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암운
2019년이 되어서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꺼질 줄 몰랐고,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바로 홍콩 민주화 운동. 원륭은 말했다.
“다들 들으셨겠지만, 지금 홍콩에서 대규모 민주화 운동이 터졌습니다. 중국의 범죄인 인도법 추진 등 홍콩의 인권을 탄압할 수가 있는 각종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홍콩인들이 대거 일어섰다고 하는군요. 주최 측 추산으로는 103만, 경찰 추산으로도 25만이나 되는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으음······. 보통 시위대는 자신들의 수를 부풀리려고 하고, 경찰 측은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럴 땐 대략 정확하지는 않아도 합쳐서 반 정도로 계산을 하면 맞는다는 소리가 있지. 그렇게 생각을 하면 아무리 못해도 대략 64만은 될 걸세.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숫자지.”
“예. 홍콩 총인구가 대략 730만 명쯤 되니까요.”
원륭이 진룡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더군다나 홍콩은 전체 근로자 중에 무려 30%이상이 의료인과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특이한 구조이기 때문에 그런 직업종사자들, 마찬가지로 시위에 나오기 힘든 고령자들이나 병자, 영유아 등을 고려한다면 60만 명이라고 해도 상당한 수치이겠죠.”
“그렇네.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하던가???”
“아뇨. 다만 홍콩 무림인들의 얘기에 의하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수천 명의 경찰들이 동원돼 스프레이형 가스와 곤봉을 사용하는 바람에 부상자는 좀 나왔다고 합니다.”
“흐음······. 어리석은 선택이로군······.”
“예. 홍콩의 독립은 시대의 혁명인데 말입니다.”
“······.”
원륭의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댔다.
“앞으로 어찌하겠나??”
“홍콩으로 가시죠. 분명 파천황 그놈이 잠자코 가만있지는 않을 겁니다. 뭔가 꿍꿍이를 쓰겠죠.”
“좋아. 다들 홍콩으로 가지. 모두 알겠나???”
“옛!!!”
소형승을 비롯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댔다. 바야흐로 홍콩으로 무대가 옮겨진 것이다.
“범죄인 인도법을 완전히 철회를 하라!!!”
“행정장관 캐리 람은 사퇴를 하라!!”
“중국 공산당의 개입이 없이 행정장관의 직선제를 허용하라!!!”
“홍콩 입법회의 보통선거, 평등선거를 보장하라!!!”
“중국 공산당은 홍콩에 간섭을 하지마라!!!”
홍콩 시민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요구를 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실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어느 드넓은 회의실. 불편한 얼굴을 짓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시진핑과 리커창 등 현재 중국 정부를 움직이는 주석과 총리, 기타 수많은 자들.
시진핑이 말했다.
“홍콩에서 지금 불온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구려. 미연에 차단을 해야 할 것만 같은데······.”
리커창이 답했다.
“그리해야겠지요. 하지만 최대한 희생이 없는 쪽으로 해서······.”
“희생은 감수할 수밖에 없소. 사실 그런 건 우리 쪽이 아니라 홍콩인들에게 달렸지. 그들이 얼마나 죽을 지는 말이야.”
“······.”
리커창은 물끄러미 시진핑의 눈을 바라보았다. 시진핑도 리커창의 눈을 쳐다보았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오갔다. 이에 주변에 있던 자들은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국 대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가장 권력이 강한 두 인물.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이후로 총리가 주석의 권력을 뛰어넘은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견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서로 파벌이 달라서 치열하게 대결하고 있었다.
일단은 주석인 자라 시진핑을 리커창이 그렇게 대놓고 적대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약점이 보이면 리커창과 그의 파벌인 공청단은 시진핑을 죽도록 물어뜯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진핑이 바로 사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다음 주석 자리는 또다시 시진핑의 태자당에서 나오긴 쉽지 않겠지.
애초에 전 주석인 후진타오는 공청단이었고, 그 전 주석인 장쩌민은 상해방이었다.
사실 시진핑이 주석이 된 것도 또다시 공청단에서 두 번 연달아 주석이 나오는 것을 태자당뿐만이 아니라 상해방조차도 반대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두 번 연속 같은 파벌에서 주석이 나온다면 그 파벌은 그 기간 동안 어마어마한 부와 권력을 축재할 것이다. 어쩌면 세 번 연달아 주석을 배출할지도 모르지.
두 번이 어렵지 세 번은 쉽다. 그렇기에 세 파벌은 때론 힘을 합치면서도 이렇게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었다. 시진핑이 입을 열었다.
“파 대협을 불러야겠소. 파 대협!!!”
“파 대협을?!?”
주변인들이 술렁거렸다. 특이하게도 그들은 파천황을 본래의 직함인 공안부 부부장이 아니라 파 대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특수한 지위를 알 수 있게 했다.
이 자리에 모인 자들은 모두 중국 공산당 최고 수준의 권력과 지위를 가진 자들.
모두 파천황이라는 비밀병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천황이 온다고 하자 모두가 술렁거렸다. 곧이어 파천황이 나타났다.
“다들 안녕하시오. 참으로 좋은 날이로군.”
“좋은 날이라니???”
리커창이 의아해 물었다.
“홍콩에서 대규모 반중시위가 일어나 부상자가 생길 정도인데 뭐가 좋다는 말이오???”
그 말에 파천황이 웃었다.
“후후후. 우리 총리 각하는 아직 순진하시군. 반동분자들이 흑심을 드러냈다는 얘기는 그들을 때려잡기 위한 충분한 명분이 생겼단 얘기요. 명분이 없다면 제 아무리 힘이 있어도 마음대로 행사를 할 수가 없지. 중국은 아무리 그래도 현실적으로 전 세계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오. 또한 역도의 무리들이 스스로 몰려나와 대규모의 인파를 형성했으니, 이는 일일이 찾아다닐 수고가 줄었음이라 이 얼마나 좋지 않소??? 리 총리도 이젠 알겠소???”
“!!!!!!”
오싹!!!
리커창을 비롯해 대부분의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소름이 돋았다. 오직 태연한 것은 시진핑과 그의 최측근 왕치산 뿐이었다. 왕치산(王岐山).
중화인민공화국 부주석으로 시진핑을 보필하고 리커창 등 타 파벌의 권력자들을 견제하는 자이다. 과거 시진핑이 그랬듯, 그는 부주석 자리에 올랐고 어쩌면 언젠가 주석이 될 지도 모른다.
7대 부주석인 후진타오와 9대 부주석인 시진핑이 훗날 주석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부주석 자리에 오른 자라면 주석 자리에도 꽤나 가까운 것이 사실.
더군다나 후에 주석이 된 7대, 9대와 마찬가지로 그가 제11대 부주석이라는 사실이 뭔가 묘한 의미를 부여하게 했다.
물론 후진타오와 시진핑을 제외하고 부주석 자리에 올랐다 주석 자리에 오른 자는 없지만, 혹시 또 모르지. 왕치산은 시진핑의 총애를 받고 있어 시진핑의 남자라 불릴 정도이니까.
일설에 의하면 왕치산은 시진핑이 문화대혁명 당시 가족들과 함께 시골로 보내져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을 당시, 숙소로 토굴을 제공한 인물이라고 한다.
토굴 따위가 얼마나 대단하겠냐마는 그 당시의 시진핑에게 있어선 그것이 정말 감명 깊은 일이었는지 훗날 권력을 잡은 뒤로 시진핑은 왕치산을 극진히 아껴주고 있었다.
하긴 시골로 보내져 아무런 앞날도 보이지 않고 그저 강제노역만을 해야만 했던 시진핑에겐 그런 온정마저 대단한 것이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런 이런저런 도움을 잊지를 않고 왕치산에게 보답하고 있는 시진핑은 대단히 의리 있는 남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있어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누군가에게 항상 좋은 사람일 수는 없지······.’
리커창은 가늘게 두 눈을 뜨고 시진핑과 그의 최측근 왕치산을 바라보았다.
시진핑의 왕치산 사랑은 시진핑에 대해 조금만 아는 자라면 대부분 다 알 정도라, 비밀이고 아니고가 없었다. 그야말로 대놓고 밀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왕치산 역시 그런 시진핑의 기대에 부응해, 시진핑이 벌이는 일명 부패와의 전쟁에서 정적들을 막무가내로 숙청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부패한 자들이라 처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다르다.
중국 정부에서 권력이 있는 자 치고 부패를 저지르지 않은 자가 없기에, 사실상 이 부패와의 전쟁은 시진핑과 태자당의 경쟁자들을 쳐내는 작업이었다.
실제로 적발되는 자들은 대부분 공청단과 상해방의 자들뿐이고, 시진핑의 파벌인 태자당에서 적발되는 자들은 그 수나 횡령 액수의 규모에서 확실하게 차이가 났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러니 리커창을 비롯해 다른 파벌의 경쟁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시진핑과 그의 파벌의 약점을 잡으려 애를 쓰는 건 당연했다.
심지어 정책 노선마저도 묘하게 동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반대를 한다.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이다. 견제하기 위해서이고.
이것이 절대적인 하나의 권력을 원하는 시진핑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시진핑이 말했다.
“파 대협, 홍콩 문제를 어찌 처리해야 좋을 것 같소???”
“원칙대로 처리해야겠지요.”
“원칙대로라 하면???”
“강경 노선의 폭력 시위자들은 단호하게 처벌을 하고, 비폭력주의의 시위자들은 점점 그 힘을 약화시켜 산산이 흩어지게 만드는 겁니다. 다 계획이 있지요.”
“역시 파 대협······.”
시진핑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파천황이 다시 말했다.
“이미 홍콩 쪽에 믿음직한 인물이 있어 그에게 전부 일임해놨습니다. 남은 일은 제가 나서지 않아도 되겠지요.”
“파 대협이 그리 말한다면 믿을 만하겠지요. 혹시 그 자가, 스티븐 로???”
“바로 그렇소.”
“역시 내 눈은 틀림이 없군. 나도 그 자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소. 역시 우리는 통하는 데가 있군!!”
“하하하하하하!!!”
시진핑과 파천황이 미친 듯이 웃었다. 그러나 그 말에 리커창의 얼굴은 구겨져 갔다.
그는 말했다.
“스티븐 로라고 하면 현재 홍콩의 경찰청장이 아니오??? 그는 과거에도 홍콩 시위대들을 가혹하게 탄압을 하여 명성이 좋지 않았소. 그런 자를 통해 시위대를 탄압할 생각들이오??? 좋지 않은 생각들이오······. 용수철을 누르게 되면, 반드시 그 반동으로 튀어나오게 되지. 무릇 제압이란 해야 할 때가 있고 안 해야 할 때가 있고, 해야 할 때가 됐다고 해도 그 수준에 손속을 두어야 하오. 홍콩 시민을 가혹하게 제압을 한다면 홍콩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비난의 눈초리를 감당해야만 할 것이오. 그런 것들을 죄다 감당할 수가 있소?? 아니, 피할 수 있는 문제를 기필코 마주해야만 할 것이오???”
“리 총리,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소. 당신은 북경대 법학과를 나와 경제학 박사학위까지 취득을 한 인재 중의 인재이지만, 세상은 그리 쉽도록 돌아가지가 않지. 말하자면 책처럼 돌아가지가 않는다는 말이오. 당신 같은 책만 보고 사는 남자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지······.”
파천황의 비아냥 섞인 말에 리커창은 입술을 꾹 닫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분노를 표출하지는 않았다. 파천황은 무서운 남자다. 그의 심기를 거슬러서 절대 좋을 게 없지.
리커창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꿰뚫듯 파천황은 피식 웃으며 리커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리커창에게 다가갔다.
스륵.
파천황의 손가락이 리커창의 목덜미를 훑었다. 그 순간 리커창은 전율을 느꼈다.
마치 뱀 같은 감촉이었다. 이 세상 사람의 체온 같지가 않다. 마치 얼음이 닿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그런 걸 둘째치고서라도 감히 대외적으로는 공안부 부부장에 불과한 자가 총리의 목덜미를 훑는 걸 알면 온 세상은 기겁하겠지.
한국으로 치면 경찰차장급이 국무총리의 몸에 손을 대는 급의 일이다.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가는 그날 밤부터 온 신문과 뉴스가 난리가 나겠지. 아무튼 파천황은 말했다.
“총리. 세상은 우리 맘대로 돌아가지를 않소. 나 정도 무공을 지닌 자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지······.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고, 항상 변수가 발생하게 되오. 하지만 바로 그······. 변수를 줄일 순 있지!!!”
까득!!!
순간 실내 공기가 얼어붙는 듯 했다. 파천황이 내뿜은 기운으로 인해 실내 공기가 극도로 얼어붙었다. 기분이 아니라 실제다.
여름이라 에어컨을 틀어놓기는 했지만, 고령의 정치인들을 위해 최대한 섬세하게 맞춰져 있던 실내 기온이 마치 알래스카와 같이 뚝 떨어졌다. 몸이 약한 자들은 바로 기침을 해댔다.
콜록콜록콜록!!!
사방에서 기침이 나왔다. 그러나 시진핑과 왕치산, 리커창과 파천황만은 전혀 미동도 하지를 않고 서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파천황이 입을 열었다.
“리 총리. 명심하시오. 세상은 항상 먼저 치는 자의 것이라는 걸. 대항해시대부터 이어진 서구 열강들의 패권이 이를 증명하고만 있소. 중국은 과거 강대한 힘을 지녔었지만 내분으로 인해 몰락하고 서구 열강은 물론 심지어 그들의 문물로 강화된 일본에조차 굴욕을 당했소. 설마 그 사태를 또 한 번 재현하자는 건 아니겠지??? 우리 바로 옆에 홍콩이라는 민주주의의 첨병이 존재한다면, 서구 열강과 민주주의의 역도들은 그런 역병과 같은 사상을 통해 우리 중국을 좀 먹을 것이오. 제 아무리 강한 댐이라 해도 결국은 최초에 막지 않은 그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지기 시작하는 법이지······. 당신은 싼샤댐이 무너지기 시작해도 막지 않을 셈이오??? 그것이 총리인 당신 일이라 할 수가 있소???”
“······.”
그 말에 리커창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확실히 드러난 것은 있었다.
홍콩 하늘에 암운이 들이닥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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