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부리는 사람들(3)-
명 림
-신의 나라-
186화
-귀신을 부리는 사람들(3)-
어소반은 미친 듯이 숲을 해치며, 날 듯 가고 있었다. 먼저 청룡을 보냈었기 때문에 길은 자연스레 알 고 있었다.
드문드문 원귀들이 눈에 들어왔고, 숲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원귀들의 수가 점점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귀신의 숲이구나. 결계지가지...그래 이런 숲으로 해명이 들어오지는 않았겠지.’
저절로 안도가 되자 속도를 내던 것을 줄이고, 땅 위로 두 발을 내려놓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반송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돌아가서 우리 진영 쪽으로 가 보는 것이 낫겠다.’
생각을 정리하고 걸음을 돌리려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많은 수의 말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헛, 설마!’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찬찬히 보고 있으니 앞서 말을 몰고 오는 해명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그렇구나....불이 난 바람에....결계지가 있던 곳이 무너졌구나.’
안 그래도 어소반은 들어오면서 나무들의 생김이 이상하고, 길의 방향이 묘하게 틀어져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지만, 별스럽지 않게 여기고 지나쳐 버린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결계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부터는 길을 헤매게 될 것이 뻔 한데도 해명이 무슨 생각으로 이 숲으로 들어온 것인지 의아했다.
물론 일반인인 해명이 결계지가 무엇인지 알 리가 없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어소반은 모습을 보이고, 해명을 맞이했다.
놀란 해명이 고삐를 잡아 당기자 놀란 말이 앞발을 들어 올리며 비명을 질렀다.
“할아버님이 어째서 여기 계십니까?”
“그러는 너는 어째서 여기 있는 것이냐?”
“................반송을.........쓸어버릴 것입니다.”
“너는 반송의 산채를 찾지 못한다.”
“어째서요?”
“이 숲은 결계가 쳐져 있다. 길을 찾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는 말이다.”
“할아버지가 그걸 어찌 아십니까?”
“지금 그것이 중요하냐? 어서 돌아가자. 내 너를 다시 대가의 자리에 앉도록 손을 써보겠다.”
“싫습니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결단코....... 비키십시오. 소손은 반송을 치러 가겠습니다.”
“반송을 찾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숲에서 벗어나지도 못 할 것이다.”
“허면...마지막으로 소손을 도와주시지요. 반송의 위치를 알려주신다면, 할아버님에 대한 원망은 더 하지 않겠습니다.”
“..........안 된다.”
“할아버님!!!!”
해명이 성질이 나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어소반은 잠자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할아버님을 넘어 가겠습니다.”
해명은 말을 몰아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힘차게 박차를 걷어찼다.
말은 앞발을 높이 올리며, 달려 나갔고, 어소반 앞에서 펄쩍 뛰어 올랐다.
그러나 말의 보폭이 좁았던지 뒷 발이 어소반의 머리를 향해 내려서자 해명이 시선을 아래로 보내며 짐짓 놀란 얼굴로 고삐를 더 높이 올렸다.
그러나 이미 앞발이 땅에 닿아버린 말의 뒷발은 그대로 어소반을 쳐버렸고, 해명이 놀라 말 머리를 돌리며, 퍼뜩 보았다.
“!!!!”
뒷발에 제대로 맞았다면 머리가 박살이 났겠지만, 어소반은 물 덩어리 안에 둥둥 떠서 해명을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해명은 어소반을 보고 매우 놀랐고, 어소반은 천천히 물 덩어리를 거둬들인 후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관모를 똑바로 고쳐 썼다.
“어..어째서..그런 것을 하실 수 있으신 겁니까?”
“명아, 할애비는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에 상제의 신하중 하나인 ‘동추사’였다.”
“예? 그...그게 무슨...”
“즉, 제석과 같은....‘신’이었단다.”
“...”
해명은 놀란 듯 입만 벌리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동부의 선옥을 삼켜....내 안에 청룡의 신수가 있느니라. 방금 본 힘은...청룡의 ‘물’의 힘이다. 다시 물어보마. 지금이라도...이 할애비의 손을 잡고, 함께 새 세상을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
“...”
어소반은 두 손에 물 덩어리를 맺어 들어 올리며, 해명을 다정스럽게 쳐다보며 말했지만, 해명은 어소반의 모습에 한껏 경직되어 아무 말도 못하고, 쳐다보고만 있었다.
“네 누이가 보인 힘과 같은 것이다. 그리 놀랄 것 없다.”
“예....누이의 힘은...백호....바람이었지요. 누이가 바람을 불러오고, 백호의 형상이 누이의 몸을 통해 보였을 때 저는 열여섯이나 되었었음에도 오줌을 지렸었지요.”
“그랬느냐...”
어소반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제가....그것을 삼키면...어찌 됩니까?”
“너는 안된다. 평범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네 누이도, 백호를 삼키고, 매일같이 쇠약해졌지지 않았느냐?”
“허면.....할아버지는.......‘신’이었기 때문에....괜찮으신 것입니까?”
“괜찮지 않다. 나도 지친다. 견딜 만 한 것일 뿐”
“............................그래도..............약조를 어긴......반송을....................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도와주신다면.............할아버지를 따르겠습니다.”
“....................”
어소반은 깊이 한숨을 쉬었고, 눈을 감았고, 고개를 숙였다.
*
날이 밝고, 정오가 다 되었을 때야 제를 지내던 흑자들이 지친 몰골로 목도루의 오두막으로 왔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로만 혼을 돌려보내었습니다. 돌아가시면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답부는 잠깐 졸았는지, 눈을 비비며, 오두막을 나갔고, 토래와 목도루가 이미 그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답부를 돌아보고 있었다.
“돌아가자.”
토래가 막 나온 답부에게 말했다.
“만약 돌아갔는데, 사지 멀쩡한 놈들이라도 죽어 있는 놈이 한 놈이라도 있으면, 다시 올 것이다!”
목도루는 목례를 했고, 토래는 답부의 등을 밀어냈다.
“가자. 신세 많았소.”
토래가 정중하게 말하는 것을 못 마땅히 여긴 답부가 성질을 빽 냈다.
“신세는 무슨! 저것들이 한 짓을 되돌려 놓은 건데! 심지어 다 살리지도 못한걸 봐주고 가는 구만!”
토래는 답부의 말을 무시한 채 산채를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고, 답부는 목도루와 흑자들을 돌아보며 눈을 흘겼다.
목도루는 투덜거리며 가는 답부와 토래가 가는 모습을 지팡이를 짚고 서서 바라보았다.
산채의 문이 올려지고, 두 사람이 완전히 나가고 나서야 문은 다시 내려졌다.
“무반아~”
시선은 여전히 닫히고, 있는 문에 둔 채로 조용히 목도루는 무반을 불렀다.
“예, 어른.”
“곧, 산채 안이 불바다가 될 것이다. 민간인들은 산채 뒤로 피신시키고, 흑자들과 너는 목책에서 대기 하도록 하거라.”
“예? 무슨...”
“숲의 결계지가 틀어진 것이 느껴지지 않느냐?”
목도루의 말에 무반은 그제야 숲으로 시선을 보냈다가 깜짝 놀랐다.
“어..어째서...”
“누군가가 결계지를 풀어 놓았구나. 이미 몇 시진 전부터....아마....저 두 분이 산채를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싶다.”
“대체....누가?....혹....”
무반의 말에 목도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저 두 분이 끌고 온 것이 아니야. 다른 자들이다.”
“아...알겠습니다. 어른께서는 부족민들과 산채 뒤로 피신하십시오. 침입자들은 저희들이 막겠습니다.”
“애쓰지 말거라.”
무반은 흑자들을 독촉해 부족민들을 산채 뒤로 나 있는 길로 보내라 지시했고, 목도루는 부족민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리며, 지팡이를 짚은 채 석상처럼 그 자리에 서서 숲을 응시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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