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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백 투 더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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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손
작품등록일 :
2019.05.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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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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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목마 (2)

DUMMY

-퍽!


지팡이에 어깨를 강타당한 이지훈이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윽!


어깨가 찌릿한 통증보다 이지훈을 괴롭히는 건 의문이었다.


‘노인네가 망령이 든 건 아닐 테고... 어째서 다짜고짜 폭력을 쓰는 거지?’


안절부절 못하는 신동혁을 보는 순간 이유가 떠올랐다.


‘혹시 ’프라이드 운전자 폭행 사건’ 때문이라면 맞아도 싼데...‘


신 회장이 다시 지팡이를 들어올리자.


“큰아버지!”


신동혁이 온몸으로 막아섰다.


“비키거라!”


신 회장이 눈을 부라리자 신동혁은 움츠러들면서도 끝내 다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러시는데요? 지훈이가 뭘 잘못했다고...?”


신 회장은 시선은 조카에게 고정한 채 지팡이 끝으로 이지훈을 가리켰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대놓고 구라를 치는데 가만 보고 있으란 말이냐?”

“회장님,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이지훈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자 지팡이가 바닥을 짚었다.


“네 애비가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고? 그것이 참이냐?”

“...거짓입니다.”


이지훈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며 김진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스필버그처럼 아버지에게 모욕을 당한 건가...?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조사를 부탁하는 건데...’


뒤늦은 후회를 하는 사이, 질책이 이어졌다.


“네 잘난 애비가 날 어떻게 모욕했는지 알려주랴?”

“...경청하겠습니다.”


신 회장이 로테칠성의 에비앙 생수로 목을 축이고 들려준 사정은 이랬다.


22년생으로 로테그룹의 창업주인 신각호 회장에게는 세 명의 부인이 있었다.


첫 번째 부인은 한국전쟁 도중 병사했고, 일본에서 만난 둘째 부인 하츠코 여사와의 사이에서 신홍주(시게미쓰 히로키)와 신홍빈(시게미쓰 토키오)를 낳았다.


“일본에서 조센징으로서 고군분투하며 로테그룹의 기반을 닦고, 조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현해탄을 건넜지.”


때는 바야흐로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에 진출해 사업영역을 넓혀가던 70년대 초반.


“사춘기에 접어든 히로유키와 아키오는 더 이상 살갑지 않았고, 아내와도 권태기가 찾아올 무렵이었다. 홀로 한국에서 지내다보니 마음 둘 곳이 필요했다.”


그즈음 열린 제1회 미스 롯데 선발대회가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대상을 차지한 당시 14세의 중학생 소녀, 서민경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것.


서민경이 59년생이었으니, 두 사람의 나이차는 무려 37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나이에 타오르기 시작한 사랑의 불꽃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내가 사명(社名)을 로테로 지은 이유를 아느냐?”


이지훈은 알고도 모른 척 고개를 저었다.


‘이 분위기에선 닥치고 있는 게 답이다.’


신 회장은 고개를 신동혁에게 돌렸다.


“네가 말해보거라.”


신동혁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쏟아냈다.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 괴테가 25세에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샤롯데는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일뿐만 아니라 재덕도 겸비한 여주인공으로 누구나 그녀의 청순한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스파르타식 암기교육의 진수를 선보이는 신동혁.


“그래서 누구나 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대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취지에서 모든 제품을 샤롯데처럼 영원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럽고 친숙한 제품으로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에서 ‘롯데’라는 이름이 탄생하였습니다.”


설명이 끝나자 신 회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머리 하나는 네 애비보다 낫구나.”


의절한 넷째 동생, 푸른밀 신동호 회장보다 낫다는 뜻.

신동혁은 칭찬을 받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큰아버지.”


이내 신 회장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그후로 10년이 흘러, 로테를 가질 수 있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일본에서 식을 올리고 딸을 얻었을 때가 내 나이 환갑이 넘어서였다.”


81년 서민경이 은퇴를 선언하고 일본유학을 떠나자 당시 '서아일보'는 스폰서설을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2년 후, 서민경은 딸 유나를 낳았는데, 5살이 되어서야 신각호 회장의 호적에 오를 수 있었다.


이름도 서유나에서 신유나로 개명했다.


이로써 신 회장의 배다른 4명의 자식은 기묘한(?) 가족이 됐다.

그 이유는 그들의 출생년도로 짐작할 수 있다.


본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장녀 신용자가 42년생.

둘째 부인 하츠코 여사가 낳은 홍주와 홍빈은 각각 54년과 55년생.

그리고 셋째 부인 서민경이 59년생이고, 딸 신유나가 83년생.


늦바람이 가져온 결과는 끔찍했다.


늦둥이 신유나는 할머니뻘인 신영자를 ‘언니’라고 불러야 했고, 신영자는 24살이나 어린 서민경을 ‘어머니’라고 불러야 했다.


홍주와 홍빈도 거북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마디로, 콩가루 집안.


“뒤에서 수군거릴지언정 감히 대놓고 욕하는 놈은 없었다. 사내 대장부의 허리 아래 일은 거론하지 않는 것이 이 세계의 불문율. 그런데 네 애비라는 인간말종이...‘


신 회장이 칡뿌리를 씹어 삼키는 얼굴로 과거를 불러냈다.


“...우리 집안을 욕보였다. 그것도 기자들을 죄다 불러놓고 말이다.”


때는 상성물산과 로테건설이 정부가 발주한 대규모 인프라 공사의 최종 후보에 오른 시점이었다.


로테건설이 우위를 점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 회장은 신 회장의 도덕성에 흠결을 내고자 국내외 모든 기자를 불러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로테그룹의 오너는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할 자격이 없는 인간입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첩을 둔단 말입니까? 무려 서른일곱 살이나 어린 촉망받는 여자 연예인을 임신시켜서 딸까지 낳았습니다. 이런 금수 같은 인간이 총수로 있는 회사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사업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뇌물까지 살포한 기자회견의 파급력은 놀라웠다.


신 회장 일가의 사정을 쉬쉬하던 언론도 연일 기사를 쏟아내며 맹비난을 퍼부었고, 결과적으로 상성건설이 사업자로 선정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자 신 회장의 콧수염이 바르르 떨려왔다.


“이제 네가 지팡이질을 당한 이유를 알겠느냐?”


이지훈이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예. 회장님. 이제 확실이 알았습니다.”


일본식 문화에 익숙한 신 회장에게 어필하기 위한 액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가만히 이지훈을 내려다보던 신 회장이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그만 일어나 앉거라. 아비의 실수를 아들에게 묻는 것도 군자의 도리는 아닌 듯 하구나.”


이지훈과 신동혁이 소파에 착석하자 신 회장이 지팡이에 턱을 괴고 말했다.


“그래. 두 망나니 놈들이 무슨 작당모의를 했는지 말해보거라.”


신동혁과 시선을 교환한 이지훈이 차분하게 말했다.


“동혁이와 손을 잡고 한국 영화 시장을 접수하고 싶습니다.”


순간, 신 회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



몇 시간 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1995년 3월, 상성물산이 용인 모터파크라는 이름으로 개장한 국내 유일의 온로드 서킷.


총 연장 2.125 km 길이에 12개의 코너로 설계된 서킷으로, 국제자동차연맹(FIA)에 등록된 공식 명칭은 상성 스피드웨이다.


원래대로라면 수십 대의 경주용 차량이 참가하는 레이싱대회가 열리고 있어야 할 서킷은.


부아앙-


한 사람만을 위한 ‘황제 드라이빙’이 펼쳐지고 있었다.


빨간색 포르쉐 911이 바람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달리다가, 450M 직선주로에 접어들자 부아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적인 가속을 선보인다.

세계적으로 300대만 한정생산한 1995년형 ‘신상’이다.

공식 최고시속은 315킬로미터로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속도)는 3.8초다.


아직 국내에 공식적으로 시판되지 않은 이 슈퍼카의 가격은 20만 달러(당시 환율로 2억 원)에 달하지만, 검정색 선글라스를 착용한 운전자는 별 감흥이 없는 듯 시종일관 무표정했다.


같은 시간, 서킷 중앙의 ‘피트’라고 불리는 큰 천막 아래에서는 황제를 보좌하는 내시들이 주차된 차들을 마른 걸레로 열심히 닦고 있다.


벤츠와 포르쉐부터 페라리, 람보르기니까지 모두 15대에 이르는 값비싼 장난감들.


자동차 마니아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오르가즘을 느낄만한 수억 원짜리 슈퍼카들.


잠시 후, 포르쉐가 피트로 천천히 들어와 멈춰선다.


-덜컥


운전석 문이 열리고 천천히 땅에 발을 내딛는 이는, 이건휘 상성그룹 회장이었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자동차사업 진출을 성공시킨 이 회장은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서킷에서 대방출하는 중이었다.


이 회장이 불편한 걸음으로 페라리를 향해 걸어가는데.


“회장님.”


황 실장이 목례하고 다가와 한쪽 팔을 부축했다.


“자네가 여기까지 왠일이야?”

“두 가지 보고드릴 사안이 있습니다.”


이 회장이 드라이빙 장갑을 벗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또 용재가 사고를 쳤나?”

“그런 것은 아니고...”


황 실장이 머뭇거리자 이 회장이 손짓으로 수행원들을 물리쳤다.


“그럼 지훈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앞으로 단골 냉면집도 못 가게 생겼습니다.”


평양면옥에서 감시당했던 일을 보고하자 이 회장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내 이놈의 자식을...”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로 구조본에서도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아무래도 회장님께서 나서주셔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지훈이를 놔두라고 그렇게 타일렀는데...”

“게다가...”


황 실장이 이 회장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증권가 지라시로 좋지 않은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그건 또 뭔 소리야?”

“승계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회장님이 용퇴하신다는 내용입니다.”

“뭐야?


이 회장이 팔을 빼내며 버럭했다.


“어떤 호로새끼가 그따위 개소리를...?”


황 실장이 건넨 지라시에의 내용은 이랬다.


-삼성그룹 이 회장 건강 이상설의 실체.

구조본에서도 핵심 측근들만 아는 정보.

유전병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

이용재 상무의 승계작업이 끝나면 은퇴 예정.

현재 사실상 그룹업무에서 손을 떼고 치료중.


순식간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이 회장은 지라시를 찢어버렸다.


“누구 짓이야?”


황 실장이 보고서를 읽듯 담담하게 조사결과를 전달했다.


“구조본 홍보팀이 소스를 추적해본 결과, 상성증권 쪽에서 흘러나온 걸로 추정됩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번 인사 때 승진한 구상훈 사장이 용재 쪽 라인입니다.”


황 실장의 차분한 대답에 이 회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용재가 지시했다고 생각해?”

“지라시가 퍼지기 하루 전에 가야 호텔에서 독대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여러 정황상 구 사장이 시나리오를 짜고, 이 상무가 승인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아 사장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이 상무를 부추겼다고 봅니다.”


이 회장이 혀를 끌끌 차며 탄식했다.


“총수가 될 놈이 이렇게 귀가 얋아서야... 조바심 내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는데도 말귀를 통 못 알아먹는구만...”


이 회장의 음성에는 아들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동시에 실려있었다.


‘그룹을 맡기기엔 자질도, 성품도 모자란 놈이다. 지훈이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이젠 대놓고 애비의 뒤통수까지 쳐?’


황 실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는 주군을 보며 이성계를 떠올렸다.


‘이방원에게 왕좌를 물려줄 수 밖에 없었던 태조의 심경이 이랬을까?’


황 실장이 보기에 이방원과 이용재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이방원이 세자였던 이복동생 방석을 죽인 이유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면, 이미 세자로 책봉된 이용재가 이복동생 이지훈을 노리는 이유는.


‘왕좌를 위협할 지도 모를 일말의 가능성을 없애고 싶은 거지. 하지만 장자 승계 원칙 따위을 믿고 계속 왕의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그때 이 회장이 먼 산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지훈이가 애미만 잘 만났더라도...”


그말에 일말의 기대를 품는 황 실장.


‘요즘 들어 부쩍 지훈이를 자주 언급하시는 건... 후계자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뜻. 그렇다면 지훈이에게는 호재다!’’


그는 속내를 숨기고 차분하게 보고를 이어갔다.


“영상사업단 단장으로 부임한 시기와 이유도 석연치가 않습니다.”

“어째서?”

“그룹 관계사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선발하지 않았습니까? 이 상무 입장에서는 경영능력을 입증하면서 자기 사람들도 만들어두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을 겁니다.”


이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훈이의 사업을 망하게 할 의도도 있었을 테지.”

“맞습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딱 맞아 떨어집니다. 그전까지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분야니까요.”

“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 회장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뗐다.


“용재놈 본가로 불러들여. 당장!”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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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샤롯데를 찾아서 (1) +2 19.06.25 3,723 8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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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스파이 게임 (4) +8 19.06.21 4,408 98 12쪽
38 스파이 게임 (3) +4 19.06.20 4,515 10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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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트로이의 목마 (3) +6 19.06.13 6,418 163 13쪽
» 트로이의 목마 (2) +13 19.06.12 6,725 182 13쪽
31 트로이의 목마 (1) +13 19.06.11 7,076 157 13쪽
30 충무로의 신성 (5) +12 19.06.10 7,397 162 14쪽
29 충무로의 신성 (4) +8 19.06.07 7,740 163 13쪽
28 충무로의 신성 (3) +4 19.06.06 8,179 179 16쪽
27 충무로의 신성 (2) +12 19.06.05 8,622 191 17쪽
26 충무로의 신성 (1) +9 19.06.04 9,224 179 16쪽
25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6) +15 19.06.03 9,842 202 15쪽
24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5) +14 19.06.01 9,613 218 18쪽
23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4) +11 19.05.30 9,553 2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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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JH 엔터테인먼트의 시작 (1) +9 19.05.28 10,595 201 20쪽
19 할리우드 출장 (10) +11 19.05.26 10,247 20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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