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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
작품등록일 :
2019.05.20 21:48
최근연재일 :
2019.07.31 01:1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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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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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3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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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화

DUMMY

도망가는 놀을 빠르게 따라잡고 시전 되는 성준의 [시선강탈]. 끌려가듯 시선이 사로잡힌 놀들이 성준에게 몰려들었다. 그 뒤로 창과 칼을 든 각성자들의 도륙이 시작됐다. 불과 2, 3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동안 놀의 무리는 사라졌다.


“부상자들은 어때?”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어. 그런데···.”


말끝을 흐리는 다혜의 표정을 본 지후가 부리나케 격전지로 향했다. 모두가 안전할 수 있을 거라 믿은 자신이 원망스러운 듯 무릎을 꿇고 희생자들을 바라보며 효과도 없는 [힐]을 쓰는 지후의 모습에 예수가 어깨를 다독였다.


“넌 최선을 다한 거야. 네가 아니었으면 여기 있는 모두 지금처럼 살아 있을 수 없었다는 것 너도 알잖아.”


아니었다. 분명 사람들의 희생이 없이 해결할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지후 자신이 부족하여 그 방법을 알 수 없었을 뿐이지 분명 모두가 살 수 있는 법은 있었을 것이다. 후회로 가득해진 지후의 손이 죽어버린 5명의 각성자 앞에서 공손히 모아졌다.


“미안합니다. 아직도 능력이 부족한 제가 여러분을 이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어깨를 두드리던 예수도 움직임을 멈췄다. 지후의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왜 항상 전면에 있을까, 어떻게 저렇게 강할까, 대체 저런 의지를 가지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물론 지후의 가족이 모두 괴물들에게 살해당한 복수심 때문에 저토록 간절히 움직이는 것은 이해했지만 그 바탕에 이와 같은 배려심과 정의감이라니. 예수가 보는 지후는 마치 만화 속의 주인공 같은 사람이었다. 뚜렷한 목적이 있다지만 추상적이며 정의감만 가득한 그런 주인공 말이다. 본인 스스로 절대 이해할 수도, 이해할 필요도 없다 생각하지만 다르다고 지후가 싫다거나 미워질 수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닮을 수 없는 저 모습에 동경까지 느끼는 예수였다. 동갑이라지만 훨씬 나이 많은 형을 보는 느낌이랄까. 무수한 상념이 예수의 마음에 아로새겨졌다.


“오빠, 일어나요. 스스로 상처도 치료하고 남아 있는 부상자도 봐줘요. 여기 누워 계신 이들도 그걸 바랄 거예요.”


가장 현실적이다 싶은 다혜가 지후를 재촉했다. 다혜의 입장에서 지후의 저런 모습은 보기 싫었다. 누구보다 노력하고 누구보다 앞장 선 저 사람이 저렇게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은 다혜에겐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모두가 우러러 보아야 할 대상이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니.


크나큰 위험에 노출된 이전까지는 그저 지후가 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다혜였지만 더 이상은 안 될 듯 했다. 이대로 죄책감에 파묻혀 지금까지와 같이 전면에 서서 괴물들을 사냥하다간 언제고 끝을 맞이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든 다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오빠! 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어요. 모두가 죽을 수 있는 세상이에요. 하지만 뒤를 봐요.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봐요. 아닌 것 같지만 전부 다 오빠가 살린 사람이에요. 그딴 죄책감 따위는 세상에 괴물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나 부리는 사치 같은 거예요. 이렇게 있을 시간에 부상자 하나 더 고치고, 괴물하나 더 잡을 고민을 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 오빠에게 어울린다는 것을 왜 몰라요.”


약간 짜증이 밴 다혜의 목소리였지만 틀린 말은 없었다.


“그래, 지후야. 더 이상 그러지마. 저길 봐. 네 덕분에 살아남은 저 사람들을 봐야지.”


성준까지 권하자 더 이상 자리를 지키기 힘든 지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지.”


당장 치료가 필요한 몇 명의 부상자를 치료한 후 지후는 팀을 짜 괴물들이 모여 있던 곳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여느 대로변과 다를 바 없는 이 곳에 무엇이 있기에 괴물들이 그렇게 모여 있을까. 온갖 괴물들의 오물이 가득 차 있는 거리를 걸으며 지후와 일행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혹시라도 남아 있는 괴물은 다혜의 [탐지]를 못 벗어날 테니 주변을 경계할 필요도 없었다.


“어? 오빠!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한마디 툭 내뱉고는 달려가는 다혜를 따라 모두가 이동했다. 스킬에 비치는 사람의 형태를 따라 거리를 좁혀나가니 당장 지나칠 수 있는 곳은 건물과 건물사이 좁은 골목밖에 없었다. 재빠르게 골목으로 접어든 다혜가 갑자기 벽에라도 부딪힌 듯 튕겨져 나왔다.


“아씨. 이게 뭐야?”


작은 타박상이라도 입은 듯 가슴과 머리를 쓸어내리며 다혜가 다시 전진했지만 잔잔한 호수에 조약돌 던져진 듯 출렁이는 투명한 막이 길을 막고 있었다.


“분명 이 뒤쪽으로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다혜는 혼잣말하듯 끊임없이 의문을 표했고 일행들도 다혜의 좌우로 손을 되짚어 막의 유무를 확인하고 있었다. 단지 지후만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생각이 많은 얼굴을 하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마력이야. 마력이 에워싸고 있는 것 같은데···.’


일행들이 좌우로 간격을 넓혀가며 막의 유무를 확인했지만 다혜를 중심으로 200m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앞으로 갈 수는 없었다. 다만 커다란 원을 형성하고 있는 듯 바깥쪽이 중심보다 살짝 더 들어간 느낌이 날 뿐이었다.


“계세요? 누구 없어요?”


마치 집 대문을 두드리듯 하기도 해봤지만 여전히 답은 없었다. 그저 투명한 막이 울렁일 뿐.


“당장은 이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네. 괴물이 모인 원인도 알 수 없고. 그저 [탐지]에 사람들이 있는 걸로 나오니까 돌아가면서 여기까지 순찰을 도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아.”


잔뜩 기대하고 나섰던 원정의 끝이 생각보다 많이 시시해져 버렸다. 무언가는 더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일대는 외곽으로는 사람도 괴물도 없는데다 괴물이 몰려있던 이 자리도 사람은 없었다. 아지트를 벗어난 외곽지역 중 유독 이쪽만 이렇다. 다른 쪽은 괴물의 수가 적긴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고, 사람도 숨어 있는 곳들이 꽤 있었다. 이 쪽만 사람이 없다고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하기엔 비약이 심한 것이다. 괴물들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한 동네의 모든 이들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있을 테고 거기가 이 투명한 막 넘어 일거라 생각했건만 돌아오는 답도 없었고, 그저 사람이 이 너머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다였다.


‘만약 진짜로 이 안으로 사람이 살고 있고 모종의 이유를 우리 또는 다른 사람을 배제한 것이라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아무도 몰랐지만 이 투명한 막을 보고 있는 성준의 마음엔 앙금이 남았다. 현재 자신들은 경찰이고 군대였다. 법도 없고 울타리도 없는 이 시기에 자신들은 어떠한 핍박도 없이 위험으로부터 일반인들을 보호하고 있다. 성준의 생각에 힘이 있고, 단체가 된다면 당연히 지향해야할 일들이었다. 물론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이라면 그것은 별개였다. 아직 각성자들은 개별적으로 보았을 때 그런 울타리를 만들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토록 큰 방어막이라도 불러도 손색이 없는 투명한 막 안에서 일반인 또는 각성자들의 단체가 그것도 괴물이 사라진 상태에서 자신들을 배제한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지만 성준의 성향이 뚜렷이 나타내는 결심이다. 그리고 그것에 깃든 성준만의 정의감 또한 알 수 있는 결심이었다.


“해결책이 없는 것에 시간을 더 쓸 수는 없어. 희생자 수습도 아직 못했고, 괴물들 사체부터 해서 전부 챙겨서 우리를 기다리는 집으로 가자.”


처음으로 지후의 입에서 집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대부분의 아지트 생활자들은 아지트를 집이라고 스스럼없이 부르고 있었다. 물론 몇몇은 그렇지 않았지만 아지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후도 그중 하나라는 것이 문제였다. 어쩌면 떠날지도 모르는 사람 내지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퍼지기도 하는 지금, 지후의 입에서 나온 집이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래, 가자! 집으로. 여긴 수시로 감시를 하면 되겠지. 이 안에 무엇이 있는 지 아는 것은 오래 걸릴 일이 아니니까.”


성준이 지후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몸을 이끌었다. ‘집’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안도감이 평소보다는 약간 과한 몸짓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지후도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자신에게도 이젠 안정을 줄 수 있는 집이라는 단어가 필요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도 전장을 남아 있는 각성자들은 전장을 추스르고 있었다. 여러 대의 손수레에 놀의 시체를 싣고 그 중 하나에는 희생자들을 실었다. 돌아가면 아마 경찰서 한쪽 소각장에서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화장을 하게 되겠지만, 슬픔의 크기는 많이 줄어들어 보였다. 일주일간 희생자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언제든 나올 수 있고, 누구도 안전에 대해 100% 책임을 질 수 없는 환경이다. 상실에 대한 감각은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희생자를 품고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운구행렬 같은 기운을 풍긴다. 말이 없고, 웃음이 없으며, 생기가 없다. 이번엔 무엇이 달랐을까. 돌아가는 일행들 중 간간히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더 이상 괴물들이 없을 거라는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이리라. 지후는 그런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생명이 사그라진 그 자리에 아픔도 서서히 뭉툭해지는 것이 어색할 뿐이었다. 마음 한자리가 없어져 버린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노랫말들이 흘러나왔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 억지 노력으로 / 인연을 거슬러 /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 이대로 다 남겨두고서 /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두겠소 /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 이 맘만 가져가오



‘슬픔이 무뎌져 어색하다면서도 노래를 떠올리다니.’


스스로 최악이다 싶은 지후의 옆에서 같은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지후가 느끼는 감정은 혼자만의 그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슬프다. 아프다. 그렇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래도 눈물이 나지는 않는다. 안도감에, 미안함에, 말이 없음으로 쓰러져 버릴 것 같은 감정에···.


아지트에, 아니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반복되던 노랫말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어느덧 마중 나와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들 중 몇몇이 눈물을 흘리는 것도 보였다. 아직 저들은 이 일상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괴물과 싸우다 죽는 현실이, 아직도 남아 있는 날이 많은 청춘의 죽음이 노환과 같은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이 현실이 이들에겐 아직도 낯선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원래 여기서 22화가 끝날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감정적이 되어서..

아쉽네요. 글 솜씨가 훨씬 더 좋아서 좀 더 잘 표현하고 싶은 화였는데

그것이 쉽지 않네요.

혹시 처음 글을 쓰는 것이라 잘 몰라서 그러니 노래 가사가 문제가 된다면

댓글로라도 좀 알려주세요.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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