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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운드의 학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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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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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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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게임 피처. 2

DUMMY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탬파베이 레이스 22승 15패

2위 보스턴 레드삭스 22승 17패

3위 뉴욕 양키스 20승 18패

4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19승 20패

5위 토론토 블루제이스 16승 22패


레드삭스와의 원정 3연패로 1위를 내준 레이스는 시우의 완봉승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블루제이스와의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끝내고 에인절스와의 3연전을 스윕하며 동부지구 1위에 다시 올랐다.


“레이스의 기세가 무서워.”

“그래서 나도 머리가 아파. 레드삭스만 신경 쓰면 될 줄 알았는데, 레이스가 툭 튀어나올 줄은 나도 예상 못 했으니까.”


하루 휴식이 쥐어진 양키스는 내일 벌어질 레이스와의 원정 3연전을 준비했다. 올 시즌 조 토리 감독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조 지라디 감독은 밀려오는 두통에 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첫술에 배부르겠어?”

“기대감이 크면 실망감도 큰 법이야.”


브라이언 캐시먼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고민하는 조 지라디 앞에서 전임 구단주인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불같이 화를 냈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아들인 할 스타인브레너에게 구단주 자리를 물려줬지만, 아직 양키스는 그의 손바닥 안이었다.


“조, 상반기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구단은 내년을 위한 리빌딩 작업을 하게 될 거야.”

“투수겠군. 거론되는 놈들은 누구야?”

“타킷은 C.C 사바시아와 A.J 버넷. 그리고 타자 중에서 한두 명.”


조 지라디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FA 최대어로 분류되는 C.C 사바시아는 주전들의 은퇴로 약해진 선발 투수진에 힘을 보탤 투수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컨트롤이 문제로 지적되는 A.J 버넷도 완투와 탈삼진 능력만 놓고 보자면 충분히 활용 가능한 투수였다.

빅마켓인 양키스는 팜을 키우는 것보단 실력이 입증된 선수를 돈으로 사들이는 방법에 익숙했다. 부족한 자금을 팜을 키워 보충하는 레이스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쪽 투수들은?”

“일본은 말도 꺼내지 마. 이가와 때문에 내가 욕을 얼마나 처먹었는지 알잖아.”

“하긴. 에이스라고 데려온 놈이 똥이 돼버렸으니.”


한신 타이거스의 에이스 이가와 게이를 영입하면서 양키스는 5년 4,600만 불을 투자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작년 시즌 2승 3패 ERA 6.25로 양키스는 1승에 2,300만 불을 투자한 꼴이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이가와 게이는 처치 곤란한 똥이 된 지 오래였다.


“피라냐라고 생각한 물고기는 피라미였고, 피라미라고 생각해 내다 버린 물고기는 피라냐였어.”

“무슨 말이야?”


조 지라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명은 이가와 게이가 분명했지만, 다른 한 명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짧게 한숨을 내쉰 브라이언 캐시먼이 입을 열었다.


“시우 리, 원래 우리와 계약할 예정이었어.”

“뭐? 그런데 왜?”

“최고구속 95마일의 빠른 포심을 가진 투수라 관심을 가졌지만, 컨트롤과 커맨드가 문제란 지적이 많았거든. 난 220만 불을 배팅했고 레이스는 230만 불을 부르더라고. 그래서 바로 카드를 던져버렸지.”

“똥을 4,600만 불에 사들이면서, 고작 10만 불이 아까워서 대어를 버렸다고? 기가 막히는군.”


시우의 성적을 확인하던 브라이언 캐시먼은 입맛을 다셨다. 6경기에 선발로 나서서 4승 1패, ERA 0.96, WHIP 0.40, 탈삼진율 13.21개, 6경기 모두 HQS(7이닝 2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그중 2번은 완봉승을 거뒀다.

더욱이 레이스와 계약할 당시 99마일의 포심과 완벽한 컨트롤과 커맨드를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레이스의 홍보팀 홍보자료에서 알려지면서 브라이언 캐시먼은 땅을 치고 후회했었다. 마이너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무서운 루키로 타자를 학살하는 시우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올해 신인상은 누가 될 거 같아?”


브라이언 캐시먼의 질문에 조 지라디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놈 데뷔전이 양키스였어. 우린 고작 2개의 안타만 쳤을 뿐이야. 데릭, 알렉스, 마쓰이 앞에서도 한복판에 포심을 꽂을 정도로 멘탈도 강했고. 절대 흔들리지 않을 무서운 놈이란 걸 한눈에 알아봤지.”

“그래서 신인상은 그놈 몫이라는 거야?”

“신인상? 사이영상이 누구 것이냐고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을까?”


브라이언 캐시먼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빅마켓인 양키스 단장이란 게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그런데 말이야. 시우 리가 장기계약을 거부한 이유가 뭘까?”

“앤드류 프리드먼이 도둑놈이지. 9년 5천만 불은 껌값일 뿐이야.”

“그렇겠지? FA로 정당한 대우를 받겠다는 뜻이겠지. 스몰마켓인 레이스로선 FA 전에 본전을 뽑아야 할 테고.”

“혹시 트레이드?”


브라이언 캐시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우가 실력을 유지한 채 FA가 되면 자금력에서 밀리는 레이스는 낙동강 오리 알이 된다. 투자 개념이 확실한 앤드류라면 트레이드를 통해 최대의 이익을 뽑으려고 할 게 분명했다.


“시우 리의 에이전트가 랜디 헨드릭스야. 난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고.”

“레이스가 같은 지구인 우리와 트레이드를 하진 않을 것 같은데?”

“입맛 좋은 미끼를 던져주고 계속 찔러보다 보면, 한 번쯤은 물지 않겠어?”


최고구속 102마일(164km)의 포심을 가졌으면서도 정교한 컨트롤과 커맨드를 가진 투수는 많지 않다. 더욱이 19세의 나이로 아직 전성기가 아니란 것도 시우의 매력 중 하나였다. 10만 불 차이로 대어를 놓쳤던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게 브라이언 캐시먼의 생각이었다.


“그건 나중 문제고, 나는 당장 내일 경기부터 고민해야 해.”


조 지라디의 말에 브라이언 캐시먼은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지웠다.


“레이스 내일 선발이 시우 리라고?”

“조 매든, 아주 여우야.”


시우 리의 등판은 몸살이 걸렸다는 이유로 하루 연기됐다. 그러나 조 지라디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동부지구 1위를 지키려는 레이스와 반등을 시도하려는 양키스에겐 이번 4연전이 중요했다. 지금 레이스에서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를 꼽으라면 제임스와 시우였다. 시우를 1차전, 제임스와 스캇을 3, 4차전에 투입해 1위를 지킨다는 게 조 매든의 생각이란 걸 모르지 않았다.


“앤디 페티트와 시우 리의 대결이라···.”


비록 4선발이지만, 앤디 페티트는 꾸준히 15승을 기록하는 투수였다. 80마일 후반대의 빠르지 않은 구속에도 날카로운 커터와 싱커, 커브로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조 매든은 빅게임 피처로 그놈을 키울 생각인 거야.”

“빅게임 피처?”

“그래서 내일 그놈을 밟지 않으면 두고두고 곤란해.”


조 매든이 그리는 큰 그림을 조 지라디는 읽었다. 스캇 카즈미어와 제임스 쉴즈로는 분명 한계가 존재했다. 분위기를 바꾸거나 변화를 줘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믿고 맡길 수 있는 빅게임 피처가 필요했다. 조 매든은 시우를 선택했고 내일 양키스와의 1차전은 그걸 확인하는 경기였다. 조 매든의 계획에 고춧가루를 뿌리려면 내일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했다.



* * *



자정을 넘긴 새벽.


“하이.”

“하···이.”


최소한의 부위만 가린 미녀의 미소에 말문이 막힌 시우는 몸이 굳어버렸다.


“자기, 전화 기다릴게.”

“오케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라고.”

“오늘 너무 좋았어.”

“난 항상 준비된 남자거든.”


시우는 마른 침을 삼켰다. 엉겨 붙은 두 남녀는 떨어질 줄 몰랐다. 긴 혀를 뱀처럼 내밀어 상대의 입속에 넣었다 뺐다를 한참을 반복한 후에야 떨어졌다.


‘미치고 환장하겠네.’


화려했던 과거를 버리고 회귀한 이후 본의 아니게 절제된 생활을 사는 시우에겐 눈 앞에 펼쳐진 신세계는 그림의 떡이었다.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미녀가 현관문을 나서자 시우는 폭발했다.


“이 썩을 놈아! 염장 지르려고 날 불렀냐!”

“뭐라는 거야? 너도 한 명 불러줘?”

“일단 맞고 시작하자.”


도망가려는 에반의 목을 휘감고 주먹으로 배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에반은 결국 같은 콘도로 이사했고 놀러 오라는 전화 연락을 받고 찾아온 시우는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인마, 아끼면 똥 돼. 즐길 줄도 알아야지.”

“내가 놀 줄 몰라서 이러는 줄 아냐?”

“놀기는 해 봤고?”

“내가 손가락만 튕기면 여자들이 줄을···, 됐다. 네가 뭘 알겠냐.”


시우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은 19세의 철부지일 뿐이었다. 올해 세운 목표를 이루고 지긋지긋한 수도승 생활에서 벗어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왜 오라고 한 거야?”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에반은 시우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지그시 바라봤다. 화들짝 놀란 시우는 에반의 손을 쳐냈다.


“이상한 생각 하면 죽인다.”

“미친놈. 난 미녀에게만 반응해.”

“그러니까 왜 불렀냐고.”

“앉아 봐.”


웃음기를 거둔 에반의 얼굴에서 그늘이 느껴졌다. 낯선 에반의 표정에 고개를 갸우뚱한 시우는 의자를 끌어 에반의 맞은편에 앉았다.


“뭔데 그렇게 심각해?”

“불안해서.”

“장기계약까지 한 놈이 뭐가 불안하다는 거야?”

“내가 매일 여자를 바꾸는 것도 불안해서 그런 거야.”


여자를 바꾸는 심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돈으로도 채울 수 없는 후회와 아쉬움, 불안함에 시우 자신도 여자로 풀었었다. 그러나 그건 순간적인 쾌락만 제공할 뿐 근본적인 원인은 계속해서 쌓인다는 것도 모르지 않았다. 에반이 느끼는 불안함을 알 것 같았다.


“불안한 게 정상이지. 너 타율이 .211까지 떨어진 건 아냐?”

“자식이 아픈 곳을 찌르네.”

“아는 놈이 매일 여자한테 힘을 빼?”

“불안해서 그렇다니깐.”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기계약 체결 후 에반의 성적은 하락했다. 타율 2할이 위협받으며 벤치에서도 대체 자원을 물색 중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근데 여자한테 힘 빼면 그 불안이 사라져?”

“그 순간은 잊을 수 있으니까.”

“24시간 여자를 품고 다니면 되겠네. 햐. 경기 중에 네가 찍는 포르노를 보는 건가?”

“이걸 친구라고.”


시우의 우문현답에 에반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메이저리거 모두가 갖는 문제였다. 그 불안감을 잊기 위해 누구는 술로, 누구는 여자로, 누구는 약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 외엔 존재하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에반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가 매일 선발로 등판했으면 좋겠다.”

“날 죽여라, 인마.”

“네 선발 경기에선 내가 날아다니는 걸 너도 알잖아.”

“그렇긴 하지.”


그 부분에선 시우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에반은 시우가 나선 경기에서만큼은 3할을 뛰어넘는 타격감과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를 선보이며 팀의 승리에 독보적으로 기여했다. 그렇다고 에반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죽을 수는 없었다.


“넌 안 불안해?”


느닷없는 질문에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메이저리거라는 첫 번째 목표는 이미 이뤘다.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시우 자신도 모르지만, 인생을 다시 사는 지금 적어도 후회와 아쉬움은 없었다.


“불안하면 말할 테니까, 여자나 소개해줘. 쭉쭉빵빵한 미녀로.”

“나 농담 아니야.”

“인마, 불안할 시간에 배트나 잡아.”


21세에 불과한 에반의 불안함을 모르는 건 아니다. 인생을 40년간 산 시우에겐 어쭙잖은 충고와 설교가 역효과를 본다는 것쯤은 알았다. 그 불안함을 극복하냐 못 하느냐는 오로지 에반의 몫일 뿐이었다.


“야, 시우. 너 레이스 혼자 떠나면 나한테 죽는다.”

“뭔 헛소리야?”

“내가 살려면 널 따라 다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 아 씨, 장기계약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힘쓰느라 피곤했을 텐데 잠이나 자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소파에서 일어난 시우는 에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건 힘들겠다.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지는 게 인연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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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빅게임 피처. 3 +24 19.06.14 7,611 312 12쪽
» 빅게임 피처. 2 +19 19.06.13 8,235 302 12쪽
22 빅게임 피처. 1 +15 19.06.12 8,881 312 14쪽
21 돌아온 에이스. +18 19.06.11 9,401 282 11쪽
20 전담 포수. +31 19.06.10 9,542 298 11쪽
19 조 매든의 고민. +20 19.06.09 9,928 292 12쪽
18 Small Ball. +20 19.06.08 10,388 292 12쪽
17 노예계약. 2 +19 19.06.07 10,788 288 12쪽
16 노예계약. 1 +25 19.06.06 10,656 326 11쪽
15 복병. 2 +20 19.06.05 10,585 303 13쪽
14 복병. 1 +31 19.06.04 11,123 278 12쪽
13 시소게임. 2 +17 19.06.03 11,748 282 11쪽
12 시소게임. 1 +5 19.06.02 12,213 305 11쪽
11 우연은 없다. 2 +12 19.06.01 12,303 333 13쪽
10 우연은 없다. 1 +8 19.05.31 12,841 310 11쪽
9 바뀌는 시선. +17 19.05.30 13,153 318 11쪽
8 데뷔전. 2 +14 19.05.29 13,332 329 12쪽
7 데뷔전. 1 +33 19.05.28 13,491 308 13쪽
6 남의 불행은 나의 행운? +8 19.05.27 13,492 296 10쪽
5 에이전트. +23 19.05.26 14,029 283 12쪽
4 인내의 시간. +15 19.05.25 14,230 296 11쪽
3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2 +26 19.05.24 14,327 337 13쪽
2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1 +6 19.05.24 14,942 3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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