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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백 투 더 재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느린손
작품등록일 :
2019.05.07 08:10
최근연재일 :
2019.07.0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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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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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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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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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스파이 게임 (3)

DUMMY

사건 직후.


스튜디오의 모든 스태프, 배우, 관계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아무도 움직이지 말아요!”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모두에게 경고를 날린 김진아였다.


지하에 위치한 스튜디오의 특성상, 경고는 메아리가 되어 모두의 귓가에 또렷히 박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쇼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꼭두각시처럼 얼음이 되어버렸다.


한 사람만 빼고.


김진아의 날카로운 시선이 조선족 사내에게 향했다.


사내는 팔짱을 끼고 부동자세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김진아의 시선이 조철수 사장을 찾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박강훈 변호사와 여유롭게 대화하던 조 사장은.


“이거 놔! 안 놔? 내가 현장 책임자라고!”

“일단 김진아 씨 지시에 따르시죠? 그럼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입구를 막아선 박강훈 변호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미국 대학에서 유학시절 쿼터백을 했던 박 변호사는 웃는 얼굴로 조 사장의 팔을 간단히 비틀었다.


“악!”


박 변호사가 이를 악물로 버둥거리는 조 사장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힘 빼세요. 까딱 잘못하면 부러집니다.”


그 말에 저항을 포기한 조 사장이 고개를 늘어뜨렸다.


손쉽게 조 사장을 제압한 박 변호사가 김진아에게 엄지를 들어보였다.


‘이상 무!’


사인을 접수한 김진아는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처럼 상황을 순서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위기의 순간에 튀어나가 멕 라이언을 보호한 이지훈과 사인 교환.


‘이쪽도 이상 무!’


모니터 앞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이지훈은 조명기가 그녀를 덮치기 전에 달려나가 간발의 차이로 구해냈다.


“괜찮아요?”


졸지에 이지훈의 품에 안긴 멕 라이언이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했다.


“...괜찮은 거 같아요.”

“다행이에요.”

“당신이... 날 구했군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이지훈은 고개를 돌려 김진아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일어날 수 있겠어요?”


다리에 힘이 풀린 멕 라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잠깐 실례할게요.”


이지훈이 단숨에 그녀를 안아올리자.


“아!”


멕 라이언의 입에서 짤막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이번 비명은 홍조(紅潮)를 동반하고 있었다.


그 사이, 김진아는 침착한 음성으로 119 상담원과 통화를 마쳤다.


“강남구 청담동 1-20번지 지하 스튜디오로 오시면 됩니다.”


탁-


일부러 소리나게 핸드폰을 닫은 김진아가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혹시 부상을 당하셨거나, 몸에 이상이 있는 분은 손을 들어 주세요.”


다행히 특별한 이상징후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분장팀과 의상팀의 몇몇 여성 스태프가 어지럼증을.

멕 라이언의 상대 역할을 했던 남자배우가 구토증세를 호소할 뿐이었다.


“그자리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세요. 곧 구급차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김진아의 다음 통화 상대는.


“지금 와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약 10초 후, 박 강훈 변호사는 대기 중이던 강남서 형사들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한편, 멕 라이언을 안고 분장실에 들어온 이지훈은 소파에 그녀를 눕히고 물을 가져갔다.


“정말 괜찮은 거죠?”


단숨에 컵을 비운 멕 라이언이 뭔가 말하려는데,


-꺼억.


나직한 트림 소리에 일순, 정적이 흘렀다.

이지훈이 더 당황하는 모습을 본 멕 라이언이.


“풋.”


실소를 터뜨리자 이지훈도 참았던 웃음을 내보냈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자 뒤늦게 긴장이 풀린 멕 라이언.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감사인사도 못 했네요. 정말 고마워요, 미스터 리.”

“천만에요. 당신이 타지에서 큰 사고를 당할 뻔해서 오히려 내가 미안하죠. 아무 일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지훈이 진심을 담은 태도에 멕 라이언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소년처럼 보이는 동양의 청년에게 마음이 움직인 것.

그래서 평소의 그녀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아까 그 테이크... 다시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말에 이지훈이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다시 할 수 있겠어요?”

“당연하죠. 난 프로니까요.”


사실 이지훈은 방금 전까지 첫 번째 테이크를 이어붙여서 완성본을 제출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촬영하자고 했다가는 난리를 칠 테니까.’


그런데 멕 라이언의 입에서 촬영을 계속하자는 말이 나오자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럼 쉬고 있어요.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시작할게요.”


고개를 끄덕인 멕 라이언이 특유의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미스터 리.”

“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돼요?”

“73년생이에요.”


61년생인 멕 라이언과는 띠동갑.


“갑자기 나이는 왜...?”


잠시 생각하던 멕 라이언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만 나가봐요.”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



***



강남서 취조실.


“강남서 최철기 반장입니다. 협조해주시면 최대한 빨리 보내드리겠습니다.”


핸드폰을 뺏긴 조철수 사장은 살벌한 안광을 뿜어내는 최 반장 앞에서 풍전등화의 신세였지만.


“조선족 새끼가 왜 그랬는지 내가 어떻게 압니까?”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 생각이었다.

하지만 베테랑 최 반장에 대해 조 사장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가소롭다는 듯 조 사장을 쳐다보던 최 반장은 직접 알려주기로 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범죄자 유형이 있어. 바로 너 같은 새끼들.”


조 사장의 미간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 최 반장.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블루칼라를 경멸하는 화이트칼라. 근데 좆 같은 게 뭐냐면, 범죄를 저지르고 싶을 때는 꼭 블루칼라를 찾는다는 거지. 평소에는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싫어하면서 말이야.”


최 반장의 폐부를 찌르는 지적에도 조 사장은 이를 악물었다.


“내가 시켰다는 증거 있습니까?”

“증거라...”


최 반장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거리자 조 사장은 확신했다.


‘있을 리가 없지!’


조 사장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말했다.


“당신 내가 누군지 알아? 내 말 한 마디면 옷 벗게 만들 수도...”


그때였다.


최 반장이 불투명 유리를 쳐다보며 신호를 보내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 사장이 돈봉투를 주면서 시키는대로 하라고 했슴다.”


어눌한 조선족 사투리.


옆방과 연결된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실시간 자백에 사색이 되는 조 사장.


굵은 음성의 형사가 조선족을 다그쳤다.


“그러니까 조 사장한테 돈을 받고 시키는대로 했다는 거지?”

“그렇슴다.”

“뭘 하라고 시켰는데?”

“촬영장에서 대기타고 있다가 자기가 신호를 주면은 큰 전구가 달린 쇠기둥을 넘어뜨리라 했슴다.”

“그게 다야?”

“아, 한 가지 빼먹었슴다. 조 사장이 노린 사람은 서양 여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슴다.”

“누구였는데?”

“감독이었슴다.”


최 반장이 다시 신호를 보내자 스피커가 조용해졌다.

혼란에 빠진 조 사장을 보며 최 반장이 이죽거렸다.


“지금쯤 존나게 머리가 아플 거야. 그치? 궁금해서 미쳐버릴 거 같겠지.”


조 사장의 머리를 헤집어놓고 있는 의문은 이거였다.


-왜 내가 시키는대로 안 한 거지?


본심을 들켜버린 조 사장이 뜨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신당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가겠지. 안 그래?”


조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 반장이 얼굴을 들이밀고 비수 같은 한 마디를 던졌다.


“안 가르쳐주~지. 빵에서 그 좋은 머리로 존나게 연구해봐.”


살인교사죄로 받을 형량을 최소 5년이라고 가정해보면, 조 사장은 ‘왜?’의 무한 루프에 빠지는 형벌을 추가로 받은 셈이었다.



***



취조실을 나온 최 반장은 기다리고 있던 김진아, 박강훈 변호사에게 결과를 설명했다.


“증거도 확실하고 목격자도 충분하니까, 살인교사죄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겁니다.”

“다행이네요.”


안도하는 김진아에 이어 박 변호사가 최 반장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수고많았어.”


두 사람의 칭찬에 별로 한 것도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최 반장.


“아,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최 반장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시나리오 말인데요. 누가 짰습니까?”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애매한 미소를 짓자, 최 반장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나야 어차피 나쁜놈들만 때려잡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다음 기회에 뵙겠습니다.”


최 반장이 목례하자 김진아도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희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박 변호사가 최 반장과 악수하며 은근하게 말했다.


“다음에 소주 한 잔 찐~하게 살게.”

“조오치!”


최 반장과 헤어지고 경찰서 밖으로 나왔을 때, 박강훈 변호사가 넌지시 물었다.


“듣고 보니 나도 궁금해지네요.”

“네?”

“오늘 일... 진아 씨 솜씨에요?”


김진아가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편할 대로 생각하세요.”


그러자 살짝 빈정이 상한 박 변호사가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그래도 이게 어떤 영화인지 알 자격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정도야 당연히 해드려야죠. 어디서부터 알고 싶으세요?”


운전석에 오른 박 변호사가 차를 출발시키며 답했다.


“처음부터요.”



***



그날 밤.

달리는 황 실장의 차 안.


황 실장은 무사히 촬영을 끝낸 이지훈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냐면요...”


브리핑을 듣고서 상황을 파악한 황 실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말이다... 조 사장이 조선족을 시켰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된 거냐?”

“박강훈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죠.”


촬영을 앞두고 조 사장에게 스태프 명단을 받은 이지훈은 김진아에게 신원조회를 부탁했다.


“그랬더니, 박 변호사가 마침 강남서에 친한 형사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말에 황 실장이 섭섭함을 토로했다.


“나한테 먼저 말하지 그랬냐? 강남서 서장이 고향 후배인데...”

“박 변호사가 있는데 굳이 아저씨 도움을 받고 싶진 않았어요. 어쨌든...”


신원조회 결과 조선족 사내의 정체가 밝혀지자.


“조 사장한테 받은 것보다 10배를 주겠다고 했더니, 술술 불더군요.”


조 사장에게 받은 금액은 고작 천만 원.

그 10배를 챙겼으니 사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닌 셈이었다.

어차피 본국으로 추방당해도 평생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을 테니까.


황 실장은 내심 감탄하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했다.


“거기까진 좋았다만... 네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 날뻔했다.”


조명기가 이지훈을 덮쳤다고 생각하자 눈앞에 아찔해졌다.

그 마음을 잘 아는 이지훈은 일부러 가볍게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예행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았더라면 그랬겠죠.”


촬영 전날.

이지훈은 박강훈 변호사와 김진아의 도움으로 연습을 반복했다.


타이머를 든 김진아의 신호에 맞춰.


“지금이에요!”


박 변호사가 조명을 뗀 스탠드를 넘어뜨리면, 이지훈이 감독 의자에서 테이블까지 달려나가는 식.


“실전에선 조명기 무게가 더해지니까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했어요.”


이지훈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황 실장이 미간을 좁혔다.


“앞으로 오늘 같이 무모한 짓을 했다가는...”


노파심에서 비롯된 아카데미(?)가 시작되려하자 재빨리 화제를 돌리는 이지훈.


“참, 상성기획 차기 사장은 정하셨어요?”

“이번에 수고한 장세훈 상무를 시킬까 한다.”


황 실장은 장 상무가 이용재로부터 받아낸 서류를 건넸다.


“용재를 속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꽤 잘 해줬더구나.”


내용을 훑어본 이지훈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거면 되겠네요.”


각개격파의 첫 번째 성과.


‘국내 1위의 광고회사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는 듯, 황 실장이 무겁게 입을 뗐다.


“이번 일 말이다...”

“말씀하세요.”

“회장님은 내가 설득해보겠지만, 용재는 절대로 납득하지 않을 거다. 장 상무의 서류를 무기로 용재를 협박해서 상성기획을 차지했다가는...”


황 실장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널 해칠 구실을 만들어주는 꼴이 될 거다. 그다음엔 장 상무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겠지.”


황 실장이 걱정이 기우라고 생각한 이지훈이 가볍게 받아넘겼다.


“저는 그렇다쳐도 장 상무까지 노리진 못할 거예요. 아버지가 가만 계시겠어요?”


황 실장은 말없이 접어놓은 고려일보를 건넸다.

의아해하며 기사를 확인한 이지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상성증권 구상훈 사장 자살. 차 안에 소주 빈 병 발견.


단신으로 처리된 기사내용은, 구 사장이 차에서 연탄을 피워놓고 자살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제야 이지훈은 황 실장이 굳이 오늘 찾아온 이유를 깨달았다.


“이용재가 시킨 거예요?”

“물증은 없다.”

“구 사장이란 사람은 왜 죽어야 했죠?”


황 실장은 구 사장이 이 회장이 관련된 지라시의 설계자라는 사실을 들려주었다.


“고작 지라시 하나 때문에 죽었다고요?”

“역린을 건드렸으니까.”


그말의 의미는 무거웠다.

오너를 건드리면 죽는다.


‘설마 이 회장이 지시한 건가?’


이지훈은 그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저씨가 아무리 날 아껴줘도 결국 이 회장의 사람이다.’


생각에서 빠져나온 이지훈이 황 실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용재를 만나게 해주세요.”


작가의말

오늘은 어제보다 덥다고 합니다.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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