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
명 림
-신의 나라-
11화
-습격-
밤새 목책을 지킨 전사들이 하나 둘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한 점 불자 모두 몸을 움츠렸다.
조향도 살짝 한기가 느껴지긴 마찬가지였다.
“불을 좀 피우도록 하자.”
조향이 지시하자 옆에 있던 전사가 얼른 달려가 기름통을 들고 와 불을 폈다.
불이 있으니 좀 나았다.
어느새 하늘 끝이 회색으로 변해가는 것이 보이자 조향은 전사들을 돌아보았다.
“교대할 전사들은 아직 이냐?”
“예....아...저기 옵니다.”
“그럼 너희들은 그만 들어가 눈을 좀 붙이도록 하거라.”
“예”
전사들은 조향에게 인사를 하고 모두 들어갔고, 그 자리엔 밤새 잠을 잤을 전사들이 자리를 지켰다.
“대족장께서도 들어가셔서 좀 쉬십시오.”
댕구가 어느새 왔는지 조향의 뒤에서 있었다.
“어? 언제 왔느냐? 기척 좀 하거라.”
“피곤해 보이십니다.”
“아~그래 좀 피곤하구나. 그럼 나는 한 시진만 쉬다 나오겠다.”
조향은 댕구의 목례를 뒤로 하고 거처로 돌아갔다.
방으로 들어선 조향은 투구만 벗어 놓고,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았다.
피곤했던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곧이어 비명소리와 부서지는 소리가 함께 들려 자면서도 꿈자리가 좋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자비가 들어와 조향을 흔들었다.
“대족장님! 조향님! 지금 밖에 밖에! 빨리! 일어나세요!”
어찌나 다급하게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잠이 덜 깬 눈으로 벌떡 일어난 조향은 투구도 쓰지도 못하고 자비에게 끌려 방 밖으로 나갔다.
눈을 의심했다.
아직도 꿈인가 싶었다.
조향의 눈에 보인 광경은 그야말로 꿈같았다.
집채만한 새가 한 마리도 아니고 수 십 마리가 바람부족의 하늘을 꽉 채우고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저게 무엇이냐?”
조향은 생전 처음 보는 날짐승에 넋이 나가버렸다.
얼빠진 얼굴로 보고 있는데, 큰 새들은 사람들을 낚아채 날아오르기도 하고, 커다란 부리로 쪼아 죽이기도 했다. 전사들도 겁에 질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사이를 아차 혼자 정신없이 뛰어 다니며 검을 휘두르기도 하고 궁을 날리면서 교전하고 있었지만,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새에게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었다.
“으앙~”
아이의 비명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들어보니 막 새가 아이들을 향해 갈고리 같은 발을 내밀며 활강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얼른 궁을 걸어 화살을 날려 새의 배를 맞췄다.
그러나 새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그대로 날아올랐다가 곧바로 조향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지자 새의 크기에 압도당해버렸는지 다리가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심결에 자비를 뒤로 밀고 궁에 살을 올렸다.
무시무시한 커다란 부리가 위 아래로 벌어지며 날아오는 새를 향해 조향이 막 궁에서 살을 놓는 순간 새의 부리 안으로 조향의 몸이 휩쓸려 그대로 집까지 무너뜨리며 쳐 박히고 말았다. 나무로 지어진 집 벽이 무너지면서 지붕이 통째로 내려앉았다. 그 아래 깔린 새와 새의 부리 안에 있던 조향은 팔을 뻗어 아무렇게나 부러져 뾰족한 통나무를 잡아 새의 얼굴을 향해 찔러 넣었다. 새가 부리를 벌리며 비명을 지르자 얼른 부리 밖으로 기어 나와 위를 덮고 있는 지붕과 부러진 통나무들을 헤치며 밖으로 나왔다. 돌아보니 지붕에 깔린 새의 날개가 퍼덕거렸다.
“자비? 자비야!”
무너진 집 옆에서 자비가 기어 나왔다.
“조..조향님....”
“다친 것이냐?”
“아..조금...”
집이 무너질 때 조향의 뒤에 있던 자비는 무너지는 나무에 맞아 옆으로 튕길 때 다리가 긁혀 피가 나고 있었다. 많이 다친 것 같지 않아 조향은 안심했다.
“안전한 곳에 가서 숨어 있거라.”
조향은 말을 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당장 광통으로 가서 상황을 알리 거라! 어서!”
조향의 명령을 들은 전사하나가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말을 잡아타고 성문 쪽으로 달려갔지만, 이내 새가 날아와 그를 낚아채 버렸다. 조향이 얼른 궁에 살을 올려 쐈고, 새는 목에 화살을 맞고 전사를 떨구었다. 하지만 떨어진 전사는 끝을 뾰족하게 깎아 놓은 목책위로 몸이 관통하여 즉사하고 말았다.
“아차! 아차! 네가 가라!”
아차는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며 새들을 쫒아 다니다가 조향이 가라고 하자 놀란 얼굴로 조향을 돌아봤다.
“이 놈이 가면 여긴 어쩝니까?”
“가!”
조향은 단호했다. 하는 수 없이 아차는 역시 날뛰어 다니는 말 한 마리를 잡아타고 성문으로 달렸다. 아차가 성문으로 다가가자 문이 열렸고, 지체 없이 달려 나갔다. 새 한 마리가 쫓아가는 것이 보이자 조향이 살을 날렸지만, 맞히지 못하고 새는 그대로 아차를 쫓아갔다.
아차가 울창한 숲 안쪽으로 달려 들어가서야 새는 포기한 듯 다시 돌아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조향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듣도 보도 못한 이런 거대한 새가 어디서 온 것인지...왜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퍼뜩 어떤 생각이 들었다. 지금 밖에는 호현이 와있었다.
“혹시 호현이?”
그럴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광통을 상대로 호현이 설마 군사를 몰고 올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어차피 붙어봐야 힘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것을 대부분의 타 부족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웬만해선 광통과의 전투는 피했다. 그런데 호현은 항의 하러 온 것까진 그럴 수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도 이렇게 빨리 왔다는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큰새) 있었던 것인가...생각이 들었다.
또한 호현이 이런 거대한 새가 있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정도의 거대한 새를 거느릴 정도면 소문이 나도 수백 번은 났을 텐데 말이다.
바람부족과 광통과의 거리는 말로 가면 반나절 거리에 있었다. 아차가 아무리 빨리 가도 광통의 전사들을 끌고 오려면 한나절은 되어야 도착한다는 얘기다. 범은 말보다 빠르니 토래는 더 빨리 오겠지만, 토래 혼자 온다고 해서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그 전에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에 도착할 공산이 더 컸다. 그렇기에 조향은 결정을 해야 했다. 가만 보니 새들은 사람들을 낚아채 밖에다 두고 다시 오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것은 죽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목적은 납치인 것 같았다.
“전사들이여! 맞서 싸우지 말라! 저들은 무기를 든 자는 죽이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데리고 가는 것 같다. 무기를 내려놓으라!”
조향이 뛰어 다니며 소리쳤다.
“대족장, 그럼 지금 그냥 잡혀가란 말씀이오?”
댕구가 소리쳤다.
“후일을 기약하면 된다. 살아만 있으면...지금 당장 저것들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없다. 무기를 버려라!”
몇몇 전사들이 조향의 말대로 무기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새들은 그들을 낚아채 날아올랐다.
조향도 궁과 살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야아~이것들아~”
그때 뒤에 있던 무너진 움막에서 고함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부야가 굼뱅이처럼 온 몸을 들썩이며 기어 나오고 있었다.
“너는!”
조향이 얼른 달려가 부야를 풀어주었다.
“도망치거라.”
팔다리가 자유로워지자 부야가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몸을 풀었다.
“움막 무너질 때 죽을 뻔 했잖아! 뭐야 저거? 새야? 그런데 뭐가 저렇게 커?”
순간 엄청난 바람이 일어 위를 보니 거대한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내려오고 있었다. 조향은 그대로 잡혀갈 생각이었다. 잡혀가야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고, 함께 있어야 데리고 도망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새는 허공에 뜬 채 내려다만 볼뿐 내려와 잡아가진 않았다.
“뭐...뭐야~무슨 새가 저렇게 커? 훠이~훠이~”
부야는 겁에 질려 조향의 뒤에 숨어 손으로 새를 향해 훌쳤다. 반면 조향은 긴장한 채 기다렸다.
그런데 새가 다시 위로 날아오르더니 이내 가버렸다.
“!!??”
조향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가는 새를 보고 있었다.
새는 멀리 날아가더니 높은 나무위에 앉아 있는 다른 새와 접촉했고, 그 새가 날아올라 가자 바람부족 위를 날아다니며 사람들을 잡아가던 새들이 일제히 따라 가버렸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나 조향은 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됐든 계획은 실패가 되었다. 함께 잡혀가 사람들을 데려 올 생각이었으나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설마 부야가 가란다고 간 것은 아니겠지 싶다가도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뜬금없이 가버린 새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나무위에 앉아 있던 새가 대장인 것 같은데, 그 새는 다른 새들보다 더 컸고, 언뜻 새 위에 사람이 타고 있었던 것도 같았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 함구하기로 했다.
조향은 남은 사람들을 수습했다. 다행히 자비는 그 길로 울라에게 가서 그녀와 함께 있었던지 반쯤 무너진 울라의 집에서 부축해 나오고 있었다.
한시진 반이 지났을 무렵, 예상대로 토래가 혼자 범수를 타고 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급하게 오느라 토래는 놀란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은지 매우 상기된 얼굴로 조향과 마주했다. 물론 직접 겪은 조향이 더 놀란 상태였다.
“괜찮으시오?”
토래가 먼저 조향의 안위를 살폈다.
“거대한...새들이...사람들을...납치 해갔어요.”
자신을 걱정하는 토래의 물음에 부족의 상황을 먼저 보고했다.
“납치?”
토래는 상황을 보기위해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목책의 절반이 부서져 있거나 비스듬히 쓰러져 있었고, 집들도 대부분 파손되어 있었다.
세시진 동안 수습해 놓았는지 일렬로 눕혀놓은 사람들의 시체는 어림잡아 수 십 명에 달했고, 한 쪽 구석에 모여 앉아 떨고 있는 남은 사람들도 몇십명 되지 않았다. 그 많던 아이들도 몇 없었다.
그들 사이 멀뚱멀뚱 앉아 있는 부야를 본 토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가 이내 조향에게로 돌려버렸다.
피와 흙이 묻은 조향의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닦아주다가 가슴으로 끌어 당겨 안았다.
여전히 떨고 있는 그녀가 느껴지자 토래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여기...없는 사람들이 납치 된 것이오?”
“어디로...갔는지는...”
조향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사람들을 데리고 광통으로 가 계시오.”
“당신은요?”
“나는 여기 남아 그 새의 정체를 좀 알아봐야 겠소.”
“저녁 쯤 호현이 오지 않겠습니까?”
“거긴 다른 부족장들도 있고, 괜찮을 거요. 먼저 가 계시오. 늦어도 오늘 저녁까진 돌아가겠소.”
“저도 함께 있겠어요.”
“바람부족 사람들이 광통으로 가면 누굴 의지하겠소.”
“그럼 부야는?”
조향이 부야를 가리키자 토래도 부야를 보았다.
“저 놈은........데리고 가시오.”
놔두고 가라고 하려다가 괜히 귀찮고 방해가 될까 싶어 그냥 데리고 가라고 말했다.
부야를 처음 잡았을 땐 그간의 골칫거리가 해결된 것 같아 좋아했었다. 그러나 이젠 괜히 잡았나 싶을 만큼 골칫거리가 는 것 같아 후회가 되었다.
부야가 또 달아날까 싶어 두 손을 묶은 후 끈의 끝을 조향이 잡고 말에 올라탔다. 사람들에 섞여 부족을 빠져나가는 부야를 뒤에서 보고 있던 토래는 자신이 너무 부야를 의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과 같은 ‘신’ 이 아니라 실망을 해서 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부야만 보면 왜 이토록 화가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모두 빠져나간 후에야 토래는 범수와 함께 주변을 돌아보았다. 우선은 조향의 무너진 집에 깔려 있는 날갯죽지만 삐져나와 있는 붉은색의 깃털을 따라 가다 지붕을 들어 옆으로 치웠다.
비로소 새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게 되자 토래는 놀란 얼굴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붕조?”
붕조는 지상에 몇 없는 신수 중 하나이다. 쉽게 볼 수도 없지만, 인간이 길들일 수도 없는 것 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신’의 혼을 지닌 인간의 소행이 틀림없었다.
죽은 붕조의 시신에서 혹시나 움막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날까 해서 살펴보았지만, 역시 아니었다.
다르지만 ‘신’의 느낌은 틀림없었다.
이것이 호현과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좀 더 조사를 해 보면 알겠지만, 인근에 자신과 같은 ‘신’의 혼을 지닌 자가 나타났고, 붕조를 이용해 사람들을 잡아간 이유도 알아내야했다.
우선 바람부족 인근 산을 조사해 볼 요량으로 범수의 등에 올라탔다.
*
광통으로 가는 길목은 좁지만 제법 잘 다듬어져 있어 다니기에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과 여자들이 많아 속도는 더뎠지만, 가는 동안 위험할 일은 없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살아남은 광통의 전사는 오십 여명 정도 되고, 바람부족의 전사들은 그보다 적은 스물 남짓이 고작이었다.
가장 선두에서 가고 있는 조향은 두 아이를 함께 자신의 말에 태우고 가고 있었다. 바로 뒤로는 양손이 묶인 부야가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부야는 가는 동안에도 내내 입을 쉬지 않고 나불거렸다. 늘 그렇듯이 부야는 사람들을 슬슬 열 받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풀어줘! 아! 내가 왜 네 놈들의 전쟁에 휘말려 이 고생을 해야 해?~ 내가 뭘 그리 잘못했어?! 그거 어! 먹을 것! 어! 좀! 어! 훔쳐 먹었다고! 사람을 이리도 고생을 시키고 말이야!~”
“조용히 좀 있거라. 너는 광통의 죄인이다. 죄인주제에 무슨 할 말이 그리 많다고 소란이야? 더 나불대면 가는 길에 확 죽여서 끌고 가는 수가 있다!”
조향이 쏘아붙이자 그제야 부야는 입을 삐죽 하며 다물었다.
그렇게 한 시진정도 가고 있는데, 산비탈에서 누군가가 미끄러지듯 달려 내려오며 소리를 질러댔다.
“이보시오~살려주시오~”
조향이 검을 빼들자 다른 전사들도 검을 빼들고 사람들을 막으며 산비탈에서 달려오는 사내를 향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누더기를 걸치고, 이마가 툭 튀어 나왔으며 큰 눈에 납작한 코를 한 키가 오 척에 불과한 작은 사내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전사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엎드렸다.
“너는 누구냐?”
조향이 앞서 나가 물었다.
“호현에서 도망 쳤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호현이라는 말에 조향이 눈썹을 치켜들었다.
“호현? 호현이면 광통에서 남쪽 하루거리에 있을 텐데 너는 왜 이곳에서 오는 것이냐?
댕구가 수상히 여기며 사내를 노려봤다.
“길로 도망치면 잡힐까 싶어서 산과 절벽을 타고 왔습죠~
호현이 진을 치고 있는 곳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옆으로 빙 돌아 산세도 험하고, 산비탈이 많아 오기도 힘들었을 텐데 지금 이 사내는 그 쪽에서 왔다고 말하고 있었다.
“수상한 자입니다. 내버려 두고 그냥 가시죠.”
댕구가 조향에게 말했다.
“아이고~그러면 이 놈은 어쩝니까~그럼 주변에 다른 부족의 위치라도 좀 알려 주십시오~”
사내는 질질 짜며 사정했다.
“주변에 다른 부족은 없다.”
조향이 말했다.
“그럼 이 놈은 산속을 헤매다 짐승들에게 먹히고 말겠네요.~아이고~겨우 죽을고비로 도망쳐 나와서 또 죽게 생겼습니다~엉엉엉”
사내는 아예 주저앉아 울었다.
“그럼 광통에서 잠시 머물고 가거라.”
조향이 보다 못해 허락했다.
“안됩니다. 지금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이런 수상한 자를 광통에 들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토래 만큼이나 마음씨 좋은 조향은 댕구의 말에 대꾸도 않고 그대로 말 머리를 돌려 가버렸다. 사내는 얼씨구나 하며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며 행렬에 끼었다.
댕구는 사내를 한 번 노려보고는 어쩔 수없이 조향의 뒤를 따랐다.
일정한 속도로 가고 있는 행렬에서 사내가 조향의 바로 뒤에서 끌려가는 부야를 보고 총총 걸어 부야 옆으로 왔다.
“너는 죄인 인가봐?.....음?”
사내가 부야에게 빈정거리며 말하다가 얼굴을 빤히 보며 사뭇 놀란 얼굴을 했다.
“뭐야~”
부야가 눈을 흘겼다.
“허허...요 놈 봐라~무슨 죄를 졌냐? 체격을 보니 광통사람은 아닌 것 같고? 바람부족이냐?”
“꺼져라~”
부야는 조용히 기분 나쁜 투로 말했다.
“그런데.....너......”
사내가 연신 부야를 위아랠 훑터봤다.
부야는 그런 사내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 으르렁 거렸다.
“뭐야? 기분 나쁘게?”
“아.....히히...그렇군!!”
사내는 부야를 살피다가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기억이 없구만! 아직!”
사내의 말에 부야는 적잖이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응?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너는 네가 기억이 없는 걸 아느냐? 그럴 리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니까?”
“아! 아니다! 희한한 놈 일세~”
부야는 묶여 있는 두 손을 들어 사내를 잡아당기려 했으나 사내가 목을 뒤로 빼며 피했다.
“내 이름은 모가리다! 너는 뭐냐?”
“부야...”
“오~부야~기억하지! 킥킥킥”
그러고 모가리는 뒷걸음으로 행렬의 뒤쪽으로 갔다. 부야는 그런 사내를 뒤 돌아 계속 노려보았다.
살짝 굽은 등에 몸에 비해 상당히 큰 손을 흔들며 모가리는 입을 벌려 우스꽝스럽게 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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