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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선달
작품등록일 :
2019.06.21 22:44
최근연재일 :
2022.07.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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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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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황제를 위하여 - 11

DUMMY

#

시르카는 빈민들에게 커다란 빵덩이를 나눠주는 중이었다. 그녀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황궁에서 들려온 폭음에 놀랐지만, 시르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황궁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빵을 받은 채 멍하니 서 있는 빈민을 옆으로 밀쳐냈을 뿐이었다.


“어머나, 하필 오늘 시작했네? 자, 빨리빨리. 다음 사람!”


불행히도 사람들은 얼어버려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저게 뭡니까?”


보안팀 직원 옐레나 칼렌의 질문이었다. 시르카가 대답하기 전에 D급 연구원이 움직였다. 그는 공책을 펼쳤다. 촤락! 시르카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공책 정말 무서워.”


연구원은 공책을 들여다보더니 번역기를 껐다. 그는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 연락두절. 플로라 황녀가 모든 권한을 접수함. 궁궐 내 지구인들이 인질로 잡힘. 보안팀은 현재 마법사를 포함한 근위대와 교전 중. 오아시스 베이스에서 구조작전을 계획 중이나 실시일자는 미정. 현 시간부로 재단은 이 사태의 모든 결정권을 코어로 위임. 재단 지시사항 전달을 전달합니다. 수도권 내 인원은 각자 알아서 생존할 것. 반복, 각자 알아서 생존할 것.”


현장에 있던 지구인들의 안색이 싹 변했다. 보안팀 직원, 분배를 도와주던 대량급식전문업체 마간다 직원, 시르카의 호위로 나온 실버불릿 직원 전부. 먼저 하얀 옷의 마간다 직원이 입을 열었다.


“음. 저희는 이만 떠나보겠습니다.”

“빵은 다 내려놓고 가.”


시르카의 말이었다. 마간다 직원들은 참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희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수도권 전체가 곧 전쟁터가 될 것 같네요.”

“늦었어. 지금 너희를 보호하고 통과시켜줄 수 있는 건 나뿐이야. 알아서 기어라? 아니면 너네 그 총으로 한 번 돌파해볼래?”


마간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폴란드제 기관단총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작업속도를 높이는 편을 택했다. 시르카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재단 직원들과 실버불릿을 향해 말했다.


“나와 내 하녀들은 당분간 궁궐에 안 들어갈 거야. 너희는 우리 교단 대사원으로 와. 거기서 보호해줄 테니까. 아니면 좀 있다 총 쏴볼래?”


D급 연구원과 보안팀 직원은 서로를 마주보더니 결론을 내렸다. 연구원이 말했다.


“대사원에 헌금하겠습니다.”

“현명하네. 너는?”


시르카의 질문은 실버불릿을 향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 오늘 임무는 황녀님 호위니까 따라오라시면 따라가야죠.”

“좋아. 그럼 행사 진행이나 빨리 하자고. 어떤 결론이 나든 양쪽에 치여 죽는 건 사양이야.”


실버불릿을 제외한 다른 지구인들은 모두 분주해졌다. 실버불릿 병사는 혹시 제국군이 이쪽으로 달려오진 않나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시르카 황녀님은 장수하시겠습니다.”


시르카는 깔깔 웃어버렸다.


“당연하지. 우리 교단에서 가장 큰 죄가 후손도 없이 죽는 거란다?”



#

루드너는 곧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된 지구인들과 같은 곳에 놓였다. 붙잡힌 사절단, 연구원, 보안팀 직원들. 그들은 커다란 식당에 갇혀 제국군 근위대의 감시를 받았다. 플로라 황녀는 그 주변을 맴돌며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봉수대를 다시 운영시켜라, 포고문을 작성해라, 근위대를 더 소환해라, 남은 황실 마법사를 불러라, 아직 상황을 모르는 교단들과 귀족들과 사령관들에게 전령을 보내라 등등.


식당을 벗어나지 않는 한, 사절단 개개인은 구속되지 않았다. 덕택에 루드너는 사절단의 질문 세례에 노출되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재단은 이 상황을 예상 못했습니까?”

“본국에는 연락이 닿았습니까?”

“황제 폐하는요?”


전부 루드너가 대답 못할 질문들이었다. 한 남자가 가장 뼈아픈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 이 세계는 다 도청하거나 훔쳐보는 것 아니었어요? 뭐든지 다 안다면서?”


하지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루드너는 딱 그것만 응했다.


“다들 그렇게 믿도록 만드는 게 제 일이긴 했죠. 하지만 재단이 정보원을 확보한 건 동부 지방이 고작이고 수도권은 제약이 심합니다. 게다가 여긴 제국의 심장부라고요. 재단이 날고 기어도 기술정보 이상을 획득하기는 쉬운 게 아닙니다.”

“다 허풍인 겁니까?”

“아뇨. 뭐, 자세한 건 못 말씀드립니다만. 어느 조직이든 예산과 인력과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게······.”


그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들어온 다음 질문은 한 여자의 프랑스어였다. 루드너는 반사적으로 목에 손을 가져갔다가 멈칫하고는 다시 말했다.


“영어로 말해주세요. 번역기 뺏겼잖아요.”


사절단과 재단 직원들이 가진 번역기는 전부 플로라 황녀가 빼앗아 부하들에게 나누어줬다. 그리고 플로라 황녀 자신도 하나 찼다. 한 사제가 ‘이게 세뇌마법장치 같은 것이면 어쩌냐?’고 걱정했지만 플로라 황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 정도 위험부담은 감수해야지. 아니면 공부하던가.”


황녀는 품에서 얇은 영단어집 하나를 꺼내 그 사제에게 던졌다. 사절단이 바친 것 중 하나였다. 사제는 궁시렁거리며 영단어집을 펼쳤다. 그러나 그가 첫 페이지를 읽어보기도 전에 헬기소리가 황궁 위를 울렸다.


“너희 우두머리는 결국 숙소를 포기했군.”


작은 헬기들이 이륙하는 장면이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 탄 건 숙소에 남았던 극히 일부의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총성이 그치진 않았다.


“저건 연락기라고 했지. 아마 A급 연구원만 도망치나 본데.”


플로라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인질들 속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루드너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탈출할 수 있는 사람은 탈출하는 거겠죠. 마법으로 격추시키실 겁니까?”

“그러고 싶은데 마법사들이 아직 반응이 없군. 왜지?”

“저한테 물으시면 어쩝니까?”


대답은 늦게 들어왔다. 한 젊은 마법사가 피투성이가 된 채 식당에 나타났다. 피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황녀에게 고개를 조아린 다음 말했다.


“스승님이 당했습니다. 마법을 완성하는 순간 뭔가에 맞고 절명하셨습니다.”

“총이란 거다. 한심하기는.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도 이해를 못하다니. 그 머리로 어떻게 신의 권능을 도둑질하는 거냐?”


플로라 황녀는 마법사들을 깎아내렸다. 마법사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투창도 가벼이 막는 방어마법을 걸어드렸습니다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지구인들의 총은 종류와 크기와 위력이 다양하다. 너희가 방어를 제대로 못한 탓이다. 남은 마법사들은 어디 있느냐?”

“수도권의 요충지들을 장악하는 것을 지원하러 갔습니다.”


루드너는 웃어버렸다.


“마법사란 친구들이 아직 지구권 무기를 잘 모르나 봅니다. 하기사 보여준 적도 제대로 없지만요.”


플로라는 말 없이 권총을 집어들고는 마법사의 허벅지를 쏴버렸다.


탕!


“끄악!”


마법사는 허벅지를 붙잡고 나동그라졌다. 플로라 황녀는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속에서 태연히 말했다.


“제일 약한 것이다. 이제 모른다고 하면 넌 죽는다. 지구인들의 손에 죽거나 내 손에 죽는다.”


마법사는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끙끙거렸다. 그는 근위대에게 끌려나갔다. 플로라 황녀는 권총을 근위대에게 넘기곤 하녀가 가져온 대야에 화약냄새 묻은 손을 씻고 마른 수건으로 닦았다. 루드너는 피칠갑이 된 복도를 눈짓하다 말했다.


“안 죽을까요?”

“마법 중엔 치료마법도 있다. 저 정도는 금방 회복하겠지.”

“머리로는 압니다만, 역시 직접 보니 신기하군요. 치료마법은 지구 기준으로도 매우 놀라운 것입니다. 그런 마법사가 고귀한 피 앞에서는 맥을 못 추다니.”

“도둑놈이 허락 받은 지배자를 어찌 이기겠나?”

“재단에서는 마법저항력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만.”

“이상한 용어군.”


플로라는 자신을 위해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그녀가 허공에 손을 내밀자 하녀는 잽싸게 공책을 건넸다. D급 연구원들의 공책이었다. 황녀는 루드너에게 질문했다.


“아무거나 써봐도 되나?”

“됩니다.”


루드너의 대답에 황녀는 연필을 들고 그 위를 짧게 끄적여보았다.


‘제국 제1황녀.’


잠시 뒤 글자가 사라졌다. 그걸 지켜보던 하녀는 숨을 삼켰다.


“마법인가요?”

“기술이다.”

“기술이죠.”


황녀와 루드너가 동시에 말했다. 황녀는 쉬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 공책에 쓴 글씨나 그림은 너희 기지로 송신된다. 맞나?”

“예.”

“기지에서 보내는 글씨도 여기에 뜬다. 맞나?”

“예.”


그녀는 한참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답신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D급 연구원 하나를 가리켰다.


“너. 여기 와서 이 공책에 플로라 황녀가 대화를 원한다고 써라.”


연구원은 순순히 명령에 따랐다. 하지만 잠시 뒤 그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결이 끊겼습니다.”

“무슨 의미냐?”

“이 공책에서 보내는 글씨는 전부 특정 설비를 통해 기지로 송신됩니다. 저희는 그 설비의 송수신 가능 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통신할 수 없습니다.”

“그럼 그 설비는 왜 작동하지 않나?”


그 대답은 루드너가 대신했다.


“뻔하죠. A급 연구원이 이륙하면서 다 때려부순 것 아니겠습니까?”

“골치 아프게 됐군. 다른 통신 수단은 없나?”

“실버불릿이나 벨트키퍼한테는 있을 겁니다. 숙소에 남은 보안팀 대원들도 아직 무전기 정도는 갖고 있겠고.”


황녀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한 하녀에게 지시했다.


“벨트키퍼의 청소부 대장을 불러라.”



#


숙소에 남은 보안팀 대원들은 곧 황당한 장면을 마주했다. 손수레와 함께 청소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제국 근위대를 가로질러 숙소 정문으로 들어왔다.


“정지! 넌 누구냐!”


한 대원이 확성기로 소리쳤다. 청소부는 순순히 대답했다.


“청소하러 왔는데요.”

“방독면 벗고 양손 들어!”


청소부는 순순히 방독면을 벗었다. 보안팀장 옆 한 대원이 말했다.


“맞습니다. 아는 얼굴입니다.”

“세뇌당한 건 아니겠지?”


팀장이 걱정스레 말했다. 대원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죠.”


팀장은 옥상으로 뛰어가 확성기를 뺏어들고는 외쳤다.


“여기 왜 왔냐!”

“황녀님이 청소시간을 변경하라더군요.”


태연한 목소리였다. 보안팀장은 다시 소리쳤다.


“그것 외에는?”

“메시지가 있답니다. 그쪽 통신수단으로 기지에 전달해달라네요. 우린 본사와의 연락채널만 있어서 그게 안 되거든.”

“그럼 너희 본사가 기지에 연락하면 되지 않나?”

“직통이 아니니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혹시 우리 본사가 중간에 끼는 걸 원해요? 추가요금 있을 텐데.”


그건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팀장은 무전기를 붙잡았다.


“통과시켜. 사격 금지.”


청소부는 유유히 정문과 화단을 가로질러 숙소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편지봉투를 보안팀 직원에게 전달하고는 용변봉투들을 챙겨넣기 시작했다. 주섬주섬. 옥상에서 내려와 그 광경을 보던 팀장은 황당하다는 투로 말했다.


“당신들은 세상 끝나도 그대로일 것 같소.”


청소부는 낄낄 웃었다.


“치과보험이란 게 무섭잖아요.”


팀장은 마주 웃고는 봉투를 뜯어 보았다. 그 안에 적힌 제국어를 번역해보자 곧 황녀의 메시지가 드러났다. 한 대원이 질문했다.


“뭐랍니까?”

“황제가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궁성이 혼란에 빠지자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난 것이 책임자로서 유감이라는군.”

“마리화나 했대요?”

“더 있어. 통상적인 절차를 걸치지는 않고 시작했지만,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서로 인질을 교환하자는군.”

“예?”

“지구권 국가들이 왕족을 보내면 제국은 시르카 황녀나 그에 준하는 황족을 보내겠다는군. 그리고 우리도 전부 무사히 풀어주겠대.”

“미친 거 아닌가요?”

“지구도 전근대엔 인질교환이 일종의 정치수단이었어. 젠장. 황녀가 너무 구식이야. 이러면 통상적인 인질극이랑은 흐름이 좀 다른데. 마지막 말은 인상 깊군. 신들의 저주로부터 너희를 구원할 길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란다.”


팀장은 무전기를 든 대원에게 그 편지를 던졌다.


“송신해.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야.”



#

따악!


골프공이 지구의 대기를 갈랐다. 그것이 녹색 잔디밭에 떨어지기 전에 골프채를 쥔 뚱뚱한 중년 여자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플로라 황녀가 왜 그렇게 성급했는가? 인질은 왜 잡았는가? 왜 우리 현지 정보원들은 이를 감지하지 못했는가?”


골프공은 무사히 착지했다. 데구르르. 여성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콧김을 한번 뿜고는 골프채를 거꾸로 쥐었다.


“여기에는 많은 대답이 가능하겠지. 그 모두가 정답일 수도 있고. 나도 당장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어. 소설을 써줄 수도 있지.

사실 인질은 실버불릿이 쓴 독가스나, 코어군의 폭격을 경계한 인간방패의 역할이라던가. 성급했던 이유는 오라버니의 성적지향을 알아차린 다음부터 싹튼 권력욕이라던가. 아니면 불만 높은 보수파 사제들을 즉시 이용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정말 황태자가 대역전극을 이뤄버릴까 불안할 수도 있고.

진짜 이유는 그녀만이 알겠지만. 어쨌거나 이 정보실패는 변명이 불가능해. 일 터지고 나서야 예상답안을 쏟아내는 것 따위는 누구나 할 수 있어.”


그 옆에 선 양복차림의 젊은 여비서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양새였다. 그녀는 결국 입을 열었다.


“마이어스 총재님, 재단이 뒤집어졌습니다. 느긋하게 골프나 치실 때가 아니에요.”

“상관 없어. 이미 우리 손을 떠난 문제야. 코어가 이걸 모를 것 같아?”

“그러니 뭐라도 하셔야죠!”

“우린 이런 상황이 터질 경우, 코어의 지시를 따르기로 했어. 구출작전은 전부 코어가 지휘할 거야. 수단이 문제일 뿐이지.”


도로시아 재단 총재 타라 마이어스는 골프백에서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꺼냈다. 그녀는 그걸 들어 겨누고는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더니 말했다.


“이거 고장난 것 같아.”


비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총재님, 재단본부에 들어가셔야 합니다.”

“내가 일정 갑자기 취소하고 뛰어들어가면 기자들이 냄새를 맡아. 그럴 수는 없지. 여기서부터는 이미 그곳에 간 군인들이 맡아야 돼. 난 좀 있다 기자들 유인할 말이나 생각해야지.”


비서는 슬쩍 주변을 돌아보았다. 골프장은 다른 사람 없이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플로라 황녀가 인질만 잡지 않았으면 그 친구들까지 나설 필요는 없는데. 그녀는 구식이어도 너무 구식인 게 문제야. 그리고 우리네 주전파는 구식 정치수단으로서의 인질과 범죄형 인질극을 구분할 이유를 못 느끼겠지. 차라리 코어군의 화력시범을 용인할걸 그랬나 봐.”

“평화교류를 원한다면서 화력시범을 보이면 그건 누가 봐도 무력시위니 어쩔 수 없잖아요. 지구에서 난리가 난다고요. 몬스터 토벌전 지원도 각 의결기관의 만장일치가 아니면 통과 안 된대서 엄청나게 공을 들였는데.”

“그 결과가 지금 이 꼴이니 말이지.”


총재는 골프백에 도로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집어넣었다. 그녀는 골프백을 메고는 천천히 걸어나가며 말했다.


“이렇게 되는 건 막을 수 없어. 처음부터 관찰만 했으면 모를까, 안보불안을 이유로 탐색과 교류를 늘려가기 시작했으니. 충돌도 일어날 수밖에 없지. 지구가 혼자뿐이라는 것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끔찍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야.”

“최소한 전쟁은 막아야죠! 대륙에서 전쟁을 벌이면 이득은 보잘 것 없는데 군사관련 지출은 끝없이 들어갈 거에요! 수많은 사람이 죽는 건 당연하고요!”

“21세기를 맞은 이라크처럼 말이지. 검은 황금을 가진 동네도 일부 기업들만의 잔치로 끝났으니 타당한 말이야.”


비서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악몽이잖아요?”

“그렇지. 그게 우리네 반전여론의 가장 강력한 주장이고. 하지만 못 막아. 주전파는 계산기를 보는 게 아니거든. 제국의 불안정은 곧 기지가 위험해진다는 뜻이고 이는 지구권의 안보불안과 직결돼. 동맹이나 패권 같은 국제정치의 문제는 월세 놓은 아파트와 달라. 그들에게 인질극은 아주 좋은 핑계야. 윤리적 정당성이 굴러들어오는데다, 돈이 안 된다는 반론 따윈 씹어먹고도 남지.”


띠링. 마이어스의 휴대폰이 벨소리를 울렸다. 마이어스는 그 내용을 확인해보고는 비서에게 넘겼다.


“코어군이 구출작전을 입안했대. 숙소에 남은 인원은 헬기로 철수시키겠다는군. 벨트키퍼의 요타팀은 제국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임시로 코어군에 편입됐어. 지금 구출부대와 함께 시뮬레이션 중이래. 황녀를 제거할 계획은 없어서, 설령 마주치더라도 안 죽일 거라는군.”

“나머지 인질은요?”

“아직 언급이 없는데, 기지 안의 전차 250대가 마중을 나갈 것 같아. 얘들은 정말로 황녀를 끝장낼지도 모르지.”

“결국 저지르는군요.”


띠링. 다시 폰이 울렸다. 마이어스는 비서의 손에 들린 폰을 거꾸로 돌려 그 내용을 확인한 다음, 다시 비서 방향으로 폰을 돌렸다.


“코어군이 황녀에게 빠른 답장을 보냈어. 자기들은 ‘염소의 저주’를 인간이 깨는 걸 본 이후로 저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군. 루드너가 싫어할 답장이네.”

“왜죠?”


마이어스는 피식 웃었다.


“걔는 클리브랜드 팬이거든.”


작가의말

아직 예비군 훈련 중입니다... 내일까지입니다...

다음 화부터가 헬기 부대의 수도 공습과 전차부대의 전진이겠군요.

빌드업이 오래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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