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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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베터
작품등록일 :
2019.05.27 10:34
최근연재일 :
2019.08.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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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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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41화 신의 능력을 훔친 대가

DUMMY

햇살이 따사로운 벌건 대낮에 제대로 술판이 벌어졌다.


말릴 새도 없이, 아니 말린다고 들을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두 여성은 양주병을 테이블 가운데에 두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흐음~ 곱게 자란 온실 속의 금수저인줄로만 알았는데 강단은 좀 있는 것 같네.”


“집안의 도움 일절 없이 회사를 이만큼 키운 저예요.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칠 겁니다.”


이 여자들, 독한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박살내며 입씨름을 계속해댄다.


유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양측을 번갈아가며 관망모드를 취하는 게 전부였다.


왜 기 싸움이 술 싸움으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양측은 절대 질 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술을 부어댔다.


마침내 술잔을 든 이지혜가 상체를 기우뚱거리며 흔들렸다.


“후후. 이제 한계인가 보네.”


“어림없는 소리 말아요. 난 온종일이라도 마실 수 있······.”


쿵-! 그녀는 테이블에 이마를 박은 채 반기절 상태로 잠이 들었다.


“지혜 씨, 지혜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일어나요!”


“놔둬. 아마 내일까지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 거야.”


유진은 태연스럽게 말하며 술을 마시는 소피아를 향해 도끼눈을 떴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면 어떡합니까?”


“내가 억지로 먹인 것도 아닌데 뭘.”


소피아는 이지혜의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이리저리 살폈다.


“남의 휴대폰은 왜 뒤지는 겁니까?”


“그럼 계속 이대로 놔둘래?”


소피아는 그녀의 휴대폰에서 비서실장의 개인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


주말에 느긋하게 쉬고 있던 그 직원은 얼마나 놀랐을까.


“곧 데리러 온다고 했으니 우린 가자.”


“됐어요. 혼자 가세요. 이지혜 씨를 무사히 넘긴 후에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여기가 길바닥도 아니고 무슨 걱정이야. 여기 지배인이 잘 보살필 테니 잔말 말고 따라와.”


소피아는 놀래서 달려온 지배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테이블에 코를 박고 있는 그녀가 어떤 신분이지 얘기하자 지배인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비서분이 오실 때까지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이제 됐지? 운전은 네가 해.”


소피아는 자동차 키를 유진에게 획 던졌다.


“대리운전 부르세요. 제가 무슨 전담 운전사라도 됩니까?”


“지금 시간에 영업하는 대리가 어디 있어? 마침 할 얘기도 있으니까 운전해.”


막무가내도 이런 막무가내가 없었다.


이 여자는 왜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난리인지 모르겠다.




유진과 소피아가 도착한 곳은 집이 아닌 격투기 체육관이었다.


“여기는 왜 온 거예요?”


“오늘따라 참 말이 많네. 따라오기나 해.”


안으로 들어가자 뜨거운 열기와 함께 진한 땀 냄새가 확 풍겨왔다.


선수들은 소피아를 보자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훈련을 계속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이 체육관의 단골인 듯싶었다.


선수들을 지도하던 박수혁은 소피아를 발견하자 미트를 벗어 가랑이에 끼었다.


“박 관장님.”


“소피아, 요즘 너무 뜸한 거 아냐?”


“워낙 공사다망해서 말이죠. 남는 링 있죠?”


“물론이지.”


체육관 안쪽으로 들어가 문을 열어젖히자 또 다른 링이 그들을 반겼다.


“여기라면 조용히 일을 볼 수 있을 거야.”


“언제나 고마워요.”


“별 말씀을.”


관장이 문을 닫고 사라지자 소피아는 유진에게 격투 글러브를 던졌다.


“대충 맞을 거야. 껴봐.”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술 마시다 말고 저랑 대련이라도 하시려고요?”


“라이징 스타 오리진 솜씨 좀 보자고. 아참, 알겠지만 기술은 쓰지 않는 걸로. 남의 소중한 체육관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어느새 그녀는 격투 글로브를 끼고 링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제게 왜 이러세요? 불만이 있으면 이러지 말고 차라리 얘기를 하시라고요.”


“뭐야? 내게 질까 겁먹은 거야?”


“하하핫. 선배님,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예전의 제가 아닙니다. 아이언 피스트에게 당할 뻔한 걸 제가 구해준 거 잊으셨어요?”


“알아. 아니까 이러는 거야. 네 전투 장면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서 그러니까 그만 뜸들이고 덤벼.”


“하아~ 정말이지······.”


유진은 격투 글러브를 끼고는 한숨을 폭폭 내쉬며 링 위로 올라갔다.


아무리 슈퍼 히어로라고는 하나 상대는 술을 잔뜩 먹은 상태였다.


더욱이 히어로 기술을 쓸 수 없다면 남자인 자신이 월등히 유리한 상황이었다.


“나중에 뭐라고 하기 없기에요.”


“히어로 대 히어로의 싸움이야. 딴말 따위는 안 해.”


유진은 자세를 고쳐 잡고는 틈을 노렸다.


따로 싸움 방법을 익히지는 않았다고는 하나 생사를 넘다드는 실전으로 다져진 몸이었다.


일반 성인의 11배를 넘은 육체적 근력과 체력을 지닌 게 지금의 유진이다.


소피아 역시 일반인의 몇 배가 넘는 힘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질 것 같지가 않았다.


“갑니다!”


별 다른 자세를 취하지 않는 소피아에게서 빈틈이 보이자 벼락같이 달려들며 주먹을 내뻗었다.


방비를 취한 것 같지도 않았는데 유진의 주먹은 허공을 맴돌았다.


소피아는 링을 돌며 상체를 흔들어 공격을 무위로 만들었다.


부웅-! 부웅-!


매섭게 바람을 가르는 주먹이 쇄도했지만 여전히 불발이었다.


“피하지만 말고 덤벼요!”


“후회할 텐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피아가 거리를 좁히며 달려들었다.


가공할 위력을 머금은 주먹이 턱밑을 파고들며 솟구쳤다.


“흐읍!”


기겁한 유진은 상체를 뒤로 빼면서 왼쪽 주먹을 던져 막았다.


퍼어엉-!


주먹과 주먹이 맞부딪치자 요란스러운 폭발음과 함께 두 사람의 글러브가 터져나갔다.


“제법이네. 이것도 막아보시지.”


소피아는 남은 주먹을 꽂아 넣었다. 이 역시 주먹으로 막자 마찬가지로 글러브가 터지면서 솜뭉치가 공중에 흩날렸다.


“역시 글러브 따윈 필요 없었어.”


그녀의 맨주먹이 날아들자 유진의 예지안이 저절로 발휘되었다.


그 덕에 가까스로 공격을 흘릴 수 있었지만 풍압에 의해 이마가 쭉 찢겨나갔다.


“헉···헉···헉헉···.”


겨우 몇 번 손을 섞었을 뿐인데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뭐야 치사하게 예지안을 쓴 거야.”


“헉헉···, 저절로 기동되는 걸 어쩌라고요.”


“훗. 예상했던 바니까 아무 문제없어. 이것도 피해보라고.”


부웅-!


그녀는 갑자기 허공으로 몸을 띄워 발차기를 날렸다.


기습 공격이라고는 하지만 유진의 예지안이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글러브를 내밀어 발을 떨궈낸 후 무방비 상태가 된 그녀의 복부에 어퍼컷을 날렸다.


어라?


소피아는 서커스 단원처럼 공중에서 한 바퀴를 빙 돌아 공격을 피했다.


“서프라이즈~!”


링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그녀의 주먹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여지없이 예지안을 발동하며 몸을 피했지만 옆구리와 가슴, 어깨에 세 방이나 맞고 말았다.


“크윽.”


“후후. 예지안에 의지하고 있다가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아픔보다는 예지안이 또다시 깨졌다는 사실에 속이 쓰렸다.


‘역시 1초짜리 예지안은 꽝이었어.’


죽음과 맞바꾼 대가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확물이었다.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유진은 쓰린 속을 달래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는 기대해도 좋을 거야.”


그녀의 이번 공격은 아까와는 차원이 달랐다. 수십 개의 주먹이 빛을 머금은 채 포탄처럼 쏟아졌다.


유진은 예지안을 최대로 발휘해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반은 양팔로 나머지는 면상과 가슴으로 말이다. 즉, 한마디로 쥐어 터졌다는 얘기다.


“끄어억!”


유진은 우렁찬 비명을 날리며 링 바닥에 주르륵 미끄러져 굴렀다.


“역시나 예상대로였어.”


소피아는 바닥에 널브러진 유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끄응, 무슨 말입니까?”


“히어로 기술만 쓸 줄 알았지 정작 중요한 근접전에서는 젬병에 가까워.”


유진에게 물병을 던지며 소피아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넌 슈퍼 파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절대 위를 바라볼 수 없어. 여기까지가 맥시멈인 셈이지.”


그녀는 유진이 죽을 때마다 새로운 능력을 각성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의 이러한 특성은 본인 스스로가 입을 열기 전에는 알기 힘든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지적은 유진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모를까 죽음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근접 전투에서 강해지려면 어떡해야 하죠?”


“슈퍼 파워란 일종의 에너지야. 몸의 신경에 에너지를 흘려서 근육의 움직임을 조종하지. 적절하게 사용하면 반사 신경 또한 오르게 되서 근접전에 유리하게 작용해. 지금처럼 막무가내 식으로 쓰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게 핵심이야.”


알 것도 같으면서 애매한 구석도 없지 않았다.


기술을 쓸 때마다 몸 안에 흐르는 에너지는 질리도록 느꼈는데 따로 제어를 해야 한다니.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게 지름길이긴 한데 넌 메이저 에이전시 소속도 아니어서 그것도 힘들어 보이네.”


“선배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내가? 그럴 시간도 없을 뿐더러 그러고 싶지도 않은데.”


이럴 거면 차라리 말을 꺼내지나 말지.


원치도 않는 충고를 하고서는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모양새가 야속하기 그지없었다.


“대신에 이걸로 연습해 봐.”


그녀는 까만 구슬이 담긴 상자를 내밀었다.


“이건 뭔가요?”


“에너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특수 합금이야. 더블 S로 오르기 전에 난 이걸로 매일같이 연습했어.”


소피아는 상자를 머리 위로 올린 채 뒤집었다. 쏟아진 구슬들은 정확히 어깨 위로 몰려들었다.


“한 번만 보여줄 거니까 눈을 크게 뜨고 보는 게 좋을 거야.”


그녀가 에너지를 가슴으로 옮기자 구슬들은 일제히 아래로 이동했다.


하필 시범을 보여도 이런 식이라니.


보기 민망한 부위에 착 달라붙었던 구슬들은 그녀가 팔과 다리를 쭉 펼치자 각각 흩어져 굴러갔다.


“이번에는 주먹이야.”


그녀가 쥔 주먹에 은은한 에너지막이 펼쳐지자 구슬들은 손 쪽으로 전부 이동했다.


새까맣게 구슬로 뒤덮인 주먹을 들어 보인 후 상자에 다시 집어넣었다.


“이제 네 거야. 이만큼 알려줬으면 내가 할 만큼 한 것 같네. 지금부터는 너 하기 나름이야.”


소피아는 상자를 안겨준 다음 링 밖으로 뛰어내렸다.


“왜 저에게 이렇게 잘해주시는 겁니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안 하던 짓을 한다고 하던데. 아직 창창한 나이인 내가 그럴 일은 없을 테고.”


“장난하지 마시고 진지하게 답해주세요.”


유진의 물음에 소피아의 눈빛이 아련하게 흔들렸다.


“어쩌면 네가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넌 내가 본 히어로들과는 달랐으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신의 능력을 훔친 대가를 치를지도 몰라. 더 큰 재앙이 엄습하기 전에 멈췄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야.”


소피아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는 문을 열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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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화 나만의 슈퍼 히어로 -완결 +5 19.08.24 730 25 15쪽
65 64화 완벽한 멸살법 +3 19.08.23 658 22 11쪽
64 63화 천하무쌍 +1 19.08.22 693 22 11쪽
63 62화 그의 가공할 무위 +2 19.08.21 691 21 11쪽
62 61화 외면했던 진실 +3 19.08.20 699 18 12쪽
61 60화 누가 진짜 괴물인가 19.08.19 710 22 11쪽
60 59화 세 장의 히든카드 +1 19.08.16 723 18 9쪽
59 58화 전략적 제휴 19.08.15 735 17 11쪽
58 57화 그는 죽지 않는다 +3 19.08.14 755 20 10쪽
57 56화 죽어도 레벨업 +4 19.08.13 755 22 10쪽
56 55화 에이스 원과의 사투 +4 19.08.12 750 19 11쪽
55 54화 분노의 척살령 +2 19.08.09 745 20 11쪽
54 53화 진정한 히어로의 사인 +1 19.08.08 736 17 12쪽
53 52화 흔들리지 않는 믿음 19.08.07 745 20 10쪽
52 51화 사랑과 전쟁 19.08.06 749 17 11쪽
51 제50화 모든 슈퍼 히어로의 적 +1 19.08.05 776 18 11쪽
50 제49화 적색 수배령 +5 19.08.02 815 20 10쪽
49 제48화 대추격전 +1 19.08.01 795 19 11쪽
48 제47화 아수라장 속의 대격전 +2 19.07.31 833 18 11쪽
47 제46화 1초 후의 미래 +1 19.07.30 899 18 11쪽
46 제45화 섬뜩한 예감 +1 19.07.29 843 20 11쪽
45 제44화 죽음의 교향곡 +1 19.07.26 868 18 11쪽
44 제43화 비겁한 슈퍼 히어로 +1 19.07.25 933 22 11쪽
43 제42화 비행하기에 좋은 날 19.07.24 938 18 10쪽
» 제41화 신의 능력을 훔친 대가 19.07.23 971 22 11쪽
41 제40화 동상이몽 19.07.22 965 23 12쪽
40 제39화 추적의 실마리 19.07.19 970 22 12쪽
39 제38화 히어로 사냥 19.07.18 1,082 26 12쪽
38 제37화 라이징 스타 오리진 19.07.17 1,218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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