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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여 가던 길을 멈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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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19.06.22 12:24
최근연재일 :
2019.11.2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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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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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말썽꾸러기 소멸자들_챕터5 회색기사단

DUMMY

바라하가 처음 눈을 뜬 시각은 정오가 지난 한낮이었지만 햇볕이 들지 않는 지역이라 저녁으로 착각해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누워 있다가 다시 잠들었고 그러다가 황급히 놀라 다시 벌떡 일어났다. 허전한 기분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바라하가 크게 외친다.


"일행이 없어!"

빨리도 눈치된 바라하가 이리저리 오른쪽 필드, 왼쪽 필드 왔다 갔다 하다가 다시 돌아온다. 앉아서 한참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또 다시 존다.


"왜 자꾸 조냐?!"

다시 퍼뜩 일어나 왜 이런 곳에서 아...어제 저녁 길을 잘못 들었다가 캠핑을 하던 일행과 합류했지. 그러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니 이 상황이군. 정리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다. 왜 나만 두고......그리고 뭔가 허전해. 갑작스런 한기를 느끼고 그제서야 사각 트렁크 팬츠 하나만 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장비를 어딘가에 벗어두지도 않았다. 주변엔 아무 것도 없다. 그렇게 한번 느껴진 추위가 주체할 수 없이 몸을 떨게 만든다.


"피규어!"

발바닥이 데인 듯 펄쩍 뛰며 외친다. 피규어가 사라졌다! 인형술사면서 그제서야 떠올린다. 바라하가 울상을 지으며 무작정 뛰기 시작한다.


바라하가 뛰고 또 뛴다. 무작정 뛰다가 최대한 내리막 위주로 가려고 했는데 정신 없이 뛰어다니다 언덕 위를 오르게 되었다.

끝까지 올라 가쁜 숨을 내쉬는데, 저 멀리 마을 하나가 보였다. 여기에서 이 정도로 크기로 보인다면 이 근방에서 가장 큰 마을 같아 보였다.

바라하가 다시 힘을 얻고 신나게 아래로 달리다 굴러 떨어졌는데 그런데도 아프지도 않은지 계속 달린다.


요즘 패션인가? 사각 트렁크 팬티만 입고 뛰는 바라하를 패닉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점점 목적지인 커다란 마을로 다가갈수록 바라하처럼 속옷만 달랑 입고 마을쪽으로 뛰는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남녀 가리지 않았는데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바라하처럼 당황하고 화난 표정으로 오직 마을 입구를 향해서만 맹목적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바라하도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다. 왠지 모를 동질감에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안녕! 한밤에 조깅 중이야?"

달려가며 반대쪽으로 뛰는 사람에게 인사하지만 길고 긴 육두문자 답변을 받았다. 짧은 거리를 지나치는 동안 문장으로 된 욕을 전해 들었는데, 랩퍼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귀에 이렇게 팍팍 박힐 리가 없다.


"이봐 혹시 저 마을 사람이야?"

이번에는 달려가며 같은 마을 방향으로 뛰는 사람 옆으로 가 인사를 걸었지만 저리 가! 매몰찬 대답만 받았다. 다소 무딘 성격의 바라하도 슬슬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반대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절망하고 슬퍼하고 있었고 바라하처럼 성문을 보고 뛰는 사람은 절박해 보였다. 하지만 속옷만 입은 사람들은 입구에서 여지없이 저지당했다.


"단 한 발자국도 들여보낼 수 없다!"

임전무퇴의 각오로 마을 가드들이 막고 있어 마을 안 출입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했다. 누군가 몸으로 돌진하려 했지만 잘 훈련된 마을 가드들이 여러 겹의 전술 방어 대형으로 가뿐히 막아냈다.


"몸통박치기!"

그 상황을 저 멀리서 지켜보며 가속에 가속을 더해 뛰던 바라하가 몽둥이 찜질을 가하느라 전술 대형이 무너진 틈에 절묘한 타이밍으로 경비를 뚫어낸다.


"무...무너졌다! 비상! 전쟁보다 심각한 상황!"

곧 마을 내에 경보가 울려 퍼진다. 평소에도 엄청나게 훈련을 해왔는지 매우 신속했다.

마을 문이 닫히고 마을 사람들은 자기 집이 아닌 근처 아무 집이나 들어간 후 창문과 문을 꽉 잠갔다. 그러지 못한 사람은 재빨리 사다리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우물 속으로 뛰어들기까지 했다.


바라하가 몸통박치기로 경비들을 무너뜨리자 근처에 뛰던 사람들과 한쪽에서 포기하고 옆으로 누워 울고 있던 사람들까지 그리고 바라하를 지나치며 장문의 육두문자를 아주 빠르게 내뱉은 사람까지 뒤돌아서 모두 마을 안으로 향했다.


바라하가 멀리서 봤을 땐 성벽이 있어 아주 커다란 마을 같아 보였는데, 입구만 성처럼 쌓았을 뿐 안으로 들어오자 일반 마을보다 조금 더 컸다. 바라하 같이 속옷차림으로 뛰어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아예 성문을 만든 것이었다.


"이야 이런 곳도 있었나? 에밀리오 말대로 직접 여행도 중요한 것 같아."

바라하는 책과 그림으로 여러 마을과 대륙 곳곳을 빠짐없이 봤는데 이런 마을은 처음이었다.

이런 커다란 마을을 모를리가 없는데 왜 처음 듣는 이름이지? 게다가 건물 양식과 건물 벽 그리고 바닥 타일 모두 이질감을 줬다.


바라하는 마을 안으로 들어와 여유를 되찾고 구경하듯 둘러보지만 남자고 여자고 동물계고 따지지 않고 속옷 차림의 사람들이 마을 안에 들이닥치는 상황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꼭꼭 숨어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았다.


숨바꼭질인가? 바라하가 충분히 오해할만한 게 주민들은 피하고 있고 경비대원들은 바라하처럼 속옷입는 사람들을 잡으러 다니고 있었다. 당연히 속옷 입은 사람들은 잡히지 않으려고 뛰거나 숨었다.

아직 도망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은 속옷 입은 사람들을 보고 혼비백산해 도망치거나 숨기에 바쁘다. 소란은 한참 이어졌고 저녁 때가 되어서야 모두 제압당했다.


"야, 울 아버지가 왕국 기사단...억...!"

바라하가 말하다가 맞았다. 뭔가가 날라와 때렸다. 마을 가드가 전투단 영웅전에서 아처 클래스가 쓰는 끝이 뭉툭한 화살을 바라하에게 쐈다.


이들은 온 몸을 가리고 최대한 멀리 떨어져 동물을 포획하기 위해 쓰는 긴 장대로 속옷 입은 사람들의 몸을 포박하고 먼 거리에서 뭉툭한 화살을 쐈다. 꼭 속옷 입은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전염병을 옮기는 듯한 모습에 바라하는 기분이 나빴다.


가드들은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분명 습도가 높아 더웠는데 온 몸에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땀이 삐죽삐죽날텐데 말이야. 바라하가 잡힌 주제에 남 걱정해주고 있다.


"말썽꾸러기 '소멸자'들!"

소란을 진정시킨 후 가쁜 숨을 외치며 가드 대장이 외쳤다.

속옷만 입은 사람들을 소멸자라 부르나 보다. 간소한 복장에 비해 너무 거창한 이름이었다.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들은 뭐라고 부르지? 바라하가 옆 사람에게 물었지만 무시당한다.


"혹시 이 지역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주눅든 바라하가 답변을 원하며 혼잣말처럼 얘기했다.

"뭔 소리야 땅값 떨어지게!"

그런데 그 작게 내뱉은 말을 듣고 마을에 꼭꼭 숨어 있던 한 명이 뛰어나와 가드가 들고 있는 장대를 빼앗아 바라하를 치고 다시 도망친다.


"이 사람들 무슨 질병저주라도 걸렸나 본데, 아니야. 난 강도를 만난 거라고 자고 일어났더니 이랬어."

바라하가 외친다.

"우리도 자고 일어나니까 이랬어!"

소멸자들은 이 반응이 새롭지도 않은지 덤덤하게 대답해준다. 아까는 필사적으로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은근히 체념적이면서 친절하다.


"제발 부탁이니까 순순히 와주세요."

제압당한 소멸자들은 한데 모여 추가적으로 몽둥이 찜질이 가해진 후 가둬질 것 같았지만 정중히 안내를 받으며 마을 밖으로 인도되었다.

소멸자들 역시 아까 기를 쓰고 안으로 들어오려던 기세와 다르게 질서를 지키며 순순히 따라간다.


"제발요 좀!!"

바라하가 눈치 없이 가만히 앉아 있자, 오히려 속옷차림의 사람들이 순순히 가줘야 한다고 마치 규칙인 것처럼 말해, 그제서야 따라나갔다. 게임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시려!"

갑자기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 포함 모두를 환장하게 만들었다. 이제 수비를 해야 하는데 그 두꺼운 갑옷을 입기 싫었기 때문이다. 속옷차림이었음에도 뭐 하나 걸치기 싫었다.


"속옷 바람의 사람을 소멸자라 말하는 거야?"

결국 다른 사람을 따라 밖으로 나간 바라하가 누구라도 대답해달라는 듯 외친다.


"뭐야 이 아저씨, 상태 왜 이래 다른 차원에서 왔나, 어떻게 소멸자를 몰라? 지금 이 대륙에서 가장 골치 썩는 문제인데!"

"잠깐 아까 왕국 뭐라고 하지 않았어? 우릴 위해서 왔다가 운 나쁘게 당한 건가?"

"아니야, 왕국 녀석들은 이틀 전에 우리 마을에 왔다가 소멸자란 얘기에 바로 줄행랑 쳤어. 수배 중일 거야."


소멸자라 불린 이들 모두 마을 바깥으로 인도되어 마을에서 설치한 야영지에 도착한다. 바라하는 이 차림으로 바깥에서 자야 하나 고민했기 때문에 아까의 수모와 고생이 싹 날아간 듯 미소까지 짓는다. 옆에서 같이 가던 소멸자가 바라하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소멸자들은 최근 대륙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다만 이곳은 왕국과 영구 계약한 은행 본점이 있는 곳 아닙니까. 돈뿐 아니라 각종 보물 아이템이나 집안 가보를 보관하는 비밀금고가 있기 때문에 소멸자들은 일단 무조건 이곳으로 오죠."


소멸자들이 하릴없이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와중에 바라하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준 사람이 본점 은행 간부들은 지폐로 밑을 닦는다 따위의 쓸데없는 소리도 덧붙였다.


"진짜에요! '소멸 현상'은 직업과 사람을 가리지 않아요. 본점 은행 간부도 예외가 없었죠. 직접 들은 얘기에요. 너 기억 안 나? 그 사람 진주 목걸이 걸고 다녔는데 팬티 바람이라고 자괴감 느낀다고 말하면서 얼마 전에 소멸했잖아. 정말로 지폐로 밑을 닦는다고요!"


그게 궁금한 게 아니라니까.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덧붙인다.


"자, 모여주세요."

방독면까지 쓰고 온 몸을 꽁꽁 싸맨 사람이 소멸자를 한데 모은다.

왼쪽 가슴 부분에 찍힌 마크를 보니 왕국 은행 소속이다. 소멸자들이 재빠르게 모인다. 바라하는 그 로고를 알고 있지만 어딘가 달랐다. 언제 로고를 새로 제작했지? 아주 세련되어 보였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오지 마세요. 소멸되기 전에 새로운 소멸자 보면 제발 전파 좀 해주세요! 곧 소멸되니까 심술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 피해주지 말고 좋게 좋게 사라집시다!"


"서두가 너무 기네. 얼른 말이나 해줘!"

소멸자들이 아우성을 친다.


"안드레 잔고0 희귀물품0"

"이궈달라 잔고0 희귀물품0"

"스테픈 잔고0 희귀물품0"

"짜장 잔고0 희귀물품0"


일일이 이름을 불러 확인시켜준다. 내용은 모두 동일했다. 이하 동문이라고 말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얘기를 들은 사람들이 모두 절망한다.

마치 목숨을 다한 것처럼 털썩 힘없이 땅에 주저 앉는다. 모두 맡긴 돈과 아이템이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왕국 은행 직원이 후다닥 사라진 후 아까와 다르게 똑같이 모여 있으면서도 소멸자들은 힘이 없다. 정말 곧 소멸할 것만 같아 보였다.


"모르겠어. 하루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렇게 되었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너무 절망스러워!"

누군가 머리를 감싸 쥐고 절망한다.

"자네도 길을 잃고 헤매다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사람에게 당했군."

하지만 그 소멸자는 바라하의 말에 대꾸하지 않는다.


모두가 체념한 가운데, 인도적 절차에 의해 일회용 음식이 주어졌다. 소멸자들이 폐급 천막 앞에서 잠이 오지 않는지 불을 피워놓고 드문드문 모여있다.

바라하도 함께 모여 앉았다. 졸려서 눈이 감겼다 떠졌다 하다가 갑자기 눈이 번뜩 뜨였다. 맞은편 왼쪽에 앉은 소멸자가 피규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 그거 피규어......!!"

"아, 어린 딸이 생각나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하나 챙겼다."

"그거 나한테 줘!"

난데없이 바라하가 상대방에게 가서 빼앗으려고 한다.


"이자식 갑자기 무슨 소리야? 덩치에 안 맞게 꼭 자기가 가지고 놀 것처럼 말이야. 이건 평범한 피규어가 아니라 우리집에서 가보로 내려져 오는 하나 밖에 없는 영웅 올라디포 피규어라고!"

상대방도 지지 않는다.


작가의말

예, 모데레에게 밥 먹다가 숟가락 맞고 하차한 '그' 올라디포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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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5-5 넨도 머리와 재회하다 멸망 직전의 세계와 보이지 않는 손 19.10.10 7 0 12쪽
64 5-4 제련거리 대소동 19.10.09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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