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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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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2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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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5)

DUMMY

시간은 느린 것 같으면서도 빠르게 흘렀다. 루스카가 모건가에 들어온지도 일년이 지나고 이제는 어였한 모건가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이놈을 좀 단련시키라고요?”

가스통은 가문의 장로인 호프만이 루스카를 데리고 평소엔 얼씬도 하지 않는 연병장으로 데려와 대뜸 체력단련좀 시키라고 하자 살짝 불쾌한 표정으로 루스카를 바라보았다.

모건가에 소속된 기사의 수는 총 열두명. 자작가의 기사들보다 적은 수였다. 기사단을 구성할수 있는 백작임에도 모레스키는 기사단을 운영하지 않았고 소속된 기사들 또한 작위기사들 보단 직업기사들이 더 많았다. 귀족가의 방계혈족이나 귀족의 피가 섞인 이들로 구성된 작위기사들은 귀족의 일원이자 주군으로부터 작위를 받는것이 가능한 이들이었다.

반면 직업기사들은 기사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졸업을 한 말 그대로 기사를 직업으로 삼은 이들로 작위를 받을수 없고 보수를 받아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을 말했다. 작위기사와 직업기사간의 알력은 이미 심각할정도로 쟁점화된지 오래였지만 모건가의 기사들 사이에선 통하지 않았다.

기사단을 구성할정도로 쪽수라도 많아야 뭔가 알력이라도 생길텐데 모건가의 작위기사는 가스통과 모레인 단 둘뿐이었다. 더구나 모건가의 기사라 하면 다른 가문의 기사들이 살짝 깔보는 경향이 있어 공공의 적앞에 똘똘 뭉쳐 유대감이 남달랐다.

“뭐 가능하면 장로님의 부탁을 들어드리고는 싶지만 힘들거 같습니다.”

“……”

가스통의 거절에 호프만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마법사와 기사의 반목이야 이제는 전통이 될 정도로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그래도 자신은 가문의 장로고 가스통이 아무리 모건가의 호랑이라 불릴정도고 가문을 대표하는 기사라 할지라도 일개 기사일 뿐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니 호프만의 심기가 불편해지는건 당연했다. 가스통도 그런 호프만의 기색을 눈치챘는지 난감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다 루스카에게 다가가더니 오른손을 들어 루스카의 이마를 둥글게 말았던 손가락으로 때렸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루스카는 충격에 비틀거렸고 루스카의 이마엔 금새 벌건 혹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아프냐?”

“아닙니다.”

“보셨죠?”

“뭘 말인가? 갑자기 내 조수를 때린거?”

호프만의 음성은 사나웠다. 출신이 좀 걸리긴 하지만 영리한 루스카를 내심 제자로 삼으려는 호프만이었다. 어릴때부터 책만 파다보면 약골이 될게 분명하기에 체력을 키우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깡통에게 과분하게 부탁씩이나 하는데 거절하고 때리기 까지 하다니 시덥잖은 이유면 그냥 뒤집어버릴 생각이었다.

“그게 아니라 딴놈들이면 아파도 그냥 참고 안아프다고 할텐데 이놈은 진짜 아픈걸 못 느낀다는 말입니다. 그건 이놈을 치료한 장로님이 더 잘않잖습니까?”

“그거랑 체력단련을 못시키겠다는 거랑 무슨 상관인가?”

“그러니까 이 사람의 인체라는건 한계가 있단 말입니다. 그 한계에 다다르면 아 더 이상 하면 죽는다하고 신호를 보내는게 바로 고통이란 말이죠. 그런데 이놈은 고통 자체를 못느끼니까 훈련을 시키면 지 몸을 제어하지도 못하니가 갑자기 죽어 나자빠질수도 있다 이말입니다.”

“그건 자네들이 신경쓰면 되는일 아닌가?”

“그게 곤란한게 사실 딴놈 팔다리 잘린거 보다 내 손가락 밑에 가시 하나 밖힌게 더 아프게 느껴지는거 아니겠습니까? 우리들이 훈련을 시킬 때 극한상황까지 몰고가기는 하지만 경험으로 표정과 눈빛, 몸상태를 보고 아 이놈 더하면 죽겠구나 판단될 때 적절히 제어하는게 가능합니다. 근데 이놈은 고통도 못느끼고 얼굴근육이 마비돼 표정도 없으니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더라도 저놈이 요령피우는 건지 진짜 힘든건지 파악을 못한다 이거죠. 사실 저놈이 밖에 싸돌아 다니는것도 사실 이해가 안갑니다. 단순한 감기만 걸려도 지 몸상태를 모르니까 병세가 악화돼 폐렴으로 죽을수도 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상을 입어도 아픔을 모르니 언제 갑자기 꽥 죽어버릴지 모르는 위험한 놈이라 이거죠.”

당사자가 눈 앞에 있음에도 가스통은 거리낌없이 말했다. 어차피 루스카는 빈민 출신의 비천한 신분이었고 자신은 작위기사였다.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신분차가 있으니 루스카의 기분따위는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몸이야 내가 정기적으로 회복마법을 펼쳐주면 되는일이고 정말 안돼겠나?”

루스카를 직접 치료했으니 루스카의 몸상태를 가장 잘 아는게 바로 자신이었는데 깡통이라고 무시하던 가스통에게 지적을 받으니 호프만은 자신이 루스카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너 설마 진짜 기사라도 되고 싶어 진거냐?”

가스통은 혹시나 루스카가 좀 친해진 호프만을 졸라 기사의 종자로 들여보내 달라고 부탁이라도 했나 싶어 사나운 얼굴로 루스카를 노려보았다.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기사신분을 넘볼수 있겠습니까.”

가스통의 물음에 루스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사라니. 꿈도꾸지 않았다. 그저 모건가의 고용인으로 모레스키와 엘리아느를 모시는 지금에 만족했다. 가스통은 그런 루스카의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호프만에게 말했다.

“기사가 될 것도 아니라면. 굳이 우리와 같이 훈련받을 필요는 없죠. 그냥 좀 힘든일이나 시키면 됩니다.”

“……”

그렇게 루스카는 가스통의 조언에 낮에는 서재에서 지내고 밤에는 마구간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꽤 일찍왔군.”

“예.”

“그럼 일하자.”

“예.”

말들이 모여있는 마굿간을 청소하는 일은 건장한 어른들도 힘들어 하는 고된 일이었지만 수가 얼마 돼지않다보니 마부인 홀린혼자 마구간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런 하여간 가스통 님은 말을 너무 험하게 다룬다니까.”

마사를 관리하는 홀린은 모건가에서 가장 오랜시간 일해온 사람이었다. 홀린은 능숙한 솜씨로 말들의 몸을 빗질하다 가스통의 전용 말을 씻기며 혀를찼다. 가스통은 모건가의 호랑이라 불릴정도로 호탕하고 걸걸한 성격이었지만 그만큼 모건가 기사들중에서 유일하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 분란을 일으키는 인물이었다.

“마구의 정리가 끝났습니다.”

“그래? 어디보자… 흠 잘했군. 이젠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어. 그럼 가서 갑옷을 청소하도록.”

“예.”

루스카는 홀린에게 손질한 마구를 검사받고서 마사 한쪽에 위치한 훈련용 갑옷보관소로 들어갔다. 그곳엔 훈련을 마친 기사들이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판금갑옷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갑옷을 청소하는일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예전엔 볼일조차 제대로 볼 수 없어 용변은 갑옷안에서 해결했고 그 뒤처리는 모조리 청소하는 종자의 담당이었지만 지금은 마법과 야금술의 발달로 갑옷의 무게가 경량화 되고 착용또한 간편해져 안팎으로 묻은 오물을 처리할 필요는 없어졌다.

진흙과 말의 털갈기등을 제거한뒤 땀에 절어 악취가 나는 판금에 찰과상을 입지 않도록 대어놓은 부드러운 천을 일일리 분리해 세탁통에 넣고 새로운 천으로 갈아 끼웠다. 겉과 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연마제를 이용해 거울처럼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은뒤 경갑과 대퇴갑, 배갑과 흉갑, 굉갑과 건클렛등을 세트를 일일이 찾아 모아놓은뒤 마지막으로 투구를 올려놓고서야 일이 끝났다.

혼자 십이인분의 갑옷을 손질하는일은 루스카가 하는일중 가장 힘든일이자 시간이 오래걸리는 일이었다. 땀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더러웠던 갑옷이 깨끗하게 변하면 잊고싶은 빈민가에서의 기억을 지울수 있는거 같아 루스카는 하나 하나 정성을 다했다.



p.s 참고로 게시판 제목은 몇일뒤에 창공의 기사로 변경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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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타인의 죽음에서 슬픔을 느끼다.(2) +5 09.10.28 4,463 10 13쪽
7 타인의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5 09.10.27 4,840 17 6쪽
»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5) +2 09.10.27 4,705 14 8쪽
5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4) +3 09.10.27 4,755 13 11쪽
4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3) +3 09.10.27 4,797 15 8쪽
3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3 09.10.27 5,252 15 8쪽
2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09.10.27 6,394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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