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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 :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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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
작품등록일 :
2019.05.20 21:48
최근연재일 :
2019.07.3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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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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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3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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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8화

DUMMY

생각해봤자 마음은 이미 저 큰 공동에 있는 상태라 별다른 계획이 나올 리 없었다. 그저 동일한 계획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실행해보자 하는 것이 전부였다. 괴물 무리에서 2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시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 처음 따라 나오던 그 놈들이 이젠 50 미터 정도에서 추적을 멈춘다. 50미터에서 또 다시 도전해보지만 이젠 아예 동굴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결국 마음 급한 세 사람의 선택은 동굴과 공동의 경계였다. 다혜가 [공간]을 시전 했다. 딱히 소리가 나지도 색상이 보이지도 않지만 포탈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의 지후에게는 그 이전보다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마력을 운용함에 있어서 무언가가 변했다. 그것이 포탈이 가지는 기운 때문인지 지승이 형이 알려준 호흡법과 108동작 때문인지는 몰랐다. 아니 둘 다일 가능성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잠깐의 생각이 지후를 스치는 순간 지후는 이 상황에 대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어째서 이처럼 급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일까. 어째서 지금에서야 이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일까.


불행히도 지후의 생각은 길어지지 못했다. 무엇에라도 씐 듯 지승의 고함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덤벼라! 돼지새끼들아!”


지승의 목소리는 큰 공동 안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지고 수백 개의 눈이 세 사람에게 쏠렸다.


“형! 진정해요. 지금 길게 얘기할 상황은 안 되니까 눈치 봐가면서 빠르게 뒤로 빠집니다.”


지후가 지승에게 경고를 했지만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지승의 눈엔 오로지 괴물들만이 보였다. 눈앞을 가득 매운 괴물들이 자신에게 돌진하는 것이 보였다.


‘이놈들이, 이놈들만 제거하면.’


단순하면서도 비틀린 지승의 머릿속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끊임없이 칼이 움직였다. 중심으로 달려오던 돼지머리 괴물들이 다혜의 [탐지]에 걸려 좌우로 쓰러지고 바깥쪽에서 전진하는 괴물들의 발길을 막는다. 그 틈 사이로 지승의 칼이 휘둘러졌다. 두 번은 없을 깔끔한 일격에 괴물들의 목이 날아갔다.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것들이 열, 스물이 되자 지승의 공간을 모두 메워버리고 더 이상 괴물이 진입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상황은 지후도 다르지 않았다. 지승과는 다르게 칼에 마력을 품고 한 번에 가르는 괴물의 목이 하나에서 둘 정도 더 많다는 것 빼고는 역시나 지후 앞의 공간은 괴물들의 사체로 가득 메워져있었다.


“오빠들, 조심해. 너무 많은 괴물들이 밀고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공간]이 깨져 버릴 수도 있어.”


“형, 이제 후퇴할 시간이야. 정신 좀 차려봐!”


“아직이야. 아직 더 죽일 수 있어. 저 놈들이 저렇게 많은데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아니라고!”


지승의 목소리가 점차로 격앙되며 눈빛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저대로 두면 안 돼. 막아야 해.’


지후가 지승에게 막 움직이려는 순간 다혜의 [공간]으로 날아오는 커다란 불덩이가 보였다.


“오빠들, 피해!”


다혜의 음성이 지후와 지승에게 닿기도 전 불덩이가 [공간]을 덮치고 폭발음이 공동과 동굴에 퍼졌다. 자욱한 먼지가 지후일행을 덮치면서 공간이 깨어지고 그 사이를 비집고 돼지머리 괴물들이 들어왔다.


깜짝 놀란 다혜가 다시 [공간]을 펼쳤지만 조금 더 괴물들과 가까이에 있던 지승이 스킬 범위 바깥에 있었다.


“다혜야! 스킬을 지워. 형이 바깥쪽에 있단 말이야!”


지후가 다급하게 소리치고는 있지만 뿌옇게 번져있는 먼지안개에 그것은 다혜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조금씩 안쪽에서부터 가라앉는 먼지사이로 지승의 모습이 지후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벽처럼 쌓아 놓은 괴물의 사체들을 등지고 앞과 좌우로 덤벼드는 놈들에게 칼질을 하는 모습에 아직은 괜찮은 듯 보였다. 지후 자신도 좌우로 넘어오는 괴물들을 제거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다혜의 스킬이 있기에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여유가 있다고 지승까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다급하지 않다와 여유가 있다는 동의어가 아니다.


한동안은 괜찮을 것 같던 지승에게서 변화가 보였다. 벽 삼아 기대고 있던 시체더미들이 기울어지는 것이 지후에게 보였다. 마치 느린 화면처럼 지승에게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괴물이 사체들을 본 지후는 소리를 지르거나 할 겨를도 없었다. 스킬해제가 되지 않는다면 없애버리면 그만이었다.



[일섬]

스킬 시전에 성공했습니다.



지후의 몸에 넓게 퍼져있던 마력들이 칼끝으로 몰려들었다가 곧장 [공간]으로 부딪혀갔다. 점으로 몰려가던 마력이 [공간]에 부딪히며 중첩되자 원형의 면으로 변해갔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공간]은 마력의 중첩으로 그 크기가 지후의 상반신만 해졌을 때 산산이 부셔져 나갔다. 한곳에 있던 [일섬]의 마력이 [공간]이 깨짐과 동시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마력던지기] 수십 개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 같은 모양새에 지후의 눈동자는 혹시라도 다칠까 지승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깨에엑, 켁켁, 크륵.”


사방에서 괴물들의 비명이 터지면서 일순 동굴을 가득매운 놈들의 신형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지후는 급히 달려 나가 상처 입은 지승에게 스킬을 시전 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어보였으며 경직도 없었다.


“형, 진짜 걱정해···, 윽!”


눈이 벌겋게 충혈이 된 지승은 적아의 구분이 없었다. 가까이에 있는 모든 것이 적이 된 듯 지후에게도 검을 날렸고, 절대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 지후는 그것에 대응할 틈이 없었다.


“흐윽, 형! 정신차려봐! 왜이래!”


자신에게 [힐]을 시전하고도 지후는 지승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분명 제 정신이 아닌 상태인 것이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두고 볼 수 있을까.


“다 죽여 버려야해. 괴물놈들, 내가 가만 두지 않아!”


지후는 지승의 팔을 으스러지도록 잡으면서도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의 지승은 자연적으로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었다. 포탈 안의 무언 가에도 지후나 다혜처럼 들뜨거나 자학하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저런다는 것은 누구 또는 무엇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컸다. 사방을 둘러보는 지후의 눈에 공동의 한가운데에 있는 돼지머리 괴물 넷이 보였다. 좀 전에 날아온 커다란 불덩이도 저기에서 날아온 것이다. 분명 저기 있는 놈들 중 하나의 수작일 가능성이 컸다. 특히나 지승이 형과 같이 붉은 눈을 하고 중얼거리는 가장 큰 덩치를 가진 저 놈이 그 범인일 확률이 컸다.


‘저놈들의 시야를 벗어나야 한다.’


힘든 일이겠지만 지승이 형을 데리고 다혜와 함께 여기를 벗어나서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야 할 때인 것 같았다. 게다가 한 번에 수십 마리의 괴물들을 해치웠음에도 벌써 그 수만큼의 괴물들이 동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후는 지승의 양 팔을 자신의 가슴으로 모은 상태로 등에 업었다. 동굴 안으로 급하게 몸을 이동하니 한참 떨어진 거리에서 다혜가 보였다.


“다혜야, 도망쳐!”


먼지 사이로 일행을 찾기에 여념이 없던 다혜가 지후의 외침을 듣자마자 지후의 뒤쪽으로 [공간]을 펼치고는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멀리 가지는 못했다. 지승은 아직도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어 지후가 잠깐이라도 손을 놓을라 치면 검을 휘두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다혜는 체력이 모자라 지후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불과 1.5km정도 거리를 왔을 뿐인데 바로 뒤까지 괴물들이 쫓아왔다. 이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괴물들의 지능이 생각이상이란 게 명확해졌다.


“지후야, 이제 괜찮아. 놓아줘.”


지승의 눈빛이 돌아오며 몸부림도 사라졌다.


“형! 달릴 수 있겠어?”


지후의 물음에 대답이 아닌 행동이 이어졌다. 검을 움켜진 손에 힘을 주고는 등에서 지승이 뛰어내리는 순간 지후가 다혜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다혜야, 우리 바로 뒤쪽으로 [공간]을 쓸 수 있을까?”


“한 번 해볼게.”


달리면서 스킬을 쓰는 것이 익숙지 않은 지 두어 번의 실패 후 바로 뒤까지 쫓아오면 괴물들이 [공간]에 부딪혀 튕겨져 나갔다.


“여기서 일차적으로 처리한 후 다시 후방으로 빠진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리를 잡은 지후와 지승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동굴의 좌우에서 괴물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수십 마리의 괴물들을 베어 넘기는 와중 지후의 눈에 눈이 붉게 물든 돼지머리 괴물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틀어 지승을 바라보니 그의 눈도 서서히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다혜야! 다시 뒤로 가야해. 저 놈 때문에 지승이 형이 이상한거야. 형! 형!”


해야 할 말과 불러야 할 사람의 순서가 잘못 되었을까. 지승의 반응이 없었다.


“[공간]의 위치를 바꿔. 내가 형과 같은 곳에서 막을 테니까 여기를 완전히 막아줘.”


다혜의 스킬 운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걸어놓은 [공간]을 통으로 왼쪽으로 밀어버리는 순간 지후가 지승의 좌측으로 위치를 옮겼다. 당장 말이 통하지 않는 지승을 설득하기엔 시간이 모자람을 느낀 지후가 칼의 손잡이로 지승의 뒷목을 강타해 기절시키고는 혼자서 넓은 틈을 지키기 시작했다.


“스킬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면 바로 얘기해! 내가 대책을 세워볼게.”


다혜의 대답을 들을 틈도 없었다. 지후의 눈에 불덩이를 쏘던 놈까지 들어왔다. 최대한 빨리 저놈들을 없애버려야 했다.



[일섬]

스킬 시전에 성공하였습니다.



벌써 오늘만 두 번째 쓰는 [일섬]이었다. 1초간의 경직이 걱정이었지만 이번에도 무사히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후의 생각이 틀렸다. 몸이 쥐라도 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중앙의 제단에서 움직이던 놈들과의 길이 뚫렸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작 1초의 시간인데 벌써 죽어간 괴물들을 밟고 새로운 놈들이 앞을 막았다. 특히나 [공간]과 부딪혀 떨어져 나간 놈들의 몽둥이가 지후의 어깨와 허벅지를 가격했다.


“으으윽.”


뼈라도 부러진 것인지 힘이 빠진 지후가 순간 기우뚱하자 그사이를 비집고 괴물들이 다혜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놈들은 제일 까다로운 상대가 다혜라고 생각한 것 같다.


“다혜야 피해!”


쓰러진 지후의 몸을 밟고 괴물들이 넘어가지만 자신보다 다혜에게 먼저 경고를 날린 지후는 몸을 돌려 자리를 피했다. 급하게 스킬을 시전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지승의 머리가 괴물들에게 짓밟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는 상태였다.


“개씨발놈들아!”


지후의 입에서 욕지기가 올라왔다. [마력던지기]를 사방으로 날리며 [공간]을 넘어온 괴물들을 단번에 죽인 지후가 주머니에서 마석을 한 웅큼 꺼내서는 입에다 쑤셔 넣는다. 날카로운 마석의 끝이 잇몸과 혀를 찔러 피가 흐르지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고개를 살짝 틀어 다혜를 보니 다행히 단검 두 자루를 날리며 곁으로 온 괴물들의 잡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가 마지막이다. 여기서 끝을 본다’


지승마저 잃은 지후에게 뒤란 없었다. 지금 이 시간, 이곳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아마 다혜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 단정지은 지후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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