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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작품등록일 :
2019.06.19 23:01
최근연재일 :
2019.07.23 06:0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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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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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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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카레와 커피

DUMMY

30분에 3등이면 끝날 일이었다.

봉사활동에서 의미를 찾겠다는 나의 고집 때문이었다.

나와 차한솔의 봉사활동은 1시간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나 때문에 미안. 바쁘면 먼저 가도 됐었는데."


"말하는 타이밍이 좀 늦은 거 같은데?"


"아까 말했으면 진짜로 갔을 거 아냐? 주말에 혼자서 쓰레기 줍는 건 싫다구."


"내가 그 정도로 신뢰가 없었나?"


머리를 긁적이는 녀석을 보니 그럴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신뢰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의 사이는 된 걸까?


"그래서 봉사활동의 의미는 찾았어?"


추가적을 소비된 시간의 의미를 돌아보지만 딱히 와닫는 것은 없었다.


"아저씨가 열심히했다고 말해줬잖아? 그 정돈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미를 두지 말고. 차소연,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봐."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 같은 눈빛.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방금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태양은 구름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덥고, 허리 아프고, 티도 안나고, 어차피 다시 지저분해질 걸 생각하니 허무하고."


머리를 거치지 않고 가슴으로 느낀 대로의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으니 속이 좀 시원해 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봉사활동이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수고했어."


다른 사람의 평가에는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솔의 한 마디는 오늘 하루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 같았다.


"너도 수고했어."


조금은 쑥스러운 대화가 오가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대화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어색하지는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같은 곳을 향하여 걷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너는 어느 쪽이야?"


타임 업. 짧은 동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 길이 끝이 없는 일방통행의 이라면 좋을 텐데.

나의 바램이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횡단보도가 내 앞을 가로 막는다.


"저기... 배고프지 않아? 시간도 늦었는데 밥 먹고 가지 않을래? 지금 들어가면 엄마가 밥 두 번 차리게 하지 말라고 한 소릴 할 거 같아서."


첫 마디만 할 걸.

도둑이 제발 저린 것처럼 주저리주저리 내뱉어 놓고 나니 후회가 밀려온다.


"집에 카레가 많이 남았는데..."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말았다.

할 수만 있다면 내뱉은 단어들을 주어 담고 싶었지만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카레라이스 좋아해?"


"카레라이스? 그게 뭐야?"


보기 좋게 거절 당했다는 생각에 정신을 조금 놓고 있었나 보다.

생각지도 못한 흐름에 바보 같이 질문으로 답했다.


"인도 향신료가 들어간 소스를 밥에 부어 먹는 요리?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막상 물어보니까 의외로 답하기 힘드네."


태연하게 카레라이스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는 녀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카레라이스 괜찮으면 집에 가서 먹을래? 오늘 다 못 먹으면 버려야 할 것 같거든?"


"집? 무슨 집?"


바보 같은 질문을 연달아 하는 나를 바라보다가 피식 하고는 횡단보도를 건넌다.

파란불이 깜빡이기 시작하자 그제야 정신이 들어서 종종걸음으로 한솔의 곁에 따라 붙었다.

사태가 파악되자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따라잡기라도 하려는 듯 가슴도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미리 연락도 안 드렸는데 점심시간에 찾아가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제야 큰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인상이 중요한데 이 상태라면 가정교육도 못 받은 이상한 여자애로 여겨질 것이 뻔하다.


"아무도 없어. 집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창고 같은 거니까."


'아무도 없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꿀꺽하고 삼켜버렸다.

내가 부담스러운 기색을 다시 내비친다면 더 이상 권유할 것 같지 않았다.

밥 먹으러 가는 건데 뭐 하고 돼내어 본다.


10분 남짓 걸어서 도착한 곳은 번화가 뒤편의 오피스텔 이었다.

편의점 옆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서 내려 복도를 지난다.

문에 붙어 있는 회사 이름들 때문일까?

아파트 복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삭막함이 느껴진다.


도어록에 카드 키를 대자 띠딕하는 하고 문이 열린다.


"좀 어색하겠지만. 들어와."


"실례합니다."


아무도 없는 줄 알면서도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였다.

한솔은 입구 앞에 신발을 벗어 놓고 신발장을 바라보다가 슬리퍼를 꺼내서 건넨다.


"오피스텔이라 바닥이 좀 지저분할 거야."


"응. 고마워."


"소파에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손도 씼지 않고 부엌으로 향하는 게 조금 꺼림직했지만 일단 주변을 둘러 보았다.

원룸 치고는 상당히 넓은 공간이었다.

우리집 벽을 다 부수면 이 정도 크기가 될까?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죽소파, 원목 위에 통유리가 올라가 있는 테이블, 그리고 저 편에 전혀 다른 느낌의 페브릭 디자인 소파.

학생에게 어울릴법한 가구라고는 2층은 침대로 되어 있는 다기능 책상 하나 뿐이었다.

가구들이 어색하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사람이 사는 집이라기 보다는 가구 전시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혼자 살아?"


"보시다시피."


"밥은 어떻게 하고?"


"카레 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평소에는 어떻게 하냐고?"


"카레만 먹겠냐? 매번 하기 귀찮으니까 한꺼번에 많이 할 수 있는 걸로 한 것 뿐이야. 생각해보니 카레 자주 하기는 하네."


평소에는 속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녀석이다.

그런데 말을 통해도 의미가 전달이 되지 않는 상황에 웃음이 나온다.


"푸훗, 혼자 해서 먹는구나."


"혼자 사니까 혼자 해먹는 게 당연하잖아? 묘하게 시비 거네?"


"그런 게 아니라. 힘들겠다 싶어서."


"역시 시비잖아?"


"카레 냄새 좋다. 화장실은 어디야? 손 씻을래."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고 화제를 돌렸다.


"공용 화장실이라 복도로 나가야 하는데? 그냥 싱크대에서 씻어."


한결이 싱크대에서 옆으로 살짝 비켜준다.

비누와 컵에 꼽혀있는 칫솔을 보니 세면대로 쓰이는 것 같았다.


"샴푸? 머리도 여기서 감아?"


"그럼 어디서 감겠어?"


"거울도 없고, 헤어드라이도 없고. 빗도 없고."


단정한 차림새와 달리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의 비밀이 밝혀졌다.


"머리 잘 안 말리는구나?"


"셜록 소연님 이제 신경 끄시고 이거나 받으시죠?"


비빔밥 그릇에 퍼 담은 흰 쌀밥에 개성적인 모양의 야채가 곁들여진 카레를 들이민다.


달랑 카레라이스 두 그릇과 플라스틱 숟가락 두 개.

반찬은 하나도 없는 삭막한 식탁.

납작한 접시에라도 담겼으면 일품 양식이라고 눈감아 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국 그릇에 담긴 카레라이스를 보니 한 끼 때운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김치도 없어?"


"꺼내기 귀찮아."


자리에서 일어나서 냉장고를 열어본다.

텅 빈 냉장고.

먹고 남은 음식과 손질 된 재료들이 가득 들어있는 우리집 냉장고와 달랐다.

김치통을 꺼내 놓고 찬장을 열어보았다.

휑한 찬장에 덩그러니 놓인 밥그릇 한 개.

하는 수 없이 밥그릇에 김치를 조금 담아낸다.


"설거지 하기 귀찮은데."


"설거지는 내가 할께. 잘 먹어야지. 귀찮다고 대충 때우지 말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조금 올라갔다.

숟가락을 잠시 멈추고 나른한 목소리로 한마디 던진다.


"엄마 같은 느낌이네."


"아, 미안."


"미안해 할 거 없어. 그리운 느낌이 들어서."


혼자 산지 오래 됐을까?

내색은 안 해도 상당히 쓸쓸했음이 분명하다.

부모님과 왜 따로 사는 것일까?

마음속의 궁금증은 점점 더 커지지만 그 질문들의 대답은 벽 너머에 있기에 물어볼 수 가 없었다.

무엇이라도 묻고 싶은 기분에 다른 질문을 한다.


"카레 맛있네. 어떻게 한 거야?"


"카레를 맛있게 만들려면 미리 손질한 재료들을 끓이기 전에 살짝 볶는 게 좋아.

야채랑 고기를 볶을 때 나는 향이 카레의 풍미를 더해주거든."


"호오. 자취 전문가 다운데?"


카레를 음미해보니 은은하게 고기 볶은 향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이건 그냥 다 때려 넣고 끓였지만."


"엥?"


"그냥 만드는 것도 귀찮은데 그런 귀찮은 짓을 하겠냐?"


"카레에서 풍미가 느껴지는 것 같았는데. 사기였잖아?!"


"원효 대사님의 깨달음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니 돈 주고도 못살 경험했네.

경험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경험을 받아들이는 자세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구."


궤변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처음엔 이상한 녀석이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대단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뭔가 태클이라도 걸어라. 너 그러다 나중에 진짜로 사기 당한다?"


짜증나는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니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며?"


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쥐락펴락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르겠다.


"다 먹었으면 치운다."


녀석이 빈 그릇을 싱크대에 넣는다.


"내가 할게."


"그릇 두 개 씻고 생색내려고 하지 말고 그냥 앉아 있어."


설거지를 하는 한솔의 뒷 모습.

매일 혼자서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 기분 어떨까?


"점심에는 빵 사먹어?"


"조리사나 영양사라도 되려는 거야?"


순수한 호의가 해석되는 방식이 짜증난다.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녀석의 도발에 넘어가 반응할 때마다 녀석은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점심시간 마다 매점에서 전쟁을 치룰 필요 있나? 아침에 조금 귀찮더라도 도시락을 싸는 게 효율적이야.”


“니가 도시락을 싼다고? 상상이 안되는데?”


남은 음식 음식물쓰레기 버리듯이 도시락 통에 담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푸핫하고 웃음이 나온다.

의외로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정갈한 도시락 일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한 번 보고 싶네.”


“그러니까 영양사냐고?”


“아니라고!”


이제 밥도 먹었으니 진짜로 작별의 시간이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로스타임이 생겼다.


“커피 마실래?”


“응!”


사실 커피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달콤한 마끼야또면 모를까 일부러 쓴맛을 보고싶지는 않다.


“설탕이랑 크림 넣어? 아니면 블랙?”


블랙이라는 말에 고개가 자동적으로 좌우로 흔들린다.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도 있나 싶어 들여다 봤다.

커피잔에 커피믹스를 털어 넣고는 커피포트로 끓인 물을 조르륵 붓는다.


“자.”


커피잔을 받아들고 그 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인스탄트잖아?”


“근데?”


한솔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천연덕스레 대답한다.

방금 그 질문은 뭐였지?


“설탕이니 크림이니 하는 건 왜 물어 봤어?”


“깨달음 부족하구나.”


“뭐?”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린거야. 인생이 달면 양잿물도 달게 느껴질 텐데 설탕이나 크림 차이 정도야.”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커피를 들이키는 것 뿐이었다.


“어때?”


“커피가 짜네.”


한솔이 크게 웃는다.

그 가식없는 환한 웃음을 가슴에 새기며 커피를 마신다.

가끔 인스탄트 커피도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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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민폐녀 여사친 19.07.11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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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1+1 19.07.08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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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안경과 신데렐라 19.06.30 20 0 11쪽
10 대체 현실 (2) 19.06.29 19 0 12쪽
9 대체 현실 19.06.28 17 0 13쪽
8 소문의 그녀 19.06.27 18 0 13쪽
» 카레와 커피 19.06.26 38 0 11쪽
6 봉사활동 19.06.25 14 0 12쪽
5 에니그마 19.06.24 17 0 13쪽
4 넓은 공간 19.06.23 22 0 11쪽
3 니가 왜 거기서 나와? 19.06.22 19 0 12쪽
2 효율과 로맨틱 19.06.21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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