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방문자-
명 림
-신의 나라-
207화
-의외의 방문자-
“우리의 목표가 중부가 아니라는 말은 무슨 말이오?”
우공창이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물어왔다.
“우리의 목표는 국내성입니다.”
답부가 조용히 말했고,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답부를 쳐다봤다.
“오늘 낮 동안 저들의 시선을 이쪽으로 돌려놓고, 밤을 틈타 일부는 중부로 진격합니다.”
“우리 쪽 병력이 빠져나간다면 금방 알아 차릴텐데!”
해장이 물었다.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지요. 제가 미리 짚으로 된 인간형태의 인형을 많이 만들어 놓으라고 지시를 내려놓았습니다. 우선 밝을 때는 모두 제자리에 서 있고, 날이 저물면 짚 인형을 세워 제자리를 모두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밤 동안은 몰라도, 날이 밝으면, 금방 들킬 텐데...”
“그래서 우리진영 앞에 불을 피워 많은 연기를 낼 것입니다. 연기 때문에 형체는 보이되 자세히 볼 수 없도록이요.”
“아...”
“그래도 움직임이 없다면...”
“시간을 오래 벌수는 없을 것도 압니다. 우리 병력이 빠져나가면 길목을 파두고, 자갈을 깔아 두라고 지시를 또 내려놨습니다. 저들은 모두 말을 타고 쫓아 올 것이니 자갈밭을 달리는 말들은 다쳐서 금방 쫓아오지는 못할 것입니다. 또한 그곳을 넘어 간다해도 많은 수가 구덩이에 빠지니 또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
모두 입을 다물었고, 답부의 설명은 계속 되었다.
“중부는 하가만이 성 밖에 나와 있는 형국입니다. 하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야 하지요. 둘레로는 개울이 흐르니 다리가 아니면 실제 드나들 수도 없습니다. 저는 이 다리의 돌을 몇 개 빼놓으라고도 해놓았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디로 빠져나갑니까?”
해장이 물었다.
“여기, 기슭에 다리를 하나 만들어 놓으라고 지시를 해 놓았습니다. 우리는 이 다리로 나가면 됩니다.”
인근 지형을 그려놓은 지도를 가리키며, 답부가 말했다.
“오...언제 그런 지시를...”
해장이 간탄하여 말했다.
“여러분들이 오시기 전에 범천의 역도들에게 미리 지시를 해 놓았습니다. 중부에서 우리가 빠져나간 사실을 알아차리고 쫓아가기 위해 많은 수의 군사들이 성에서 빠져 나올 것입니다. 우리는 기다렸다가 그들이 모두 가고 나면 그들의 뒤를 따라 중부로 향합니다.”
“우리 병력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저와 함께 동부와 남부가 먼저 중부로 가고, 그 뒤를 백고 황자가 황부와 함께 따라 가겠습니다.”
“만약 그 작전이 실패하면...우리는...앞 뒤가 완전히 막히게 됩니다.”
해장이 말했다.
“또한 선비족에서 원군이 도착한다면...”
“선비족이 중부로 오는 길목에 가국들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시간을 많이 벌어 줄 것입니다. 선비족들이 도착 할 때쯤 우리는 이미 국내성 안에 있어야 합니다.”
“...”
실로 모험이었다. 답부의 계획은 화려했지만, 그 만큼 위험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신속히 움직이지 않으면, 모두 죽습니다. 제 명령에 반대의견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반대라기 보다는...중부를 먼저 차지하고나서 국내성을 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해방기가 말했다.
“우리는 중부를 절대 함락 시킬 수 없습니다. 지금 국내성은 비어 있습니다. 고수성이 중부에 와있으니까요. 그렇더라도 국내성에 군사들이 없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저와 신의 힘을 쓰는 동료들은 성안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으니, 국내성으로 가기만 하면 성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쉽습니다.”
“고수성이 국내성을 빼앗기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당연히 가만히 안 있겠지요. 모든 부족의 전사들을 끌어 모아 국내성을 공격하려고 찾아오겠지요. 그래도 우리가 이깁니다. 우리는 성안에 있고, 저들은....성 밖에 있으니까요.”
“...”
“저들에게서 신들은 있어. 일전에 무솔이라는 자가 벌레로 사람들을 조종하지 않았느냐? 그가 다시 벌레로 우리를 공격한다면...”
백고가 말했다.
“무솔은 지금 중부로 와 있어. 놈들은 나와 지탈, 범천, 똠방대가 직접 맡는다.”
“똠방대?”
“아~그 거지...”
해방기는 거지라고 말했다가 이내 자신의 입을 막았다.
“헌데...안 그래도 수가 적은 군사를 왜 북부로 보내셨소?”
“북부는 가기만 하면 그냥 차지 할 수 있는 빈 성입니다. 곧 성을 차지 했다는 연통이 올 것입니다.”
“....그리되면...우리는 중부를 제외한 사 방의 성을 모두 얻게 되는군.”
해장이 조용히 말했다.
“예, 그러면 고수성은 중부 안에 갇혀 원군을 불러 올 수도 없습니다. 사방이 우리에게 둘러싸인 형국일 테니까요. 심지어 우리가 북부를 차지한 후에는 중부의 성을 비울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중부안에 갇혀 있다보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투항하거나 전면전을 해 올지도 모르지요.”
“전면전을 감행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걸고 하게 될테지만, 전적으로 우리가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것은 변함이 없겠구만....허허...”
해장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호오~”
“큰 싸움을 할 것도 없이 적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승리할 수도 있겠군.”
해방기가 혀를 둘러 차며 말하자 우공창도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만족해하는 얼굴이었다.
“저는 백고 황자의 말대로 최대한 인명피해를 줄이는 전쟁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고수성을 몰아내고자 하는 것이지 백성들을 힘들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답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백고를 매우 놀라게 했다. 여태까지의 답부라면 그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밀어 붙이자고 했을 것이 뻔했지만, 자신의 뜻을 받들었다는 말은 백고를 감동케하는데 충분했다.
“저는 아직도 인간들의 목숨 같은거....별로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병력으로 총 공세를 퍼부어 저들이 죽든 우리가 죽든 쳐들어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저들의 시체위에서 승리한 들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껏 왕의 자리를 빼앗았는데, 남아 있는 백성들이 얼마 없다면....허무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백성들을 위한 전쟁이지 우리를 위한 전쟁이 아니지요. 해봅시다. 나 황부의 해방기는 전적으로 명림 태보를 믿어보고 싶어졌소.”
“저 해장도 아버님이(어소반) 그토록 총해하신 명림태보님을 믿어 보겠습니다.”
“남부 우공창, 명림 태보를 따르지요.”
모두 하나가 되어 답부에게 주먹을 들어 보였고, 답부는 그제야 입 꼬리를 올리며 일어서서 주먹을 들어 그들의 주먹위에 얹었다.
“그래도 싸우는 척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
백고가 물었다.
답부는 주먹을 내리고, 모두를 둘러봤다.
“짧게 한번은 대기, 짧게 두 번은 모여라. 길게 한번은 싸워라. 길게 두 번은 후퇴입니다.”
“음?”
모두 무슨 소린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 피리를 불 겁니다. 피리 소리를 잘 듣고, 그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됩니다.”
“아! 그래서 왔다갔다하면서 싸우는 척 하자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모든 병사들이 앞으로 나가서 싸우다가 물러 났다를 반복하게 하는 겁니다. 그래야 우리쪽 사상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피리를 불기 전 손가락을 세우면, 해당 부대는 피리 소리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답부는 손가락 하나를 세우며, 말했고, 모두 알겠다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럼, 각 대대로님들께 이 명림 태보,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 드립니다.”
답부가 머리를 깊이 숙였다.
답부가 머리를 숙이자 다른 대대로들도 함께 머리를 숙였고, 백고도 머리를 숙였다.
‘녀석, 다른 이에게 머리를 숙이다니....처음 보는구나. 너의 그런 모습.’
백고는 답부의 모습에서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고, 눈물이 핑 돌아 아무도 몰래 옷 소매로 닦아 냈다.
그때 말객 하나가 들어와 머리를 조아렸다.
“무슨 일이냐?”
백고가 물었다.
“밖에....어떤 귀녀께서 오셔서 명림을 만나고 싶다 하십니다.”
“귀녀?”
백고와 답부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말객에게 들이라고 말했다.
깊게 눌러쓴 검은색의 후드를 쓴 여리 여리 한 몸짓의 여인이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답부와 백고는 의아해 그녀를 잠시 넋을 잃고 보다가 백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뉘십니까? 여긴 곧 전시상황이 됩니다. 위험하니 피해 계십시오.”
“알고 왔습니다.”
답부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익숙한 목소리였기에 그랬다.
“알고 오시다니...누구십니까? 신분을 밝히십시오.”
“...”
“다른 분들께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움직여 주십시오.”
백고의 말에 모두 밖으로 나갔고, 그제 서야 여인은 천천히 후드를 내렸다.
“헉!”
답부가 벌떡 일어섰고, 백고 역시나 매우 놀라 동공을 확장시켰다.
“바...바리?”
백고의 입에서 작게 터져 나온 그 이름은 바리공주였다.
“공주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바리의 뒤에서 누군가 막사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고, 그의 등장으로 바리까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우..우보?”
우보 어지류였다.
답부와 백고는 바리공주의 등장과 함께 고수성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어지류가 왔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백고는 으레 격전 전 사신이 여러 협상을 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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