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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여 가던 길을 멈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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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19.06.22 12:24
최근연재일 :
2019.11.2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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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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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10 다른 차원에서 온 세 남자

DUMMY

사내는 들어오는 일행을 경계하지 않고 마법병으로 오직 저글링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사내는 독학으로 '상급 *저글링 스킬'을 터득한 상태였다. 무려 다섯 개의 마법병을 자유자재로 저글링하며 하나는 발등 위에 하나는 머리 위에 올렸다 다시 저글링했다가를 반복했다.


*저글링 스킬은 전투에 전혀 필요없지만 상급이라면 서커스단에 취업해 좋은 대우를 받으며 밥 굶지 않고 살 수 있다.


"여기 마법 수준은 형편없어! 쓸데없이 캐스팅만 길고 어쩔 때는 문장형태로 말하는데, 처음에 얼마나 겁먹었는지 알아? 왜 하찮은 내게 전설급 마법을 쏘나 바짝 쫄았는데, 기본 공격 마법이 나오는 거야 얼마나 웃었는데!"

깔깔깔! 그렇게 비웃다가 그 마법을 맞고 이곳으로 붙잡혀온 사내다.


"그런데 여기는 회복하고 보조, 상태 이상 마법이 지나치게 발달했더군. 깜짝 놀랐어. 상태 이상으로 전투의 양상이 바뀌니까. 싸울 때마다 엄청 귀찮아!! 게다가 회복...!! 회복 마법으로 방어와 공격까지 하다니 이건 진짜 차원이 다른 문제야!"

사내의 눈동자가 떨린다. 더 이상 혼자 지껄이게 놔두면 안 되겠다. 얼른 아퀼론과, 예정에 없었지만 자신을 용자라 주장하는 무지개색 머리의 청년을 사내 앞에 세운다.


"서로 인사해."

모데레의 주선에 세 사람이 서로 마주선다.


"누구......?"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저는 대륙 중부에 있는 마을 아스가르드에서 살았습니다."

아퀼론이 분노를 조절하고 정중하게 말한다.


"오오! 나도 중부에서 살았는데, 저는 말씀하신 곳 근방이라 사료됩니다만, 시쿤이라는 마을에 살았어요."

사내도 저글링을 멈추고 말한다. 아퀼론과 사내가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제야 대화가 풀리려나 보다. 일행의 눈빛이 기대로 반짝이다.

"저는......"

무지개색 머리의 청년이 인사를 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런 마을은 없어 거짓말쟁이야!!"

갑자기 사내가 아퀼론에게 벌컥 화를 냈다.

"너야말로 거짓말쟁이다! 네가 말한 마을이야 말로 없다. 마법 어쩌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 우리 세계에서 마법따위 존재하지 않아! 오직 장비와 숫적 우위로 싸움이 결정난다."

아퀼론도 다시 분노조절에 실패해 사내와 멱살을 잡기 시작한다. 일행이 겨우 나서서 서로 잡고 있는 멱살을 떼어놓는다.


"뭐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럼 내가 쓰는 건 마밥인가?"

그런데 가만히 있던 무지개색 머리의 청년이 갑자기 눈을 번뜩이며 끼어든다. 넌 또 왜 그래? 일행이 말리기에 바쁘다. 아예 멀찍이 뒤로 빼놓는다. 백의의 사탄이 재빨리 안내해준 힐러에게 입원 수속을 수신호로 보낸다.


"체념하고 잘 살고 있는데, 단체로 몰려와서 난리야.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사내가 감정이 상했는지 토라진다. 그리고 화를 억제하지 못해 마법병을 땅바닥에 던진다. 에잇!


-펑!


당연히 공격 마법을 넣어 줄리가 없고 내려친 마법병 속에는 보조마법(이동력 상승)이 들어 있어 사내가 속도를 억제하지 못하고 제자리 뛰기를 시작한다.


저걸 확 그냥...!! 일행은 연계기를 쓰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 담는다.


"뭔 마법 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져 앉아 있어?"

"지금 일어서 있는데?"

제자리 뜀뛰기를 멈추지 않는 사내와 아퀼론이 유치하게 계속 싸운다.


"우리 세계에선 마법 자체가 소멸됐다고! 대신 고도의 과학 발달로 마법 물질을 담은 마법병이 있지!"

"이거?"

아퀼론이 얻은 주제에 자기가 제작한 것처럼 마법병을 내보이며 자랑한다.


"그거랑 비슷하지만 차원이 다르다! 마법병 안에 들어가는 건 메테오와 거대한 태풍급의 한쪽 지방을 간단하게 멸망시킬 수 있는 거대한 마법이 담기지. 덕분에 전쟁 억제 효과가 있다. 마법병 기술을 손에 넣으면 대륙을 지배한다."


"카카카칵!!!"

그 말에 타도 용자 일행까지 포복절도를 한다. 멀찍이 떨어뜨려 놓은 미청년도 자지러지게 웃는다. 배만 움켜잡고 웃으면 되는데 다리를 쩍 벌리고 헤드뱅잉을 하며 웃는다.


"서럽다! 서러워!"

아퀼론이 끝내 운다.


"마법을 드래곤한테 배운건데 우리에겐 정말 고마운 존재지! 이들이 아니었으면 우린 백 번도 더 멸망하고도 남았을 거라고!"

여전히 뜀뛰기를 멈추지 않는 사내가 다시 저글링을 시작하며 회상한다. 그가 있던 세계에선 '붉은용'이라고 안 하고 '레드드래곤'이라고 하는데, 모든 용들이 굉장히 착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고 한다.

자신들의 세계에서 문제가 되는 건 마족과 그들이 부리는 아주 강력한 몬스터들이라고 했다.

용자 에드월드는 그곳에서 성웅 에드월드로 불리며, 한 가문이 대대로 이어 받는 게 아니라 칭호를 획득하고 일정 기간 성웅 에드월드로 활동한다고 했다.

마족과 전쟁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은 최고의 전사들이라고 했다.


"감사합니다."

"넌 뭐야 임마!"

무지개색 머리의 미청년이 나서서 인사했다가 사내에게 괜히 욕을 얻어먹는다.


"이 거짓말쟁이! 베히모스 같은 녀석!"

분노조절에 실패한 아퀼론이 다시 사내에게 달려들고 뜯어말리기에 바쁘다. 그 와중에 베히모스는 또 도발에 걸린다. 정신이 없다.


"워워, 진정들 해. 정리해보자고 그러니까 너는 마법이 이곳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발달된 다른 차원에서 왔고, 얘는......"

"얘 역시 다른 차원에서 온 것 같은데, 또 다른 차원에서 온 건지 마법이 아예 없다고 그러고."

"나의 베히모스는 외도하지 않아!"

"이자식이.....! 내 남편 내놔. 너에게선 사랑하는 감정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일단 알았어. 너도 얘기를 해줘. 분노만 내뿜지 말고."

백의의 사탄이 아퀼론에게 말한다. 아퀼론이 천천히 회상한다. 당연히 펜던트 덕분에 진정한 것이다. 진작 펜던트를 쬐었어도 되었다.


"그러니까 그날은......지극히 평범한 날이었지."

입원수속을 마친 무지개색 머리의 청년이 아무 것도 모른 체 끌려가는 사이 아퀼론이 본격적으로 회상한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 와이프 맛난 거 먹이려고 숲에 과일 따러 갔지. 거듭 말하지만 저 여자는 아니야!"

아퀼론의 돌발 행동에 타도 용자 일행이 온 전력을 다해 베히모스를 말린다.


뒤에 감금을 위해 가던 무지개색 머리의 청년이 말리기 위해 뛰어오고 남의 말에 관심이 없는 다른 차원의 사내는 여전히 뜀뛰기를 멈추지 않으며 저글링을 하고 있다. 워워, 캄다운.


"그런데 갑자기 뭔가 나를 뒤덮었어. 벽같은 빛이 가로막혀 있는데 나뿐 아니라 내 주변이 거대한 빛 속에 들어 있더라고. 이상한 게 눈은 안 부시는데 빛이 위로 쭉 빨려올라가듯 사라지고나니까 여기였어. 많은 게 달라져서 의심이 들긴 했는데, 이후에는 이렇게 된 거지."


"저 사람 처음으로 거짓말을 안 하네. 나도 그랬는데 똑같아."

이미 지난 일이야. 못 돌아가 체념해. 마법병으로 저글링을 하며 사내가 거든다.


"나는 달라!"

무지개색 머리의 청년은 아퀼론이나 저글링 하는 사내와 다르게 하늘 위에서 빛이 내려온 게 아니라 마족에게 쫓기던 중에 갑자기 틈 사이가 벌어지며(포탈) 들어갔더니 여기라고 했다.


그건 일행도 직접 목격해서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하며 안내자 힐러의 안내를 받아 8층 빈 방으로 순순히 들어간다. 갇힌다.


"이야, 되게 멍청하다. 갑자기 노란빛에 둘러싸인 다음에 눈 감았다가 떴는데, 와이프가 배가 불러 있으면 다른 차원으로 온 것 정도는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다른 차원의 사내가 아퀼론에게 핀잔을 주지만 다른 일행들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건 너만 이해 가능한 거고......그게 가능하냐?


"너 저쪽 차원에서 친구 없었지?"

사내가 드디어 저글링을 멈춘다. 그리고 운다.


"이자식들아!! 너희들도 다른 차원에 안 갈 것 같냐?! 사람일 모른다, 정말 한치 앞도 모른다!"

다른 차원의 사내가 욕하다가 새로운 마법병을 던져주자 곧 온순해진다. 성실하게 답변했으니 사...사식이나 넣어줘!


"뒤바뀐 건가? 나와 이쪽 차원이 그가......"

아퀼론이 혼잣말을 하다가,

"윽! 그러면 그 자식이 나의 사랑스런 와이프와......!!"

-퍽!

꼭 매를 번다. 완벽하게 동일한 인물이라도 차원에 따라 멍청함과 강함이 현격하게 차이가 있는 듯 보였다.


"떼돈! 떼돈 번다!! 반드시 마법병 기술자를 납치해 다시 나의 차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내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새로 받은 마법병을 보며 외친다. 넌 안 되겠다. 아예 머나먼 섬으로 유배시켜야겠다 백의의 사탄이 강력하게 건의하기로 다짐한다.


*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티도 용자 일행이 힐링타운 멘탈센터를 나와서 의논한다.


"우리는 우리 세계에서 X새끼인 용자를 타도하러 갈 거니까 너는 알아서 해."

"나도 간다. 우리 애 맡겨놔서 울고 있겠다."

베히모스가 쿨하게 말하며 떠난다.


갓난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너무 오래 맡겼다. 용자 타도하고 찾아갈게. 외벌이가 얼마나 힘들겠어. 그래도 둘이서 키우는 게 낫지 않아? 저 새끼보면 그런 말이 나오냐? 미안하다. 베히모스와 제피르 그리고 모데레, 과거 타도 용자를 위해 동거동락한 일행이 간단히 대화를 나눈 후 헤어진다.

뭘 이렇게까지. 부담 갖지 말고 가져가요! 그간 유대감이 쌓인 백의의 사탄도 멘탈센타에서 가져온 힐과 기력이 블랜드 된 마법병을 베히모스에게 잔뜩 챙겨준다.


"나는......"

"넌 갈길 가라고. 귀찮게 하지 말고. 너 때문에 시간 엄청 지연됐어!"

오해가 풀리자 뒤도 안 돌아보고 아퀼론을 버리고 가는 일행이다. 다른 차원에서 왔다니 어쩌니 어차피 자신들에겐 해당 안 되니까 상관없었다.


"빨리 가자, 용자놈 이미 용자로드 도달했겠다."

"왜 하필 이때 워프게이트가 한결같이 말썽이래."

"집단 비리! 이 자식들도 다 때려부수겠어!"


백의의 사탄이 화를 낸다. 그리고 퀘스트 노트에 적는다. 모험의 열의가 너무 넘쳤다. 얼른 용자만 물리치고 헤어져야지. 모데레가 속으로 굳게 다짐한다.


원래 다음 필드에 있는 워프게이트를 이용해 용자로드 근처로 가려고 했는데 워프게이트가 전국적으로 말썽이었기 때문이다. 전기 마법으로 이뤄지는데 뭔가 마나-번개-공급에 문제가 생긴 듯 보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모데레가 말하는 순간이었다.


-콰쾅!!


힐링타운 멘탈센터 안에서 커다란 굉음이 터져나온다. 고개를 돌린 방향엔 8층 벽이 부서지고 그 안에서 두 명이 순차적으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한 명은 뛰어내리고 다른 한 명은 추락하는 모습이었다. 멀리서 봐도 두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대체......! 일행이 재빨리 뛰어간다.


"후......오랜만에 사람이 와서 이런저런 얘기 해줬는데, 보상으로 마법병 안 주나? 상급마법 담긴 걸로 줘!"

"줘잉~!"

안내자 힐러가 사내를 흉내낸다. 타도 용자 일행이 나간 후 사내가 부담스러운 애교를 *끊이지 않고 부리자 대담하게 상급 공격 마법병을 줬다고 했다.(*상급 저글링을 하며 재롱을 떨었다고 했다.)


하지만 퍼펑!! 사내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마법병을 터뜨렸고 죽기 직전에 저 멀리서 먼저 작동한 가호의 펜던트로 인해 언제 다쳤냐는 듯 말끔하게 회복한 안내자 힐러가 분노하며 말했다.


"그 자식......자기 몸에 온갖 보조 효과 마법병을 두르고 무사하게 빠져나갔어요!"

실제로 안전하게 착지한 다른 차원에서 온 사내는 보조효과가 넘치고 넘쳐 저글링을 하면서 여유롭게 저 멀리 도망치고 있었다.

각종 버프 효과로 인해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힐링타운 멘탈센터부터 수습해야 했다.


작가의말

제목을, '다른 차원에서 온 세 얼간이'로 할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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