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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양자 노트북으로 초대박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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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작품등록일 :
2019.05.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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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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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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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작품 전시회

DUMMY

“뭔데 저기에 사람이 저렇게 많아?”

“사은품 나눠주는 거 아니야? 가보자!”


태준의 작품에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법이 있었으니.

유난히 몰려 있는 사람들 앞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건 당연했다.

군중심리에 빠져 태준의 작품을 한 번씩 체험해보곤 하는데, 백이면 백 환한 웃음을 지었다.

본인보다 더 본인을 잘 아는 프로그램이었으니.

몇 가지의 선택 문항을 거치면 컴퓨터가 족집게 수준으로 이상형을 찾아줬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원초적인 자극을 일으키니, 당연히 높은 관심을 사게 됐다.


“학생 혼자 프로그래밍한 작품인가요?”

“네. 저 혼자 했습니다.”

“오. 그래요? 단순히 선호 성향을 일대일 매칭한 결과는 아닌 것 같고, 꽤 공들인 알고리즘 같은데 대단하네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IT기업에서 온 관계자들까지 큰 관심을 갖았다.

사실 졸업 작품 전시회라 수준 낮은 작품이 많은 게 현실이었으니, 기업 관계자들 역시 별 기대하지 않고 형식상의 참가가 많았다.

제2의 빌게이츠나 주커버그는 당연히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태준 앞에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기분.

관계자들은 태준에게 명함을 전달했고. 그렇게 쌓인 명함만 한 가득이었다.


아쉽지만 긍정적인 반응만 있던 건 아니었다.

인포인사이드가 뿌린 똥은 여전히 구린내를 풍겼다.


“이거 인포인사이드에 있던 프로그램하고 비슷한데?”

“어? 그러네. 이 정도면 비슷한 게 아니라 완전 똑같아.”


태준의 작품을 보며 감탄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의심의 눈초리로 웅성거리는 자도 있었다.

인포인사이드의 유저로서 이상형 매칭 프로그램을 사용해본 사람들이었다.

사실상 거의 똑같을 정도의 소스코드와 알고리즘을 사용하다 보니 오해를 할 수밖에.

소곤거리는 말소리가 귀에 들리자, 태준은 가만히 듣고만 있지는 않았다.


“저기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한 말씀해드려도 될까요?”

“네?”


자신들의 속삭임에 태준이 반응하자, 도둑질을 하다 걸린 것처럼 놀라는 학생이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태준을 바라봤다.


“혹시 제가 모 커뮤니티 사이트의 프로그램을 베낀 건 아닌가 의심하시는 거죠?”

“아··· 뭐. 그냥.”

“못 믿겠지만 사실 생각하신 거에 반대입니다. 인포인사이드가 제 작품을 따라한 거죠.”

“네? 인포인사이드가요?”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학생들의 표정이다.

당연히 쉽게 믿을 리가 없다.

그 큰 기업과 한낱 대학생과 신뢰도 차이는 어마어마하니.

하지만 태준은 별 개의치 않았다.

어떤 오해를 하든 결국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이 학교 학생이시죠?”


왠지 익숙한 얼굴이었다.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아! 네. 맞아요. 저희 3학년이에요.”

“어쩐지. 얼굴이 익다 싶었네요. 제가 꼰대 같지만 선배로서 하나 조언해주자 면요. 본인이 공들여서 만든 작품이 있으면 아무에게나 소스코드를 보여주지 마요. 눈 뜨고 코 베이는 거 한순간이니까요. 아주 날강도들 천지예요.”


학생들은 태준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이야 취업하기도 바쁘겠지만,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허허. 고생이 많네. 뭐 불편한 건 없고?”


전시회가 마무리되며 관객들이 빠져나갈 때쯤, 전시장을 어슬렁거리던 박영호 교수가 태준의 부스를 찾아왔다.

그는 태준에게 녹차 캔 음료를 건네며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네. 불편한 건 없었어요. 오히려 재미있었어요.”


태준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미소를 지었다.

눈은 여전히 말똥말똥했다.


“그거 다행이네. 다들 전시회 하면 힘들어 죽겠다 하는데, 역시 태준 군은 달라.”

“그보다 다들 반응을 좋게 해주셔서 재미있게 한 것 같아요. 설명해주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그렇겠지. 아까 한번 둘러보는데 여기가 인기가 제일 많은 것 같더라고?”


이번 컴공과 졸업 작품 중 최고는 틀림없이 태준의 프로그램이었다.

박영호 교수도 조금의 이견 없이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이렇게 잘될 작품인데. 인포인사이드 몹쓸 놈들은 새싹을 키워줄망정 밟아 죽이려 하니. 쯧쯧. 내가 괜히 사람 잘못 소개해줘서 고생만 시키고 미안하네.”


미소를 짓던 박영호 교수가 갑자기 인상을 푹 쓰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내심 마음고생이 컸던 박영호 교수였다.

학생에게 도둑을 소개시켜준 꼴이었으니 그에게도 큰 부담감이 있었다.

지금 대견한 제자의 모습과 본인의 잘못이 겹쳐지니 마음이 씁쓸했던 거다.


“전 괜찮습니다. 교수님.”

“자네도 알겠지만 인포인사이드에 큰 사건이 터졌잖아? 그래서 도통 연락이 안 되더라고. 자네는 혹시 인포인사이드 쪽이랑 이야기는 해봤나?”

“아니요.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요. 어차피 침몰하는 배인데 거기에 돌을 던진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잖아요?”

“어이구. 태준 군 마음도 참 넓구만.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지.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을 받는 거겠지만. 마침 이 타이밍에 사건이 터지고 말이야. 해킹범을 칭찬하면 안 되지만 이번만큼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니까?”


박영호 교수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해킹범에게 당한 인포인사이드를 생각하니 속이 뻥 뚫린 것이다.

물론 그 해킹범이 본인 코앞에 있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지만 말이다.

태준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 *


판교. 인포인사이드 본사.


“사라져?”

“네. 전부 사라졌습니다. 서버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가 삭제됐습니다.”

“왜 하필 그거만? 다른 건? 개인정보는?”

“유출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일단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보고를 받고 있는 송길선 대표의 표정이 구겨졌다.

눈만 뜨고 일어나면 일이 추가적으로 생기니, 그의 주름살은 며칠 사이에 깊은 협곡이 돼버렸다. 얼굴은 반쪽이 되어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은 모양새다.

이번에는 데이터의 증발이었다.

고개를 갸웃할만한 사건이 발생했으니, 이상형 매칭 프로그램과 관련한 모든 코드 자료가 사라진 것이다. 애초에 없던 것처럼 흔적도 남지 않았다.


“설마 아니겠지? 지송대학교. 그 학생 말이야.”


괜히 찔리는 게 있으니 자연스레 태준을 거론하게 됐다.

이상형 매칭 프로그램만 사라져 버렸다니 말이다.


“정태준 말입니까?”

“응. 그래. 정태준. 왜 하필 해킹범들이 이상형 매칭 프로그램 데이터만 쏙 지워버린 걸까? 의심되지 않아?”

“대표님. 그건 아닐 겁니다. 아무리 그 학생이 대단하다고 한들 이렇게 해킹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번 해킹은 특정 세력이 작정하고 덤벼든 수준이니 말입니다.”


김종덕 기술이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국가기관까지 덤벼들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해킹인데, 고작 대학생 한 명이 이런 짓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됐기 때문이다.


“흠. 그래 그건 아니겠지?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불가능하지. 불가능해.”


잠시 상상을 해봤던 송길선 대표도 말이 안 된다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해킹사건은 완전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 *


“크~ 이 맛이지.”


노릇노릇 구수한 곱창냄새가 풍기는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태준과 석구는 소주잔을 맞대고 있었다.

술통에 빠진 귀신도 아니고 그렇게 술 노래를 부르더니, 전시회가 끝난 오늘 기어코 술자리를 마련했다.


“태준아. 아까 보니까 기업들이 너 모셔가려고 부럽다. 부러워.”

“모셔가긴 무슨. 그냥 놀러 온 사람들인데 뭘.”

“네가 그렇게 실력파인 줄 몰랐어. 너 대회나 공모전에 참여한 것도 없잖아. 언제 나 몰래 실력을 키워왔던 거야?”

“그냥 운이 좋았던 거야.”

“프로그래밍하는 게 뭔 운이야. 다 실력이지. 무슨 동전 던지기도 아니고.”

“네가 계속 칭찬하니까 술에 치즈 섞은 것 같다. 오글거리니까 그만해.”

“알았어. 그만할 테니까 짠 하자.”


같은 전시회장에서 발표를 했기에, 석구는 태준의 작품에 대한 인기를 두 눈으로 확인했었다.

다른 곳은 휑 비어있어도, 태준의 부스만은 항상 사람으로 가득했으니.

석구는 평소 하지 않던 칭찬을, 태준의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퍼부었다.


“그나저나 인포인사이드 문제는 어떻게 된 거야? 신고는 잘 처리됐어?”

“누군가 나 대신에 초상집을 만들어 줬더라고. 그걸로 만족하려고.”

“아! 맞네! 요즘 인포인사이드 완전 박살났지?”


오늘따라 달콤한 소주의 맛이었다.

과일소주인가 싶어 병을 확인하는데 항상 먹던 소주였다.

소주는 목구멍에 부드럽게 넘어가더니 속을 시원하게 적셔줬다.


띠리링─


빈 소주잔을 내려놓고 곱창을 오물오물 씹을 때였다.

테이블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이 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발신자는 어머니.

부모님도 오늘 작품 전시회를 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수고했다는 말 정도나 할 줄 알았다.

그리고 그때까지 이 전화가 술자리를 깨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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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가족의 행복을 사다 +11 19.05.27 14,447 37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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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식 예측 (1) +18 19.05.23 16,006 388 10쪽
5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 +17 19.05.22 16,252 405 8쪽
4 맛집 검색 +17 19.05.21 16,559 4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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