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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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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l
그림/삽화
EOL
작품등록일 :
2019.05.26 18:45
최근연재일 :
2019.12.30 21:57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685
추천수 :
7
글자수 :
295,875

작성
19.07.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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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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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숙부(6)

DUMMY

“아무도 네 미래에 대해 언지를 안줘?”


그는 새삼 심각한 얼굴로 말하며 입술을 삐뚜름하게 기울였다.


“어린 호족의 아이가 검은 숲에서 나오는 경우는 딱 한 가지야, 붉은 자와 노예 성혼을 한 경우.”


호커스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며 머리를 나무 밑동에 기댔다.

노예 성혼? 두 단어를 모르진 않았지만, 접점이 없는 그 둘을 함께 합친 말은 듣기에 어색하고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노예 성혼이 뭐예요?”

“이름만 들어도 대충은 감이 오지 않나?”


내가 그를 보며 고개를 젓자 그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좋아, 이해하기 쉽게 너랑 그 아가씨랑 노예 성혼을 했다고 치자. 그 아가씨 이름이 뭐라고?”

“에일이요.”

“그래, 에일과 넌 노예 성혼을 했어.”


내가 반발했다.


“그렇지 않아요!”

“그렇고 치자고!” 그는 성가시다는 듯 목에 힘을 주었다.


“넌 형제 중에 막내로 태어나 노예 성혼을 했을 수도 있고, 조건이 맞아서 장로들이 널 선택했을 수도 있어, 아니면 네 부모가 네놈이 마음에 만들어서 루시안에게 먼저 연락을 넣었을 수도 있고. 경로는 다양하지만, 계약서에 호족과 귀족 가문의 도장이 찍히면서 넌 호족의 언어를 떼기도 전에 그 아가씨 집으로 팔려가게 돼. 성별이 반대일 수도 있지만, 아들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지.”


내가 그에게서 눈을 못 뗀 채로 이야기를 듣자, 그는 헛웃음을 치다가 내 코를 톡 쳤다.


“...........어린 시절부터 처가살이하는 건가요? 데릴사위처럼?”


그 말에 그는 허파에 바람이 빠진 듯 웃어댔다.


“사위라고?”


호커스는 너무 웃는 바람에 눈가에 눈물까지 고였다. 그는 눈에 고인 붉은 이물질을 대충 닦아내며 말했다.


“얼추 비슷하지. 근데 네놈이 그 집안에서 사위 대접은커녕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는 게 조금 달라. 일반적인 검은 노예들은 첫 번째 주인 손에서 여러 가지 훈련을 받거든. 네 상황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아마 에일 아가씨의 모친이 현재 네 주인이고 그녀가 널 길들일 텐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분은 저한테는 관심이 없어요.”


“그래, 너 잘났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비꼬았다.


“어쨌든 그렇게 루시안 손에 자란 네가 문에 아무런 하자가 없고, 너와 노예 성혼을 했던 아가씨가 20살이 되면 계약을 다시 맺게 돼. 에일이 네 주인으로 바뀌면서 너흰 한 달에 한 번씩 합방을 하게 되고-.”


호커스는 그런 설명을 하면서 두 개의 엄지손가락을 핀 채로 그것 두 개를 겹쳤는데, 나는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


“문에 하자가 있으면요?”

“계약을 취소하거나, 노예를 교환하거나.”

“계약이 취소되면 그 당사자는 호족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퉁명하게 말했다. “호족들은 붉은 자의 손이 탄 자들을 받아주지 않아. 지들이 팔았으면서 그들이 고향을 돌아오면 변절자라고 돌을 던져 죽이지.”


나는 그의 말에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는데, 그는 내 반응은 고려하지도 않고 계속 설명했다.


“합방해서 너희 사이에 3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계약이 만료돼 넌 자유의 몸이 되는데, 그때도 호족으로 돌아가진 못하지. 첫째 아이의 소유권은 귀족 가문이 가져가고 둘째 아이부터는 아이들의 어미가 소유권을 가져가지. 그런데 그 아이들은 노예는 아니야, 이 부분이 일반적인 성혼과는 다른데 아이들은 오로지 어미의 성과 신분만 가져가거든.”


“전 그 이야기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눈꺼풀을 반쯤 내린 채로 말했다.


“아니, 이게 네 미래야.”

“전 일단 호족이 아니에요.”

“아니, 넌 호족이야.”


그의 밑도 끝도 없이 단호한 태도에 나는 괜히 발끈했다.


“제가 호족인 걸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요? 아저씨는 제 진짜 숙부도 아니라면서요!”

“넌 순혈이거든. 그리고 검은자 중에 아직도 순혈 개체를 보유한 집단은 호족밖에 없지.”


그의 말에 나는 멈칫했다. 별들이 촘촘히 박혀 주위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지만, 그의 눈은 달이 뜨지 않은 밤을 품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시는데요?”

“네 눈을 보면 알 수 있지. 칠흑 같이 어둡거든, 내 것처럼.”


그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백 보 양보해서 저랑 에일이 노예 성혼한 사이라고 쳐요. 하지만 제가 에일과 2차 계약을 맺을 일은 없어요. 저는 문이 열리면 괴물이 된다고 했거든요.”

“누가?”


그는 덤덤하게 물었지만 나는 그에게 사실대로 대꾸할지 고민하다가 힘겹게 말했다.


“......호진이요.”


이번에도 그가 콧방귀를 뀔 거라 내심 기대했는데, 그는 나를 빤히 보다가 말하곤 샐쭉 웃었다.


“.........그건 검은자의 숙명이야.”


그의 말에 나는 처음으로 동요했다. 눈가가 시큰거리며 익숙한 핏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해가 안 가요........ 우리가 어차피 괴물이고 노예라면 왜 붉은 자들은 자신들의 귀한 자식을 우리와 혼인시키는 거고, 우리가 괴물처럼 강하다면 왜 우린 그들의 노예로 남을 수밖에 없으며 우리들의 아이들을 뺏기는 거죠?”


“첫 번째 질문은 너도 이미 답을 알고 있을걸. 우린 괴물처럼 강하고 그들은 나약해지고 있으니, 더러운 우리의 힘이라도 빌려다 쓰려는 거지. 그리고 두 번째는.......루시안이 검은자에게 걸었던 ‘고대 서약’ 때문이지.”


“고대 서약이요?” 내가 목소리를 높이어도 그는 담담하고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루시안은 고대의 유물을 이용해서 루시안에게 영원한 충성을 바치겠다는 서약을 호족과 맺었거든. 그후로 호족은 그의 노예이자 군사가 됐지. 우리 일족을 조종하게 된 루시안은 가장 먼저 그들을 지키던 검은 짐승신을 사냥했고, 호족들이 가진 검은 힘이 다른 속성들의 우위에 있다는 걸 이용해 수많은 나라를 무너뜨리고 도시국가들을 식민으로 삼으며 순식간에 북방을 통일했지.”


그가 숨을 들이켜며 말을 멈춘 사이에 내가 물었다.


“노예라고요? 검은 호랑이가 호족의 수호신이었다고요?”


그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 그의 분위기가 사뭇 어두워져 있었다.


“루시안은 호족들에게 은총을 내린 거잖아요? 그들에게 언어도 가르쳐주고, 괴물 호랑이도 물리쳐 줬다고.....에일이.....에일이.......”


호커스는 살인마였다. 오늘 하루만 수십의 사람을 거리낌 없이 죽였으며 날 인신매매할 작정이기까지 한 인간이었다. 반면에 에일은 언제나 나에게 친절했고 전쟁고아였던 나를 데려와 친구로 받아줬다. 내가 그녀의 노예였다고 해도 그녀는 내게 절대 손찌검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언제나 날 향해 해사하게 웃어줬는데, 왜 나는........나는 호커스의 몇 마디에 그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걸까. 내 태생이 더러워서 그럴까? 역시 검은자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족속들인 걸까?


나는 그녀를 의심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래, 역시 루시안은 에눌리아 따위와는 달라.” 그는 그리 말하며 헛웃음을 쳤다.


“내 옛 주인이었던 에눌리아의 가주는 날 길들여보겠다고 허구한 날 손에 채찍과 곤봉을 들고 다녔지. 근데 그런 방식은 쓸데없는 적개심만 불러일으킬 뿐이야. 하지만 널 보라고, 넌 루시안의 작품이야! 검은자면서 넌 네 종족의 언어도 모르고, 풍속도 모르고, 역사도 몰라. 어디 그뿐이야? 기억도 없댔지. 아마도 내 기억 루시안이 손댔을걸.”


나는 얼굴을 덮었던 손바닥에 힘을 줘 두개골을 일그러뜨릴 듯 손가락을 굽혔다.


“저는........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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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7) 19.12.30 10 0 13쪽
70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6) 19.12.06 11 0 9쪽
69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5) 19.11.25 13 0 11쪽
68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4) 19.11.09 13 0 11쪽
67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3) 19.11.03 12 0 10쪽
66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2) 19.10.19 12 0 8쪽
65 거짓과 진실, 혹은 진심(1) 19.10.09 8 0 9쪽
64 악마의 사생아(2) 19.09.23 12 0 10쪽
63 악마의 사생아(1) 19.09.16 12 0 9쪽
62 경매장(7) 19.09.11 17 0 12쪽
61 경매장(6) 19.08.29 17 0 7쪽
60 경매장(5) 19.08.26 22 0 8쪽
59 경매장(4) 19.08.25 15 0 8쪽
58 경매장(3) 19.08.23 19 0 8쪽
57 경매장(2) 19.08.22 21 0 8쪽
56 경매장(1) 19.08.21 16 0 10쪽
55 검은 왕국(5) 19.08.20 15 0 8쪽
54 검은 왕국(4) 19.08.18 16 0 7쪽
53 검은 왕국(3) 19.08.15 14 0 11쪽
52 검은 왕국(2) 19.08.08 28 0 10쪽
51 검은 왕국(1) 19.08.04 16 0 8쪽
50 숙부(7) 19.07.29 15 0 8쪽
» 숙부(6) 19.07.28 21 0 8쪽
48 숙부(5) 19.07.22 18 0 7쪽
47 숙부(4) 19.07.21 25 0 7쪽
46 숙부(3) 19.07.15 25 0 7쪽
45 숙부(2) 19.07.14 26 0 9쪽
44 숙부(1) 19.07.13 33 0 7쪽
43 별들의 방랑자 (2부 프롤로그) 19.07.08 41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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