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 :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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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e
작품등록일 :
2019.05.20 21:48
최근연재일 :
2019.07.31 01:14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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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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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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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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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0화

DUMMY

단검 4개를 날리며 눈앞에 보이는 돼지머리를 사냥하는 것에 온 정신을 빼앗겼다. 하나라도 더 죽여 없애고자 하는 마음밖에 없었다. 자신이 바라보는 곳에서 지승이 죽었고 지후마저 위태로운 상태, 어떻게든 지후라도 지키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선 당장 자신의 앞을 잔뜩 가로막고 있는 돼지머리의 처치가 우선이었다.


다혜가 겪은 1년의 시간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공간]과 [투척]의 연계가 가능했으며 언제든 괴물들의 목을 날릴 수 있었다. 단검 4개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며 괴물의 머리를 날리고 있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눈앞에 쌓여있는 시체만 해도 수십인 상태. 자신의 공격을 비집고 들어오는 놈들은 [공간]으로 막아두고 순차적으로 처리하는데 만도 많은 시간이 소요가 되었다.


지후와 자신의 사이에 있는 모든 괴물들이 쓰러질 무렵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안 돼!”


생각할 것도 없이 몸이 앞으로 나아갔다. 절대 저대로 죽음을 맞이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나 지승, 예수는 죽어도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후만은, 절대 그 만은 죽어서는 안 되었다. 괴물들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유일하게 생로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지후였다.


달려가는 다혜보다 그녀의 단검이 빨랐다. 당장 지후의 주위로 몰려드는 괴물들의 목을 날리기 시작하면서 접근하는 괴물들의 수가 줄어들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공포를 느끼기라도 하는 듯 다혜의 눈에 괴물들의 주저함이 보였다.


‘어떻게든 그 스킬이라도 써야하나.’


사실 다혜에게는 레벨 10이 되면서 생긴 스킬이 하나 있었다. [결계]라는 이름의 이 스킬은 3미터 정도의 공간을 일정 시간동안 외부와 분리를 시키는 스킬이라고 했다. 특이사항으로 분리된 영역은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 도피처로는 최적인 스킬이다. 하지만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요구조건이 마력100이다. 다혜가 가진 마력전체를 따져도 25나 부족한 수치인지라 지금까지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쓰지도 못하는 스킬을 굳이 주변에 알려줄 필요도 없어 뜻하지 않게 비밀이 되어버렸다.


‘한계치 이상 마석을 씹으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전부터 쭉 생각해오던 것이지만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마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괴물들도 넘쳐나는데 하나의 마석이라도 아껴야 했다. 단순 실험을 위해 마석을 소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눈앞에 저 괴물들이 전부 몰려오면 자신은 몰라도 반드시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는데 마석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투척]으로 단검 4개를 사방으로 날리면서 다혜는 마석을 하나씩 씹어나갔다. 한참이나 부족하던 마력이 한계치까지 찼다. 그럼에도 입에서 깨져가는 마석의 수는 줄지 않았다. 하나, 둘, 넷을 깨자 한계치 옆에 +5라는 수치가 생겼다. 추가된 수치가 전체 마력이 100이 될 때까지 올라갈지 알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마석을 삼켜갔다. 전부 20개의 마석을 삼키고 +25라는 수치가 생기자 몸의 여기저기가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마력을 해소하지 않으면 몸이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혜는 무릎을 굽힌 채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지후를 보듬어 안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결계]

스킬시전에 성공하였습니다.

시전자를 중심으로 전체 3미터에 달하는 지역을 외부와 단절시킵니다. 단절 가능 시간은 48시간입니다. 불합리한 스킬 시전으로 가능시간까지 해제가 불가능합니다.



다혜를 중심으로 회색의 공간이 커져갔다. 바닥엔 괴물들의 시체가 가득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몸 안의 마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수치가 0이 되버린 다혜가 치울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쓰러지는 지후를 받치고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무릎을 내어주는 것뿐이었다.


따뜻하다. 언제 이런 느낌을 받았었는지 기억도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품어주는 것 같은 이 따뜻함에 지후는 눈을 뜨기가 싫었다. 자신의 죽음이 어떤 형태로 이어졌는지 문득 의문이 들었지만 눈을 뜨면 이 온기가 사라질까 걱정이 되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정신 차렸어 오빠?”


귓속을 울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 법도 하 것만 지후는 이 느낌을 좀 더 느끼고 싶었다. 깨기가 싫었다. 1년하고도 1개월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에 그저 꿈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대로’가 지후가 느끼는 전부였다.


가느다란 손끝이 지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정수리에서 끝으로, 주욱 이어진 손길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한 번씩 이마를 지나가는 따뜻한 입김에 미소가 자연스레 지어진다.


“정말 깬 것 같은데.”


이 꿈이 깨질까 두려우면서도 두 번째 들려오는 목소리에 새초롬히 실눈을 뜨고 지후가 다혜를 바라보았다. 산발한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놔둔 채 지후를 향해 커튼 펼쳐지듯 드리워져있었다.


“이건 꿈인가?”


눈이 느리게 깜빡여진다.


“꿈이길 바래?”


제대로 잡히지 않은 초점에 향기까지 보이는 듯하다.


“깨기가 싫네.”


한 번도 그럴 수 없었지만 투정부리고 싶은 마음에.


“깨지마.”


저 대답이 너무 고맙다. 마음에도 빛이 들어온다.


“따뜻해.”


“보듬어줄까?”


“이대로 죽고 싶어.”


“미운 소리 같은 건 하는 게 아냐.”


“더 품에 안아줄 수 있어?”


꿈이니 아무렇게나 막 지르는 지후의 물음에 다혜가 상체를 숙여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좀 따뜻해 진거 같아?”


“아직도 부족해.”


다혜는 무릎 위에 놓여진 지후의 머리를 살며시 들고 바닥에 놓았다. 몸을 틀어 지후의 옆에 누워 팔베게를 하고는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이젠 따뜻하다. 아니 편안해. 지옥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느끼는 온기야? 정말 깨기가 싫네.”


“깨지 않아도 돼. 시간이 남은 것뿐이야. 쉬어도 돼.”


같은 말에 이해가 달랐다. 지후는 남은 시간을 다혜는 여유 있는 시간을.


말과는 다르게 지후가 좀처럼 잠이 들지 못하자 다혜는 지후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괜찮아.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야.”


실상 주변엔 괴물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으며 동굴의 바닥은 차갑기만 했지만 다혜나 지후에게 그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잠들면 사라질 것 같아. 이 편안함이, 이 따뜻함이.”


“어쩜 이리도 마음이 여리실까.”


다혜는 참지 못하고 지후에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너무도 고마운 사람이다. 안쓰러울 정도로 노력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으려 하는 착한 사람이다. 다혜는 어떻게든 이 사람의 마음이 지금보다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붙은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다. 입김이, 온기가 나눠지는 것이 너무도 좋았다. 이 시간이 깨어질까 조심스러워 입맞춤조차 멈추질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둘은 하나가 되었다.


열정을 쏟고 나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비비며 지후가 눈을 떠보니 다혜가 자신의 품에서 자는 모습이 보였다. 겉옷은 벗겨진 채로 이불처럼 놓여 있는 모습에 지난 일이 꿈이 아님을 깨달았다.


‘꿈이든 아니든 마음은 있었으니까.’


지후는 다혜가 자신을 보듬어 준 것처럼 양팔에 힘을 주고 꼬옥 안아주었다.


“오빠 깬 거야?”


“고마워.”


다짜고짜 고맙다는 말에 다혜는 얼굴을 붉히고는 지후가 정신을 잃은 뒤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짤막하게 설명했다. 자신의 스킬에 대해서도.


“알림에 [결계]의 남은 시간은 5시간이야.”


지후가 정신을 잃고 지금까지 43시간이나 지난 모양이다.


“이제 준비하자. 사냥을 시작해야지. 배도 고프고.”


지후가 자리를 털고 몸을 일으키자 다혜도 같이 하려했으나 하복부에 통증이 느껴지는 지 인상을 찡그리고는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나빴어. 짐승.”


“하하, 그냥 쉬고 있어. 내가 준비할게.”


지후로써도 오랜만에 지어보는 웃음이었다. 잃어버린 마음하나가 채워진 느낌. 그럼에도 지후는 [결계]가 사라진 후에 대한 준비를 잊지 않고 있었다. 다혜는 겉옷을 거머쥔 채 지후를 바라보고 있었고, 지후는 괴물의 이마를 파내 마석을 찾고 있었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괴물의 수가 십여 개는 되는 것 같았다. 그것들의 마석을 모조리 빼낸 지후가 그 중의 일부로 마력을 채우면서 다혜에게 물었다.


“배고프지 않아?”


“고파.”


싱긋이 웃으면서 괴물의 사지를 잘라 불로 구워낸다. 언제나 그렇듯 피를 빼지 않고 구워낸 고기는 누린내가 진동을 했다. 그럼에도 지후와 다혜는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는 것처럼 몇 덩이씩 먹어치웠다. 입가엔 핏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손엔 고기 기름이 번들거리는 와중에도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음을 나눈다.


“그거, 꿈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지후의 말에 다혜가 지후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답했다.


“꿈이었어도 나는 괜찮아. 어차피 내가 원한 것이니까.”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식사까지 끝내자 [결계]의 유지시간이 끝났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경계를 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지후와 다혜의 눈에 머리가 짓눌린 지승의 모습이 보였다.


“왜 잊은 거였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건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는 거였지?”


지승의 죽음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생각조차 지워버린 지후에게 예수를 잃었던 기억만큼이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몸이 허물어졌다.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빠, 그러지 마. 지승오빠도 원하지 않는 거야. 우리가 할 일은 그렇게 주저앉아 슬픔을 나누는 것이 아니야. 남아 있는 저 괴물들을 없애는 것이야 말로 지승오빠를 위로하는 방법이야.”


지후는 지승을 잃고 다혜를 탐하며 위로를 선택한 자신에게 모멸감이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손이 떨리며 몸을 지탱하기 힘들었다. 자신은, 이제 자신은 사람이 아닌 것이다. 지인의 죽음을 나 몰라라 하고 괴물들의 시체 속에서 사랑을 나누었으며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한다. 지후는 이제 정상적인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젠 죽음마저도 무감각해지는 구나.’


자신에 대한 모멸감은 인간성을 잃어버린 것에 있었다. 충격을 받긴 했으나 그것이 크지 않았다. 처음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았을 때와 다르다. 자신에 대한 자각이 생기자 손떨림이 멈춰지고 힘이 돌아왔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누구보다 분노하며 누구보다 선두에 서서 괴물들을 사냥할 것이다. 그 누구보다 인간을 지켜나갈 것이다. 자신이 사람임을 증명하는 길은 이제 그것 하나 남은 기분이었다.


지후는 일어서서 지승에게 다가갔다. 지승의 손을 잡고 불을 일으켰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그 불이 지승을 모두 태워버릴 때까지 지후는 멈추지 않았다. 아직은 작은 불이기에 그저 약하게 살을 익히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지독히도 오랫동안 유지한 불길에 서서히 지승의 육신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잘가요 형.’


작별인사를 하는 지후의 마음에 마력이 반응을 시작했다. 그저 약하기만 하던 불이 갑자기 화려한 불길로 변했다. 순식간에 지승을 뼈만 남기고 태워버린 불길에 지후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의지를 일으키니 불이 올라온다. 슬쩍 시선을 바꾸니 지후가 바라보는 동굴벽까지 날아가서 터져버린다. 마치 지승에게서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몇 시간 동안 지속해왔더니 이런 식으로 힘이 생겼다.


‘형, 고마워요.’


마력을 두른 손으로 땅을 파고 지승의 뼈를 묻어주었다.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은 이곳에 지승을 묻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는 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 괴물이 많았다. 자신의 안위도 확실하지 않다. 그저 지금은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지승의 시신을 수습할 때까지 다혜는 지켜보기만 했다. 지승의 뼈를 덮어준 흙이 단단해질 때까지 손으로 두들기는 지후의 모습에 다혜는 지승이 항상 가지고 다니던 검을 지후에게 건냈다.


“슬픔이 줄어든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야. 그저 아픔만 생각하기에 세상이 시간을 주지 않는 것뿐이지. 오빠는 잘못된 것도, 잘못되지도 않았어. 이제 앞으로는 이 검이 그걸 증명할거야. 지승이 오빠의 검이 오빠가 가는 길을 증명하는 도구가 될거야.”

다혜의 말이 맞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지후였다.


“고마워.”


짧게 끝난 대답이지만 다혜는 만족했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냈다. 말하지 않더라도 느껴졌다. 이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낸 건지.


지승의 검을 허리에 두르고 지후와 다혜는 큰 동공을 향해 걸었다. 주변 괴물의 사체에서 마석을 빼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능숙하게 칼로 도려내는 둘이다 보니 그저 느리게 걷는 정도의 속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지후와 다혜가 공동에 도달했을 때 이제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돼지머리 괴물들이 보였다. 깃털 달린 놈과 같이 특이점을 가진 놈들이 보이지 않으니 지후의 발걸음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저놈들 몽땅 잡아버릴 수 있어. 안전하게 돌아간다.’


사실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었으나 왠지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제단을 둘러싸고 있던 괴물들이 지후가 등장하자 그 반대쪽으로 몰려들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모습에 지후와 다혜의 얼굴에 자신감이 깃들었다.


“혼자서도 가능 하겠지?”


대답대신 미소를 보이는 다혜에게 지후도 같은 미소를 날리며 양손에 쥔 칼에 힘을 주자 칼날을 따라 불길이 올라왔다. 불을 다루는 것이 더욱 완전해진 느낌이었다.


괴물들은 제단을 축으로 돌면서 도망가기 바빴다. 이전 놀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에 의아하기도 했지만 지능이 더 높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처럼 도망을 가면서도 제단으로 지후나 다혜가 올라가는 것만큼은 기를 쓰고 막는다는 것이었다.


‘역시 돌아가는 길은 저기다. 아니면 포탈을 제거하는 길이거나.’


확신이 들었다. 지후가 눈짓으로 알려주니 다혜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때부터 사냥속도가 달라졌다. 이미 괴물들의 공격은 너무도 눈에 익어 상처조차 입지 않고 볏짚 쓸어버리듯 목을 쳐냈다. 수백의 숫자가 한순간에 0이 되었다.


너무 흥분한 상태로 사냥을 한 탓인지 헉헉대는 숨소리가 공동을 가득 매웠다. 남아있는 체력이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마지막 괴물의 머리가 날아가고 지후가 바로 제단으로 걸음을 옮기자 다혜가 말렸다.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어. 쉬면서 체력을 올린 후에 가자. 오빠.”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둘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제단을 올랐다. 한발 한발 계단을 오를 때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 정작 일은 둘이 꼭대기에 닿았을 때 생겼다.


출렁이는 물결을 담은 것 같은 사각의 문. 포탈이 생성됐다.


‘여기가 출구인 것인가.’


지후와 다혜는 들뜬 마음에 곧바로 포탈로 진입하려 했다. 저 곳을 통과하면 지구 또는 다른 어딘가로 갈 수 있을 터였다. 더 이상 아픔이 가득한 이곳에 남기가 싫었다.


“다혜야, 잠깐! 포탈로 들어가면 지구에 있는 그것이 사라질까?”


문득 의문이 들었다. 분명 자신들이 진입했다고 포탈이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포탈에서 자신들이 겪은 돼지머리 괴물을 뱉어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단순히 포탈을 통과해서 나간다? 이건 포탈을 제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후에게 들었다.


“뭔가 있을 거야. 이것을 파괴하거나 지구의 포탈을 없애버릴 뭔가가 있을 거야. 그것을 찾아야 해.”


지후의 말에 다혜는 조바심이 생겼다.


“오빠. 지금은 그냥 가보면 안 돼? 포탈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다시 오면 되잖아. 이미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실력도 생겼으니 괜찮은 거 아냐? 설사 사리지지 않았다고 해도 그저 잠시 미뤄둔 것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한 거잖아.”


조바심에 답답함이 더해졌다. 저 사람이 저렇다는 것을 모르지 않음에도 당장에 길이 보이는데 두고만 보자니 답답함에 숨까지 막혀오는 것 같은 다혜였다.


“정말 잠시면 돼. 잠시의 시간만 있으면 돼. 찾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들어가자. 응?”


결국 다혜가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괴물과 관련된 일이라면 절대 굽힐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맞았다. 포탈의 바로 아래에 괴물들에게 있는 마석보다 훨씬 큰 크기의 마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혜의 눈치를 살짝 보던 지후는 별다른 말없이 마석을 깨버렸다. 순간 아쉬워하는 다혜의 눈빛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애써 무시하는 지후였다.


깨져버린 마석에 든 힘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사방으로 고르게 퍼지더니 영화의 CG가 깨지듯 공동이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가자.”


“응.”


손을 잡은 두 사람은 공동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포탈에 발을 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51 낸맘데루
    작성일
    19.07.06 02:46
    No. 1

    너무 내용이 질질 끄는 느낌이군요
    포탈에 들어와서 갖은고생하고 누구누구 죽고 나왔다....
    일일이 내용을 적으시니 ... 늘어집니다
    쓰러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highalon..
    작성일
    19.07.06 02:54
    No. 2

    최대한 줄이려 하는데도 욕심이 앞서는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처음과 비교하면 조금은 좋아진 느낌이라 앞으로 10여화만 더 진행하게 된다면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관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반드시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낸맘데루
    작성일
    19.07.06 06:59
    No. 3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highalon..
    작성일
    19.07.06 10:05
    No. 4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끝없는바다
    작성일
    19.07.06 11:54
    No. 5

    앞서 몇몇의 악플에 상처받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꾸준히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highalon..
    작성일
    19.07.06 12:18
    No. 6

    아.. 제가 나이가 좀 있는 편이라 악플에 상처 받을 일은 없습니다. 뭐랄까.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이 생각나는 그런 정도라... 끝없는 바다님의 관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명산인
    작성일
    19.07.06 15:07
    No. 7

    이 글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기위한 작가의 고심이 돋보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highalon..
    작성일
    19.07.06 15:25
    No. 8

    감사합니다. 심경변화와 주인공의 인격이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표현해보려 했는데 워낙 재능과 관련한 부분은 잼병이라 그렇습니다. 관심에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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