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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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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2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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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4)

DUMMY

모레스키는 루스카를 위해 모건가의 서재에서 소일하는 호프만의 조수로 넣어주었다. 모건가의 서재를 관리하고 청소하는 일은 어찌보면 힘들기도 하고 어찌보면 참 편한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서재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가주님도 참… 무슨 생각이신지…”

호프만은 뚱한 표정으로 루스카를 바라보았다. 모건가의 마법사인 호프만은 마법사라기보단 학자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청해마탑 출신으로 역사와 수학, 문학, 제왕학은 물론 시와 그림, 음악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유해 가문의 개인교수로 모셔가기 위한 초대장이 쉴새없이 날아오는 유명인사였다.

육십이 넘어가는 노년의 나이로 루스카처럼 어릴적부터 모건가에서 평생을 보낸 호프만은 가문의 장로 대우를 받으며 이제 막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는데 대뜸 길거리에서 주워온 꼬마를 한번 잘 가르쳐 보라며 맡기다니… 가주에 대한 원망으로 한숨만 나왔다. 그렇게 루스카와 호프만의 생활이 시작돼었다.

서재의 일은 단조로워 본채와 연결된 서재는 별관 하나를 다 쓸정도로 방대한 도서량을 자랑했다. 천년을 이어온 가문인 만큼 보유한 장서량 또한 황궁의 도서관과 견줄만큼 방대했다. 마법으로 유지되는 서재인지라 루스카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책들을 정리하고 호프만에게서 글을 배우고 함께 앉아 서재에 즐비한 책을 읽으며 루스카는 지식을 싾아갔다. 호프만은 광적인 도서 맹신자였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책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시간이 지나면 건물은 무너지고 문명이 노화되거나 이 제국또한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책과 그속에 담긴 지식만큼은 영원하다. 아는 것이 힘이고 그 힘은 무한하다!”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는 호프만의 영향에 루스카는 하루의 대부분을 책을 읽으며 지냈다. 사회, 경제, 문학등은 물론 기술서와 논문등의 전문서적과 잡서등 닥치는대로 읽었다. 책의 내용중 대부분이 어린 루스카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으나 읽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호프만이 상세하고 알기쉽게 가르쳐 주었다. 서재에서 생활하며 루스카는 차츰차츰 방대한 지식을 소화해 갔다.

“험험 그럼 오늘은 제국의 역사에 관해 배워 보도록 하자. 이 로라시아 대륙에는 칠신기라 불리는 신물이 있다. 신으로부터 직접 일곱가지의 무구를 내려받은 이들이 바로 신족이라 불리는 일곱가문의 시조들이지요. 이 일곱가문에 대해 말해보나?”

“시그너스 제국을 세운 폭풍검을 보유한 시그너스 가문과 황혼의 창을 소유한 베리엘 가문, 여명의 활을 가진 스콜렌 가문, 구름의 방패를 보유한 바시스 가문, 바람의 건틀렛을 보유한 글랜모르 가문 그리고 창공검을 보유한 저희 모건가가 있습니다. 마지막 뇌전검의 가문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알고있습니다.”

“흠 잘 알고있군.”

“감사합니다.”

“그럼 칠신기의 출현이 사회전반의 걸쳐 끼친 영향에 해 말해보도록.”

“칠신기의 출현이후 사람들은 칠신기의 힘을 흉내내거나 따라잡기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마법은 물론 마도공학과 야금술등이 발전했고 산업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시그너스가문이 제국을 건국하게된 이유는?”

“칠신기의 출현당시 대륙은 군소국가들이 난립해 전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곱가문은 폭풍검의 시그너스를 중심으로 뭉쳐 신기의 힘을 앞세워 대륙을 통일하고 시그너스 제국을 세웠습니다.”

“휴라는 칭호의 탄생배경과 그 결과는?”

“휴의 칭호에 대해선 두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신으로부터 직접 선택받은 가문이란 의미로 휴라는 신의 언어를 받았다는 설과 하나는 시그너스 제국이 건국된후 일곱가문과 귀족들과의 차별을 두기위해 휴라는 칭호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설입니다.”

“우리 모건가가 휴의 칭호를 잃어버리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모건가에서 모종의 이유로 창공검을 분실한 이후 가문을 상징하는 보물을 잃어버린 이상 휴의 칭호를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위 귀족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제국력 452년 귀족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묠뉘르 공작과 제국귀족회 소속 회원들이 공작의 저택인 라베가스에 모여 모건가에 붙여진 휴의 칭호를 박탈할 것을 안건에 붙여 만장일치로 통과시킵니다. 이를 라베가스 조약이라 하며 조약에 서명을 한 귀족들의 연판장이 곧 황제폐하에게 바쳐졌습니다.”

“흠 열심히 공부했군. …하지만 역사는 그저 외워서만 되는게 아니지. 루스카 너의 생각은?”

“라베가스 조약은 휴라는 칭호의 희귀성과 귀족들의 명예욕이 맞물린 결과 발생한 사건입니다.”

“…호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휴의 칭호는 전 대륙을 통틀어 단 일곱 개의 가문에게만 허락된 칭호입니다. 명예욕이 강하던 묠뉘르 공작은 그 휴의 칭호를 얻기 위해 라베가스조약을 성사시켰습니다. 마법의 발달로 무려 구서클의 마법이 새겨진 무구를 보유하고 있던 묠뉘르 공작은 자신의 가문또한 휴의 칭호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 귀족들의 동의를 얻어 모건가에서 박탈당한 휴의 칭호를 자신의 가문이 가지려고 했습니다. 당시 황가와 비등한 세력을 보유한 묠뉘르 공작은 황가와의 협상을 통해 휴의 칭호를 얻을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휴의 칭호가 가진 희귀성이 떨어집니다. 자신의 가문이 가능하면 다른 가문또한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던 묠뉘르 공작은 마침 모건가에서 창공검을 잃어버리자 그걸 빌미로 귀족들을 선동했습니다.”

“…그에 대한 일곱가문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은 뇌전검의 가문과 당사자인 모건가를 제외한 다섯가문이 모여 회의한 끝에 모건가에 내려진 휴의 칭호를 일시적으로 박탈하며 모건가에서 다시 창공검을 되 찾을 경우 휴의 칭호또한 다시 돌려줄 것을 결정했습니다.”

“그에 대한 귀족가의 반응은?”

“이는 시그너스 가문을 중심으로 한 다섯가문의 결정이라 귀족들은 반발할 수가 없었으며 또한 반발하기도 전에 이미 숙청을 당했습니다.”

“흐음… 숙청이라… 증거는 있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던 다섯 가문은 일단 모건가에 대한 휴의 칭호 박탈에 창공검을 되 찾아올 경우 다시 되돌린다는 조건을 내걸어 시간을 끌었고 모건가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문들 또한 언제든지 모건가처럼 될수 있다는 위기감에 연판장에 서명했던 귀족들과 그들의 가문을 전부 처리했던걸로 보입니다. 그 증거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제국력 455년에 편찬된 제국연감을 보면 묠뉘르 공작이 마차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시작으로 당시 연판장에 서명했던 제국귀족회의 회원들중 대다수가 2년 사이에 사고사나 병사, 의문의 실종등을 당해 사라졌으며 그들의 가문또한 풍지박살이 나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하하하 혼자서 거기까지 조사하다니 열의가 대단하군.”

“아닙니다. 서재를 정리하다 우연히 알게되었을 뿐입니다.”

“역시 네놈은 보통 놈들과 다르단 말이야. 고작 아홉 살밖에 안된 꼬맹이 주제에 다른놈들이었으면 모건가에서 일하게 된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지덕지할뿐 지루한 역사공부 같은건 질색을 할텐데 말이야. 상으로 한가지 가르쳐 주지. 네가 조사한 증거중 대부분이 맞기는 하지만 추론 하나가 틀렸다.”

“……”

“제국 귀족회에서 연판장을 만들자 뇌전검의 가문과 모건가를 제외한 다섯 가문이 모여 회의를 했다는것까지는 사실이지. 하지만 너의 추론처럼 그들은 위기감을 느낀게 아니라 오히려 불쾌감을 느꼈지.”

“…불쾌감이요?”

“그렇다. 그들은 신족. 직접 신을 대면하고 신으로부터 신의 무구를 부여받은 선택받은 가문. 귀족들이 저들 스스로 고귀하다고 무슨 블루 블러드니 뭐니 하며 뻐기고 다니지만 일곱가문의 입장에서 보면 평민이나 귀족이나 다 거기서 거기일 뿐이야. 그런데 감히 귀족들이 모여 그들을 끌어 내리려 하니 불쾌할 수밖에.”

“그렇다면 어째서 모건가를 제외시킨 겁니까?”

“모건가는 가문의 상징이자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창공검을 잃어버렸지. 여기서 문제 하나 내지. 그 창공검을 잃어버렸다는 소리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모건가입니까?”

“후후후 가주가 널 그토록 아끼는 이유가 있었군. 그렇다. 모건가 스스로 창공검을 잃어버렸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 하지만 과연 모건가는 정말로 창공검을 잃어버린걸까?”

“……”

“자! 네가 귀족이라고 치자고. 한 가문의 수장이야. 그런데 가문의 보물을 잃어버렸어. 그럼 넌 어떻게 행동할꺼냐?”

“…다시 되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것입니다.”

“그렇지. 그게 보통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지. 그렇다면 모건가는 창공검을 되찾기 위해 무슨 수단을 썼을까?”

“……”

“모건가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가문의 보물을 잃어버렸는데도 그런 것 쯤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대수롭지않게 넘겼지. 아마도 우리는 모르는 일곱가문만의 비밀이 있는게 분명해. 나는 모건가에서 잃어버린 창공검을 찾기위해 이 저택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실패했지.”

“가주님께서도 그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응? 내가 창공검을 찾고 있다는거? 당연히 알고 계시지. 내가 물어봤거든. 대답이 걸작이었지. 뭐라 그랬는지 아냐?”

“……”

“원래 잃어버린 물건은 찾는 사람이 임자니까 재주껏 찾아 보라더군. 대신 어떻게 생겼는지 자기도 보고 싶으니 찾으면 한번만 보여 달라나? 하하하!”

“……”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껄껄 웃던 호프만은 곧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루스카를 보았다.

“난 평생을 걸쳐 창공검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가주님께선 비록 그딴 물건 필요없다고 말씀하시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평생을 살며 휴의 칭호를 박탈당한 모건가가 다른 신족가문과 귀족들에게 어떤 수모를 당해왔는지 이 두눈으로 똑똑히 보아왔지. 내 꿈은 모건가가 창공검을 되 찾아 휴의 칭호를 얻어 신족가문으로 다시 복귀하는거다.”

“…그 꿈. 저도 동참해도 되겠습니까?”

“응? 하하하 언제든지 환영하마!”

호프만은 기분 좋은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루스카를 내려다 보는 호프만의 눈빛엔 이전까지 없던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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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3) +3 09.10.27 4,759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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