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아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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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멸치
작품등록일 :
2019.06.12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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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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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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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크로필리아 시스콤 얀데레 마왕

DUMMY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누구는 웃으며 탄생과(B) 죽음(D) 사이의 치킨(C)이라 했고,

누구는 끝없는 싸움이요, 누구는 위대한 여정이라 했다.


그러나 나에게 삶이란 무가치 하고, 무의미한 단순 반복 작업에 불과했다.


그럼에 불구하고 내가 계속해서 회귀했던 이유는 애석하게도, 휠체어에 난데없는 해골-이 해골이 마왕의 여동생이었다-을 태우고 다니고 있는 네크로필리아 정신병자 시스콤 얀데레인 마왕 애새끼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는 시신 유골 성도착증에 시스터 콤플렉스를 지닌 ‘얀데레 소년’과 그런 중증 정신병자 소년을 보필하는 씹 중증 ‘쇼타콤 트리오’ 때문이다.


양손에 손도끼를 쥐고 허리춤에도 빼곡히 손도끼를 차고 다니는 도끼 매니아 청년, 쇼타1. 가죽으로 된 SM 복장에 가시 박힌 채찍을 들고 다니는 나사 빠진 표정의 여성, 쇼타2, 약물을 얼마나 꽂은 것인지 골수까지 근육 그 자체인 주먹 왕 할아버지, 쇼타3.


인류는 이 ‘쇼타콤 트리오’ 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각종 신비를 몸에 두르고, 최고의 기술들로 신체를 개조한, 인류의 최강자인 나조차도 이들과 일대일로 동수를 이루는 것이 최대치였다.


마왕 추종자 세 명도 넘어서지 못하는 마당에 마왕 타도를 원하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래서 인류는 마왕 타도를 포기했다. 아니, 애초에 마왕이라고 불리는 애새끼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접근 방법을 달리하기로 했다.


마왕이, 마왕이 되기 전의 시간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보다 더 어린 마왕을 끔살하면 계획 성공.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과거의 그 어디에도 마왕은 없었다. 눈 깜박하니 나타났던 마왕성을 생각하자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마왕은 같은 차원의 인간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제 차원을 이동해야 했다. 이는 내 회귀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온갖 신비로운 유물들과 마법, 현대의 기술들을 갈아 넣었다.


그리고 투표했다. 그 모든 것들을 갈아 넣었어도, 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거기다 안타깝게도 차원을 넘어가고 나면, 그쪽 차원에서 다시 차원 이동 기계를 만들지 않는 이상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당연하게도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나였다. 인류의 최강자인 것도 있지만, 내 회귀 스킬을 갈아 넣지 않으면 차원 이동 기계의 작동이 불가능했으니까.


그렇게 오늘,

나는 차원을 넘었다.







“스읍- 하아.”


폐부를 가득 채우는 탁한 공기. 원래 있던 차원과 다를 것이 없다. 이제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의 아련함이나 어떠한 감정들 보다, 얼떨떨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아저씨는 누구에요?”


어지간한 건달들도 안 다닐 것 같은 음산한 골목. 얼굴에 피멍이 가득한 남자애가, 자기보다 훨씬 작은 애를 감싸 안고 쭈그려 앉아 있었다.


‘다목적 나노봇 시스템 ON, 날개뼈 부속 에어로 버스트 ON···’


즉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아무리 봐도 마왕의 어릴 적이 맞다.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라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간에 이 녀석만 죽이면 원래 차원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


만감이 교차했다. 힘없이 죽어가던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본인보다도 세상을 구해달라며 죽어간 이들이었다. 회귀를 통해서 몇 번이고 살려보려고 했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들 중, 총알의 궤적을 비트는 마법을 구사하던 어린 남자애가 있었다. 그 애가 죽은 건 딱 지금 마왕과 비슷한 나이 때였었다.


이런. 머리를 비워내었다. 같잖은 동정심으로 일을 망쳐서는 안 된다. 왼손바닥의 동그란 사출구에서 라이트 세이버를 꺼내 쥐었다. 이제, 정말로 모든 악연이 끝난다.


“아저씨도 날 죽일 거에요?”

“우리 오빠 죽이지 마세요!”


···.

내려치지 못했다. 다목적 나노봇 시스템을 켜고 나서부터 보였다. 상처는 옷에 가려졌을 뿐이었다. 애들의 온몸에는 학대의 흔적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동생을 데리고 도망칠 만한 이유로는 충분해 보였다.


“아니에요? 다행이네요. 그래도 저는 죽겠지만요.”


죽는다고? 순간 애가 마왕이 아니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 이 애는 분명 마왕의 어린 모습이 맞았다. 나노봇이 눈으로 받아들이고 분석한 정보니까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릴까.


“원장님이 그랬어요. 제가 더 크면 배를 갈라서 팔 거라고요.”


···아. 순식간에 시나리오가 써졌다. 마왕은 인신, 장기매매 조직과 연루된 고아원에서 자란 것이다. 학대 속에서 자라오다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동생이 먼저 죽고 애가 맛이 간 것이 분명하다. 사소한 부분은 틀리더라도 확실해 보였다. 왜냐면,


“아오 이 새끼들! 여기 숨어 있었네?”


이 사람이 등장했으니까. 조폭이다. 당연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온몸의 문신이나 풍기는 느낌이 누가 보아도 조폭이었다.


“어이, 넌 누구냐? 아, 아니야. 말하지 마. 못 본 거로 해줄 테니까 그냥 가라.”


아무리 봐도 그냥 덩치 좀 큰 일반인 수준이다. 마왕처럼 알 수 없는 힘이 감지되지 않았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러나 마왕 애는 덜덜 떨고 있었다. 여자애는 어느새 내 바지춤마저 잡고 있는 것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어이가 없네.”

“···하.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진짜로 어이가 없다, 이런 일반인 수준의 깡패도 어쩌지 못하는 마왕은, 이미 마왕이 아니다. 애는 그냥 동생 데리고 지옥에서 탈출한 불쌍한 애일 뿐이다. 조폭이 껄렁껄렁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두려움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애들을 보며 말했다.


“나랑 살자. 행복하게 해줄게.”


···말이 좀 이상하게 나왔다. 어쨌든 마왕을 죽여서 원래 차원에 마왕이 현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분명 죽이지 않고서도 가능할 터였다. 누군가가 말했었다. 삶은 위대한 여정이라고. 이 가련하기 짝이 없는 아이들을 죽여야 한다면, 굳이 쉬운 길을 마다하고 고행길을 걷는 수도승처럼 나도 웃으며 가시밭길을 걷겠다.


애초에 해골을 휠체어에 태우고 다니던 마왕은 못 해도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으니까, 지금 나이라면 분명 올바르게 자랄 가능성이 있다. 무릇 청소년은 건강하게 자라나면 새 나라의 일꾼이 되는 법이다. 마왕이 아니라.


“니 혹시 어디 식구냐? 너 이름 뭐야?”

“음. 용사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어쨌거나 마왕에게서 차원 하나 구해보겠다고 타 차원으로 날아온 용사가 나 아니던가.


“이 새끼가! 뒤져···어어. 으어어.”


조폭이 주먹질을 해왔다. 그 주먹에다 내 주먹을 갖다 박았다. 이미 극한까지 단련된 신체에 개조를 통해 첨단 병기가 집약되어있는 몸이다. 일반인이라면 잔상만 겨우 보일 정도로 내지른 내 주먹에 놈의 주먹이 박살이 났을 것이다.


아. 아니었다. 주먹의 타격감을 통해 분석된 놈의 피해 정도는, 내지른 주먹의 뼈부터 어깨뼈까지 으스러졌다. 척추에도 충격이 갔다. 실제로 놈은 전신을 파들파들 떨면서 신음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아, 아저씨?”

“가자.”


애들을 안아 들고 골목을 벗어났다.




“숙박은 사만 원입니다.”


번화가의 모텔로 왔다. 지갑을 꺼내서 돈을 냈다. 원래 내 돈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 세계의 화폐를 내가 가지고 있을 리 없으니 당연한 얘기다. 이건 쓰러진 조폭의 품을 뒤져서 강탈한 것이다. 놈은 불법적인 일에 종사하는 만큼 현금이 두둑했다.


“오 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애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왔다. 애들은 지쳤는지,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잠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아저씨 각성자에요?”

“아니다. 애초에 그게 뭔지 모른다.”

“근데 왜 그렇게 쎄요?”

“···나는 원래 세다.”

“···진짜 용산가?”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마왕에게 힘을 인정받은 기분이다. 뭐, 타 차원에서는 마왕이 맞기는 하지만 서도···. 거기다가 나지막이 중얼거린 ‘진짜 용산가?’라는 말은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까지 했다.


“그보다 이름이 뭐냐?”

“저는 학우석. 열세 살이에요. 제 동생은 열 살. 박지원이구요.”

“···음.”


마왕 애, 우석이는 열세 살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왜소했다. 여동생 지원이도 마찬가지였고. 무엇보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애들은 친남매가 아니었다.


학우석. 타 차원의 마왕인 애는 친남매도 아닌 동생을, 죽어서도 놓지 못할 만큼 사랑한 것이다. 네크로필리아 시스콤 얀데레 애새끼라고 그렇게 욕을 박았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위험한 건가? 유전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친동생처럼 자란 동생을 사랑한 오빠라니. 아무래도 남녀 간의 올바른 사랑에 대한 지도도 필요할 것 같다.


“아저씨. 정말 우리랑 살거에요?”

“그래.”

“안 때릴 거에요?”

“그래.”

“세탁기에 안 넣을 거죠?”

“···그래.”

“막 만지지도 마세요!”

“그래.”


지원이가 말했다. 눈에는 불신이, 목소리에는 물기가 잔뜩 담겨 있었다. 세탁기에 넣지 말라니. 이 애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당하며 살아온 건지 상상이 안 된다. 애들한테 이런 심한 짓을 하니까 그렇게 엇나가서 마왕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애들 머리에 양손을 올리는 데, 애들이 흠칫 떨었다. 학대 때문일 것이다. 애들이 불안해했다. 나는 재빨리 응급 치료용 나노봇을 송출했다. 아이들 몸속으로 안전하게 들어갔다는 신호를 받고서 손을 떼었다.


“약속할게. 너희들을 버리지 않겠다고.”


애들은 말이 없었다.

다만, 마치 진심을 확인하듯 내 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지원이가 말했다.


“그런데 아저씨는 이름이 뭐에요?”

“나는 강철수. 스물다섯 살.”

“···거짓말.”


상처받았다. 이게 다 세상 한 번 구해보겠다고 수십 번 회귀하면서,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해서 이렇게 된 것이다. 절대로 타고난 노안이 아니다. 진짜로.


“직업은 뭐에요?”

“···무직이다.”

“무지기가 뭐에요?”


나름, 회심의 조크였는데, 아쉽게도 이해하지 못했다. 애들에게 씻고 자라고 했다. 이제 어른의 시간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다. 우선 모텔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부팅되는 시간에 찾아봐야 하는 것들을 추려냈다.


1. 주민등록 신청법.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찌 되었든 나는 주민등록증이 없다. 당연하다. 원래 이곳의 주민이 아니니까. 일단 주민이 되어야 입양을 하던 할 것 아닌가. 이게 최우선이다.


2. 입양 절차. 아내도 없었고, 그러므로 슬하에 자식도 없었다. 입양해 본 적도 없다. 사실 내 나이로는 열 살, 열세 살의 아이를 입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노안인 내 얼굴을 이용해 법적인 나이를 최대한 올린 상태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것이다. 한 서른다섯 정도면 될 것 같다. 실제로 그 정도의 나이로 보기도 하니까 괜찮다, 죽을 때 즈음 되면 세계 최장수 기록을 갈아 치울 수도 있겠지만, 이게 최선이다.


3. 이 세계의 특이사항. 아무리 비슷해도 분명히 무언가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일반인 수준의 조폭에게도 무력한 우석이가, 마왕이라 불릴 만큼 강해졌을 것이다. 그걸 찾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세계의 상식이나 발전 수준, 지리 같은 것들도 배워둘 필요가 있다. 이것들은 반대로 회전하는 수준인 나의 머리로는 벅차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나 내게 내장된 다목적 나노봇들이 훌륭하게 기억해낼 것이다.


4. 애들이 있었던 고아원.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잡고 하나하나 뒤져보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것들은 내버려 둘 수 없다. 조폭이랑 연계가 되어있는 만큼, 자신들의 상품을 도난당했다며 집요하게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조폭 한 놈 작살 내기도 했고. 그 외에도 입양에 필요한 서류를 떼려면 들리기도 해야 한다.


···어느새 00시다. 모텔에 들어온 시간이 21시였으니까 세 시간 정도 컴퓨터 앞에 있었다. 각성자, 몬스터 같은 정보와 이곳이 대한민국 광주라는 도시인 것. 애들은 고아원이 아니라 보육원에 있었다는 것 등. 다양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한 정보들을 얻었다.


어쨌든 지금은 행동해야 할 시간이다. 나는 애들을 처음 만났던 골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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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크로필리아 시스콤 얀데레 마왕 19.06.12 41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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