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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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베터
작품등록일 :
2019.05.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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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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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너의 슈퍼 히어로 이름은

DUMMY

테이블에 놓인 커피는 싸늘하게 식은 지 오래였다,


어라우저 협회의 회장 조형국은 보고서를 검토 중이었다.


“재미있는 친구가 등장했네.”


그가 내려놓은 보고서는 당유진에 관한 것이었다.


부회장 백성기는 동의한다는 의미로 끄떡이며 당겨 앉았다.


“은둔 중인 어라우저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처음부터 이 정도 점수를 얻은 친구는 처음입니다.”


“자이언트 데스스토커는 어설픈 슈퍼 히어로가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 최소 더블 S 클래스가 아니면 개죽음 당하기 십상이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따따블이 자이언트 데스스토커의 힘을 많이 빼놨다는 걸 감안해도 놀라운 활약이죠.”


“그런데 랭크가 겨우 B? 점수가 너무 박한 것 같은데.”


“보고서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지수의 등락폭이 너무 심해서요. 이럴 경우 매뉴얼에 따라 최저점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니 어쩔 수 없지요.”


“전직이 매니저라고 했지?”


“네. 괴인 사건으로 전사한 레드 플레어의 담당 매니저였습니다.”


“재미있네. 갑자기 능력이 생긴 건 아닐 테고 그동안 일부러 숨겼다는 건가?”


“스스로 자각을 못한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흔치는 않지만 그런 케이스가 아주 없지는 않으니까요.”


“주목할 필요가 있는 친구군. 각종 사고로 슈퍼 히어로의 수가 줄어드는 추세에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인재의 출현은 반가운 일이야.”


“동감입니다.”


“아직 소속 에이전시가 없는 것 같은데 내가 거둬서 키우면 어떨까?”


조형국의 느닷없는 제안에 부회장 백성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가 또 욕심을 내는군.’


조형국은 협회 설립 때부터 회장직을 맡아 지금까지 연임을 거듭한 실세였다.


한편으로 그는 트리플 S급 슈퍼 히어로 세 명을 보유한 JHK 에이전시의 대표이기도 했다.


협회에서 인정한 다섯 명의 트리플 S급 히어로 중 무려 셋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탐욕을 부리는 모습이 결코 곱게 보이지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는 이미 레드 플레어의 형인 송종혁이 세운 에이전시 소속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오늘 오전에 신청서가 도착했습니다.”


“그랬나? 실망스러운 선택을 했군.”


아쉬워하는 조형국의 말투에 백성기는 절로 웃음이 나왔지만 표정에 드러내진 않았다.


“그 친구는 체계적인 관리와 훈련이 슈퍼 히어로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군. 재능만 믿고 나대다가 사라진 슈퍼 히어로가 어디 한둘인가?”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평범한 A급 슈퍼 히어로였던 일렉트릭맨을 3년 만에 트리플 S급으로 키워낸 장본인이 조형국이다.


“더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겠군. 이 친구는 고작 A급 근처에서 어슬렁대다 사라질 거야.”


어라우저 협회의 회장 조형국은 더는 미련이 없다는 듯이 보고서 파일을 덮었다.


***


종로 쪽에 사무실을 계약했다는 연락을 받은 유진은 한껏 부푼 마음으로 달려왔다.


큰 기대를 안했는데 시내 중심가인 종로라니!


역시 수완이 좋은 사장님이라 생각하며 알려준 주소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댔다.


‘설마 이쪽은 아니겠지?’


번화가에서 골목 안쪽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간신히 사람 하나가 들락거릴 수 있는 비좁은 골목 끝에 위치한 사무실을 확인한 유진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싸구려 나무 간판에 새겨진 ‘뉴버닝 에이전시’라는 회사 이름이 왠지 서글프게 느껴질 정도였다.


“왔으면 멀뚱멀뚱 구경만 하지 말고 좀 도와라.”


송종혁은 빗자루를 들고 뻘뻘 땀을 흘리며 한창 청소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무실 안쪽은 더욱 가관이었다.


여기저기 곰팡이가 핀 낡은 벽지와 시멘트 가루가 나부끼는 바닥, 창문의 반은 담벼락에 가려 햇빛이 간신히 비집고 들어왔다.


“수중에 지닌 자금으로는 이게 최선이야. 그래도 시내 한복판에 사무실을 얻은 게 어디냐.”


유진의 실망한 안색을 살핀 송종혁이 눈치를 보듯 말했다.


“자이언트 데스스토커를 없앤 수당도 있잖아요. 그것만 해도 적지 않을 텐데요.”


“오천만 원 정도 되지. 포인트 수당 정산은 분기별이니 아직 멀었어. 그걸 받아도 운영비를 빼고 나면 별로 남는 거 없을 테니 기대는 하지 마라.”


유진은 묵묵히 송종혁이 건네주는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참동안 먼지와 벌레와의 사투를 벌이며 보금자리를 치우고 또 치웠다.


청소를 끝낸 유진과 송종혁은 때마침 음식이 도착하자 신문지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쩝쩝, 이 집 짜장 잘하네요. 옛날 탕수육도 잘 튀겼고요.”


“단골로 삼아야겠다. 번호 잘 기억해 놔라.”


“사무실도 생겼고 이제는 뭐부터 하면 될까요?”


“히어로 이름부터 정해야지. 협회에 에이전시 신고할 때 공란으로 놔둔 상태야. 일주일 안에 히어로 이름을 추가 신고하지 않으면 등록이 반려될 수 있으니 서둘러야 해.”


“작명에는 소질이 없는데······. 사장님이 아무거나 지어주시면 안 될까요?”


“네가 히어로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히어로 이름은 상품의 브랜드와 같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이름을 만들어야만 해. 근데 그걸 대충 만들자고?”


“아, 알았어요. 저도 고민해 볼게요.”


“시간이 별로 없어. 오늘 너랑 나랑 무조건 히어로 이름을 결정해야 해.”


“끄응~ 어렵네요.”


두 사람은 빈 그릇을 한쪽으로 치우고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했다.


“불과 전류를 동시에 쓸 수 있으니 멀티 히트맨이 어떨까?”


“야구선수도 아니고 별로인데요. 제 생각에는 꼭 두 가지 능력을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네가 생각한 건 없어?”


“최고를 뜻하는 톱(TOP)에 맨을 붙인 톱맨은 어떻습니까?”


“톱맨? 목수도 아니고 어디서 톱질할 일 있어? 그리고 TOP의 정확한 발음은 톱이 아니라 탑이야.”


“인간 횃불을 뜻하는 휴먼 토치는요?”


“차라리 번개탄이라 짓지 그래.”


기껏 생각해서 얘기했더니 망신만 주고 있다.


입을 삐죽 내민 유진은 다시 머리를 감싸고 새로운 이름 짓기에 골몰했다.


“미스터 라이트닝!”


“닥터 파이어!”


“더블 쇼크!”


“아토믹 펀치!”


“그랜드 스톰!”


“캡틴 코리아?”


머리를 싸매고 수많은 히어로 이름을 생각했지만 성에 차는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슈퍼 피닉스는 어때요?”


“땡! 불사조는 아무 데나 갖자 붙이냐?”


송종혁은 유진이 힐링 팩터(초재생 능력)의 소유자라는 건 알지 못했다.


유진이 그 부분을 쏙 빼놓고 설명을 한 탓이다.


그가 알기로 현재의 슈퍼 히어로 중에 초재생 능력을 가진 자는 없었다.


물론 슈퍼 히어로는 일반인에 비해 뛰어난 회복력을 지녔지만 죽어도 되살아 날 정도까지는 아니다.


어쩌면 유진이 모르는 초재생 능력을 지닌 어라우저가 존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능력 하나만으로는 슈퍼 히어로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상대를 압도할 파워가 없다면 슈퍼 히어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유진은 행운아였다.


죽을 때마다 새로운 능력이 랜덤으로 생겨났으니까.


유진은 자신의 이러한 능력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부활 때마다 새로운 스킬이 생긴다는 보장도 없잖아.’


다시 그렇게 되리란 장담을 할 수 없었고 불과 전류의 스킬을 지닌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비밀을 유지하는 편이 여러모로 편했다.


“하아~ 작명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슈퍼 히어로의 길이 쉬울 줄 알았니? 좀 더 머리를 굴려 봐.”


“너무 힘들어요. 쉬고 내일 다시 하면 안 될까요.”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법 아니다.”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서 그래요. 내일 맑은 정신으로 다시 생각해요.”


“슬슬 감이 오는 게 느껴져. 조금만 더 하면 멋진 이름이 나올 것 같아.”


송종혁은 가슴을 치며 자신했지만 결국 두 사람은 자정을 넘길 때까지 히어로 이름을 결정짓지 못했다.


***


“슈퍼 히어로로 등록한 게 확실해요?”


“예, 그렇습니다. 레드 플레어의 형이자 사장이었던 송종혁 씨가 세운 뉴버닝 소속입니다. 다만 아직 히어로 이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서로부터 보고를 들은 이지혜는 유진이 슈퍼 히어로의 길을 걷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지혜는 유진의 활약을 지켜본 최초의 목격자였다.


다만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에 기절했기에 유진이 죽었다 부활한 사실까지는 몰랐다.


유진에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당연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생명을 빚졌기에 고마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을 냉정하게 대하는 그에게 반발심도 갖고 있었다.


그녀의 능력과 미모, 재력, 가문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 수 있는 사내는 전무했다.


여태껏 만나본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그런데 그 남자는 자신을 그저 클라이언트로만 취급했다.


심지어는 레드 플레어 일로 원망까지 하고 있으니 고까운 마음도 들었다.


고마움과 미안함, 괘씸한 감정이 칵테일처럼 뒤섞여 마음을 어지럽혔다.


“협회에서 매긴 랭크는 어떻게 되죠?”


“랭크 B 2위라고 들었습니다.”


“호호홋!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겨우 B 랭크야. 넘 웃긴다.”


개운치 않은 마음을 없애고자 일부러 과장되게 웃어넘겼다.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비서를 확인한 이지혜의 뺨이 붉게 타올랐다.


무안함에 서명을 끝낸 서류철을 괜히 뒤적이던 그녀는 비서가 아직도 서 있자 살짝 짜증이 일었다.


“안 나가고 뭐 하는 거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잊으신 것 같아서요. 지금 손님이 와계십니다.”


“손님?”


“스타 에이전시에서 대표님의 경호를 위해 레드아이 님을 보내주셨습니다.”


“레드아이는 한국전자와 전속 계약이 되어 있는 거 아니었어요? 그래서 대신 파견된 히어로가 아이언 피스트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그게······.”


“제가 대신해서 설명을 드려도 될까요?”


막 비서가 답을 하려 할 때 문이 벌컥 열리고 레드아이가 등장했다.


레드아이는 장발의 붉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훤칠한 키와 매끈한 이목구비가 돋보이는 미남자였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답게 외모 하나만큼은 군계일학이었다.


호출이 없었음에도 무단으로 들어온 행동은 무례하기 짝이 없었지만 레드아이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명성과 외모를 마주한 클라이언트들은 백이면 백 모두가 매력에 빠져들었다.


특히 여성 클라이언트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한국전자와의 전속 계약도 회장 부인이 레드아이의 열렬한 팬이라 가능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레드아이는 최근에 붉게 염색한 머리가 마음에 들었다.


능력을 발휘할 때 변하는 눈 색깔과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는 한쪽 눈을 가린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최고의 차밍포인트였다.


이 아름다운 대표도 저항하기 힘든 레드아이의 매력에 푹 빠질 게 뻔했다.


“아이언 피스트 건으로 경호에 차질을 빚은 데 대해 사죄의 의미로 제가 파견되었습니다. 물론 한국전자에는 사전에 양해를 구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지혜도 수많은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레드아이를 좋아했다.


그는 슈퍼 히어로 중에서 가장 잘생긴 외모를 지녔고 끼와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었다.


한때 자신을 경호를 레드아이가 했으면 하고 바란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레드아이와 마주하게 되자 호감이 싹 사라졌다.


가지런한 치아를 내보이며 짓는 미소는 능글맞게 보였고 눈웃음에는 바람기가 폴폴 풍겼다.


유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남자였다.


“오늘부터 제가 모시겠습니다. 회사부터 집까지 밀착 경호를 할 테니 안심하세요.”


밀착이란 단어에 유독 힘을 주는 레드아이다.


“됐습니다. 그냥 가셔도 됩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제 경호는 다른 슈퍼 히어로에게 맡길 계획이니 돌아가셔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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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후기 +7 19.08.24 692 7 2쪽
66 65화 나만의 슈퍼 히어로 -완결 +5 19.08.24 730 25 15쪽
65 64화 완벽한 멸살법 +3 19.08.23 658 22 11쪽
64 63화 천하무쌍 +1 19.08.22 693 22 11쪽
63 62화 그의 가공할 무위 +2 19.08.21 691 21 11쪽
62 61화 외면했던 진실 +3 19.08.20 699 18 12쪽
61 60화 누가 진짜 괴물인가 19.08.19 710 22 11쪽
60 59화 세 장의 히든카드 +1 19.08.16 723 18 9쪽
59 58화 전략적 제휴 19.08.15 735 17 11쪽
58 57화 그는 죽지 않는다 +3 19.08.14 755 20 10쪽
57 56화 죽어도 레벨업 +4 19.08.13 755 22 10쪽
56 55화 에이스 원과의 사투 +4 19.08.12 750 19 11쪽
55 54화 분노의 척살령 +2 19.08.09 745 20 11쪽
54 53화 진정한 히어로의 사인 +1 19.08.08 736 17 12쪽
53 52화 흔들리지 않는 믿음 19.08.07 745 20 10쪽
52 51화 사랑과 전쟁 19.08.06 749 17 11쪽
51 제50화 모든 슈퍼 히어로의 적 +1 19.08.05 776 18 11쪽
50 제49화 적색 수배령 +5 19.08.02 815 20 10쪽
49 제48화 대추격전 +1 19.08.01 795 19 11쪽
48 제47화 아수라장 속의 대격전 +2 19.07.31 833 18 11쪽
47 제46화 1초 후의 미래 +1 19.07.30 899 18 11쪽
46 제45화 섬뜩한 예감 +1 19.07.29 843 20 11쪽
45 제44화 죽음의 교향곡 +1 19.07.26 868 18 11쪽
44 제43화 비겁한 슈퍼 히어로 +1 19.07.25 933 22 11쪽
43 제42화 비행하기에 좋은 날 19.07.24 938 18 10쪽
42 제41화 신의 능력을 훔친 대가 19.07.23 970 22 11쪽
41 제40화 동상이몽 19.07.22 965 23 12쪽
40 제39화 추적의 실마리 19.07.19 970 22 12쪽
39 제38화 히어로 사냥 19.07.18 1,082 26 12쪽
38 제37화 라이징 스타 오리진 19.07.17 1,218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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