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귀환
2015년 1월, 사천성에서 다시 한 번 지진이 발생을 했다. 이 지역은 지진이 잦은 곳이라 해마다 높은 확률로 강진이 발생하고 있었다.
같은 달 중국의 작년 한해 경제성장률은 7.4%로 발표되었는데, 이것은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성장률의 마지노선인 7.5%를 밑도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의 거품은 꺼질 것이라 판단되었고, 실제로 3월이 되자 그 전조(前兆)가 시작되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등기제도를 도입했는데, 그 전에는 부동산들이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대량 거래되고 있었고 정치인들 및 기업인들 등 유력자들이 부정 축재한 재산을 가명으로 숨겨두고 있으니 부동산 등기제도를 도입한다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예상되었다.
마치 일본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들도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됐는데, 결국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이 영향은 홍콩과 일본 증시에도 영향을 주었다.
전반적인 아시아 증시가 타격을 입었으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중국 정부는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한 6월로부터 두 달 후,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추진을 하고 증시와 경기를 동시에 부양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국의 무역수지를 떨어트린다고 하여 미국은 이때부터 더더욱 중국을 경계하게 되었고, 이는 이후에 벌어질 미중 무역전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미국은 중국 및 몇몇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을 하고 엄청난 불이익을 주거나 더더욱 철저한 감시의 눈으로 그런 국가들을 지켜보게 되었다.
한편 중국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이른바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정작 본인들은 이미 흑룡강성에 한국에 배치될 사드 이상의 성능을 가진 레이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국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자 2016년 이후 한한령을 내려 한국의 상품과 콘텐츠 등의 중국 진출에 불이익을 주었다.
그 결과 한국은 최대 15조에 가까운 엄청난 손해를 보아야만 했으나, 이후 주 시장을 중국이 아닌 동남아 등 전 세계로 확대를 하여 다시금 되살아났다.
어떻게 보면 한국이 중국 시장이 아닌 더 넓은 세계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어버렸으니, 중국의 검은 속내는 한국에 있어 더더욱 유리한 쪽으로 작용하는 도움이 되어버렸다.
그 해 10월 중국은 공식적으로 1가구 1자녀 정책을 폐지를 했고, 12월 위안화는 달러와 유로화의 다음으로 세계 3대 통화가 되었다.
그렇게 2015년은 지나가는 듯 했지만 사건이 있었다. 바로 2015년 10월 14일 시작된 홍콩 실종 사건이었다. 퉁뤄완(銅鑼灣)이라 불리는 서점에서 며칠 단위로 사람들이 사라져갔다.
2015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 상인관이 말했다.
“최근 홍콩에서 사람들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하더군!!! 10월 14일 퉁뤄완이라는 서점에서 최초로 그곳 주주인 뤼보라는 사람이 사라졌는데, 그 후 며칠 간격을 두고 그곳의 직원, 다른 주주, 점장마저 실종되었다 하네. 그리고 바로 어제인 12월 30일, 마지막 주주인 리보가 사라졌다고 하더군.”
“······.”
원륭은 잠시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물었다.
“개방도들을 통해 들어온 정보입니까???”
“그렇네. 개방도들은 아직도 중국 전역에 퍼져 있으니까.”
“······.”
중국 정부의 영향으로 인해 예전처럼 대놓고 개방도들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개방방주인 상인관은 아직도 방도들로부터 수많은 정보를 보고받고 있었다.
의화단 운동과 천안문 사태 직후 등 그가 급히 몸을 숨겨야 했을 때나 큰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을 당시에는 잠시 연락망이 멈추는 경우도 있었지마는, 비상연락망 등을 통해 그는 다시 정보망들을 복구해냈다.
그렇게 알아낸 정보들. 원륭은 즉시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살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끄덕여댔다.
“으음, 과연 실종된 것은 확실해 보이는군요. 딥 웹 등에도 그런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딥 웹.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이고 그 이름에 대해 찜찜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냥 검색이 되지 않는 사이트들이다.
일반적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했을 때 그 정보가 검색돼 나오는 사이트들과 달리, 단순히 검색이 되지 않는 사이트들인데 물론 그들 중에는 뭔가 불순한 사이트들도 많다.
마약, 총기 등을 거래하거나 살인청부 등을 받거나 아동포르노물이 올라온다든가 하는 곳인데, 실제로 2020년에 화제가 된 웰컴 투 비디오와 같은 사이트가 바로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던 불법 사이트였던 이곳은 지금은 세계 각국의 수사기관의 공조로 폐쇄가 되었지만, 운영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특히 논란이 되었다. 나라망신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운영자가 미국으로 송환되니 송환되지 않느니 하는 논란도 있었고, 결국은 송환되지 않았지마는 문제는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을 다크웹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딥 웹 가운데 숨어 있는 더욱 어두운 사이트들. 바로 그래서 다크 웹이라 하는 것인데, 결국 딥 웹 중 일부를 다크 웹이라 한다. 그리고 원륭은 그런 딥 웹들 중 다크 웹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주르르르르륵.
그가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자 각종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크 웹이라 해서 범죄와 관련된 정보만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보가 검열된 나라들에서 국가에 대항하기 위해 다크 웹들을 쓰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자유를 얻기 위해 사용을 하는 어둠의 소식터. 말이 좀 이상하지마는 아무튼 그렇다.
북한이나 중국 등 몇몇 나라는 정부가 정보를 검열을 하고 정부의 사상에 반하는 정보를 공개하거나 유포한다면 목숨을 잃는 일마저 빈번하기에, 사람들 중에는 정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위험한 정보를 그런 다크 웹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러한 사이트들은 고도로 암호화되어 어지간한 국가기관이나 해커들도 쉽게 추적하지 못한다. 지금 원륭이 들어간 곳도 특정 브라우저로만 들어갈 수 있는 특수한 사이트였다.
평소에 그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쪽방촌 무림인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는데, 이걸 통해 쪽방촌 무림인들은 정보를 분석을 하고 다음 작전을 하는데 참고를 했다.
원륭이 말했다.
“으음, 피해자는 실종 순서대로 각각 뤼보, 구이민하이, 장즈핑, 린룽지, 리보이군요. 각각 그 나이는 현재 65세에서 32살 정도······. 주주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실종된 리보가 가장 나이가 많고, 다른 이들은 모두 55년생과 64년생, 70년생······. 그리고 세 번째로 실종된 장즈핑은 가장 어리며 서점 직원이로군요. 다른 이들은 모두 주주나 점장. 린룽지가 점장이라고 합니다.”
“어디 보자······. 이 서점은 1994년 린룽지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는데 2014년 이후 구이민하이와 리보, 뤼보 이 세 명이 주주가 되었다고 하는군. 그리고 장즈핑은 그냥 점원이라······.”
진룡의 말에 원륭은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런 듯합니다. 여기 사이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가 잘 올라와 있군요. 아무래도 누군가 우리와 같은 자들이 나서주기를 원하는 자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듯하군······. 정보에 능통한 것과 실제 작전에 나서는 것은 다른 법이지. 누구든 아주 고맙군. 이렇게 상세하게 정보를 올려주다니 말이야.”
“······.”
진룡의 말에 원륭은 고개를 끄덕여댔다. 상인관도 말했다.
“그래, 내게 들어온 정보와 거의 똑같군. 어떤 정보는 더욱 자세하기도 하네. 대체 누가 이런 정보를 올려줬을까??”
“글쎄요,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람들이 있는 법이니 말입니다. 혹시 또 압니까??? 공안들 중에 누군가 이런 정보를 올려줬을지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
“설마, 그럴 리가.”
상인관의 말이었으나 원륭은 고개를 저어댔다.
“아뇨, 혹시 모르죠. 기억들 하십니까??? 천안문 사태 때도 정작 북경 지역의 공안들은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에 우호적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등소평 이 개자식은 타 지역의 인민해방군들을 데려와 시민들을 학살을 했죠. 등소평 이 개새끼······.”
뿌득!!!
원륭이 이를 갈았다. 진룡이 이에 말했다.
“그래. 북경 지역 공안이나 인민해방군이면 같은 북경 사람들을 진압하는데 있어 주저하거나 반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놈은 그런 짓을 택했지. 아주 쳐 죽일 놈일세. 솔직히 말해 지금이라도 무덤을 파고 시체를 꺼내 난도질을 하고 싶은 심정일세.”
진룡의 말은 사실이었다. 사실 진룡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러고 싶은 심정이다.
면상에 오줌을 누고, 목덜미에 쇠사슬을 달아 개처럼 끌고 다니다 폭탄으로 폭파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 정도로 등소평에 대해선 용납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문화대혁명에 의해 피해를 본 본인이 그런 짓을 하다니······. 원륭이 말했다.
“정작 웃긴 건, 뒷방 늙은이가 된 모택동이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해서 일으킨 폭동인 문화대혁명엔 자기가 당해놓고도, 진짜 시민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일으킨 민주화 운동인 천안문 사태는 폭력으로 진압했다는 말이죠.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탱크로 시민들을 깔아뭉개고 총을 쏴대서 말입니다. 그때 그 탱크맨이라 불리는 남자는 멀쩡한지 궁금하군요.”
탱크맨. 그 자는 천안문 사태를 한 장면으로 요약하는 어떤 하나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1989년 그날, 시민들을 깔아뭉개기 위해 진군하는 탱크 무리를 어떤 남자가 가로막았다.
남자는 장이라도 보고 집에 오는 길이었던 듯 아주 가벼운 차림으로 뭔가를 들고 있었다.
그는 그런 단촐한 몸으로 탱크를 막았다. 탱크가 이동하려 할 때마다 그는 그 앞을 막았고, 결국 탱크 조종사는 그를 깔아뭉개지 못했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했겠지.
그 이후 남자는 탱크맨이라 불리며 국가권력의 억압에 맞선 자유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이후 알려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가 벌써 잡혀서 아직도 감옥에서 고문당하고 있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가 죽었다 했다.
누군가는 그가 죽으면 영웅이 되고 반정부 정서가 확산이 되기 때문에 아직 죽지 않았다 했고, 멀쩡하게 살아서 홍콩이나 대만, 기타 나라로 이주했을 거라는 사람도 있다.
진실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죽든 살든 탱크맨이라는 남자는 모두의 기억에 남아 영원토록 가슴에 살아갈 것이다. 원륭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원륭은 입을 열었다.
“뭐 아무튼, 딥 웹을 통해 피해자들의 신원을 알아낸 것은 좋은데 문제는 정작 그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추적을 한다고 해도 현장에 가야만 합니다. 그건 아시죠??”
“물론일세. 현장에 가지 않고선 대답이 되지를 않지.”
사휘령이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말했다. 소형승도 한 마디 거들었다.
“하지만 최초 실종일로부터 이미 시일이 조금 지나 과연 제대로 추적할 수 있을지 의문이로군······. 솔직히 으슥한 밤 어느 뒷골목에서 납치를 했다면 알 만한 사람이 거의 없네. 우리 같은 무림인들이 아니면······.”
“적당한 자들이 하나 있기는 하죠. 손을 벌리긴 싫지만······.”
“전에 자네가 신세를 졌다는 그 홍콩의 무림인들 말인가???”
“그렇습니다. 뭐 신세를 진 것은 피차일반이지만······. 아무튼 그들이 모르면 현재 홍콩 내에서 그러한 정보들을 알만한 자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홍콩 내에서는 그들의 조직이 가장 강하고, 그들 네 명의 총수는 홍콩 경제 및 정보를 거의 다 지배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조직을 벗어난 저에게 그들이 협조를 할지 흠······.”
얼굴을 찌푸린 원륭에게 하홍휘가 말했다.
“하지만 동생, 가봐야 하기는 하지 않아?? 동생도 그들의 신세를 오래 진 것 같던데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는 없잖아. 언젠가 파천황에서 맞서 싸우면 그들의 전력이 필요하기는 하고.”
“그렇죠. 그들의 전력 역시 무시 못 할 수준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상태로라면 종합적인 전력은 저희들보다 그들이 더 우위겠지요.”
“······.”
원륭의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현재 소형승과 원륭, 불사왕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소림 육승이 넣어준 역근경의 공력과 기존 자신이 익히고 있던 내력이 충돌을 하여 내공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만약 쪽방촌 무림인들의 내공이 형편없었다면 소림 육승은 내공을 전하며 기존에 있던 내공을 전부 다 지워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쪽방촌 무림인들도 명색이 화경의 무림인이라 그 내공들이 만만치 않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내공에 맞서 기존 내공들을 똘똘 뭉쳐 맞섰고, 그로 인해 교착 상태가 일어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너무 내공이 강해서 일어난 문제.
더군다나 진룡은 마공의 기운이 소림 내공과 너무 극상성이라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런 상태론 분명 고통마저 느낄 터인데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마교인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싸우는 것이 진룡다웠다. 과연 명교 교주······.
명교가 괜히 소림 및 구파일방들이 중심이 되어 모인 무림맹에도 밀리지 않고 몇 번이나 중원 무림의 패권을 놓고 싸운 것이 아니다.
뭐 지금은 자폭테러나 일삼는 마교가 되어버렸지마는 아무튼, 원륭은 잠시 고민을 했다.
결국 지금의 자신들의 상태로는 제 아무리 다크 웹을 이용한다고 해도 모든 정보를 세세하게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현장으로 간다고 해도 홍콩의 모든 정보를 빠삭하게 알고들 있는 것은 바로 4대 그룹의 총수들이었다. 옛 동료들. 원륭은 말했다.
“좋습니다. 홍콩으로 가지요. 제가 그들과 교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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