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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백 투 더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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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느린손
작품등록일 :
2019.05.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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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1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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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5)

DUMMY

충무로.

영화사 손씨네.


“죄송하지만, 대표님이 실수하신 것 같습니다.”


한제구 감독은 손철 대표에게 정중히 따졌다.


58년생인 손철 대표는 85년부터 명보극장, 피카디리 극장 기획실을 거쳐 ‘손씨네’를 설립했다.


그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죠>,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로>, <결혼 스토리>, <미스터 파파> 등의 흥행작을 기획하며 충무로에 ‘기획영화’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었다.


또한 일찍부터 컴퓨터 그래픽의 중요성을 깨닫고, ‘손씨네 컴퓨터 그래픽스 아카데미’를 설립해서 CG를 대거 사용한 <십미호>(94)를 히트시킨 선각자였다.


손 대표는 한 감독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한테 <단풍나무 침대>를 갖고 온 건 한 감독이잖아. 이제와서 이러는 이유가 뭐야?”

“대표님께 피드백을 듣고 싶어서 보여드린 겁니다. 제 허락 없이 대본을 유출하시는 건 경우가 아니죠.”


한 감독의 추궁에도 손 대표는 차분하게 대응했다.


“투자자 만나서 대본을 전달하는 게 제작자의 일이야. 어차피 그 작품 나랑 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


손 대표의 꾸중 같은 물음에 한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그런 기대 없이 대본을 드린 건 아닙니다. <십미호>를 보고 제 영화의 CG 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회사도 손씨네가 유일하다고 생각했고요.”


현재 손씨네의 CG 기술력은 그만큼 독보적이었다.


손 대표는 자사의 CG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작품을 찾던 중이었기에, 한 감독의 시나리오를 놓칠 수 없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왜 이러는 거야? 충무로의 모든 제작자들이 CZ엔터테인먼트의 투자를 받으려고 줄을 섰다고!”


손철 대표는 CZ그룹의 이현재 회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해도 좋다는 언질을 받은 상태였다.


손 대표의 호통에 한 감독이 마른침을 삼키고 물었다.


“CZ보다 더 좋은 투자사가 있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


손 대표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이봐, 한 감독. 충무로 바닥에 이 손철이가 모르는 투자사가 있다고 생각해?”


한 감독은 가만히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이분입니다.”


명함의 주인을 확인한 손 대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



강남구 압구정동12로 46.

압구정로 12길과 도산대로 13길이 만나는 지점.


김진아가 4층짜리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떠세요? 위치도 괜찮고, 건물주가 급매로 내놓아서 시세보다 30프로 정도 싸게 나왔어요.”


이지훈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로데오 거리와는 상반된 차분한 분위기에 아담한 상점들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계약합시다.”

“잘 생각하셨어요.”


이지훈은 23년 후, 이 자리에 한국 최초의 애플 스토어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사놓으면 시세차익만 해도 엄청나겠지.’


김진아가 몇 가지 인테리어 시안을 보여주며 물었다.


“어떤 스타일이 마음에 드세요?”


이지훈은 애플 스토어를 다녀온 기억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외형 이미지는 행인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쇼케이스 형태의 대형 유리로 마감해요. 컬러는 화이트로. 천정은 최대한 높게 강조하고 마감재는 우드락에 다운라이트를 설치해서 따뜻한 느낌이 나도록 하고...”


계속되는 이지훈의 설명을 받아적던 김진아가 눈을 크게 떴다.


“왜 그래요?”

“인테리어 공부를 따로 하셨다는 얘기는 못 들은 거 같아서요.”

“안 했어요.”

“그럼 어떻게...?”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이지훈.


“이 건물이 가로수길의 랜드마크가 됐으면 해서요. 나중에 미국에서도 모방할만큼.”


김진아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지훈이 물었다.


“왜 그래요?”

“말씀하신 내용은 다 좋은데... 주문대로 하려면 기간도 오래 걸리고 공사비도 꽤 많이 들 거 같아요.”


이지훈의 설명대로 만들려면 사실상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어야 했다.


“공사비는 신경쓰지 말고, 최고의 건축가를 섭외하세요. 단, 공사기간은 3개월 내로 완료해야 해요. ”

“알겠습니다. 추가하실 내용이 더 있으실까요?”

“지금은 딱히 없네요.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알려줄게요.”


페라리를 출발시키려던 이지훈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못 보던 구두네요?”


무심한 칭찬에 김진아의 표정이 환해졌다.


“아, 어제 도착했어요. 저번에 로데오 거리에서 사주신 거예요.”

“잘 어울리네요.”

“감사합니다. 평생 아껴서 신으려고요.”


김진아가 뽐내듯 늘씬한 다리를 살짝 들어올리자, 엄지를 치켜드는 이지훈.


“백만 불짜리네요.”


그는 휘파람을 불며 다음 약속장소로 떠났다.



***


1시간 후.

웨스틴 조선 호텔 20층.

일식당 스시조.


이곳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스시 명가로, 사관학교로 불릴만큼 국내 유수의 스시 셰프들을 배출했다.


신사동 스시인의 이진호 셰프, 도산공원 스시초의 정영민 셰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도쿄 최고로 손꼽히는 긴자 규베이와 기술 제휴를 통해 장족의 발전을 이뤘으며, 현재는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스시야 스시 요시타케와 기술 제휴를 맺고 있었다.


이지훈은 한제구 감독의 소개로 만난 손철 대표와 마주하고 있었다.


“마하타(능성어)가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이지훈이 오마카세의 시작을 알리는 스시를 가리키자 손 대표가 한 점을 입에 넣고 음미했다.


“아주 숙성에 잘 됐네요. 이 대표님 덕분에 제 입이 오늘 호강하겠습니다. 허허.”


전복과 문어조림, 오징어초밥이 나오는동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이지훈은 한국 영화계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손 대표의 식견을 들으며 생각했다.


‘듣던대로 생각이 깨어있는 사람이다. 앞으로 한국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짚고 있어.“


손 대표는 기획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못지 않은 상업영화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손씨네의 기획력과 CG 기술은 한국 최고입니다. <십미호>가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단풍나무 침대>는 외국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될 겁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단풍나무 침대>의 성패를 가르는 건 결국 CG가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표님 같은 분이 계시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아이스 브레이킹이 끝나자 손 대표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실례가 안 된다면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한감독은 대표님이 CZ엔터보다 확실한 투자자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 그 말을 100프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해합니다. 제가 대표님 입장이더라도 똑같이 생각했을 겁니다. 뭐든지 편하게 물어보세요.”


이지훈이 호탕하게 말하자 손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한감독에게 듣기로는 상성가의 자제분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네.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진 않지만, 상성가의 자식이 맞습니다.”


신분을 확인한 손 대표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자본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단풍나무 침대>의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궁금하시군요?”

“그렇습니다. 기존의 플레이어가 아닌 신생 업체는 항상 자금력이 문제니까요.”


이지훈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저희 JH 엔터테인먼트의 자본금은 500억입니다.”

“자본금의 출처는 상성입니까?”

“상성과는 무관한 자금입니다.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외국계 펀드라고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지훈은 굳이 퀀텀펀드의 이름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손 대표는 상성의 자금이 아니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상성도 영상사업단을 출범시킨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건 아십니까?”

“소문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대기업의 자본이 충무로에 들어오는 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막강한 경쟁자가 생기는데 두렵지 않으십니까?”

“전혀요. 상성이 재계 1,2위를 다투는 대기업이지만, 제조업 기반의 회사이기에 투자한만큼 회수가 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업을 접을 공산이 큽니다.”


이지훈은 상성영상사업단의 미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상성영상사업단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음에도 이익을 내지 못하자 출범한지 불과 4년만에 해체수순을 밟았다.


‘주요 멤버들은 CZ엔터테인먼트로 흡수되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미래를 알 리 없는 손 대표 입장에서는 상성과 CZ의 견재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녹록치 않아 보였다.


“상성과 CZ 사이에서 JH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영화는 자본력만으로 성공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니까요.”

“그럼 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좋은 대본을 발견하는 선구안입니다.”


이지훈이 <양들의 침묵>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주자 공감하는 손 대표.

모든 메이저 영화사가 거절한 시나리오를 중소 제작사인 오라이언은 과감하게 선택했고, 제작비로 20배가 넘는 수익과 오스카 수상의 영광까지 차지했다.


“좋은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에서 출발하는 법이죠. ”


손 대표는 영화를 대하는 이지훈의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는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 제작자답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중요한 질문은 이제부터였다.


“자본금은 어떤 식으로 투자하실 겁니까?”

“사옥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 대부분 영화제작에 쓸 생각입니다.”

“라인업은 정해졌습니까?”


라인업은 개봉이 예정된 작품들의 목록을 의미했다.

이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단풍나무 침대> 외에 아직 정해진 작품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왕 말이 나온김에 대표님께 제안을 할까 합니다.”

“제안이요?”


이지훈은 스필버그에게 합작을 제안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앞으로 손씨네에서 제작하실 영화의 우선 협상자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기획료를 지급한다는 조건으로요.”


<편지>, <약속>, <엽기적인 그녀> 그리고 미완성 프로젝트 <로보트 태권V>.


의외의 제안에 손철 대표의 눈빛이 흔들렸다.


“혹시 독점 계약을 원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할리우드의 인하우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으신 거군요?”


인하우스 시스템은 한 마디로, 투자사가 제작사를 자회사처럼 두는 구조를 말한다.

제작사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받아 마음껏 작품을 기획할 수 있고, 투자사는 검증된 제작자가 기획한 작품에 투자하여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바로 그겁니다. 최고의 프로듀서인 손 대표님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면 신생 JH 엔터테인먼트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손씨네는 뭘 얻을 수 있을까요? 이미 아시겠지만 CZ 이현재 회장님과 협상중입니다.”


이지훈은 예상했다는 듯 할리우드 출장의 성과를 들려주었다.


“제가 직접 할리우드로 날아가서 스필버그와 합의했고, 조만간 계약서 검토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한국에 초대해서 발표할 생각입니다.”


그말에 손 대표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직접 스필버그와 만나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소탈한 분이시더군요. 계약이 성사되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의 제작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입니다.”


손 대표는 젓가락질을 멈추고 고민에 빠졌다.


‘JH와 손을 잡는 순간, CZ그룹 이현재 회장과의 관계가 틀어진다. 좁은 영화판에서 대기업과 척을 지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룹 차원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든 CZ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해.’


손 대표의 고민을 짐작한 이지훈이 히든 카드를 꺼냈다.


“만일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드림웍스의 CG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손 대표의 눈이 커졌다.

그가 CG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 때문이었다.


“그 말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JH는 드림웍스의 지분을 40프로 확보한 대주주입니다. 그정도 부탁은 충분히 들어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기술력을 빼오는 건 쉽지 않을 텐데요?”


이지훈은 손 대표가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손 대표님이 고민해보셔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손씨네의 직원을 드림웍스에 연수보내는 방법도 있잖습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좀 짧았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좀 예민했습니다. 한 잔 하시죠?”


이지훈이 잔을 들어 건배를 청했다.

사케로 목을 축인 두 사람은 대화를 중단하고 각자 생각에 잠겼다.


이지훈은 이 자리에서 결론을 짓고 싶었다.


‘CZ그룹보다 먼저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단풍나무 침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억을 더듬어 앞으로 흥행할 영화들을 떠올리는 이지훈.


그사이 사케잔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던 손 대표가.


탁-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그제야 이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악수로 합의한 두 사람은 다시 건배로 축하했다.


지이잉-


-언제 올거냐? 꼰대 눈치 보인다.


문자를 확인한 이지훈이 양해를 구했다.


“죄송하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계약조건을 정리해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시기 전에 꼭 아셔야 할 정보가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손 대표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음성을 낮췄다.


“<단풍나무 침대>를 JH와 하게되면, CZ쪽에서 몽니를 부릴 수도 있습니다.”

“훼방을 놓을 거라는 말씀입니까?”

“CZ그룹은 멀티플렉스 극장사업에 진출할 겁니다. 시기적으로 <단풍나무 침대>가 개봉할 때쯤이면 배급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되겠죠.”


<단풍나무 침대>에 스크린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이지훈은 이청하 부회장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대표님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해주세요. 배급문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개봉 전까지 해결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지훈이 계산서를 들고 일어나자 손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잰걸음으로 나가는 이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젊은 친구가 배짱 한 번 두둑하군. 상성과 CZ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저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다니...‘



***



이지훈은 다음 약속장소로 이동하는 도중 한제구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팅 결과를 전해들은 한 감독은 신속하고 과감한 일처리에 감탄했다.


“잘 해결되서 정말 다행입니다.”

“최대한 빨리 손 대표님과 계약서 작성하세요. 조건은 원하시는대로 맞춰드리겠습니다.”


한 감독은 이지훈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좋은 작품 만들겠습니다.”

“그래요. 조만간 봅시다.”



***



끼이익-


페라리가 도착한 곳은 푸른밀의 본사였다.

정문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신동혁은 이지훈이 내리자마자 달려왔다.


“왜 이렇게 늦었냐?”

“쏘리. 미팅이 늦게 끝났어. 회장님은?”

“간신히 붙들어놨어. 얼른 가자.”


곧바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두 사람은 회장실 문앞에 섰다.

이지훈은 잔뜩 긴장한 신동혁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쫄지 마, 새끼야.”

“알았어. 너만 믿을게.”


함께 회장실로 들어섰다.


“아버지, 지훈이가 왔어요.”


푸른밀의 신호준 회장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이지훈을 맞이했다.

그는 아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랜만이구나.”

“잘 지내셨어요?”

“아버님은 안녕하시냐?”

“네. 건강하세요. 회장님도 좋아보이시네요.”


이지훈과 신동혁은 신 회장이 권하는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신 회장이 매서운 눈으로 신동혁을 일별하고는 이지훈에게 고개를 돌렸다.


“동혁이와 사업을 하고 싶다고?”

“예. 저는 영화를 제작하고, 동혁이는 극장사업을 했으면 합니다.”


신 회장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물었다.


“우리 푸른밀이 뭐하는 회사인지는 아는 거냐?”

“푸른밀은 햄과 유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비상장사이고, 작년 매출은 300억, 영업이익은 30억. 기업가치는 대략 3천 억에서 4천억 사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지훈은 푸른필의 사업보고서에서 읽어둔 상태였다.


“그걸 잘 아는 녀석이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제안한 데는 필시 이유가 있으렷다?”


신 회장의 호기심을 드러내자 신동혁과 눈빛을 교환하는 이지훈.


“동혁이가 왜 이렇게 개망나니가 됐는지 아십니까?”


순식간에 신 회장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지훈은 신동혁이 차마 할 수 없었던 말을 대놓고 꺼냈다.


“아버님이 복수의 도구로 키우셨기 때문입니다.”


탁-


다혈질인 신 회장이 테이블을 내려치며 일갈했다.


“이런 건방진 놈을 봤나!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동안 실망만 끼쳐드렸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쇼.”

“뭐시라? 기회?”


신동혁은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지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큰형님께 복수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극장사업 따위를 한다고 그인간이 눈 하나라도 깜빡할 거 같으냐?”


신 회장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갈수록 이지훈은 차분해졌다.


“로테는 국내 최대의 백화점 체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멀티플렉스가 돈이 된다는 걸 알면 바로 극장사업에 뛰어들 겁니다.”


신 회장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럼 더더욱 하지 말아야지! 푸른밀의 자본력으로는 로테와 맞섰다가는...”

“맞설 필요 없습니다.”


이지훈이 손을 칼날처럼 치켜들며 신 회장의 말을 잘랐다.


“뭐시라?”

“푸른밀은 단 한 푼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순간, 신 회장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혜자로운 분량입니다.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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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할리우드 출장 (2) +4 19.05.16 12,036 232 17쪽
10 할리우드 출장 (1) +15 19.05.15 12,635 221 16쪽
9 악마와의 계약 (4) +8 19.05.14 12,781 229 16쪽
8 악마와의 계약 (3) +18 19.05.12 12,607 216 15쪽
7 악마와의 계약 (2) +5 19.05.11 12,993 225 14쪽
6 악마와의 계약 (1) +8 19.05.11 14,501 229 14쪽
5 사생아로 돌아오다 (4) +16 19.05.11 14,699 249 15쪽
4 사생아로 돌아오다 (3) +4 19.05.09 14,998 244 13쪽
3 사생아로 돌아오다 (2) +12 19.05.08 16,036 268 13쪽
2 사생아로 돌아오다 (1) +19 19.05.07 18,219 271 14쪽
1 프롤로그_소모품 인생 +27 19.05.07 21,345 26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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