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4 반격의 봉화
“모두 신경 쓰지 마!! 저 안 일은 원륭과 당화가 알아서 할 거다!! 우린 그때까지 여기서 버티는 거다!!”
“와아아!!!”
진흑창의 말에 모두가 환호하는데, 악무양 하나만이 웃지 않았다. 악무양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가, 진흑창에게 입을 열었다.
“저기, 진 대협. 다 좋은데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소.”
“뭐지??”
“버티는 게 아니라 쓰러트리는 게 낫지 않겠소?? 그편이 안에서 사투를 벌이고 나올 원륭과 당 총수를 위해서도 나을 것 같은데.”
“······.”
“······.”
그러자 모두들 폭소가 터졌다. 헐크G는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한 것이다.
“푸흡!! 하하하하하하!! 과연 그렇군!! 그 수가 있었지!! 애초부터 왜 버티려고 한 거지?? 그냥 싸그리 다 쳐 죽여 버리면 될 거 아냐?? 다들 그렇지 않나??”
“오오!!!”
모두가 포효하자 천만홍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그런 말은 실력이 된 다음에 하는 게 먼저라는 걸 잊지 말라고, 악무양. 솔직히 말해서 이 중에서 가장 불안한 것이 너다. 이번 싸움에서 죽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시체에라도 복수를 해주지.”
“좋소. 바라는 바요.”
“좋다, 가자!!”
“오오오!!!”
이들은 일제히 뛰쳐나갔다. 좌우로 진흑창과 천만홍이 앞서 나가고, 그 중앙을 헐크G가 미친 듯이 돌진한다. 그리고 태사향과 일지흔, 악무양과 궁요가 중앙과 후방을 경계하며 달려간 것이다.
이른바 칠합진이라는 것으로, 원륭의 일행들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각자가 어떻게 모여도 진을 이룰 수 있도록 철저하게 훈련했다.
가령 진의 종류도 수도 없이 많고 진에 따라 맞는 조합이 있고 안 맞는 조합이 있다.
진의 종류에 따라 좀 더 적합한 무림인이 있으며, 또한 무림인들의 조합의 따라 그 진의 위력이나 파괴력이 달라진다. 하지만 원륭 일행은 그 모든 조합을 철저하게 연구했다.
이들 아홉 명 중 일곱 명을 뽑아 칠합진을 구성한다면, 그 경우의 수만 무려 181,440가지가 나온다. 단기간에 시험할 수 있는 조합 수가 아니지만, 원륭 일행은 해냈다.
20년은 길다. 매일 매일 수련을 하면서 또한 단체로서 이룰 수 있는 합격진을 하루에도 수도 없이 연구하고 또한 개선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일반적으로 화경의 무림인은 일류 무림인 열 명을 상대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순한 이론상의 숫자들일 뿐이다. 진을 치면 그 위력은 달라진다.
마음이 잘 맞는 두 명의 무림인이 모이면 1더하기 1이 아니라 3의 위력이 나오고, 네 명의 무림인이 모이면 5나 6의 위력을 만들 수도 있다.
지금 이들은 일곱 명이 있으므로 진의 위력에 의해 평상시보다 더욱 높은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결과 그들은 마치 폭풍처럼 돌격하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쓸어버렸던 것이다.
“회선무류창!!!”
콰앙!!
“으아악!!!”
진흑창의 회선무류창에 맞고 누군가 복부가 관통되어서 날아가는 동안, 헐크G가 돌진한다.
그의 돌진에 수 명의 공안 무림맹 요원들이 날아가는 동안, 천만홍이 손으로 수인(手印)을 그렸다.
“십자검기.(十字劍氣)”
써걱.
달려들던 요원들이 네 조각으로 잘려 쓰러졌다. 몸의 정중선을 기준으로 몸이 상하좌우 4등분으로 나눠진다.
방금 천만홍이 한 것은 심검의 초기단계 중 하나로, 강기를 넘어선 것이었다.
위력은 강기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약하지만,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수인을 맺는 것만으로 상대를 도륙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검지를 허공에 휘두른 것뿐인데 그 궤적을 따라 허공에 십자 형태의 검기가 날아가 적들을 도륙했다.
‘채홍검이 있다면 좀 더 간편했겠지만······. 어쩔 수가 없군!!’
씁, 하고 천만홍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계속해서 수인을 맺고 휘둘렀다.
그의 독문무공인 채홍검법(彩虹劍法)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검인 애병 채홍검이 필요하다. 사실 채홍검이 아니라도 어떤 검이든 지금 빈손보다는 나을 것이다.
검을 익힌 자는 검을 사용할 때 가장 큰 위력을 낼 수가 있고, 천만홍은 심검의 경지에 약간 들어서 있으나 대성하기까지는 아직까지 먼 상태였다.
맨손으로도 지금처럼 적들을 도륙할 순 있으나 아무래도 검이 있으면 좋은 것이다.
그때 천만홍의 눈에 공안 요원들이 들고 휘두르는 삼단봉이 들어왔다.
그는 재빨리 신법을 전개해 막 자신에게 삼단봉을 휘두르려는 공안의 팔을 꺾어 뺏은 뒤, 그 삼단봉으로 적들의 신체를 내리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써걱!!
“으악, 팔이!! 내 팔이!!”
툭!!
공안 요원의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놀랍게도 천만홍은 뭉툭한 삼단봉을 이용해 적들의 팔을 썰어버렸다. 무얼.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무공의 고수가 되면 같은 내공이라도 날카로운 기운이라든지 무거운 기운이라든지 부드러운 기운 등, 얼마든지 다양한 기운으로 소화할 수가 있다.
그래서 천만홍은 예기(銳氣)를 일으켜 적들의 몸을 사정없이 썰어버렸던 것이다.
“내 파알!!!”
쿵!!
주저앉아 팔을 감싸 쥐고 헐떡거리는 공안 요원들이었으나, 천만홍의 검은 자비가 없었다.
그는 삼단봉을 쥐고 말했다.
“걱정하지마라. 곧 걱정할 수도 없어질 테니.”
써걱!!
공안 요원들의 머리가 바닥에 굴렀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천만홍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는 공안 요원들이 더 이상 걱정할 수 없도록 걱정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써걱, 써걱, 써걱!!
삼단봉을 잡은 천만홍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적들의 몸을 도륙하고 다녔다. 이게 바로 도구를 쥔 검도의 고수의 위력이다. 도구를 쥐지 않아도 강하지만, 도구를 쥐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옛 이야기에 가느다란 나뭇가지 하나만을 들고 검을 든 상대를 쓰러트리는 검도의 고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사실 진정한 심검의 경지에 들어서고 무공의 경지 또한 높아지려면 결국엔 검을 ‘버려야 한다.’ 물론 그것은 절대 쉬운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버려야 한다.
진정한 경지는 버림으로써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어떻게 보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에 아직까지 천만홍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실만 깨달으면 더욱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천만홍이 삼단봉을 들고 적들을 도륙하는 모습을 본 악무양과 일지흔, 태사향은 깨달았다.
‘우리도 저렇게 해야겠군!!’
그들은 즉시 적들에게서 삼단봉을 노획해 무기로 사용했다.
써걱! 써걱! 써걱!!
“아악!!!”
곧이어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동일한 실력의 인간들이라면 무기를 든 사람 쪽이 무기를 들지 않은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더욱 유리하다.
심지어 원륭 일행들은 이들 공안 무림맹 요원들보다 기본적으로 열 배 이상 강하다.
그런데 무기까지 드니 실력 차가 더욱 벌어졌던 것이다. 사실 일지흔은 검을 쓰고 태사향은 창, 악무양은 도끼를 썼지만 그런 것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애초에 봉술이란 인간이 익힌 가장 ‘최초의 무공’중 하나니까.
가장 최초의 무공은 당연 권법이다. 권법, 지법, 조법, 장법. 이런 것들이 바로 최초의 무공이며,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두 번째 무공들이 나타났다.
바로 봉술과 투석술. 원시적인 인간들은 적들을 처치하기 위해 떨어져 있는 돌을 던지고 나무막대기를 주워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돌이란 어디에나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주워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만의 병기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고 그것이 나무막대기에서 시작해 봉, 창, 검 등으로 진화했던 것이다.
권법이 모든 무술의 기본이라면, 봉술은 모든 병장기술의 기본이다.
검을 들고 찌르고 휘두르는 것 역시 봉술이나 창술의 연장선상이며, 과거에는 금속을 제련하는 기술이 부족했기에 처음에는 그저 나무막대기를 들어 봉술을 시전 했고 그 후에 봉 끝에 작게 금속 날을 달아 창으로 사용했다.
그러던 것이 금속의 생산량 증가, 금속제련 기술의 발달로 날뿐만이 아니라 전체가 금속으로 돼있는 창의 등장, 그리고 검이 등장했던 것이다.
그 말은 즉 검이나 창, 도끼를 사용한다고 해서 봉술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공안 무림맹을 상대하기 위하여 이들 원륭의 동료들은 공안 무림맹의 제식 장비들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자신들도 그 사용법을 익혔다.
당연히 삼단봉도 그 목록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러자 적들은 이제 자신들의 무기로 자신들이 당하는 아이러니함에 빠져버린 것이다.
“큭!”
“크아악!!!”
쾅!!
사방에서 삼단봉에 얻어맞고 신체가 터져나가는 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화경의 무림인들에게 삼단봉으로 얻어맞으면 뼈가 부러지고 멍이 드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신체가 찢겨나간다.
적들인 공안 무림맹 요원들도 마환단을 통해 내공을 얻고 있고 각종 무공들로 인해 단련된 상태였지만, ‘진짜 무림인’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헐크G도 분노하며 외치고 나아간 것이다.
“이쪽은 수십 년간 내공을 쌓으며 무공을 수련한 ‘진짜 무림인들’이다!! 네놈들 같은 사파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으아악!!!”
쾅!!
헐크G의 철권에 공안 무림맹 한 명의 턱이 그대로 뜯겨져 나갔다. 실로 무시무시한 권격이었다.
마치 사자나 호랑이의 공격을 보는 듯 했는데, 맹수에게 한 대 맞으면 저렇게 실제 신체 부위가 뜯겨 나가는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미친놈!!”
“저 놈을 막아!! 저 놈은 맹수다!! 지능이 높은 인간형 맹수라고 생각해!!”
타, 탕! 타타탕!!!
공안 무림맹 요원들이 총을 쏘았다. 그러나 헐크G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왔다.
탕, 탕, 탕!!!
“괴, 괴물······.”
자신의 앞에 선 헐크G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공안 무림맹 요원은 중얼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총을 맞고서도 죽지 않는 무림인이라니. 아무리 무림인이라고 해도 총의 위력에 면역인 것은 아니다.
실제 그것을 잘 알고 있고 자신들도 맞으면 당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 자는 어째서인지 총알에 정통으로 맞고서도 전혀 꿈쩍 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피하거나 막지도 않았다. 자신 앞에 서서 두려운 듯 덜덜 떨고 있는 공안 무림맹 요원에게 헐크G는 말했다.
“이해할 수 없겠지······. 마약성 환단으로 쉽게 내공이나 얻는 놈들은······.”
주륵!! 공안 무림맹 요원의 바지에서 소변이 흘러내렸다. 공안 무림맹 요원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있었다.
그도 시위 현장이나 소수민족탄압, 심지어 학살이나 살인도 몇 번이나 경험해 보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인 것이다.
처음으로 사냥하는 쪽이 아니라 사냥당하는 쪽에 서게 되자 공안 무림맹 요원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벌벌 떨었다. 그리고 헐크G는 그 요원의 머리를 움켜잡으며 포악하게 외쳤다.
“네놈을 심판하리라!!!!!!”
와직!!!
섬뜩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간의 두개골이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다.
가장 큰 급소인 뇌를 지키기 위해 두개골은 가장 단단하게 진화해왔고, 다른 인체 부위의 강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것을 헐크G는 한손으로 움켜잡고 그냥 터트려버렸던 것이다.
우직!! 뿌지직!!
갈라진 두개골 사이로 선혈과 뇌수, 뇌 조각들이 젤리처럼 삐져나왔다.
그러나 헐크G는 분수처럼 솟구치는 선혈 속에서 아무 동요 없이 그저 덤덤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흉악하게 외쳐버린 것이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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