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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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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l
그림/삽화
EOL
작품등록일 :
2019.05.26 18:45
최근연재일 :
2019.12.30 21:57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683
추천수 :
7
글자수 :
295,875

작성
19.07.13 21:10
조회
32
추천
0
글자
7쪽

숙부(1)

DUMMY

“이봐.......이봐?”


나는 목구멍이 뭔가로 박힌 듯한 답답함 속에서 깨어났다. 피가 통하지 않는 몸이 하얗게 질린 채로 나는 결박돼 있었고, 입에는 거친 밧줄이 묶여있었다. 전신을 두들겨 맞은 듯한 통증 속에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소녀를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나 보다, 그녀의 손짓에 어떤 소년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고, 소녀는 내 표정이 우습다는 듯 웃어댔다.


“애국지사께서 깨어나셨군.”


우락부락한 얼굴의 소년이 비아냥대는 목소리로 말했고, 머리를 거칠게 잘라 언뜻 보기에는 소년처럼도 보이는 소녀가 내 입에 물린 재갈을 거칠게 풀어줬다.


“루시안을 사랑해, 기억해, 충성해!”


소년이 뭔가를 따라 하는 듯 배배 꼬인 목소리로 말하자 소녀가 그의 목을 뒤에서 때렸다.


“어제 발작 일으켰던 사람한테 너도 참 유치하다. 염병할 애국심에 죽으려고 하더니, 이젠 괜찮으신가?”


“내가 저런 말을 했다고?” 나는 여전히 눈가에 힘을 준 채로 말했다.

“말뿐이야! 혀 깨물고 죽으려 했어, 너.”


소녀는 거짓말을 하는 것같이 보이지 않았지만, 온몸이 결박된 이 상황에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너희, 도적이야?”


내가 그네들을 쏘아보자 소녀는 또 웃었다.


“도적이라니, 네 목숨을 구해준 사람들한테. 하여튼 은혜를 모른다니까. 우린 정당한 대가를 받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시젤에게 받은 검은 망아지를 끌고 가는 그들은 말 안장 위에 안주머니에 금화가 있는 내 외투를 올려놓았는데, 어제 죽을 뻔했다는 환자는 달랑 셔츠에 바지 차림이었다. 내가 날 제발 풀어라도 달라고 애원하자 문뜩 돌아선 그녀는 내 신발까지 벗겨갔는데, 부츠가 벗겨지는 타이밍에 나는 소녀의 복구를 걷어차 소녀의 옆구리에 채워진 단도를 발가락으로 뽑아들었다. 단도를 손 쪽으로 던져 그것을 집는 것에 성공했지만, 손이 너무도 꽉 묶인 데다가 밧줄도 예상보다 두꺼워 거의 잘리지 않고 약간의 흠집만 생겨날 뿐이었다.


소녀가 복구를 감싸 안고 컥컥 거리자 소년이 내게로 달려들었는데, 내가 세워 올린 단도를 보지 못했는지 그대로 그 칼날에 옆구리가 찔려 창백한 얼굴이 됐다. 나는 찌를 마음까지는 없었는데.........


소년이 발악하듯 날 향해 내 롱소드를 치켜들자 나는 결국 소년의 몸에 박힌 단도를 비틀어버렸다.


쿨럭!


소년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면서 그 너머에 있던 소녀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분노에 찬 그녀의 검은 눈을 본 순간 나는 소녀가 날 죽일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소녀가 나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는 와중에 숲 쪽에서 어느 사내가 걸어 나왔다. 머리카락을 삐뚜름하게 자르고 얼굴에 칼침이 있는 남자는 나와 소녀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소녀 쪽으로 성큼 다가와서 그녀에게 무차별적으로 발길질해댔다. 잠시 얼이 나가 있던 소녀는 애원하는 눈동자로 내 쪽을 보았는데, 유감이게도 나도 저 남자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소녀가 쓰러지자 그는 손은 사용하지도 않고 한쪽 발로만 그녀를 마구잡이로 밟아댔다. 소녀는 그 갑작스러운 폭행에 저항하려다가 다시 밟혔고 그녀의 저항이 잠잠해지자 그는 근의 위에 앉은 채 내 손에 들린 단검을 빼앗고 그녀에게 들이댔다.


그는 별 고민도 없이 소녀의 목에 칼을 들이댔고 그 끔찍한 광경에 피가 튄 한쪽 눈을 감은 채로 있던 내가 끼어들었다.


“하.......하지 마세요!”


내 존재를 잊었던 남자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보았다. 그녀의 목에 이미 꽤 깊은 상처를 낸 후였다.


“이런, 네 취향이었나?”


소녀의 숨통을 조이던 칼을 거둔 남자는 이젠 그녀의 입에 그것을 물렸다.


“어디서 도망쳐 온 거지?”


소녀는 제 입에 물린 칼날을 보고는 목에 칼이 들어왔을 때보다 당황에 고개를 뒤로 젖히려 했는데, 남자의 손에 목이 잡힌 탓에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그녀는 칼날에 입술과 혀가 배일까 봐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흰 채석장에서 도망쳤어요!”


그런데 남자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칼을 깊숙이 넣었다가 빼 소녀의 입술 양쪽을 찢었다.


“너한테 물을 게 아니야.”


‘나한테 물은 거였어?’


소녀는 울면서 그에게 목숨을 구걸했지만, 그는 무감각한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눈은 그다지 광적인 호기심이 긷든 눈도 아니었으며, 살의가 담긴 눈동자도 아닌 태연하고 차분한 눈이라서 나는 그가 행하고 있는 폭력들을 내 눈으로 빤히 보고도 그것이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당황에 입술을 씹던 나는 그의 밑에 깔린 채로 공포에 질린 소녀의 얼굴을 보고는 그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 연의 섬.......아니, 루시안에서 도망쳐 나왔어요.”


남자는 그제야 마음에 드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전히 도망치려 애를 쓰고 있는 소녀에게로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로 그녀의 목에 칼을 박았다. 피가 파앗 튀며 나는 양 눈을 감았다. 피 칠갑을 한 그의 발소리가 가까워졌고, 그는 소년의 품에 들린 롱소드를 빼앗아 그것을 소년의 심장에 박았다가 뽑고는 그 피가 범벅인 내 검으로 내 몸을 결박하던 밧줄을 끊었다.


스겅.


나는 그것이 잘림과 동시에 눈을 떠 남자의 검은 눈을 똑바로 보았다.


“왜 죽였죠?”


나는 남자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소녀와 소년의 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물었다.


“시끄러우니까.”


남자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우리와 동족이었잖아요!”


나는 몸을 일으킨 채로 소년과 소녀의 시체를 바라보다가 그들의 굶주린 마른 몸과 몸 이곳저곳에 생겨난 채찍 자국들을 보다가 마른 침을 삼켰다. 벌써 저만치 앞으로 가 내 말의 고삐를 쥐고 있는 남자는 내 얘기를 못 들은 듯했는데, 들었다고 해도 별로 신경 쓸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피가 스미든 곳을 최대한 피해서 갔는데 거친 흙길이 내 여린 발바닥에 상처를 냈다. 소녀의 발에서 내 부츠를 찾아갈까 생각하다가 그녀의 창백한 눈동자가 여전히 나를 보는 것 같아 맨발로 그녀의 앞을 지나쳤다.


남자가 말 위에 오르라 턱짓했다.


“저는 말을 탈 줄 몰라요!”


그는 헛웃음을 치다가 내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말 안장에 나를 앉혔다.


“나보고 이딴 당나귀 위에 타라는 거냐?”

나는 반박했다. “이건 말이에요!”


“그래, 말은 말이지. 너처럼 덜 자란.”


그는 쇠로 된 발걸이에 내 발 양쪽을 끼워주었다.


“날 어디로 데려갈 거예요?”


얼마 가지 않아 내가 묻자 그는 피식 웃었다.


“그걸 몰라서, 묻냐? 네놈 집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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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7) 19.12.30 10 0 13쪽
70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6) 19.12.06 11 0 9쪽
69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5) 19.11.25 13 0 11쪽
68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4) 19.11.09 13 0 11쪽
67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3) 19.11.03 12 0 10쪽
66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2) 19.10.19 12 0 8쪽
65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1) 19.10.09 8 0 9쪽
64 악마의 사생아(2) 19.09.23 12 0 10쪽
63 악마의 사생아(1) 19.09.16 12 0 9쪽
62 경매장(7) 19.09.11 17 0 12쪽
61 경매장(6) 19.08.29 17 0 7쪽
60 경매장(5) 19.08.26 22 0 8쪽
59 경매장(4) 19.08.25 15 0 8쪽
58 경매장(3) 19.08.23 19 0 8쪽
57 경매장(2) 19.08.22 21 0 8쪽
56 경매장(1) 19.08.21 15 0 10쪽
55 검은 왕국(5) 19.08.20 15 0 8쪽
54 검은 왕국(4) 19.08.18 16 0 7쪽
53 검은 왕국(3) 19.08.15 14 0 11쪽
52 검은 왕국(2) 19.08.08 28 0 10쪽
51 검은 왕국(1) 19.08.04 16 0 8쪽
50 숙부(7) 19.07.29 15 0 8쪽
49 숙부(6) 19.07.28 20 0 8쪽
48 숙부(5) 19.07.22 18 0 7쪽
47 숙부(4) 19.07.21 25 0 7쪽
46 숙부(3) 19.07.15 25 0 7쪽
45 숙부(2) 19.07.14 26 0 9쪽
» 숙부(1) 19.07.13 33 0 7쪽
43 별들의 방랑자 (2부 프롤로그) 19.07.08 41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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