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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여 가던 길을 멈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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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19.06.2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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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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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멸망 직전의 세계와 보이지 않는 손

DUMMY

바라하가 호구 마을로 내려가 닌자계열 몬스터의 횡포였다고 대충 둘러대며 퀘스트를 완료했고, 의외로 듬뿍 건네준 골드를 울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스트라이더 짱을 따라잡아 싫다고 빼는데도 억지로 갑옷 속주머니에 넣어줬다.


"자네들이 퀘스트를 수행하러 오지 않았다면 저기 형광색 교단으로 연락을 취하려고 했지!"

"우리 마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설령 실패해도 부족하지 않게 반드시 사례한다!"


터무니 없던 것만 같던 스트라이더 짱의 계획이 바라하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실현 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호구 마을 사람들 호구 잡힐 뻔했다.


"귀찮게 하지 마라!"

바라하가 경고하는 올라디포를 다시 피규어로 만들며 홀로 터벅터벅 마을을 나선다.


*


소멸자의 동굴로 향하던 바라하가 필드를 지나며 한 곳을 응시한다. 작은 언덕 위에 사람들이 보였다. 또 하나의 소멸자 무리다. 멀리서도 점처럼 몸이 해체되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저리 가! 너도 소멸한다고!"

소멸자는 동굴 밖에 있어도 한결같이 배려심이 좋았다.

바라하가 아무렇지 않게 다가간다. 바라하가 300년전 사람이라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아니다. 소멸자와 접촉하면 소멸한다는 건 괴담에 불과했다.


"언제부턴가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되어 나타나는 사람들이 생겨났어. 듣도 보도 못한 장비, 평생 벌어도 구입하지 못할 가격의 장비를 세트로 입고 나타나 재수없게 자랑했어. 심지어 *쪼렙에 전직도 안 한 사람이 전설템에 +9강짜리 유니크 세트 장비를 하고 돌아다녔으니까."

(*쪼렙은 기본기를 갖추지 않은 저레벨자라는 공식 용어다.)


배려심 많은 소멸자가 허무한 표정,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가리키는 장소에선 번쩍번쩍 유니크 갑옷을 세트로 맞추고 몬스터를 써는 사람이 보였다.


딱 봐도 기본기가 없는데 정말 장비빨로 몬스터를 잡고 있었다. 200레벨은 더 되어야 상대가 되는데 오직 장비빨로 해냈다.

계속 맞아가면서도 장비가 좋아 데미지를 받지 않고 물러나지도 않았고 그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검으로 때리듯 공격했다.

물리치는 순간 레벨업이 대폭발이라고 표현될 만큼 업된다. 바라하가 마치 300년전 자신의 모습이 뻥튀기 된 것만 같은 모습에 괜히 겸연쩍다.


"슬라임 머리 위에 왕관, 오크 목에 목걸이라고 일단 금목걸이를 두르고 왕관도 써야 대우를 받지. 그런데 말이야. 노력해서 *얻질 않아. 허무하지 않을까? 시기하는 게 아니야. 소멸자가 무슨 질투를 하겠어."


*만약 넨도 머리가 말을 해도 잊어버리지 않아 바라하와 계속 동행했다면 알게 될 사실이었다. 지금 바라하 옆에 있는 소멸자는 멸망을 향해가는 세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현질' 현상에 대해 말해주는 거다. 평생을 들여도 갖기 힘든 장비를 바로 얻어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아무 노력도 없이 알 수 없는 현상으로 말 그대로 하루 아침에 전설 장비를 갖춰 오니 노력하는 모험가들의 허무함과 박탈감이 극에 달했다. 이들을 '현질러'라 지칭했다. 퀘스트다운 퀘스트가 없는 멸망을 향해가는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건 오직 무의미한 노가다뿐이었기 때문이다.


허무함과 질투를 견뎌내지 못한 사람들이 제련에 몰빵하다가 다 잃고 소멸자가 되었다. 저렇게 현질을 한 사람들도 소멸자가 되지만 비율상 극히 적었다.

소멸자는 소멸되기 전이라 굉장히 관대해지지만 현질러들이 소멸되면 같이 껴주지 않았다. 지금 작은 언덕 위에서 현질로를 지적하는 사람도 소멸하기 던 누구보다 악질인 현질러였다.


"그런데 너는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군!"

그 소멸자가 바라하를 잠시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허무한 눈빛으로 돌아간다.


바라하도 레벨업이 필요했다. 이곳은 999까지 레벨업이 가능했다. 뻥뛰기처럼 레벨업이 되는데 700후반부부터는 의미없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는 몬스터만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 레벨대의 강한 몬스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걸 '레벨 노가다'라고 불렀다. 300년 전엔 존재하지 않은 작업이었다. 엄청난 인내와 무의미하다고 느껴질만큼 시간 투자가 필요했다. 오직 반복적으로 약한 몬스터만 때려야 했다. 그리고 현질 현상이 '레벨 노가더'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바라하가 언덕 아래로 내려가 몬스터를 잡는다. 강트리오와 붙을 때는 검을 사용할 생각을 못 했으면서 이번에는 피규어를 쓸 생각을 못 한다. 역시 레벨업은 쉽게 이뤄진다.


"뭐야 너?"

그런데 갑자기 비리비리한 사람이 나타나 바라하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아까 소멸자가 뭐라고 한 기본기가 없이 오직 장비빨로 몬스터를 잡는 현질러다.


"정말 약하게 생겼는데 장비가 끝내주네!"

"그런 건 속으로 말해라!"

현질러는 자기도 노력 없이 얻은 장비빨로 싸우는 걸 알지만 막상 앞에서 말하니 불쾌했다.


"그만해!"

"싫거든. 이게 유일한 삶의 낙이거든!"

현질러가 계속 바라하의 전투를 방해하며 깐족거렸다. 바라하가 몬스터를 공격하면 어느새 다가와 몬스터에게 일격을 넣고 경험치를 가져갔다.


"그렇게 비루하게 살만큼 할 일이 없는 거야?"

"너나 나나 다를 게 뭐가 있냐?!"

현질러는 직접 몸을 움직여 바라하를 기분 나쁘게 하고 말로 쉽게 기분이 나빠지니 왠지 억울하다.


"이 자식 골때리네! 당해보고 깨우쳐라!"

피규어를 소환할 차롄가? 바라하가 품 안을 뒤적거리는 순간이었다. 언덕 위에 있던 소멸자가 다가오자 현질러가 겁을 집어먹고 도망친다.


"저런 녀석들은 '어그로진자'라고 부른다."

"어그러진자?"

"아니 어그로진자. 저런 녀석들 상대하지 말고 다른 필드로 가. 대부분 악질이라 따라온다. 그러면 아예 워프를 뛰어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난 똥이 무서운데......"

바라하의 대답에 괜히 도와줬다. 후회 가득한 표정으로 소멸자가 말 없이 언덕으로 돌아간다.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아 제련에 돈을 날리고 멸망이 본격화되었어. 얼마 전부터는 아이템 박스라는 게 튀어나와 많은 이들이 전재산을 쓰고 빠르게 소멸해갔지."

"왕국은 뭐해?"

"지금 왕국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왕국 안에 금고도 다 빼돌려져 텅 비어졌다고 해. 왕이 허수아비란 말도 있고, 조종을 당한다는 뜻이 아니라 소멸해버리고 왕처럼 꾸며서 꽂아뒀다는 소문이야."


"어때? 골 때리지. 지금 이 대륙을 뭐라고 그러는지 알아?"

돌아가다가 말고 뒤돌아 한 마디 건넨다. 이 소멸자 역시 소멸 되기 전 현질러이자 어그로진자여서 소멸자들의 동굴로 갈 수가 없었다. 용기를 내어 갔는데, 욕을 먹으며 쫓겨났다.


"멸망 직전의 세계."

소멸자가 바라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읊조리듯 말한다.


"!!!!!"

그 말을 하고 바라하가 아무 생각 없이 저 멀리 하늘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눈이 커진다. 손등까지만 있는 투명해 형체만 겨우 보이는 거대한 손이 하늘 위에 떠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손의 손가락에 연결된 무수히 많이 연결된 투명한 빛으로 이뤄진 실을 이리저리 조종하고 있었다.


바라하가 보이지 않는 손을 보고 놀라는데 소멸자는 자신의 말에 보인 리액션이라 생각 흐뭇하다. 너무 놀라게 했나? 훗. 우쭐하기까지 하다.


"저게 언제부터 있었어?"

바라하가 물었지만 소멸자는 바라하가 응시하는 곳을 따라 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대답할 수가 없었다. 너 나 놀리는 거지?


그런데 보이지 않는 손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주먹을 모으더니 갑자기 손바닥을 쫙 펼쳐 보였다.


-팟!

손바닥 안에서 갑자기 눈이 튀어나온다.


그 순간 붉은용 하나가 엄청난 가속력으로 날아와서 눈동자를 향해 다가가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 가까스로 접은 손가락 한 마디를 부수는 환각이 이어 보였다.


한없이 추락하는 붉은용. 그리고 사라지는 환영.


"야, 내 말 듣고 있냐?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손이 보일 리가 없는 소멸자가 바라하에게 말을 건다.


[[ 바라하가 '자각'을 이뤘다. ]]


바라하가 소멸자의 말에 대꾸도 없이 필드를 벗어난다. 소멸자는 무시당한 게 못내 서운하다. 어그로진자로 살아 몇 번이나 당해도 자신이 한 것보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서운한 건 서운한 거다.


바라하는 넨도 머리가 자기만 보인다고 자랑하던 보이지 않는 손을 목격했다. 그리고 자각을 이룬다. 저게 모든 사건의 원흉 물리쳐야 하는 상대. 이제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얼른 300년 전으로 돌아갈 길을 찾아 수호자의 마을을 지켜야 한다. 빛의 파동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대륙을 멸망으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과의 싸움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려고 한다.


***


바라하가 넨도 머리의 말대로 수호자의 마을로 향한다.

바라하가 필드에 진입했을 때 기습을 받고 쫓기는 한 무리가 한쪽에서 진입해 마을 방향으로 뛴다. 다급히 뛰는 네 명 뒤로 이들을 쫓는 한 무리가 모습을 보이며 필드 안으로 들어온다.


"얼마나 받는다고 억울하다!!"

걸음이 느린 한 사람이 그만 따라 잡혀 당하고 만다.

하지만 이들은 무작정 도망을 치는 게 아니라 최대한 포진을 유리하게 잡기 위해 필드를 건너온 것이다. 위치를 잡고 본격적으로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바라하도 도와주기 위해 뛴다.


뒤에 멀찍이 있는 떨어진 로브를 입은 사람이 부드럽게 유유히 스텝을 밟고 앞에 두 사람이 돌진하는 무리의 공격을 버티는 형세였다.

미쳤나? 전투를 하든가 도망을 치든가 갑자기 왜 춤을 추지? 의아해하는데 갑자기 이미 기습을 받고 죽어 더 이상 억울해 하지 않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뒤에서 쫓는 무리를 기습한다.


그렇게 한 사람을 쓰러뜨리니, 그 쓰러진 사람이 다시 벌떡 일어나 같은 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알아서 서로 공격을 주고 받다가 전멸한다.

바라하가 다가갔을 땐 이미 전투가 끝났다. 유유히 스텝을 밟던 사람이 바라하를 오해하고 공격을 하려다가 눈을 번쩍 뜨며 멈춘다.


*


"난 간다, 돈은 꼭 우리 집에 부쳐라!"

"안심해라! 그런 돈 찝찝해서 함부로 안 쓴다."

기습을 받아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죽었다가 다시 재소환 된 파티원이 인사를 나누고 풀썩 힘 없이 바닥에 쓰러진다.

앞에 두 사람은 눈 앞의 죽은 옛 동료가 앞으로 고꾸라질 줄 분명 알았을 텐데 받쳐주질 않았다.


"제 이름은 나우유입니다."

유유히 부드러운 스텝을 밟으며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은 영혼술사 나우유로 수호자의 마을로 위령제를 지내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난 인형술사야 300년 전 사람이지."

바라하도 자신을 소개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바라하가 동행을 권했다. 수호자 마을이 왜 불에 탔는지 아냐고 묻자, 수호자 마을은 악마들이 모습을 숨기고 살던 곳이었으며 발각되어 왕국에서 물리치고 불을 지른 것이라고 나우유를 따라온 가드가 말해준다.

하지만 그건 오해라고 밝혀지지 않는 밝혀지지 않는 흑막이 있다고 수호자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억울한 죽음을 당한 거라고 나우유가 말을 이어 받아 설명했다.

바라하는 300년 전으로 돌아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막아야 하니 최대한 단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들었다.


흑막을 아는 정의로운 영혼술사들이 넋을 위로하기 위해 위령의식을 벌이러 오다가 기습을 받아서 위령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고, 간혹 수호자의 마을에 들어가더라도 너무 강한 원혼에 의해 오히려 의식 중에 목숨을 잃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괜찮아요? 그런 무서운 곳을 가는데."

"저는 대륙에서 한번도 도달한 적이 없는 능력의 '*어마무시'한 영혼술사니까요."


(*'어마무시'-어머나 정말 무시무시해! 최상급의 능력자에게 주어지는 정식 칭호다.)


바라하의 걱정에 나우유가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말했다. 의외로 푼수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딘가 닮았다. 어디서 본 적이 있나? 바라하가 기억이 날듯 말듯 하다가 끝내 기억해내지 못한다. 기억이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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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5-10 7인의 디펜더 이데아 19.10.21 6 0 12쪽
69 5-9 300년 전 운명의 날 19.10.18 7 0 12쪽
68 5-8 수호자 마을의 진실 19.10.16 8 0 12쪽
» 5-7 멸망 직전의 세계와 보이지 않는 손 19.10.14 8 0 12쪽
66 5-6 일거리가 끊긴 최후의 스트라이더 19.10.11 9 0 13쪽
65 5-5 넨도 머리와 재회하다 멸망 직전의 세계와 보이지 않는 손 19.10.10 7 0 12쪽
64 5-4 제련거리 대소동 19.10.09 8 0 12쪽
63 5-3 전설의 인형술사, 전설의 인형장인을 만나다 19.10.07 10 0 12쪽
62 5-2 각종 비기를 전승 받는 바라하 19.10.04 12 0 13쪽
61 5-1 말썽꾸러기 소멸자들_챕터5 회색기사단 19.10.02 8 0 12쪽
60 4-15 용자 에드월드의 이름을 크게 외쳐라!_챕터4 FINAL 19.09.30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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