?’


이지훈이 어깨를 으쓱하자 스필버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의 멘토가 당신을 알고 있었어요. 당신이 약속한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 보증을 해주더군요.”


순간, 이지훈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금의 출처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었다.


“실례지만 그분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이지훈은 짐작가는 바가 있었지만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그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스필버그가 일어서며 악수를 청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밝힐 수 없어어요. 본인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분이라서요.”

“그렇군요.”

“계약서는 준비 되는대로 비서를 통해서 보낼게요.”

“....알겠습니다.”


이지훈은 미소로 의문을 감추고 스필버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럼,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요.”



***



미팅을 마치고 나온 이지훈은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우리의 멘토’일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한동안 이지훈의 눈치를 살피던 김진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팅 결과가 마음에 안 드세요?”

“아뇨. 스필버그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그것도 옵션까지 포함해서.”


이지훈이 계약 내용을 설명해주자 김진아의 의문은 더욱 커졌다.


“근데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우세요?”

“드림웍스에 대해서 중요한 사실을 깜빡했어요.”

“중요한 사실이요?”

“그들이 유대인이라는 거요.”


김진아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때 이지훈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당장 공항으로 갑시다.”

“지금요?”

“귀국해야겠어요.”


이지훈이 핸드폰을 꺼내며 덧붙였다.


“여기서 볼 일은 끝났어요. 떠나기 전에 꼭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요.”


작가의말

드디어 긴 출장이 끝나가네요. 

이번 화는 분량이 조금 많습니다. 

이제 삼천포에서 빠져나올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 작성자
    Lv.54 나는소설을
    작성일
    19.05.27 08:22
    No. 1

    작가님이 자꾸 반복주입하시는바람에 삼천포인가? 세뇌된것같아요.
    미래 흥행수익을 다 아는 영화광이라면 버블투자만큼이나 벌어들일테죠. 그쪽 파이는 껴들어가기가 어렵지 수익률이 어마무시할테니까요.
    다만 변수에 주의해야겠죠.
    흥행이란건 조금의 어긋남도 허용하지 않을테니.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느린손
    작성일
    19.05.27 17:10
    No. 2

    세뇌되셨다니 다행이네요.
    참고로 자본을 늘리는 방법은 흥행만 있는건 아닙니다.
    아주 괴랄한 방법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azgold
    작성일
    19.05.28 16:03
    No. 3

    항상 유태인 죽는 영화보면서 불쌍도 하지만--과연 유태인은 항상 당하기만 했나?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38 상대원박씨
    작성일
    19.05.28 18:57
    No. 4

    무제한 카드라지만 그렇게 긁어버리면 외환관리법 위반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느린손
    작성일
    19.05.28 22:55
    No. 5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70 풍뇌설
    작성일
    19.05.30 09:46
    No. 6

    한국인 명품 잘사는건 유명한데...매장에 한국어 되는 인물 배치한 곳도 있을정도로. 매장 반응이 영...쟤둘이 옷차림이 존나 허름한거고 아니고 못생긴거고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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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0 풍뇌설
    작성일
    19.05.30 09:47
    No. 7

    매장 매니저급 쯤되면 행동거지만 봐도 저새끼가 진짜 거진지 편하게 입고온 귀족인지 보일텐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풍뇌설
    작성일
    19.05.30 09:53
    No. 8

    그리고 일반인이 가도 명품매장에서 저렇게 대놓고 나가라 안합니다.. 한국이 옷차림 차별이 더 심한데 그래봤자 들어올때 인사만 하고 그뒤로 투명인간 취급하는 정도지..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9.06.05 12:56
    No. 9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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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44 강세임
    작성일
    19.06.18 16:33
    No. 10

    출저도☞출처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느린손
    작성일
    19.06.18 18:48
    No. 11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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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스파이 게임 (4) +8 19.06.21 4,393 97 12쪽
38 스파이 게임 (3) +4 19.06.20 4,502 108 14쪽
37 스파이 게임 (2) +3 19.06.19 4,922 108 13쪽
36 스파이 게임 (1) +11 19.06.18 5,451 113 11쪽
35 트로이의 목마 (5) +7 19.06.17 5,930 124 12쪽
34 트로이의 목마 (4) +11 19.06.14 6,460 137 12쪽
33 트로이의 목마 (3) +6 19.06.13 6,408 162 13쪽
32 트로이의 목마 (2) +13 19.06.12 6,713 181 13쪽
31 트로이의 목마 (1) +13 19.06.11 7,064 156 13쪽
30 충무로의 신성 (5) +12 19.06.10 7,388 161 14쪽
29 충무로의 신성 (4) +8 19.06.07 7,732 162 13쪽
28 충무로의 신성 (3) +4 19.06.06 8,173 178 16쪽
27 충무로의 신성 (2) +12 19.06.05 8,615 190 17쪽
26 충무로의 신성 (1) +9 19.06.04 9,214 178 16쪽
25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6) +15 19.06.03 9,832 201 15쪽
24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5) +14 19.06.01 9,602 217 18쪽
23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4) +11 19.05.30 9,544 210 16쪽
22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3) +5 19.05.29 9,750 205 18쪽
21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2) +11 19.05.29 10,100 201 19쪽
20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1) +9 19.05.28 10,584 200 20쪽
» 할리우드 출장 (10) +11 19.05.26 10,236 202 20쪽
18 할리우드 출장 (9) +18 19.05.25 10,204 198 16쪽
17 할리우드 출장 (8) +11 19.05.24 10,362 216 16쪽
16 할리우드 출장 (7) +12 19.05.23 10,787 195 16쪽
15 할리우드 출장 (6) +10 19.05.21 10,888 199 17쪽
14 할리우드 출장 (5) +6 19.05.20 11,187 196 17쪽
13 할리우드 출장 (4) +15 19.05.19 11,898 202 15쪽
12 할리우드 출장 (3) +8 19.05.17 11,699 206 15쪽
11 할리우드 출장 (2) +3 19.05.16 11,953 229 17쪽
10 할리우드 출장 (1) +14 19.05.15 12,549 218 16쪽
9 악마와의 계약 (4) +7 19.05.14 12,692 226 16쪽
8 악마와의 계약 (3) +17 19.05.12 12,526 214 15쪽
7 악마와의 계약 (2) +4 19.05.11 12,903 222 14쪽
6 악마와의 계약 (1) +7 19.05.11 14,403 226 14쪽
5 사생아로 돌아오다 (4) +15 19.05.11 14,600 24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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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생아로 돌아오다 (2) +11 19.05.08 15,920 265 13쪽
2 사생아로 돌아오다 (1) +18 19.05.07 18,076 268 14쪽
1 프롤로그_소모품 인생 +26 19.05.07 21,158 25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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