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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국립 한련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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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전재판
작품등록일 :
2019.05.12 21:36
최근연재일 :
2020.03.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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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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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입학식(9) - 임시 반장 이바람

DUMMY

어쨌거나 바람은 녹류전에서 오렌지 주스를 팔지 않는 것은 한련고 학생들에 대한 녹 기숙사의 기만이며 인권 침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화제와 지친다는 기색으로 적당히 고개만 끄덕이는 재림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카페에 오래 앉아있는 건 질색하는 바람이 별말 없이 듣고만 있었던 이유는 자꾸 지금 그들의 모습과 2년 전 카페 테이블에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반은 어땠어? 괜찮은 것 같아?”

“어... 저 임시 반장 됐어요.”


바람은 조금 민망해서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나 온몸을 뒤집으며 요란하게 웃어버리는 화제 때문에 바람은 이전에 했던 화해를 조금 무르고 싶어졌다. 재림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지 입에 머금고 있던 결명자차를 잔에다가 도로 반납했다.


“으!”

“... 어쩌다가?”


절대 바람의 임시 반장 소식에 동요하지 않은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하려 노력 중인 재림을 보며 대답했다.


“친구 중에 제갈의건이라고 있는데요...”



----------



“입학식 마치고 왔는데, 바로 수업은 좀 그렇지 않니? 그런고로 오늘은 간단한 오티를 좀 하도록 할까?”

“와아~”


교실 곳곳에서 드문드문 박수 소리가 들렸다. 1교시는 노란 오대오 머리, 잠자리 선글라스, 노란 니트와 토끼 이빨이 인상적인 역사 선생님의 수업이었다.


“내 이름은 전총건이다. 별명은 전총총 혹은 전건건! 너희들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주렴.”


‘특이하다...’


1반 아이들 모두가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역사적인 1402기 1학년 1반의 첫 수업을 맞아 퀴즈 하나를 내겠어! 괜찮지?”


전총건은 이가 다 드러나게 웃으며 연갈색 피크닉 바구니에서 빨간 주머니를 꺼냈다.


전총건은 다채로운 사람이었다. 외적인 부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향 자체가 무겁고 가벼운, 어둡고 밝은 부분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역사를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이고 배제할 수 없는 요소가 뭘까? 틀렸다고 뭐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아. 편하게 대답해보렴.”


‘가장 필수적이고 배제할 수 없는 요소라.’


권력, 돈, 문명... 여러 가지가 생각났지만 바람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정답은 아니라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도 아리송한 눈치였다.


“사실 정답은 딱히 없어. 앗하하하!!! 재밌지?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잖니. 나는 일개 역사 교사잖아? 그런 걸 내 멋대로 규정할 깜냥이 안 된다구.”


천화는 한련고의 교직원인데도 자신을 ‘일개 교사’라고 칭한 총건에 놀랐다. 연봉도 명예도 반도의 교사들보다 배는 높을 텐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전총건은 방싯방싯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게 전쟁이라고 생각한단다. 생각해보렴. 인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생존과 이익을 추구하려 영역을 넓히고, 대립하고, 투쟁했잖니?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들이 아마 너희가 정답이라고 생각했을 문명과 권력, 돈, 전통이고 말이야.”


아이들 모두 총건의 말에 동의해 고개를 끄덕였다. 총건은 주머니의 끈을 잡아당겨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물론 교사 된 도리로 너희에게 그릇된 생각을 심어줄 의향은 없단다. 그러니 정답이 있는 질문을 다시 하지. 동학 농민 운동 중 농민군이 황토현, 황룡촌 전투에서 첫 승리를 거둔 후 전라도 일대와 전주성을 점령한 것, 다들 알고 있을 거다. 뭐 중3 과정이니까. 이에 놀란 조선 정부가 청에 군대를 요청해 농민 운동을 진압해달라고 했지. 여기서 질문, 당시 정부가 농민군이 전주성을 점령한 사실에 놀란 이유, 즉 그 당시에 전주성이 중요시 여겨졌던 이유가 뭘까?”


‘아 작년에 배웠는데... 잘 모르겠으니까 그냥 조용히 있어야지.’

“거기 내 눈 피하는 바람이가 대답해볼까?”


이런 질문 시간엔 정말 기막히게 피해 가는 편이었던 이바람은 처음 느껴보는 시선 집중과 침묵하는 분위기에 어쩔 줄 몰랐다.


“네? 그게... 제가 잘 몰라서...”

“맞추면 초코X이 줄게.”

“정답. 한국인의 각양 각색한 매력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음식으로 표현한 비빔밥이 특산물로 있는 지역이라서?”

“푸학.”

“아~ 아깝게 오답!”

“하, 하하...”


‘아깝게...?!’


일부러 작게 웃음소리를 끊어 낸 바람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어정쩡하게 올린 손을 내리면서 고개를 틀어 저를 비웃었던 의건을 흘겼다. 의건은 검지로 바람을 가리키며 아주 즐거워 죽겠다는 얼굴로 바람을 놀리고 있었다.


“그럼 저기 웃고 있는 친구가 이어서 가자! 정답은?”

“네? 네에? ... 음, 한옥마을?”

“와, 이번 김상혁쌤네 반에 엄청난 아이들이 들어왔구나!”

“에이, 아니에요~”


‘넌 뭐가 그리 뿌듯하다고 얼굴을 붉히냐?’


반 아이들이 작게 큭큭대는 소리에 의건이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뿌듯한 듯 말했다. 총건이 미소지으며 빨간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둘 다 참신했으니까 받아라. 전주초코X이가 그렇게 맛있더라. 내가 마흔여섯이 되도록 한 번도 안 먹어봤다가 얼마 전에 먹어보고 달마다 박스로 주문하고 있잖니.”


날아오는 초코X이를 반사적으로 받아낸 바람과 의건이 슬며시 서로를 쳐다봤다. 총건은 다시 빨간 주머니를 피크닉 가방에 넣었다.


“답은 조선 왕들의 성씨를 생각해보면 나올 거야. 비단 전주 이씨뿐만 아니라 오방과 오간을 이끄는 자들도 현재까지 나름 대를 이어 오고 있고. 그 후계자들이 지금 우리 학교에도 몇몇 있지 아마?”

“아 그... 남읍읍씨?”


친절하게 이름에 모자이크까지 해준 누군가의 목소리에 민지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럼 이런 아이들을 포함한 다른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교육하는 이곳, 한련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이오니? 마치 전주성처럼...”


총건은 교탁 주변을 빙글 돌며 아이들을 한 번 빙 둘러보다가 별안간 바람에게로 몸을 돌렸다. 까맣고, 동시에 투명하기도 한 총건의 눈과 바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 바람이 다 비쳐보이는 듯 했다.


“... 그러니 여러분들은 한련시에 있는 한 이것을 늘 통감하고 지내세요. 여러분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요.”


총건 선생님은 고지식하지 않아 재미있는 사람이었고, 그가 준 전주초X파이는 맛있었기에 그와의 수업을 굳이 평가하자면 별 다섯 개 중에 네 개 반쯤이라고 생각했다. 왜 반 개를 깎았는지 바람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총건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바람의 머릿속을 맴돌고 어지럽혔다.



----------



“아이고, 우리-대-명문-국립-한련-특성화-고등-학교의 1402기 학생들!”


2교시는 체육, 담당 선생님은 역대 최연소 한련고 교직원인 선우 동 이었다. 그는 교실 앞문을 열자마자 대뜸 저렇게 소리치더니 이름 석 자만 덜렁 소개하고는 사실 이름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당황한 아이들 앞에서 하소연했다.


“우동이 뭐냐, 우동이! 할머니가 지어주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날 싫어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니까. 그래도 우동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좋아.”


한련고를 졸업한 학생들은 모두 한련고 전용 임용고시를 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한련고시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총 5회에 걸친 시험 모두 극악의 난이도와 방대한 범위로 헬련고시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바람이 이를 어떻게 알았냐면, 우동 선생님이 헬련고시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너희도 알다시피 헬련고시 2차까지 붙으면 임용고시 합격으로 인정해주잖아? 그래서 여기에 눌어붙으면서 2차 합격하면 여기 뜨려고 준비했지. 근데 막상 2차까지 합격하고 나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고. ... 거기 민지 좀 누가 깨울래? 아무튼,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뭐든 야망이 있다는 건 좋은 거야. 안 그러니?”


바람은 그가 나이에 맞지 않게 조금 고루하긴 해도 애국심은 단연코 한련고 내에서 제일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교시는 선우 동 선생님의 한련고 재학 당시 무용담을 듣느라 조금 천천히 갔다.



-------



3교시는 국어 시간이었다. 국어 선생인 왕세자는 재림과 같이 혼혈이었고, 다른 점이 있다면 금발에 푸른 눈인 재림과 달리 왕세자는 금발에 금안이었다.


기품있고 단정하며 우아하기까지 한 그는 정말 이름 그대로 왕세자 같았다. 단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그는 한련고 교직원들의 색인 황색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귀걸이나 반지 같은 작은 악세사리부터 시작해서 입고 있는 옷 모두를 번쩍번쩍 빛나는 황색으로 도배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눈이 안 좋은 천화는 국어 시간 내내 꽤 고생했다.


“사실 저는 백 기숙사에서 유황 기숙사로 전과했어요. 난 황색이 좋거든.”


‘왜 이렇게 거짓말 같지...?’


의건과 천화는 동시에 왕세자의 출신 기숙사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어때요, 옷도 신발도 전부 반짝반짝하니 정말 기품있어 보이지 않나요~?”

“네에...”

“전 보조 용구도 전부 황색이랍니다. 아, 보조 용구가 뭐냐면, 여러분들이 마나를 다루거나 연을 맺을 때 그걸 도와주는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보라며 나갔다 온 그는 연갈색 나무 뼈대에 노란 보석이 박힌 지팡이와 개나리색에 가까운 황색 두건, 황금색 체인 글러브와 금빛 카드를 늘어놓으며 하나하나 자랑만 하다 갔었다.



--------



“... 아, 5분 남았군.”


4교시는 수학이었다. 수업에 들어온 후부터 지금까지 논스톱으로 수학 수업하던 상혁은 텀블러에 담긴 샷을 네 번이나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마셨다.


“피가 카페인으로 되어 있나?”

“응? 뭐라고 했지?”

“헙, 아닙니다.”

“싱겁긴... 아, 이번 주 금요일에 반장 선거가 있을 거다. 그때까지 3일간이지만 임시 반장으로 추천할 사람이 있다면 지금 해라.”


상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의건이 손을 높게 들었다. 상혁은 대답할 기력이 없는 건지 눈을 감고 의건 쪽으로 고개만 주억거렸다.


“9번 이바람이요!”

“...뭐?”


당황한 바람이 안면 근육을 가능한 한 당기며 한껏 놀라움을 표현했다. 의건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딱히 하고 싶은 애들 없지 않냐? 있어도 뭐, 다들 건너건너 소문 들은 사람이 임시 반장 좀 한다고 더 새로울 것도, 얻는 메리트도 없잖아. 이바람이 하는 거 이의 있는 사람?”

“나. 여기요. 9번 이바람이 아주 강한 반기를 들고 일어났어요.”

“역시 없네~”


천화가 옆에서 재밌다는 듯 큭큭 웃으며 거들었다.


“조용, 조용. 더 지원자 없으면 임시 반장은 이바람이다.”

“선생님, 저 사퇴하겠습니다.”

“널 포함해 우리 반 20명의 학생 중 10명이 반대한다면 어디 뜻대로 해주마.”

“에이, 그게 되겠어요? 번거롭게 그러지 말고 걍 합시다!”

“민주 국가에서 어디 그럴 수가 있나. 이바람 넌 어디 반장이 된 각오... 아니, 하고 싶은 말 있음 해 봐라.”

“... 얘들아!! 내일과 모레, 글피의 3일 동안 내가 얼마나 반을 개판으로 이끄는지 궁금하다면 손들어!”


.

.

.


띠리리로링-


“그럼 급식 맛있게 먹어라. 3학년 먼저니까 조금 이따가 가고.”

“네에.”

“임시 반장은 기숙사 특활 가기 전에 잠깐 교무실 들렀다 가라.”

“네...”


열 일곱 명이 손을 들 줄은 바람도 몰랐고 의건도 몰랐다.


“야 이바람! 우리 반 임시 반장으로서 책임지고 반을 개판으로 이끌어야 한다!”

“바람아! 기대하고 있을게! 급식 맛있게 먹구!”


사실 저게 조롱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의건을 원망하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도 밝고 따뜻한 미소로 격려해주는 반 친구들에 바람은 오히려 의건이 더 미웠다.


작가의말

 손 안 든 세 명은 누굴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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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우당탕탕 입학식(12) - 1군 아이돌 20.01.22 26 1 13쪽
12 우당탕탕 입학식(11) - 이바람 정신없음 20.01.07 29 3 15쪽
11 우당탕탕 입학식(10) - 홍 기숙사의 취업전쟁 19.12.05 28 4 15쪽
» 우당탕탕 입학식(9) - 임시 반장 이바람 19.09.02 3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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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우당탕탕 입학식(6) -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 19.08.08 42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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