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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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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2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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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하우스 4

DUMMY

그 뒤로도 몇 번인가 밤에 밖으로 나온 루스카는 아이들이 매일 매일 한명씩 홀린 듯이 밖으로 나와 북쪽 건물로 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루베르 루네스!”

“루베르 루네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는 의식이 펼쳐졌다. 그간 몇 번이나 거듭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수도사와 크루델이 희생된 아이들의 살점을 발라먹고 남은 뼈다귀들을 모아 잘게 부순걸 뭉쳐 사탕으로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후 루스카는 비록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꺼림칙해 크루델의 눈을 피해 더 이상 사탕을 먹지 않았다. 혹시라도 들키게 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이딴 미친 광신집단에 세뇌되어 개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았다.

아이의 시체를 정신없이 뜯어먹은뒤 난교를 벌리려는 그때 제단 뒤에 놓인 여신상의 눈에서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한창 탐식하던 사람들은 여신상의 눈이 빛나자 일제히 여신상을 향해 엎드렸다. 드드득! 여신의 입이 열리더니 귀가 먹먹할 정도로 공간 전체에 울려퍼지는 소리가 들려나왔다.

“칠드런들의 교육성과를 보고하라.”

여신상의 소리에 크루델리스는 고개를 들지 못한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직… 여신을 향한 칠드런들의 믿음이 부족합니다.”

“크루델리스! 루베르 루네스의 군사들을 위해 먹여야할 여신의 현신체를 너희들이 빼돌린걸 모를줄 아느냐!”

여신의 입에서 나온 노성에 크루델리스와 선생들은 납작 엎드린채 벌벌 떨뿐이었다.

“히익! 용서를…”

“긴말할 것 없다! 너희들의 처벌은 차후에 결정할것이니 속히… 음? 누구냐!”

‘위험하다!’

루스카는 신경을 다친이후 처음으로 등덜미를 훝고 지나가는 싸늘한 감각에 놀라면서 일체의 머뭇거림도 없이 왼쪽의 석상 곁으로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루스카가 서있던 자리로 여신상의 눈에서 쏟아져 나온 빛이 들이닥쳤다. 콰과광! 폭발음과 함께 대리석이 산산조각 났다.

“무 무슨일입니까?”

“멍청한 것들! 첩자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다니!”

“그 그럴리 없습니다! 이곳엔 저희가 허락한자 이외엔 아무도…”

“닥쳐라! 나의 권능을 의심하는 것이냐!”

루스카는 흥건히 땀에 젖은 자신의 오른손을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그동안 같은 장소에 있는 이들중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섀도우 워커의 능력인데 여신상을 통해 명령을 전하는 알 수 없는 자가 단번에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다. 잠시라도 머뭇거렸다면 심각한 부상을 입고 모습을 드러낼뻔 했다.

“아무래도 탐식에 빠져 방비를 소홀히한 모양이군.”

“교황이시여… 부디 자비를…”

크루델리스와 수도사들은 고개를 들 생각도 못한채 벌벌 떨면서 자비를 구했으나 여신상에선 차가운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여신을 위한 거름이 되어라.”

“교황이시여!”

“루베르 루네스 델 라쿤다 아로딘.”

여신상에서 알 수 없는 주문이 흘러나오자 크루델리스를 제외한 수도사들은 머리를 부여잡은채 괴로운지 발버둥쳤다. 루스카는 숨조차 죽인채 여신상에서 뻗어나온 실들이 수도사들의 머리를 헤집는걸 조용히 주시했다.

크루델리스는 공포에 사로잡혀 고개를 들지 못한채 넙죽 엎드려 어서 빨리 끝나기만을 빌고 있었다. 한참동안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 하던 이들은 실이 끊기자 잠시 지친 듯이 축 늘어져 있다가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허한 눈빛에 멍한 표정으로 일어선 그들은 여신상을 향해 다시 엎드렸다.

“크루델리스. 그간의 공로를 생각해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여신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루베르 루네스의 종으로 영광된 임무를 수행하라! 2차 교육에 들어간다.”

“루베르 루네스…”

여신상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사라졌지만 엎드린 이들은 하염없이 루베르 루네스만을 외치고 있었다.


@


“어제밤 북쪽 건물에 기어들어온자가 있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일어나자 마자 중앙광장으로 불러 모은 크루델리스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루스카는 유심히 크루델리스를 살펴보았지만 어제와 같이 광기에 취하거나 공포에 질린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평소와 다름없는 차가운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수도사들 마저 도열해 서있자 불안한 눈빛으로 눈치를 살폈다.

“어제밤 북쪽건물에 침입한자가 누군지 말하는 자는 한달간 풍족한 식량을 제공하겠다.”

크루델의 말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먹어도 먹어도 뒤돌아 서면 배고픔을 호소할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었는데 점차 식량은 줄어들고만 있었다.

이런 때에 한달간의 풍족한 식량이면 기꺼이 나설수 있었다. 아이들은 누가 북쪽건물에 들어갔는지 모르는게 아쉬운 듯 주위의 아이들을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만 보았다.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자 크루델의 눈빛이 변했다.

“아무도 없나? 좋다. 어제 북쪽건물에 몰래 들어온자는 흔적을 남겼다. 이건 누구거지?”

크루델이 품에서 황금으로 된 작은 메달을 들어올리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저 매달의 주인은 아이들 사이에선 누구나 다 알고있는 유명인사라 할수 있었다.

자신의 가문이 유명한 귀족가인 아크레인가라며 저 매달을 들고 항상 뻐기고 다니던 더블린이란 이름의 소년이었다. 그 거만함과 오만함은 같은 무리 내에서도 눈살을 찌푸리는이가 많았다.

루스카는 만에 하나 은신이 들통났을때를 대비해 밤마다 더블린의 매달을 슬쩍해와 지니고 다녔다. 어제밤 건물을 벗어나기전 추적을 피하기 위해 슬쩍 흘리고 왔었다. 아니다 다를까 대번에 곳곳에서 손이 올라가며 더블린을 지목했다.

“아 아니야! 난 아니야!”

지목을 받은 더블린은 안색이 창백해 지며 필사적으로 부인했지만 그 매달의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아이는 없었다.

“이놈인가?”

어느새 나타났는지 아이들은 심장 부근에 루네스교의 문장이 붉은색으로 각인된 은색갑옷을 걸친 기사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다. 그중 화려한 장식으로 마감된 갑주를 걸치고 황금색 투구를 쓴 기사가 성큼성틈 다가와 더블린의 머리를 잡아 들어올렸다.

“아니에요! 전 아니에요.”

“닥쳐라 이단의 자식아!”

우득! 기사의 손아귀 힘에 아이의 턱뼈가 부서졌는지 아래턱이 축 늘러진 더블린은 땅바닥에 내팽겨쳐졌다.

“여신께선 이단자를 용서치 말라 하셨다. 너희들중 저 이단을 돌로 쳐죽일자 있는가!”

기사의 말에 아이들은 머뭇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아무리 미운놈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같이 살아가던 아이였다. 아래턱이 빠져 흉측한 모습으로 울면서 바닥을 기는 모습을 보는 아이들의 시선엔 동정과 자신도 언제라도 저렇게 될수 있다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나서려 하지않자 기사는 심기가 상한 듯 다시한번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저 이단의 악마를 죽일자가 아무도 없단 말이냐?”

‘명복은 빌어주지…’

루스카는 자신이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자기 대신 억울하게 죽는 방패막이였다. 그렇다면 최소한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게 나을 듯 싶었다. 하지만 루스카가 나서기전 아이들 틈에서 열댓명의 아이들이 튀어나왔다.

“호오! 한두명밖에 없을줄 알았는데 이렇게 교단을 위해 헌신하려는 이들이 많을 줄이야. 그야말로 여신의 축복이다!”

기사는 앞으로 나선 아이들을 바라보며 흡족한 듯이 웃었다. 베스터드와 바오렌, 스텔라를 비롯해 열두명의 아이들이 기사의 앞에 섰다. 루스카에게 가장 의외였던 것은 사일러스가 그 아이들 틈에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처럼 아이들과는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일러스였는데 무슨 꿍꿍이인지 몰랐다. 아니 어쩌면 이미 세뇌에 걸려버린 것일수도 있었다.

“아브바바브!”

더블린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애원했으나 더블린을 둘러싼 12명의 아이들은 손에든 돌로 더블린을 매정하게 내려쳤다. 퍽! 퍽! 섬뜩한 소리가 연신 들리는 가운데 아이들은 차마 못보겠는지 고개를 돌렸다. 꿈틀거리던 더블린의 움직임이 멈추자 그제서야 아이들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다들 거친 숨소리를 내뿜으며 얼굴과 몸에는 더블린의 몸에서 나온 피가 얼룩덜룩 묻어있었다. 짝짝짝 박수소리와 함께 아이들에게 더블린을 죽이라 지시했던 기사가 투구를 벗어 옆구리에 끼고는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갈색머리에 한쪽 얼굴이 일그러진 남자는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더블린을 쳐죽인 아이들에게 말했다.

“훌륭하다! 너희들은 여신의 종으로서 훌륭히 임무를 수행했다.”

“……”

다들 첫 살인의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기사의 말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기사도 예상한 듯 불쾌한 기색없이 입을 열었다.

“나는 여신의 검으로 적도들을 처단하는 영광된 임무를 수행하는 모기안이다. 너희들은 나의 자랑스런 후배들이다. 나 또한 칠드런이었으니까. 후후 부디 너희들중에 나의 뒤를 이어 여신의 검이 될 수 있는 이가 나오길 여신께 간절히 바라겠다.”

일장 연설을 마친 모기안은 단상에 서있던 크루델과 수도사들에게 다가갔다.

“이 일차교육은 끝났습니다.”

“음. 여신을 경배하는 칠드런이 열두명이나 나오다니 여신의 축복이라 할 수 있지.”

기사의 말에 크루델의 창백하던 안색에 약간의 화색이 돌아왔다.

“너희들의 임무는 끝났다. 그동안 수고했다. 여신의 발밑에서 푹 쉬어라.”

모기안의 말에 크루델리스의 눈이 급격히 커지는데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모기안의 손이 크루델리스의 심장을 뚫고 나왔다. 그와 동시에 어느새 나타났는지 기사들이 인형처럼 서 있는 수도사들의 심장을 향해 손을 찔러 넣었다.

“꺼헉!”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크루델리스와 심장이 뽑혀나갔는데도 멍하니 서 있는 수도사들의 몸을 밀치자 힘없이 쓰러지는 크루델리스 수도사들의 육체를 대신해 힘차게 맥동하는 심장만이 기사들의 손에서 더운 피를 내뿜고 있었다. 한 기사가 황금으로 만든 화려한 문양의 커다란 잔을 가져왔고 기사들은 피가 쏙아지는 심장을 잔 위에 모았다.

“영광스런 여신의 군세여 세례를 받으라! 여신의 피를 마셔라!”

기사들의 외침과 함께 심장을 쥐어 짜자 커다란 잔에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나를 마시는자 나의 품에서 살고 나도 그안에서 살리라!”

모기안은 잔 가득 채워진 피를 더블린을 죽인 열두명의 아이들에게 건넸다. 아이들은 홀린듯한 표정으로 잔에 담긴 피를 나눠 마셨다. 비릿한 피내음과 함께 입가엔 붉은 피가 묻어나왔다.

루스카는 사악한 루베르 루네스의 의식에 바라보며 힘이 없으니 무력하게 당하는 거라 생각했다. 힘만 있었다면 이런 광신의 무리에게 잡아먹히지도, 허무하게 맞아죽지도 않았을 터였다. 모건가 또한 만약 힘이 없어 베넘공작가의 습격을 받았다. 싸늘히 식어가는 더블린을 바라보며 반드시 창공검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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