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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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05.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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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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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죽음(3)

DUMMY

별다른 말없이 곧장 올라가기에 금방 도착할 줄만 알았던 길. 강민은 30분 정도 쉴새없이 걸어올라가자 필성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올라가야 하나요?"


"아... 처음 와보겠구나? 글쎄다. 정확하게 계산해본 적은 없지만... 한 시간쯤 더 가야하지 않을까?"


강민은 할아버지가 정말 외진 곳에 사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의 내용대로라면 강민만 만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굳이 모든 사람과 거리를 둬야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나 싶었다.


"그건 그렇고... 너 제법 운동을 한 모양이구나? 요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산에 오면 금방 떨어져 나간다던데."


"그러고보니..."


운동이라곤 가끔 친구들과 하는 농구 정도 밖에 하지 않는 강민이었다. 그것도 제대로 풀타임을 뛰지 못하고, 일찌감치 나가떨어지는 저질체력. 그런 강민의 체력이라면 이미 숨을 헐떡이고 있어야 정상이었건만, 조금도 힘든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것도 꿈과 무언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강민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록 주어진 능력이 [체력]이 아닌 [행운]이었지만, 레벨을 올리면 전체적인 능력이 조금씩이라도 오른다면? 그래야만 지금의 상황이 말이 되었다.


게다가 창술이라함은 당연히 기술만이 아닌 최소한의 근력이나 체력도 필요한 법. 최소한의 보정이 이루어지는게 어쩌면 당연했다.


"후.... 저기 위에 커다란 나무 보이지?"


필성의 말에 강민은 고개를 들고 위를 바라 보았다. 필성의 말대로 눈에 띄게 커다란 나무가 하나 보였다.


"네, 진짜 크네요."


"가까이서 보면 놀랄꺼다. 하하. 아무튼 저 커다란 나무 부근에 아버님의 집이 있단다. 조금만 힘내라."


"네."


"그보다 내려올때가 걱정이구나. 부검은 안한다지만, 장례를 치르려면 아버님의 시신을 내려야할텐데. 만만한 일이 아니겠어."


내려올 일이 걱정인지 필성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들것이라도 구해왔어야 했을까요?"


"아니, 산에서 나무를 주워다가 만들면 되니까 그런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목표로 한 나무에 거의 근접했다. 나무 근처에는 조그마한 오두막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강민의 부모님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아버지, 어머니"


"우리 왔다."


"어. 강민이 왔구나, 필성이 자네도 수고했네."


몇 달만에 보는 부모님의 얼굴. 거리를 핑계로 자주 내려오지 않고 있었는데, 이런 일로 마주하게 되다니.. 강민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다보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더구만."


"음... 아버지의 시신은 못 건드린다지만, 짐은 좀 싸두는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랬구만, 시신도 강민이가 왔으니 옮길 수 있지 않겠나. 들것부터 만들어야겠네. 내가 적당히 쓸만한 놈으로 만들고 있을테니 나눌 얘기들이 있으면 하고 있어. 우선 적당한 나무부터 찾아봐야겠네."


필성은 들것을 만든다는 핑계로 자리를 비웠다. 유서의 내용도 있고 하니, 가족 간에 시간을 가지라고 배려해주는 모양이었다.


"할아버지는요?"


"방안에 계시단다. 너는 처음 뵙겠구나. 아버님이 너를 참 이뻐하셨는데,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다니..."


강민의 질문에 어머니, 희진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대답했다. 필용 역시도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집 안쪽으로 앞장 섰다.


집 안으로 들어가 안쪽에 있는 문을 열자, 강민의 눈앞에 흰색 저고리를 입고 누워 있는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저 분이 강민의 할아버지인 모양이었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민은 천천히 할아버지의 시신 옆으로 다가갔다.


"사실... 어제 할아버지한테서 택배가 도착했어요."


강민은 부모님께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쓸데없이 걱정을 끼쳐드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며칠 악몽을 꾸고 있었고,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부적을 몸에 지니자, 더이상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고만 말했다.


"허허... 참 신기한 일이구나. 하긴 평범한 분은 아니었으니..."


필용의 말 속에서 온갖 감정이 느껴졌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손자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온 것만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으니까.


"그보다 주소는 어떻게 알았다니, 여보. 당신이 알려줬어요?"


"아니, 나도 주소를 기억 못하는데, 어디 적어놨는지 기억도 안나는 구만."


자신만의 감정에 빠져드려는 필용을 현실로 돌린 것은 희진의 질문이었다. 주소. 과연 명성은 어떻게 강민의 주소를 알 수 있었던 것일까? 강민의 주소를 알만한 사람은 부모님 두 분이 다였고, 그들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명성이 알 방법이 없었건만. 이 것 역시도 기이하다면 기이한 일이었다.


"아직 멀었나?"


밖에서 필성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에 들것 준비를 마친 모양이었다.


"벌써 다 됐나?"


필용은 문을 열고 나가며 소리쳤다. 하긴, 강민이 오면 시신을 옮기라고 했지, 강민에게 뭘 해야된다곤 하지 않았으니까.


"일단 얼개는 짜뒀는데, 이불이나 천 같은게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이불은 이쪽에 있어요."


필성과 필용의 대화를 들었는지, 희진 역시도 대답과 함께 자리를 비웠다. 결국 할아버지와 단 둘이 남게 된 강민. 천천히 할아버지를 둘러 보던 중, 문득 할아버지의 오른손에 아래에 무언가가 놓여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뭐지?"


강민은 명성의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아래에 놓인 것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나서 다시 할아버지의 오른손을 내려놓고 천천히 물건을 살펴보았다.


재질을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모양의 둥근 문양. 크기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강민은 왠지 이것을 자신이 발견하게 하기 위해, 시신을 자신이 온 이후에 옮기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민아 잠깐 나와봐라."


"네, 나가요."


강민은 문양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으며 방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이 이 문양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할아버지의 뜻이라면, 그것을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알아본 연후에 부모님께 보여줘도 늦지 않으리라.


방 밖에는 필성과 필용이 들것을 들고 서있었다. 강민이 나오자마자, 두 사람은 들것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한동안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말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나하고 강민이가 들고 내려가는게 낫지 않겠나? 제수씨랑 너는 짐 좀 정리하고 내려오고. 내가 화장터나 장례식장은 알아볼테니까."


"그래도 되겠나? 이거야 원, 너무 도움을 많이 받는구만."


"우리 사이에 무슨. 강민아 잠깐 들어와봐라. 우리 둘이서 들고 내려가야할 것 같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들것 위에 명성의 시신이 놓여있었다.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이불로 몸을 둘러싸고, 그 이불은 잘 묶여있는 상태였다.


"자, 셋 하면 드는 거다. 하나, 둘, 셋."


필성의 신호에 맞춰 들것을 들어올리는 두 사람. 들것을 들고 천천히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전엔 내려가야하니까 서두르자고. 먼저 내려간다. 장례식장은 잡히는 데로 옮겨놓고, 문자 남기마. 정리하고 오도록 해."


작가의말

오잉????

아직 선작이나 조회수가 얼마되지도 않는데


추천은 모든 편에 2개씩 달렸네요.

최소한 2분이 눌러주셨다는 거겠죠?

정말 감사드립니다ㅎㅎㅎ


앞으로도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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