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희곡 (捨姬曲 : 버린 여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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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석
작품등록일 :
2019.05.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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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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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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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는 귀신 7

DUMMY

7


광혜대학교 부속병원.


[20층. 올라갑니다.]


민선은 주차하는 즉시 병실이 있는 층으로 직행했다. 병원의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지 않아도 되었다. 팽보석이 사용하는 병실은 이 병원 최상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유철의 일로 도움을 받기 전부터 변함없이 머무르고 있었다. 어떤 사연으로 이곳만을 고집하는지 몰랐다. 아마도 창립한 사람들 중 하나려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곳이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정작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았지만.


섣부른 질문은 의도가 아니어도, 잘못하면 상대에게 실례가 되었다. 누구보다 자신이 알았다. 그래서 묵묵히 도움받는 정도로만 인연을 마무리했다.


대신 감사의 표시로 값을 후하게 지불했다. 그가 운영하는 방역 회사에 의뢰할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관련해서 지출이 나갈 때는 아낌없이 투자하거나 후원했다. 그가 어려움 없이 이 병동에서 여생을 보내도록.


당연한 결정이었다. 보석은 그녀의 수많은 권속들을 구제했다. 수가 상당하고 바깥이 전쟁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어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에게 적극적으로 부탁한 결과 사경을 헤맨 이들이 대부분 본래의 상태로 회복하게 되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지하의 한쪽 눈이었다. 그 눈만 완벽하게 치료했다면 불현듯 저린 구석이 없었을 터였다. 후회하지만 사실은 그마저도 기적에 가까웠다. 그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유철에게 덤볐으니까.


고로 평생을 거듭해도 갚지 못할 빚이었다. 당장 연락 없이 보석의 병실에 방문하기도 내키지가 않았다. 하지만 사태가 사태이니, 반드시 정확하게 확인해야 했다.


실질적인 전투가 서툴러도, 보석이 역모에 가담하면 그만큼 골치 아픈 경우가 없었다. 이쪽에서 치명상을 입히는 족족 그가 전부 회복시킬 테니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보석에게 직접 날선 칼을 겨눌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그토록 상당한 마음의 빚을 지닌 상대였다. 적어도 한 번은 다시 생각하게 설득하거나, 기어이 눈을 감아 주지 않을까.


추측이 아니었다. 솔직히 확신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민선은 이 사태의 진실과 만나기 위해서 지금 병실 앞에 서 있었다.


똑똑.


노크를 하고서 그녀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과정도 생략하고 곧장 문을 열었을 것이었다. 찰나의 시간이라도 어떤 동기에게는 넉넉한 여유가 될 테니까. 이것은 단지 현 상황에서 그녀가 상대에게 갖추는 최소한의 예의였다.


그가 이 배려에 대해서 알지는 미지수였다. 다급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사전에 연락도 없이 찾아가면 보통은 무례이니까.


“음? 오랜만이네.”


보석은 병상에 자리하는 중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썩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하얀 이불을 가슴 밑까지 끌어올리고 각도 좋게 접힌 매트리스에 머리와 등도 완전히 기대고 있었다.


이어서 수액걸이에 걸린 혈액 백이 보였다. 그 내용물은 어김없이 보석의 팔뚝 안으로 투여되는 중이었다.


좋지 않은 예감에 민선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많은 권속을 그에게 맡긴 전적이 있으니, 이런 광경이 주로 어떤 경우에 나타나는지 알았다. 틀림없이 영력을 사용한 직후였다.


치료 행위를 마치면 보석은 언제나 병상에 누웠다. 일종의 징크스나 습관이 아니었다. 그로서는 도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부상의 정도도 상관없이 빠른 시간 안에 만능으로 치료하는 힘이 어디 있겠는가.


만약 가능했다면 그는 진즉에 이 세계에서 신으로 군림했을 터였다. 남다른 영력으로 대상을 치유하는 동안 그 손해도 고스란히 흡수하게 되었다. 수위는 본체의 반절밖에 미치지 않지만, 부상의 정도가 위중할수록 그 또한 위험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피와 살을 깎아서 봉사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특별하게 감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만한 고통을 수용하기를 각오하고, 아픈 이들을 치료하지 않았는가.


남은 혈액의 양으로 보아 수혈을 시작하고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조금 전에 치료받은 환자가 아직 가까이 있겠다.


“연락받고 왔어?”


천천히 다가가던 그녀는 멈칫했다. 보석은 문제의 사실을 은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왜일까, 아직 자초지종을 모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동기로서 도움은 주었으나, 그들과 뜻은 함께하지 않겠다는 신조일까.


사람들의 눈이 빈번히 머무는 장소인 데다, 현장으로 즉시 급파된 경찰력 때문에 아직 한강 공원의 처리를 맡기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정보에 그다지 눈이 어두운 이도 아니었다. 텔레비전부터 보기 좋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었다. 잠깐이라도 전원을 켜서 속보만 확인했다면, 한강 공원에서 일어난 불상사도 분명히 숙지할 것이었다.


게다가 혜연의 사망 소식까지 전 동기에게 전해지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마냥 초연한 태도는 어딘가 작금의 흐름과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래. 지금 어디 있어? 상태는 어떻고.”

“어······.”


태연했던 질문과 다르게 그의 표정이 살짝 미묘했다. 신경 쓰였지만 민선은 다그치지 않았다. 조작하거나 뜸을 들이는 기색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1인실로 배정해 드렸어. 그곳에서 모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잠깐.”


경어가 아무래도 이상했다. 보석과 수호가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었다. 둘 다 평균보다 사교성이 부족한 성격이라, 분명한 용건이 있어서 연락하지 않는 이상 사적으로 대화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아무리 어색한 사이라지만, 설마 존대까지 사용할까. 나이 서열이 지긋한 동기더라도 정작 제일 어린 찬용조차 편하게 말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언사였다.


“지금 누구를 말하는 거야?”

“누구냐니? 알고서 온 거 아니었어?”


결국 민선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서로 오해한 부분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한참 걸어온 길을 돌아가는 수고까지 하게 되었다.


보석도 황당했다. 그리고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눈썹을 움찔했다. 어쩐지 대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상했다.


반대로 그는 민선이 문제의 대상을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본인이 부재한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라고 한들, 마치 같은 항렬의 동기를 찾는 듯한 언행이었다. 하필 발화자가 그녀였기에 더욱 납득이 안 되었다.


유철의 일로 그들 사이에 남다른 유대감이 존재해도 앙심은 아니라고 보았는데, 혹시 착각했나. 나중에는 이런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었다.


“어머니 말고 다른 부상자가 있어?”

“어··· 어머니?!”


결론은 서로가 다른 대상을 두고서 말하고 있었다. 사정을 파악하고서 보석은 그제야 납득했다. 반면에 민선은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바빴다.


호억이 그토록 찾았던 어머니가 이 병원에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은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호억에게 그야말로 기쁜 소식이지 않은가.


지금 당장이라도 연락해야 좋을까. 그러면 모든 일을 무리하게 처리하려는 그 심성을 잠시나마 가라앉힐 수 있겠다.


그래도 바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발견 당시의 증언에 의하면 어머니는 심히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혼자서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그 육신을 부축하거나 나를 만한 조력자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아니면 호억의 앞에서 일어난 사건 자체가 귀왕이 만든 환상일까. 아무리 장난치기를 좋아해도, 당신에 대한 애정을 그렇게 소모할 심성도 아니었다.


“혼자 어떻게 오신 거야. 부상이 심했다고 들었는데.”

“응, 그랬어. 누군지는 몰라도··· 칼자국을 깊게 냈던데.”


병실 안쪽에 만든 비상구는 웬만해서 쓰지 않는 통로였다. 한국 전쟁으로 혼란스러울 당시 민선과 그 권속들을 안전히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했을 뿐이었다.


동기들 대부분이 작은 부상 정도는 수혈을 통해서 느긋하게 회복하는 편이었다. 피치 못할 사고나 재난으로 다치더라도,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아닌 이상 다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급하고 중한 상처라도 혼자 걸을 수준이면 예의를 지켜서 방문했다. 호억의 면전에서 과감하게 두 눈을 훼손했던 진태도 다르지 않았다.


그랬던 비상구가 오랜만에 열렸다. 노크를 하는 소리조차 익숙하지 않아 잠시 멍했을 정도였다. 난데없는 불청객은 어머니를 든 지민이었다. 도대체 어찌된 조합인지 묻고 싶었으나, 환자의 상태를 보아하니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누웠던 침상으로 환자를 내려놓게 지시했다. 그리고 곧바로 영력을 발휘했다. 서로가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는 시간조차 건너뛴 채였다.


위중한 환자의 상태를 예기치 않게 몸으로 흡수하는 일이었다. 복부가 슬슬 갈라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때마다 집중이 흐려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다해야 했다.


상처의 일부만 흡수해도, 고통은 비슷했다. 생채기부터 팔다리가 절단된 아픔까지, 그 감각도 고스란히 그에게 전달되었다.


그래서일까.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환자들 때문인지, 보석의 머리카락은 오래 전부터 백색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이어진 수혈로 다른 상처들은 곧 제자리를 찾았건만 도통 머리카락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다.


아마도 어느 시점에서 정점을 찍은 만성적 스트레스가 원인인 듯했다. 언젠가 똑같은 고통이 다시 찾아오겠다. 모두에게 간절한 힘을 가진 한 영원토록 되풀이할 굴레였다. 그 걱정이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만연한 결과였다.


덕분에 그는 모두에게 배려받았다. 진태와 혜연과는 반대였다. 가진 영력만이 아니라, 그 씀씀이까지 인정받고 있었다.


가끔은 적을 치료한 이유로 미움도 받지만, 그럼에도 이 존재 자체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누구도 건드려서는 안 될 성역처럼 굳어져 버렸다. 오죽하면 그 호억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였다.


“누군지 모르겠다니······.”


민선은 그 말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범인은 칼잡이였다. 상처도 예리한 칼날에 의해서 생긴 형태가 대부분이겠다. 그런데 어떻게 수호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있는가.


작정하면 다른 동기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현재 일어난 사건의 전후 관계에 대해서도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


호억이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면, 자신조차 믿기 어려웠을 광경이니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 수호가 직접 귀왕을 공격하다니. 스스로 목숨만 끊었을지언정 그런 일을 할 인물은 아니라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들이 정말이라면 그는 대단히 용의주도한 반역자였다. 이 순간을 위해서 줄곧 거짓된 모습으로 살았으니까.


혜연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그가 원인일 수 있었다. 미래를 예견하는 그녀라면 거사가 시작되기 전에 속속들이 꿰뚫어 볼 테니까. 이 악랄한 계획이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입막음을 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거듭 생각하니 보석의 판단이 더 이상했다. 혜연의 부고는 정식으로 통보되었다. 고로 누가 그 죽음의 현장을 접했다는 증거였다.


현장에 방역이 출동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서둘러 현장을 청소하고, 대표에게 특이 사항까지 모조리 보고했을 것이었다.


그것을 알고도 수호와 절대 연결하지 않는 태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 없이 궁금한 부분은 자리에서 바로바로 묻기로 했다.


“어떻게 오신 거야.”

“지민이가 여기로 모시고 왔어.”

“응? 송지민?”


예상하지 못한 인물의 등장에 민선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질 뻔했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하필 우연히 방문한 동기가 지민이라니, 당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절대로 우연은 아니었다. 필요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동기였다. 그런데 대낮에 한남동 저택을 찾았던 이유가 무엇일까. 국회에서 표류 중인 법안이 문제라면 시기가 늦었다.


귀왕을 두고 살벌하게 맞서는 사안에 적극 관여할 가능성도 없었다. 보장되는 실익이 없는 한 설령 자식으로서 당연한 행위라도 하지 않는 심성이었다.


일련의 사건들과 대조해 보아도 통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혜연의 부고가 전해졌지만, 직접 어머니를 찾아갈 만큼 돈독한 관계도 아니었다. 워낙 멋대로 행동하는 성품이라 어떤 방향으로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해해. 나도 놀랐으니까.”


당시 보석도 민선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내 밖으로 다 표출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속으로는 굉장히 놀라서 어버버했다.


어떻게 생각해도, 귀왕을 호위하는 수호나 누구 못지않게 관심을 쏟는 호억이 모시고 들어와야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런데 둘이 아니라 하물며 가장 무관심한 그녀가 돌연 나타났으니, 뒤늦게 사실을 접하는 민선이 놀랄 만했다.


“그래서, 지금은?”

“2001호실이야. 지민이도 아직 있을걸.”


묻고 싶은 점이 많았으나 여기서 끝맺었다. 아무래도 수호는 이 병원에 오기를 단념한 모양이었다. 혼자서 찾아오지 못할 정도로 부상이 중하거나, 지금처럼 이미 추적자의 손길이 미친 경우를 우려했겠다.


일단은 어머니의 몸 상태부터 살펴야 했다. 그것만이라도 정확히 확인하면, 현 문제로 한창 예민할 동기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만약 강수호가 찾아오면 연락해 줘.”

“음··· 알았어.”


민선은 서둘러 병실을 나섰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보석은 한숨을 쉬었다. 이불을 걷자 피로 물든 환자복이 드러났다. 갑작스레 흡수한 상처라 제때 붕대를 감지 못해서 이렇게 얼룩지고 말았다.


동기들 사이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몰랐다. 다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바람에 그 타협점을 찾기가 상당히 힘들겠다는 정도만 짐작했다.


수호가 찾아와도 아마 이유를 따지지 않고 회복시킬 것이었다. 나중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든 당장 자신이 아는 사실 관계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물론 민선에게 약속한 대로 수호의 방문은 솔직하게 알리겠다. 설령 구두(口頭) 약속이라도 응했으니 마땅히 행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권속들 중 누구에게도 배려 깊지 않은 귀왕의 선택이 어쩐지 이해가 되었다.


그녀에게 상식을 바라기는 무리였다. 권속 사이에 상충하는 사연이 존재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이 시비로 가릴 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거기서 기울어진 저울을 자처하면,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이조차 결국 그 권속들이었다. 그래서 비겁하지만, 나름 중립을 유지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은 일종의 방임처럼 보일지라도.


오히려 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두에게 자애로운 듯 보이면서도, 언제는 칼바람보다 아프고 차가웠다. 그녀에 대해 정확히 따지기 위해서는 대체 어디에서 온 존재인지, 그것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릇의 크기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귀왕은 그 탓에 비롯되는 권속들의 감정마저 능히 받아들였다.


이번이 그러했다. 그녀가 마음만 먹었다면, 혹은 그 대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면, 상대가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기 전에 속히 온 감각을 마비시켰을 것이었다. 아까운 피를 흘리며 신음하지 않아도 되고, 충직한 이의 마음이 아프지도 않을 테니까.


“참 지치지도 않으시네요.”


보석은 창밖을 보며 이야기했다. 행방불명 당시의 밤이 떠오르는 오늘이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돌연 찾아왔었는데, 오늘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의외의 인물에게 들려 방문했다.


지치지 않고 변함없이 사고를 치는 그녀가 부러울 정도였다. 물론 부러워하는 마음과 모방은 별개였다. 자신은 도저히 행하지도 감당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그저 차분하게 혼란한 상황을 관망하는 일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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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종곡 21.02.19 48 0 14쪽
384 어른 괄시는 해도 9 21.02.16 46 0 14쪽
383 어른 괄시는 해도 8 21.02.16 52 0 13쪽
382 어른 괄시는 해도 7 21.02.12 44 0 13쪽
381 어른 괄시는 해도 6 21.02.12 44 0 13쪽
380 어른 괄시는 해도 5 21.02.09 43 0 12쪽
379 어른 괄시는 해도 4 +1 21.02.09 48 0 13쪽
378 어른 괄시는 해도 3 21.02.05 53 0 13쪽
377 어른 괄시는 해도 2 21.02.05 40 0 13쪽
376 어른 괄시는 해도 1 21.02.02 79 0 13쪽
375 호랑이 새끼는 자라면 8 21.02.02 46 0 15쪽
374 호랑이 새끼는 자라면 7 21.01.29 123 0 16쪽
373 호랑이 새끼는 자라면 6 21.01.29 61 0 14쪽
372 호랑이 새끼는 자라면 5 21.01.26 54 0 14쪽
371 호랑이 새끼는 자라면 4 21.01.26 62 0 12쪽
370 호랑이 새끼는 자라면 3 21.01.22 57 0 15쪽
369 호랑이 새끼는 자라면 2 21.01.22 74 0 15쪽
368 호랑이 새끼는 자라면 1 21.01.19 52 0 15쪽
367 하늘이 돈짝만 6 21.01.19 44 0 13쪽
366 하늘이 돈짝만 5 21.01.15 44 0 13쪽
365 하늘이 돈짝만 4 21.01.15 77 0 12쪽
364 하늘이 돈짝만 3 21.01.12 62 0 11쪽
363 하늘이 돈짝만 2 21.01.12 71 0 12쪽
362 하늘이 돈짝만 1 21.01.08 49 0 13쪽
361 쥐 본 고양이 9 21.01.08 51 0 13쪽
360 쥐 본 고양이 8 21.01.05 59 0 12쪽
359 쥐 본 고양이 7 21.01.05 51 0 12쪽
358 쥐 본 고양이 6 21.01.01 46 0 12쪽
357 쥐 본 고양이 5 21.01.01 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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