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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 :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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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
작품등록일 :
2019.05.2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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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0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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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1화

DUMMY

눈물 흘리는 지후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들이 멈추면 그 다음이 없었다. 하기 싫다고, 해선 안 된다고 해서 그만 둘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용케도 괴물들을 처리하고 지후가 있는 곳을 알아서 찾아온 민규가 건물도 들어섰다.


“대장, 다 처리했어. 여기 부상자 좀···.”


어느새 호칭이 바뀌었지만 느끼지 못한 민규의 목소리가 순간 잦아들었다.


‘챙그랑’


손에서 떨어진 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지만 민규는 자각하지 못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정면을 가리키며 말 몇 마디 내뱉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장, 대장! 저 새끼들! 저거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냐고!”


질문이긴 했지만 답을 바란 것은 아닌 듯 민규는 그길로 바람처럼 달려가 도끼를 든 사람의 멱살을 잡았다.


“그거 놔, 그거 놔! 새끼야. 니가 이러고도 사람이야? 사람이냐고!”


멱살이 잡혀 컥컥 거리면서도 남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자르고 있던 그것에 시선이 가 있을 뿐이었다.


“놓아 주십시오. 여기서 이것을 한다는 것에 누구도 죄책감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불쑥 손 하나가 튀어나와 민규의 한쪽 팔을 잡았다. 각성자는 아닌 듯 힘이 없는 그 몸짓에 인상을 구겼지만 손에 힘을 풀지는 않았다.


“저건 당신이 하던 짓이지? 그래 여기에 왜 드럼통이 있나 했다. 이봐! 거기 당신들 살고 싶다면 당장 하던 일을 멈춰! 두 번 얘기하지 않아. 이 짓거리를 한다는 것은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을 테니 허투루 듣지 말았으면 하네. 응?”


고함을 치듯 말을 내뱉음에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생기 없이 느린 움직임이었지만 마치 막대한 사명을 띠고 있는 이의 그것과도 닮은 눈빛을 하고는 민규의 말을 무시했다.


“우리라고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정말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장 내일이면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었던 우리에겐 마지막 남은 일이었습니다. 이게 아니면 우리뿐 아니라 공단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언뜻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일부분은 이해가 되었다. 한결 누그러진 음성의 민규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이에게 반문했다.


“이, 이것을 주욱 이어서, 그러니까 공단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 이것으로 삶을 이어간 겁니까?”


“순번이 정해진 사람들만 알고 있습니다.”


고개를 저으며 말을 하는 남자의 손이 민규의 팔에서 스르륵 내려왔다. 멱살을 잡고 있는 민규의 손에서도 자연스레 힘리 풀렸다. 반쯤 허공에 매달리다시피 떠있던 도끼를 든 남자는 운신이 자유로워지자 다시 도끼를 들고 하던 일을 이어갔다. 모두들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장, 아니 형. 방법이 있잖아 그치? 그래 포탈안에서 쓰던 방법을 쓰면 되잖아. 형! 그치?”


언제부터 흘러내린 것인지 모를 눈물이 얼굴 한가득 묻어 있는 상태의 민규가 지후를 돌아보며 말을 했다. 뿌옇게 흐려진 시야 사이에 언제 온 것인지 친위대 전부와 그들이 구한 몇 명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친위대는 이미 말을 잃은 듯 미동조차 없었으며 그저 종철이 괴물로부터 구해진 생존자들을 치료하고 있을 뿐이었다.

온 얼굴이 눈물 자국으로 범벅이 된 지후가 천천히 발을 옮겨 처음 민규의 손을 잡았던 이에게 다가가며 말을 했다.


“그만 하셔도 됩니다. 저희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정, 정말입니까? 진정 방법이 있단 말입니까?”


턱이 떨릴 정도로 말을 더듬던 남자가 몸에 기운이 빠진 듯 털썩 주저앉았다.


“흐흑, 흑, 흑, 흐흑.”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눈물이 바닥에 고여 까맣게 말라버린 핏자국을 부셨다. 상황은 생존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힘을 잃고 바닥에 눈물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이어진 토악질. 누구하나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구토를 하고 있었다. 먹은 것도 없는지 누런 위액만을 뱉어내는 행위였지만 단 하나도 남길 수 없다는 듯이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지후 일행은 바라보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괴물에게서 구해진 생존자의 하나가 슬금슬금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민규가 떨어트린 칼을 향해 가던 그는 거리가 가까워지자 어디서 힘이 났는지 네발로 달려가듯 가서는 잠시의 고민도 없이 칼로 자신의 배를 그었다.


“헉, 크으.”


짤막한 비명이긴 했지만 건물 안을 울리는 소리에 지후가 달려가 스킬 [힐]을 시전했다.


“놔요! 놔! 놓으라고 이 새끼야! 어차피 난 죽어야해. 난 죽어야 한다고. 내가 어제 무슨 짓을 한지 알아? 내가 어떻게 살아 있을 수가 있어. 놔!”


지후가 뺏은 칼을 향해 몸부림치듯 달려드는 남자의 뒷덜미를 쳐서 기절시키고는 조용히 바닥에 눕혀 놓았다.


“진정이 되신 것 같으니 얘기를 좀 나눠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지후 일행은 그들에게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쉘터는 오크가 나타나서 파괴가 되었다고 했다. 쉘터 내의 각성자들이 간간히 놀 무리를 사냥하며 버티고는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급격하게 몰려드는 괴물들로 인해 제대로 된 대응조차 힘들었다고 했다. 쉘터에 남아 있던 인원은 전부 4만명 정도였는데 보호막이 사라지며 뿔뿔히 흩어졌으며 끝까지 저항을 외치던 쉘터의 장도 그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때 사로잡힌 사람이 1만5천 명 정도였다고 했다. 일부는 그 자리에서 잡아먹히고 대부분은 이 공단으로 끌려왔다고 했다. 괴물들은 매일 백여 명의 사람들을 끌고 갔으며 삼일에 한번씩 3~5백명 사이를 보충했다고 한다.


처음 이곳에 갇혔을 때는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던 사람을 지켜만 보았다고 했다. 그 모습을 며칠간 바라보던 사람 한 명이 모두를 모아두고 제의를 했다. 괴물은 외곽에서 안으로 들어오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잡아간다. 지키기는 사방을 다 지키지만 들어오는 곳은 한곳으로만 온다. 그러니 모두가 모일 수 있는 공간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자. 그리고 억울하긴 하지만 매일 아침 제비뽑기로 그날 괴물의 식량이 될 사람들을 선별하자.


일부는 반발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일부는 폭력을 행사하며 이곳을 자신들이 지배하려 했다. 하지만 소동이 벌어지고 얼마지 않아 괴물들이 가장 큰 소동을 일으킨 이들을 잡아가버리자 처음 말을 한 남자의 말에 반발하는 이들이 사라졌다.


그때부터 매일 아침이 지옥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커다란 상자에서 자신에게 지정된 번호가 나오지 않기를 매일 기도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물은 많았지만 음식이 없었다. 초기 며칠은 공장에 있는 식당에서 식자재를 구해 어떻게든 버텼지만 사람의 수가 너무 많았다.


일주일도 가지 않아 먹을 것이 떨어졌고 그 후로 사람들에게 이성이 남아 있는 기간은 3일이 고작이었다. 최초의 계획이 무너지려는 그 순간 그가 또다시 사람을 모아놓고 확언했다.


‘내가 식량을 구해오겠다. 대신 제물로 바쳐질 사람들을 하루 일찍 뽑자. 어차피 죽을 운명으로 확정된 것, 그들과 내가 식량을 구해오겠다.’


모두가 찬성했다. 제물로 바쳐질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고 한참이 지나 다음 제물이 될 사람들과 그가 그 뒤를 따랐다. 대낮에 나간 이들이 해가 지고 나서야 돌아왔을 때 그들에겐 드럼통 한가득 담긴 국이 있었다. 간혹 벌어지는 괴물들간의 다툼으로 생기는 그들의 사체를 용케도 모아서 끓인 국이었다. 4일을 물만 먹던 이들에게 음식이 눈에 보이자 그들은 또다시 이성을 잃었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 모를 국자와 숟가락을 들고 음식을 담을 그릇을 구해와 허겁지겁 먹었다. 그때부터 매일 저녁이 되면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식사는 제공되었다.


“혹시 그 남자를 우리가 볼 수 있겠습니까?”


“아니요.”


“비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저 그런 생각이 한 그 분이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가 잘못 말한 모양이군요. 그분은 처음 국을 가지고 온 그날부터 정확히 일주일 후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그럼 그 분도 제비뽑기로···.”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나선 겁니다. 뒤에 전해 듣기로는 알고선 할 수 없는 짓을 한 벌을 스스로에게 내리기로 한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이 일을 할 사람도 제물에 바쳐질 사람들이 하는 겁니다. 맨정신엔 불가능 한 것이죠. 사실 아까 자살을 시도한 저 사람, 어제의 제물로 저 사람의 아내가 뽑혔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스스로 제물로 나섰지요. 모든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저 사람은 오늘 자신이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하아···.”


누가 저들을 욕할 수 있을까. 분명 지금처럼 축약된 것이 아닌 더 많은 얘기들이 이 사람들에겐 있을 것이었다. 이것을 알고 나서도 이들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후가 상념에 빠져들었다.


“아마 오늘 당신들 덕에 살아난 사람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 자결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 사람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과는 별개로 제가 살아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셨지요? 정말 반가운 말입니다. 이 짓의 악순환을 끊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 놓여 있는 이 사실을 안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전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물론 일부는 그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그게 안 됩니다. 여기 살아 남아있는 우리만 비밀을 지킨다면 알려질 일이 없겠지만 어디 세상일이란 것이 그렇게 된답디까? 술김에, 홧김에, 실수로 어떤 식으로든 새어 나가게 되어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지후와 일행은 어떤 답도 내줄 수 없었다. 살아라, 죽어라. 이것은 자신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스스로 내릴 판단이었다.


길고도 긴 이야기가 끝났지만 어느 누구도 쉽사리 움지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지후 일행은 그들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씨발 대가리를 좃나 굴려 봐도 난 모르겠네. 그래서 뭐? 그게 뭐요? 여기 이 시신들 댁들이 죽였수? 이 사람들 당신들이 죽였냐고. 분명 내 새끼 살릴려고, 내가 살려고. 그나마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아닙니까. 우리라고 이런 상황에서 다를까? 막말로 씨발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진실을 알았을 때 누구하나 못하겠다, 안하겠다, 모두에게 알리겠다 난리를 쳤을 거잖아. 근데 좃도 아무도 안 그랬잖아. 누가 사람이 아니래? 누가 죄를 짓지 않았데? 아무도 그딴 소리 씨부리지 않아. 젠장. 그냥 살아봐 아저씨들. 좃 빠지게 살다가, 아니 좃 빠지게 살아보고 그리고 결정해. 죽긴 개뿔.”


원석은 벌떡 일어나서는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도끼로 정리하던 시신의 찌거기를, 드럼통에서 삼기 전 물에서 피를 빼던 그것들을, 끓고 있는 통 안에 이미 담겨 있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끄집어내서 정리를 했다.


가지런하게,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 놓은 그것들의 주위로 드럼통을 지피기 위해 모아둔 폐자재로 꼼꼼하게 막았다.


“대장, 여기 불 쫌 땡겨 줘 씨불. 아예 아무도 못 찾게, 아무 티도 나지 않게. 거 옛날에 캠프파이어 같은 거 안 해봤냐? 개새끼들 보고 놀라 자빠질 수 있을 만큼 크게 불 좀 땡겨 줘.”


커다란 불이 원석이 정리한 그것들에 생겨났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이 밤에 사방이 환하게 밝아 올 정도로 하늘 높이 치솟은 불길이 사람들의 시선들을 사로잡았다.


‘그렇네. 굳이 괴물을 잡는데 내가 사람일 필요가 없네. 그래도, 그래 오늘 밤은 다혜가 있었으면 싶네.’


그렇게 지후의 마음에도 불길이 치솟았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사실 굉장히 쓰기가 싫었습니다.

아무리 글이라지만 이런 식의 표현이 굳이 들어가야 하나를 가지고 한참을 고민을 했었습니다.

결과는 보이는 그대로 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글쓰기가 참 제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네요. 앞으로 이런 내용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굳이 이런 내용이 아니더라도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오롯이 표현될 수 있도록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으신 분들 중 혹시 기분이 좋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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