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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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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l
그림/삽화
EOL
작품등록일 :
2019.05.26 18:45
최근연재일 :
2019.12.30 21:57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686
추천수 :
7
글자수 :
295,875

작성
19.07.21 22:21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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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숙부(4)

DUMMY

사람들이 다가오건 말건 한쪽 다리의 발목을 다른 다리의 무릎에 걸치고 등받이에 등을 기댄 그는 잠에 취한 포식자처럼 태평하고 느긋한 얼굴이었다. 무리를 이끌고 온 용병이 제 옆구리에 꽂혀있던 칼을 뽑아들고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지 못한 채 썩은 이빨을 드러내며 물었다.


“자네가 진짜 ‘그’ 호커스인가? 카세프(에눌리아의 영지)의 영주를 죽인?”


깍지를 낀 손으로 머리를 받친 그는 의자를 좌우로 움직이며 삐거덕 소리를 냈다.


“남의 인생사에 뭐 그렇게 관심이 많데?”


호커스는 심드렁한 반응을 일관하며 약간의 짜증을 섞어 말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등 뒤에 있는 검 손잡이를 양손으로 감쌌다. 호커스가 그런 나를 비웃듯 픽 웃었다.


“뽑을 용기는 있고?”


물이 담긴 잔을 한 번에 쭉 들이킨 그가 말했다. 그가 내 검을 빌리려는 걸까 생각했지만, 내 예상과 달리 그는 제 손에 들렸던 컵을 식탁에 내려놓은 채 맨손으로 일어섰다. 호커스의 움직임에 사내들은 잠시 몸을 움찔거렸지만 호커스는 양손을 어깨 위에 올렸다.


몇몇 용병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칼 세 개가 그의 목에 들어왔다.


“자네가 쥐새끼처럼 도망 다닌 탓에 현상금이 엄청나던데, 덕은 우리가 보겠군.”


용병이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는 와중에도 나는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호커스가 그들에게 끌려간다면 나 혼자라도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쯤은 하고 있었지만, 저 살인마를 도와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저리 끌려가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하는 건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그저 내가 원하는 걸 말하자면, 호커스가 어찌 반응하는지를 끝까지 지켜보고 싶을 뿐이었다.


“세상이 왜 그렇게 검은 피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 가던 때도 있었지.”


호커스는 제 목에 들어온 칼 중 하나를 쥐고는 그것을 제 눈앞에 들이댔다. 호커스의 손아귀에서 검을 빼 오려 남자는 안간힘을 썼지만, 양손으로 검자루를 쥐어도 그의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호커스는 그 검으로 제 뺨을 훑어내렸다. 칼날이 긁히는 소리가 나는 대도 그의 얼굴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호커스가 몸을 구부려 칼의 끝에 혀를 가져다 댔다. 그는 그것을 제 여인의 몸이라도 되는 양 부드럽게 핥았다. 뾰족하고 현란한 그의 혀끝이 뱀의 것 같았다.


“하지만 댁들 같은 존재를 보면 그 이유를 다시금 깨달아.”


그의 목에 칼을 들이대던 세 용병은 그대로 서 있었지만, 뒤에 있던 사내들이 그 꼴에 기함하며 몇 걸음 물러났다. 호커스가 검의 끝을 깨물자 과자처럼 칼날이 와자작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도 열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런 괴력을?’


나는 그 소리를 듣고도 내 귀를 의심했는데, 그를 위협하던 남성들은 이젠 다른 이유로 도망치지 못했다. 검은 뒤통수 너머로 보이는 그들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형제들은 문을 여는 걸 꺼리지. 되도록 인간처럼 검을 쓰고, 힘을 통제할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지. 하지만 난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아.”


그의 목소리에는 위압감이 실려있지 않았으며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의 것처럼 철없게 들리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유혹하듯 부드럽고 다정했다.


“나는 개미 학살을 사랑하거든.”


그가 나지막이 속삭이며 손에 쥐었던 검을 으스러뜨렸다. 순식간에 지나갈 그 광경을 집중하려는데 내 시선 위로 여성의 숄이 떨어졌다. 내가 당황해 뒤를 돌자 낯선 여성이 이젠 손으로 내 두 귀를 가렸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앉아있던 식탁 위로 뭔가가 날아가 나무판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그와 비슷한 소리가 잇따랐다.


내가 그 젊은 여인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새도 없이 그녀의 숄이 거둬지며 상황이 막을 내렸다. 테이블에 떨어졌던 남성은 선두에 서 있던 셋 중 하나였는데 그는 허리가 완전히 부러진 채로 즉사했으며 그 외에도 여기저기로 날아간 사내들 대부분이 몸에 칼이 박힌 것도 아닌데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그가 움직이자 나도 엉겁결에 그를 쫓았다. 발치에 머리가 깨진 시체가 있었는데, 그자는 무리 중에서 맨 뒤에 있던 자라서 그의 행위가 딱히 앙갚음은 아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술에 깬 정찰병이 밀렸던 품값을 호커스에게 내밀었는데, 정찰병의 두 손은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는 그걸 마냥 좋아하며 받았다. 호커스의 이름과 정체를 이미 알았으며 내 얼굴에 숄을 둘러주었던 여성이 그에게 다가왔다. 얼굴이 하얗고 머리카락이 파란 여성은 아까 전의 꼴을 빤히 제 눈으로 보고도 그에게 서슴없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언제 돌아올 거야?”


호커스는 내 겨드랑이에 제 팔을 끼고는 날 검은 말 위에 태웠다.


“글쎄,” 호커스는 내 쪽을 보다가 시선을 기울였다.


“저 자식 팔고 나서, 돈 떨어질 때쯤?”


그는 제 애인에게 그다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저런 말을 했다. 그녀가 곁에 다가온 와중에도 그는 등자에 내 발을 끼워줬는데, 나는 그 섬세한 손길에 소름이 끼치면서도 괜히 호진이 떠올라 기분이 이상했다. 말 허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호커스가 눈길 한번 주지 않자 여인은 그의 턱을 잡아 입을 맞췄다가 떼고는 그의 눈을 보며 말했다.


“꼭 돌아와, 그때는 다른 마을로 가자.”


호커스는 무미건조한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그녀의 말에 입술을 한쪽으로 기울였다. 말고삐를 쥔 채 잠시 고민하던 그가 내 뒤에 올라타고는 말의 허리를 찼다. 말에 박차를 가하며 마을에서 멀어지자 그는 손바닥으로 제 입술을 닦고는 내 외투에 문질렀다. 루시안의 문장이 등판에 새겨져 옷을 뒤집어있은 상태였지만 그의 행동에 나는 원성을 쏟았다.


“뭐.....뭐하는 짓이에요?”

“어차피 노예로 팔리면 루시안의 옷은 볼일도 없을 텐데, 이상한 데서 민감하네.”


나는 입술을 씹다가 그에게 따졌다.


“급할 때는 조카라고 잘만 둘러대시더니! 정말로 절 파실 작정이에요?”


그 말에 그가 소리 내 웃었다. “나는 빈말하는 인간이 아니라서, 그리고 돈만 된다면 이름도 모르는 조카 팔 수도 있지.”


“호진한테 그런 거짓말을 한 건 정말 악질이었어요!”


그는 이젠 나와 대화하는 게 귀찮은 듯 하품을 했다.


“난 그한테 거짓말 한 적 없어. 자기 혼자 흥분해서, 조카니 뭐니 한 거지. 내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고.”

“뻔히 알면서 오해를 정정하지 않았잖아요?”


내가 목을 돌려 그를 노려보자 그가 하찮다는 듯 아래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희망에 부푼 인간한테, 내 조카들이 전부 뒤졌다고 말하는 건 안 나쁘고?”


그런 말을 하며 그는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불쾌한 기분을 드러냈고 나는 그에게 더 말을 걸어볼 용기를 내지 못했다.


작가의말

다시 주2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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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7) 19.12.30 10 0 13쪽
70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6) 19.12.06 11 0 9쪽
69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5) 19.11.25 13 0 11쪽
68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4) 19.11.09 13 0 11쪽
67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3) 19.11.03 12 0 10쪽
66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2) 19.10.19 12 0 8쪽
65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1) 19.10.09 8 0 9쪽
64 악마의 사생아(2) 19.09.23 12 0 10쪽
63 악마의 사생아(1) 19.09.16 12 0 9쪽
62 경매장(7) 19.09.11 17 0 12쪽
61 경매장(6) 19.08.29 17 0 7쪽
60 경매장(5) 19.08.26 22 0 8쪽
59 경매장(4) 19.08.25 15 0 8쪽
58 경매장(3) 19.08.23 19 0 8쪽
57 경매장(2) 19.08.22 21 0 8쪽
56 경매장(1) 19.08.21 16 0 10쪽
55 검은 왕국(5) 19.08.20 15 0 8쪽
54 검은 왕국(4) 19.08.18 16 0 7쪽
53 검은 왕국(3) 19.08.15 14 0 11쪽
52 검은 왕국(2) 19.08.08 28 0 10쪽
51 검은 왕국(1) 19.08.04 16 0 8쪽
50 숙부(7) 19.07.29 15 0 8쪽
49 숙부(6) 19.07.28 21 0 8쪽
48 숙부(5) 19.07.22 18 0 7쪽
» 숙부(4) 19.07.21 26 0 7쪽
46 숙부(3) 19.07.15 25 0 7쪽
45 숙부(2) 19.07.14 26 0 9쪽
44 숙부(1) 19.07.13 33 0 7쪽
43 별들의 방랑자 (2부 프롤로그) 19.07.08 41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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