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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백 투 더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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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느린손
작품등록일 :
2019.05.07 08:10
최근연재일 :
2019.07.02 12:1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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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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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3)

DUMMY

CZ그룹 본사.

회장실.


“그게 무슨 소리야?! 드림웍스가 제안을 거절했다니?!”


벌떡 몸을 일으킨 이현재 회장의 음성엔 가시가 돋혀 있었다.


조만간 스필버그와 함께 엔테테인먼트 사업진출을 선언할 생각에 들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청하 부회장은 2살 터울인 동생에게 그게 다가 아니라며 덧붙였다.


“진짜 나쁜 소식은 따로 있어.”

“이거보다 더 나쁜 소식이 있다고?”

“그래. 그러니까...”


이 부회장은 동생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일단 앉아서 들어.”


유전병을 앓고 있는 이 회장은 현기증을 느끼고 털썩 주저앉았다.


병명은 샤르코마리투스병.


비골근 위축증, 신경성 진행성 근위축증이라고도 한다. 


소아~사춘기 무렵에 많이 발병하고 대부분 하퇴신근군의 근력저하와 위축을 나타낸다. 


첨족(尖足)에 따른 보행장애가 생기고 이어서 상지원위근이 침범된다.


운동 및 지각 신경전도 속도는 저하, 근전도에서는 신경원성 변화, 일부근원성 변화가 함께 있을 수도 있다.


서서히 진행하는 편인데 비교적 예후는 좋다. 

유전성 질환이고 유전양식은 일정하지 않은데 상염색체성 우성이 많다.


정리하면, 다리가 새처럼 가늘어지고 근육이 빠져서 다리를 절다가, 결국엔 휠체어 신세가 되는 병.


‘또 시작이군.’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사업이 시작부터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미세하게 떨리는 허벅지를 붙들고 누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얘기해봐.”

“일단 심호흡 좀 해. 너 지금 표정을 보니까 당장이라도 쓰러질 거 같아.”


휴우-


이 회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리의 경련이 멈추자 이 회장이 차분해진 음성으로 말했다.


“이제 말해봐.”

“그게...”


망설이는 누나의 표정을 보니,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스필버그가 상성과 계약한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잖아.”


이건휘 회장과 스필버그의 악연은 그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들 남매도 이 회장과는 좋은 사이라고 할 순 없었다.


“그럼 어딘데? 현태? 로테? LZ?”


이청하 부회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놀라지 마. 스필버그는 지훈이와 계약했어.”


이현재 회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훈이가 누구야?”

“우리 사촌. 이용재의 배다른 동생.”


이 부회장이 콕- 찝어 알려주자 이 회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개망나니 이지훈이? 농담이지?”

“아냐. 나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황실장한테 확인해봤는데 사실이래.”


탁-


이현재 회장이 탁자를 내려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용재, 이 개자식! 비겁하게 사생아 새끼를 시켜서 뒤통수를 치다니!”


동생의 분노가 엉뚱한 곳으로 향하자 이 부회장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게 아니라니까. 뒤통수를 맞은 건 상성도 마찬가지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지훈이는 상성의 도움 없이 계약을 따낸 거래. 상성쪽도 영상사업단을 준비중인 거 알잖아.”


걔열분리 이전에 상성의 구조본에서 근무하며 자금관리를 도맡았던 이 회장이 반발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 자식이 무슨 돈으로? 분명히 우리보다 투자금도 더 불렀을 텐데. 이건 그 인간이 우릴 엿먹이려고 뒤에서 조종한 거라고!”


이 부회장은 동생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현재야, 흥분하지 말고 누나 말 잘 들어. 상성이 배후에 있든 없든, 지금 확실한 건 우리가 졌다는 거야. 패배를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을래? 아니면 바보처럼 계속 화만 내고 있을래?”


누나의 따끔한 충고에 이 회장은 냉정을 되찾았다.


“그래. 누나 말이 맞아. 스필버그가 없다고 영화사업을 안 할 것도 아니고. 우리 CZ엔터테인먼트가 영화사업만 할 것도 아니니까.”

“맞아. 우리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잖아. 할리우드에 스필버그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어쩌면 지훈이가 계약을 따낸 게 우리한텐 좋은 기회일수도 있어.”

“어째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거 몰라?”


이 회장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누나, 그 새끼는 사생아야. 상성에서 아무런 영향력도 없는 꼭두각시라고.”

“그건 개망나니일 때의 얘기지. 지훈이는 꼭두각시가 될 아이가 아냐.”

“그 피가 어디 가겠어? 차라리 내가 용재를 직접 만나서 취소해달라고 부탁해보는 게...”

“아니.”


동생의 말을 자른 이 회장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용재는 자기 아버지보다도 훨씬 지독한 놈이야. 대가로 뭘 요구할지는 생각해봤어?”

“음...”


이 회장은 이용재가 절대 손해보는 성격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후계자가 된 이후에는 사촌형인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도 냉기가 흘렀다.


“그건 누나 말이 맞아. 용재가 순순히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만 쪽팔리는 거니까.”


이 부회장은 눈짓으로 책상에 놓인 액자를 가리켰다.

창업주인 할아버지 이병출 회장의 품에 안겨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옛정을 생각해봐. 우리한텐 지훈이가 훨씬 다루기 쉬운 상대잖아. 안 그래?”

“그러고 보니까 그 자식은 어릴 때부터 누나를 꽤 따랐지?”


이 회장은 할아버지의 제사 때 외톨이였던 이지훈을 챙겨주던 누나의 자상한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본인도 누나에게 의지하고 있었기에 누구보다 그녀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누나가 만나서 자초지종을 알아봐.”


이 부회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그럴 줄 알고 이미 약속을 잡아놨단다. 그동안 넌 지훈이가 무슨 자금으로 계약을 따냈는지나 알아보렴.”

“오케이.”


엘리베이터로 누나를 배웅하던 이 회장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우리 내기할까?”

“무슨 내기?”

“난 상성이 배후라는 쪽에 걸게. 지훈이 녀석은 꼭두각시야.”

“과연 그럴까?“


이 부회장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말했다.


“넌 지훈이를 과소평가하고 있어.”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



그날 저녁.

워커힐 호텔 레스토랑 델비노.


“오랜만이야. 잘 지냈니?”


이청하 부회장이 와인을 따라주며 안부를 물었다.


“응. 누나도 못 본 사이에 예뻐졌네. 건배할까?”


팅-


이지훈은 잔을 부딪히며 이 부회장에 관한 정보를 떠올렸다.


‘58년생이니까 나와는 15살 차이. 진아씨가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어릴 때 나를 잘 챙겨줬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보다 친근한 느낌이 든다.’


이지훈은 세팅된 음식을 접시에 덜어서 옮겨주는 사촌 누나를 보며 생각했다.


‘그건 그거고. 지금은 CZ그룹의 부회장이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하고 있지. 스필버그를 만나서 협상을 진행한 것도 본인이고. 오늘 만나자고 한 것도 드림웍스에서 결과를 통보받았기 때문이겠지.’


궁금하지도 않은 안부를 주고받는 인사치레가 끝나자, 이지훈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누나, 이제 그만 본론으로 들어가죠?”


순간, 이 부회장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넵킨으로 당혹감을 걷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찰나였다.


“그럴까?”


이 부회장이 입가를 닦아내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지훈은 그녀의 침착한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역시 연륜이 느껴진다. 나 같으면 식사는커녕 만나자마자 대뜸 화부터 냈을 텐데. 표정만 봐서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


이 부회장이 여유있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했다.


“드림웍스와 계약했다고 들었어.”


이지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할리우드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드림웍스의 보안에 문제가 있군요.”

“그쪽이 아니라 황 실장을 통해서 알게 됐어. 한때나마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에 대한 예의라면서 알려주더구나.”


이지훈은 자신이 지시한 일이었음에도 금시초문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랬군요. 황 실장님과 그렇게 돈독한 관계인 줄은 몰랐네요. 근데 이거 기밀누설 아닌가요?”

“계열분리 후엔 상성과 우리 사이에 핫라인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줘.”

“혹시 아버지도 아세요?”

“우리끼리의 비밀로 하면 안 될까? 옛정을 생각해서.”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코웃음을 쳤다.


‘정에 호소하시겠다? 미안하지만 난 당신이 초면입니다. 그래도 어릴 때 나를 귀여워해줬다고 하니, 일단 오케이.’


이지훈이 미소로 응대하며 말했다.


“그렇게 할게요. 근데 아직 본론은 시작도 안 한 거 같은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도 될까?”

“얼마든지요. 오늘은 옛정을 생각해서 뭐든지 대답해드릴게요.”


이 부회장이 양손을 모아 피라미드를 만들며 물었다.


“투자금은 어디서 났니?”


예상했던 질문에 이지훈이 담담하게 답했다.


“아버지가 배후에 있는지 물어보는 거라면, 대답은 아니에요.”

“그럼 출처를 알려줘.”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이 부회장은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나한텐, 아니 우리한텐 중요해.”

“우리라면...?”

“나와 현재.”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대답.

이현재 회장과 현재 CZ그룹의 최우선 사업이라는 뜻.


이지훈은 이 미팅의 결과에 따라 자신과 그들 남매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시키려 했지만.


“현재형은 잘 있죠?”

“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은데, 누구 덕분에 잘 있진 못해.”


이 부회장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제 질문에 대답해줄래?”

“투자금은... 퀀텀펀드에서 빌렸어요.”


그말에 이 부회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세계에서 최고로 위험한 놈들을 끌어들였구나. 네가 얼마나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퀀텀펀드는...”

“자본주의의 악마로 불리죠.”

“그걸 알면서 왜...?”

“영화사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잖아요. 아버지의 도움 없이 승부를 걸어보고 싶었어요.”


이 부회장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버지의 도움 없이 성공하겠다고?”

“네.”

“퀀텀측에서 엄청난 담보를 요구했을 텐데?”


이 부회장의 의혹은 점점 깊어졌다.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맡겼죠.”

“얼마를 상속받았는데?”

“50억정도요.”


이지훈의 시원시원한 대답에 이 부회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정도로는 우리가 드림웍스에 제시한 3억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없어.”

“그룹에서 연대보증을 서줬어요.”


이 부회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랬구나... 결국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셈이네.”

“5억 달러를 구하려면 그 방법 밖엔 없었어요. 나중에 성공해서 몇 배로 갚으려고요.”


이 부회장이 피라미드를 허물고 차갑게 말했다.


“회장님답지 않네. 굳이 널 꼭두각시로 세워서 우리의 뒤통수를 치다니...”

“누나,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셨군요.”


이지훈이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자 이 부회장이 되물었다.


“오해라니?”

“전 꼭두각시가 아니에요. 이건 제 사업이고, 상성도 경쟁자에요. 영상사업단이 출범한다는 것 정도는 아실 텐데요.”


이 부회장은 그 정도로 핑계로는 어림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상성이 연대보증을 선 이상, 아버지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잖아.”

“그렇진 않아요.”

“어째서?”


이지훈은 히든 카드로 전세를 역전시킨 갬블러처럼 말했다.


“계약조항에 옵션을 걸었거든요.”

“옵션이라니?”


이 부회장은 퀀텀펀드와 맺은 콜옵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현재 1,000 포인트를 왔다갔다하는 코스피 지수가 3년 안에 300 포인트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5천억의 10배인 5조를 받고, 반대의 경우엔 원금 5천억의 10배인 5조를 갚아야 해요.”


설명을 들은 이 부회장은 1분 후에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너 제정신이니? 어쩌자고 그런 옵션을 걸었어?”

“자본주의의 악마들을 벗겨먹으려고요.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경고해주고 싶었어요.”


이지훈의 호기로운 대답에 이 부회장은 기절할 지경이었다.


“퀀텀펀드가 악마같은 놈들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고? 네가 주식시장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이지훈을 보며 이 부회장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설마 너... 상성을 망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랬니?”


이지훈은 팔짱을 낀 채, 그 말을 잠시 생각했다.


“듣고 보니까 누나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근데 말이죠...”


이지훈이 주위를 살피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만일 그런 일이 생기면 CZ그룹에는 이득 아닌가요? CZ와 상성은 원수지간이잖아요.”


이번엔 이 부회장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큰아버지는 잘 계시나 모르겠네요.”


이 부회장 남매의 아버지인 이희맹 CZ그룹 명예회장은 작고한 상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출 회장의 장남으로, 삼남인 이건휘 상성그룹 회장에 의해 밀려난 비운의 황태자였다.


“원래대로라면 상성의 총수가 되셨어야 할 분인데...”


와인을 들이키며 키득거리는 이지훈을 보며 이 부회장의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갔다.


‘개망나니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그래도 상성에 대한 적대감을 잘만 이용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때, 이지훈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물었다.


“대충 궁금증이 풀리신 거 같으니, 오늘은 먼저 일어날게요.”


이지훈의 계산된 액션에 이 부회장의 평정심이 흔들렸다.


“드림웍스와 손을 잡았다고 영화사업이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이 멘트는 뭐예요? 갑자기 협박모드로 나오는 거예요?”


이지훈이 빈정대자 이 부회장이 미소를 지우고 말했다.


“협박이 아니라 현실을 알려주는 거야. 넌 영화사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럼 가르쳐 주세요. 제가 뭘 놓치고 있는지.”

“드림웍스에서 영화를 수입해온다고 쳐. 배급은 어떻게 할 건데?”


이지훈의 얼굴에서도 능글거리는 미소가 사라졌다.


‘드림웍스에만 정신이 팔려서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고 생각하겠지?’


그는 이 부회장이 어떤 카드를 내밀지 예상할 수 있었다.


“영화흥행은 사실상 배급이 결정하는 거란다.”


이지훈이 허를 찔린 척 하며 미끼를 던졌다.


“배급사업에도 진출할 생각이군요?”

“CZ그룹은 대한민국에 멀티플렉스 시대를 열 거야. 이미 홍콩의 골든 하베스트(Goled Harvest), 호주의 빌리지로드쇼(Village Roadshow)와 합작하기로 계약했어.”


그때 이지훈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 합작 멀티플렉스의 이름은 세 회사의 이니셜을 따서 ‘GCV’. 맞죠?”


이 부회장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알았니?”

“저한테도 핫라인이 있거든요.”


이지훈은 최초의 GCV가 1998년 4월 강변 테크노마트에 생긴다는 사실까지는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CZ그룹에 스파이를 심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거다.’


아니나 다를까 이 부회장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지훈은 웃음기를 지우고 화제를 바꿨다.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하죠. 멀티플렉스가 생기면 배급시장에 혁명이 일어나겠군요?”

“기존의 단관극장들은 둘 중에 한 가지 길을 선택해야 할 거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멀티플렉스로 전환하거나.”


이지훈은 앞으로 10년 안에 전국의 모든 극장이 멀티플렉스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드림웍스와 계약하려고 했군요? 멀티플렉스가 생기면 더 많은 영화가 필요해질 테니까요.”


이 부회장은 이지훈의 빠른 두뇌회전에 감탄했다.


“너도 드림웍스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려면 최대한 극장에서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하지. 앞으로 영화흥행은 배급이 주도하는 세상이 올 거야.”


반대로 생각하면, 배급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영화를 갖고 있어도 망할 수 있다는 뜻.


‘이건 제안을 가장한 협박이군.'


핵심을 캐치한 이지훈이 재빨리 선수를 쳤다.


“그래서 결국 손을 잡자는 거네요?”


이지훈의 직설화법에 이 부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CZ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한국 영화산업의 판을 키워보지 않겠니?”


그녀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고 생각했기에 자신만만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넌 우리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야.’


영화 <대부>에서 돈 콜레오네가 그랬던 것처럼.


잠시 그녀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지훈이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제안...”


그러자 이 부회장의 표정도 환해졌다가.


“거절할게요.”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



그날 밤.

압구정동 나이트클럽.


쿵쿵쿵쿵-


-우우, 정말이야. 이제 아무런 비밀은 없어~

우우 알고 있지. 사랑한단 말은 안 해도~


가요톱텐 1위에 빛나는 룰라의 <비밀은 없어>가 흘러나오자 플로어는 청춘남녀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플로어의 중앙을 차지한 빨간 머리의 오렌지족 청년이 탱크탑에 초미니스커트 차림의 여대생에게 말했다.


“너 스타일 맘에 든다.”

“그쪽도 봐줄만 하네.”


그는 오늘밤 원나잇 상대로 그녀를 선택했고, 이미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은 어디 호텔로 가볼까나...?’


바로 그때였다.


지이잉-


뒷주머니에 꼽하둔 오렌지족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짜증난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 탁- 끊어버렸다.


“오빠, 집중 안 해?”


여대생이 눈을 흘겼다.


“쏘리.”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로 손을 가져갔다.


쿵쿵쿵쿵-


대형 스피커에서 퍼져나오는 진동에 몸을 맡기며 하체를 밀착시키는 두 사람.


오렌지족의 손이 자연스럽게 여대생의 엉덩이로 내려가 탐험(?)을 시작하는데.


지이잉-


그의 뒷주머니에서 또다시 진동이 느껴졌다.


“아, 씨X. 잠깐만 있어봐.”


빠른 걸음으로 플로어에서 내려온 오렌지족은 전화를 받자마자 육두문자를 퍼부었다.


“너 누구야?! 어떤 미친 XXX냐고?!”


한바탕 욕설을 쏟아낸 오렌지족의 표정은.


“동혁이냐?”


상대방의 음성을 듣는 순간, 180도 달라졌다.


“지훈이?”


작가의말

오늘도 혜자로운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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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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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1) +10 19.05.28 10,877 204 20쪽
19 할리우드 출장 (10) +12 19.05.26 10,538 207 20쪽
18 할리우드 출장 (9) +19 19.05.25 10,482 203 16쪽
17 할리우드 출장 (8) +12 19.05.24 10,654 220 16쪽
16 할리우드 출장 (7) +13 19.05.23 11,061 199 16쪽
15 할리우드 출장 (6) +11 19.05.21 11,172 203 17쪽
14 할리우드 출장 (5) +7 19.05.20 11,501 200 17쪽
13 할리우드 출장 (4) +16 19.05.19 12,203 206 15쪽
12 할리우드 출장 (3) +9 19.05.17 12,000 210 15쪽
11 할리우드 출장 (2) +4 19.05.16 12,283 235 17쪽
10 할리우드 출장 (1) +15 19.05.15 12,879 223 16쪽
9 악마와의 계약 (4) +8 19.05.14 13,043 231 16쪽
8 악마와의 계약 (3) +18 19.05.12 12,860 217 15쪽
7 악마와의 계약 (2) +5 19.05.11 13,246 228 14쪽
6 악마와의 계약 (1) +8 19.05.11 14,794 230 14쪽
5 사생아로 돌아오다 (4) +16 19.05.11 14,983 251 15쪽
4 사생아로 돌아오다 (3) +4 19.05.09 15,303 246 13쪽
3 사생아로 돌아오다 (2) +12 19.05.08 16,384 269 13쪽
2 사생아로 돌아오다 (1) +19 19.05.07 18,661 274 14쪽
1 프롤로그_소모품 인생 +27 19.05.07 21,860 26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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